숲노래 우리말꽃/숲노래 우리말 2024.4.24.


말꽃삶 33 읽고 말하는 아이어른

― ‘식물도감 읽기’와 ‘풀꽃 읽기’



  날씨를 읽는 길은 여러 가지입니다. 오늘날로 본다면, ‘날씨알림’을 손전화를 켜서 살필 수 있고, 보임틀(텔레비전)에서 흐르거나 새뜸(신문)에 적힌 ‘날씨알림’을 듣거나 읽을 수 있습니다. 또는 옆사람이나 이웃사람한테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먼먼 옛날부터 누구나 어디서나 한 일이 있는데, 스스로 하늘과 땅과 바람과 해와 별을 살피고 느껴서 헤아리는 ‘날씨읽기’가 있습니다.


  아이를 낳아서 어질게 돌보는 길은 여럿입니다. 오늘날로 본다면, 아이 나이에 따라서 배움터를 보내는 길이 있습니다. ‘아이돌봄’을 다룬 책을 찾아서 읽거나, 다른 보임틀(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는 옆사람이나 이웃사람한테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먼먼 옛날부터 누구나 어디서나 한 일이 있으니, 스스로 아이랑 눈을 마주보면서 온하루를 함께 살아내고 같이 살림하면서 배우는 길이 있습니다.


 ㄱ 식물도감 읽기

 ㄴ 풀꽃 읽기


  풀과 꽃과 나무를 아는 길도 여럿으로 꼽을 만합니다. 먼저 “식물학자가 엮은 식물도감”을 읽을 수 있습니다. “식물학자가 가르치는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먼먼 옛날부터 누구나 어디서나 한 일이 있어요. 스스로 풀과 꽃과 나무를 눈여겨보고 들여다보고 살펴보고 지켜보고 바라보고 찾아보는 길입니다.


  모든 식물도감에는 ‘사투리’를 담습니다. 푸른별을 아우르는 ‘큰이름’이 라틴말로도 있을 테지만, 모든 나라마다 다 다른 말씨로 풀이름에 꽃이름에 나무이름을 스스로 지어서 가리킵니다.


  이제 생각해 보기를 바랍니다. 다 다른 나라마다 풀이름을 누가 붙였을까요? 꽃이름과 나무이름을 누가 붙였을까요? 어느 나라 어느 겨레도, 풀꽃나무 이름은 ‘식물학자’ 아닌 ‘수수한 사람’이 스스로 붙였습니다.


  들살림을 하는 사람이 붙인 풀이름입니다. 숲사람을 하는 사람이 지은 나무이름입니다. 들숲살림을 하는 사람이 생각한 꽃이름입니다.


 ㄱ 작명소 아이이름

 ㄴ 어버이 아이이름


  아이이름을 짓는 길은 여럿입니다. 이른바 ‘작명소’에 맡길 수 있습니다. 빼어나거나 이름나거나 훌륭한 글어른을 찾아뵙고서 이름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서 지을 만합니다. 우리 스스로 “아이하고 앞으로 사랑으로 지을 살림살이와 보금자리를 꿈으로 그리는 마음”으로 지을 만합니다.


  식물도감을 엮은 식물학자는 다른 식물도감을 읽고서 새롭게 식물도감을 쓰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곁에 둘 만한 식물도감이라면, “식물학자 스스로 풀꽃나무를 바라보고 살펴서 깨달은 이야기”를 담게 마련입니다.


  더 생각해 봐요. 우리는 누구나 “식물학자가 바라본 풀꽃나무 이야기”를 굳이 읽어야 할 까닭이 없이, “우리 눈으로 풀꽃나무를 바라보고 나서, 우리 마음으로 풀꽃나무 한살림을 알아본 이야기”를 품을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 상담”을 받아야 “우리 아이 마음”을 제대로 알까요? 우리 스스로 우리 아이하고 이야기를 하고 함께 살아가는 보금자리에서 지켜보고 바라보고 살펴보는 동안, 스스럼없이 “우리 아이 마음”을 느끼고 읽을 수 있지 않나요?


 ㄱ 사전 뜻풀이 읽기

 ㄴ 내가 뜻풀이 붙이기


  낱말뜻을 헤아리는 길도 매한가지입니다. 다른 언어학자나 국어학자가 낱말 하나를 오래오래 들여다보고서 요모조모 살핀 끝에 붙인 뜻풀이를 낱말챡을 펴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어느 낱말 하나를 오래오래 헤아리고 두고두고 생각한 끝에 스스로 뜻풀이를 붙일 수 있습니다.


  풀과 꽃과 나무를 알고 싶다면, 식물도감을 펼 수도 있되, 이에 앞서 우리 스스로 풀과 꽃과 나무 곁에 서서 풀과 꽃과 나무를 들여다볼 노릇입니다.


  새를 알고 싶다면, 조류학자가 갈무리한 조류도감을 펴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새를 가만히 지켜보고 오래도록 살펴보면서 이웃으로 삼을 노릇입니다.


  텃밭을 짓고 싶으면, 땅을 마련해서 손수 호미질에 낫질에 가래질로 돌볼 노릇입니다. ‘텃밭도감’을 읽거나 ‘귀농학교’를 다녀야 텃밭을 지을 수 있지 않습니다.


  다만, 모든 배움길은 ‘고비’하고 ‘고개’를 넘으며 천천히 돌아갑니다. 품을 들이고 짬을 들이는 배움길입니다. 텃밭을 스스로 짓다가 엉뚱하거나 뜬금없는 짓을 벌이고 말아서, 그만 몽땅 죽이거나 빈손이 될 수 있습니다. 남한테 안 기대고서 혼자 나아가다가 막다른 길에서 넘어질 수 있습니다. 스스로 해보다가 으레 담벼락에 막혀서 눈물을 흘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식물학자도 국어학자도 조류학자도 모두 이런 빈손질과 눈물질을 거칩니다. 빈손질과 눈물질을 안 거치는 전문가란 아무도 없습니다. 수학자와 과학자도 끝없이 헛발질을 합니다. 틀린 길(공식·방정식)을 그야말로 오래도록 붙잡고서 씨름한 끝에 “아하! 내가 이렇게 틀렸구나!” 하고 깨닫는 전문가입니다.


  그리고 이처럼 “내가 이렇게 틀린 줄 깨달을 때”에 “이제부터 슬기롭고 어질게 길을 밝히는 살림”에 눈을 뜹니다.


 ㄱ 아이 : 눈을 뜨려는 길

 ㄴ 어른 : 눈을 틔우려는 길


  아이는 어른 곁에서 눈을 뜨려는 사람입니다. 어른은 아이 곁에서 눈을 틔우는 사람입니다. 낳은 아이뿐 아니라, 온누리 모든 아이는 “우리 아이”입니다. 아이들도 어른을 이처럼 바라봅니다. 아이로서는 온누리 모든 어른이 “우리 어른”입니다.


  눈을 뜨려고 태어나서 하나씩 손수 해보고 맛보고 겪으면서 배우는 길인 아이입니다. 아이는 손수 해보는 동안 차츰 철이 듭니다. 어느 해에 이르러 무르익는 마음이 확 움트고 싹틀 적에 꽃봉오리가 터지지요. 꽃빛으로 환하게 눈뜬 아이는 어른이라는 ‘철빛’을 품고서 일어섭니다.


  어른도 손수 해보는 동안 천천히 철을 가다듬습니다.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쓰러지고 자빠지는 동안에 빙그레 웃으면서 다시 하고 또 하고 거듭 합니다. 먼저 이 길을 걸어 보면서 쓴맛과 단맛을 누리는 길잡이가 어른입니다. 이리하여 어른다운 어른이란, “손을 잡아끄는 사람”이 아니라, “여태 걸어온 길을 즐겁고 상냥하게 이야기로 들려주어서, 모든 아이가 저마다 즐겁게 스스로 새길을 나아가도록 북돋우면서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할 만합니다.


 읽기에 잇고 익혀서 이곳에 있다


  읽는다고 해서 다 알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읽습니다. 읽으며 느끼고 받아들입니다. 읽은 여러 살림을 헤아리고 생각하면서 하루를 잇노라면, 어느새 손에 익고 눈에 익으며 마음에 익어요. 바야흐로 무르익어 열매를 이루고 씨앗을 맺을 즈음에는 이곳에서 새롭게 서는 길을 알아차리지요. 드디어 ‘있음’을 깨닫습니다.


  날씨알림을 손전화로 챙기는 길이 나쁘지는 않되, 스스로 하늘읽기하고 등지게 마련입니다. 식물도감에 기대기에 나쁘지는 않되, 스스로 풀빛과 꽃빛과 나무빛을 놓치거나 잊게 마련입니다. 아이를 배움터(학교)에 보내는 길은 안 나쁘되, 아이하고 함께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짓는 살림을 그만 놓치거나 잊기 일쑤입니다.


  스스로 다 하자면 오래 걸리거나 버거울 수 있겠지요. 이때에는 어른답게 아이한테 일손을 넘기면 느긋해요. 혼자 붙잡는 사람은 어른이 아닌 꼰대입니다. 기꺼이 나누면서 스스럼없이 노래하는 사람이기에 어른입니다. 기쁘게 받아들여서 함께 펴고 짓는 살림길을 익히는 사람이기에 아이예요.


  우리 보금자리에 우리 품을 들이고 우리 짬을 내기를 바랍니다. 서로 아이어른으로 마주하는 하루를 차근차근 지어 봐요. 품을 들이기에 풀어내어 알아봅니다. 짬을 내기에 작은 곳부터 씨앗이 움트면서 눈을 뜹니다. 아이는 어른을 눈여겨보며 자라려는 숨결인 사람입니다. 어른은 아이를 들여다보며 크려는 숨빛인 사람입니다. 아이는 어른을 귀담아들으며 일어서려는 숨소리인 사람입니다. 어른은 아이를 귀여겨들으며 일을 하려는 숨길인 사람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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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4.24.

오늘말. 물


어디에서나 물을 마십니다. 시골집에서는 멧골에서 샘솟는 물을 마십니다. 서울에서는 내도 가람도 아닌 꼭지를 틀면 나오는 물을 마십니다. 물마다 빛결이 다릅니다. 시골물에는 숲빛이 서리고, 서울물에는 매캐하거나 어지러운 빛깔이 섞입니다. 누구나 샘물을 마신다면 샘처럼 새롭게 빛나는 하루를 누립니다. 누구나 샘물을 모른다면, 그만 빛기운이 모자란 나머지 자꾸 싸워요. 안팎으로 다투거나 치고받더군요. 자꾸 부딪치면서 미워하고 말아요. 숲에서 비롯하는 숲물을 마시는 사람은 엇갈리지 않아요. 들에서 퍼지는 들물을 머금는 사람은 들끓거나 툭탁거리지 않습니다. 가두리에 고이고 만 물을 마셔야 하니 내처 갈리면서 으르렁거립니다. 새벽마다 잎에 맺는 이슬을 마시는 풀벌레하고 새하고 숲짐승은 포근히 어우러지는 숲살림을 헤아립니다. 잎물도 꽃물도 잊은 채 꼭짓물에 갇힌다면, 빛접은 물빛이 비었으니 어느새 처지면서 어둡게 잠깁니다. 해는 빈자리에도 비춥니다. 들숲바다뿐 아니라 서울도 비추고 귀퉁이도 고르게 비추는 해예요. 비는 어디에나 내립니다. 비가 안 내리는 곳은 없습니다. 봄날에 봄빛으로 물들면서 봄노래이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안다툼·안싸움·집안싸움·집싸움·갈리다·엇갈리다·다투다·싸우다·치고받다·툭탁거리다·부딪치다·미워하다·싫어하다·으르렁·어지럽다·어수선하다·끓다·들끓다 ← 내란(內亂), 내분(內紛), 내전(內戰), 부부싸움(夫婦-)


모자라다·없다·떨어지다·빠지다·빠뜨리다·비다·빈자리·빈곳·빈구멍·빈구석·적다·줄다·다 팔다·모두 팔다·몽땅 팔다·동나다 ← 결품(欠品·缺品)


결·맛·물·꽃물·꽃빛물·꽃물감·빛·빛깔·빛결·빛기운·빛값·빛나다·빛있다·빛접다·빛살·빛발 ← 색감(色感), 발색(發色)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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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4.24.

오늘말. 못쓰다


삶이라는 길에서 보면, 자잘한 곳이 따로 없습니다. 쓸데없다고 내칠 데란 없습니다. 얼핏 돌덩이로 보지만, 이 돌더미가 쉼터일 때가 있고, 이 돌무지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숨결을 느낍니다. 못쓸 살림이란 없습니다. 안 쓰다가 곱재기로 구를 뿐입니다. 쥐뿔처럼 여기면서 하찮다고 밀칠 수 있어요. 보잘것없다고 여겨서 여태 등돌릴 수 있습니다. 이때마다 문득 멈추어서 마음으로 물어봅니다. 왜 자갈밭을 걸어야 했는지 돌아봅니다. 돌밭에서 처음에는 발바닥이 아플는지 모르나, 어느새 굳은살이 박이면서 어느 길을 거닐든 든든해요. 재잘재잘 노래하는 아이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끝없이 말하고 뛰고 놀면서 까르르 웃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생각합니다. 고단하면서 덧없이 지나가는 듯 여길 수 있는 집안일이지만, 내버려둘 수 없는 노릇입니다. 아니, 날마다 여미고 다스리는 집안일이기에, 늘 집살림으로 거듭나고, 조금씩 손을 쓰면서 손빛이 늘고 눈빛이 늘어요. 시시하거나 심심한 일은 없더군요. 그저 시들하게 여기는 눈길이 있어요. 아이하고 주고받는 말에는, 서로 건네고 띄우는 사랑이 흐릅니다. 이 사랑씨앗을 나누고 찾아가는 하루입니다.


ㅅㄴㄹ


못쓰다·쓰지 못하다·같잖다·꼴같잖다·안 되다·되지 않다·곱·곱재기·꼽·꼽재기·새알곱재기·버리다·내버리다·내다버리다·내버려두다·버림치·보잘것없다·볼것없다·쥐뿔·하찮다·쓸데없다·쓰잘데기없다·쓸모없다·돌덩이·돌덩어리·돌더미·돌무더기·돌무지·자갈·돌밭·돌투성이·자잘하다·크잖다·망가지다·망그러지다·못나다·졸때기·좀스럽다·쪼잔하다·손쓸 길 없다·손도 못 쓰다·시들다·심심하다·알량하다 ← 사용불가


말하다·얘기하다·알리다·묻다·여쭈다·건네다·띄우다·보내다·주고받다·오가다·나누다·찾다·찾아가다·찾아오다 ← 연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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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빛씨를 심다 (2024.3.28.)

― 부천 〈빛나는 친구들〉



  레오 리오니 님이 남긴 그림책 가운데 《프레드릭》은 일찌감치 《잠잠이》란 이름으로 나왔고, 《매튜의 꿈》은 예전에 《그리미의 꿈》이란 이름으로 나왔습니다. ‘프레드릭’이나 ‘매튜’라는 이름을 살려도 안 나쁘되, ‘잠잠이’하고 ‘그리미(그림이)’처럼 새로 빚은 이름은 놀라우면서 아름답게 사랑입니다.


  가만히 잠기듯 빛으로 나아가는 길이 ‘잠’입니다. 온하루를 새롭게 일구려는 꿈이니 ‘그림’입니다. 우리가 어른으로서 어린이 곁에 서는 상냥한 숨빛이라면, 바로 ‘잠’하고 ‘그림’ 두 가지를 어질게 들려줄 노릇이라고 봅니다.


  부천 〈대성서적〉에 한참 책을 누렸습니다. 〈빛나는 친구들〉로 걸어갈까 하다가, 부천버스 8을 타려고 기다립니다. 꽤 오래 기다립니다. 안 기다리고 걸었으면 진작에 〈빛나는 친구들〉에 닿았겠거니 싶습니다. 그러나 늘 걸어다니는 삶인 터라, 이따금 일부러 버스를 타면서 다르게 마을을 바라보곤 해요.


  걷는 자리에서 보는 마을하고, 버스나 자가용을 타면서 보는 마을은 아주 다릅니다. 걷는 자리에서 보는 사람과 나무와 풀꽃이랑, 버스나 자가용을 타다가 휙 지나치는 사람과 나무와 풀꽃은 그지없이 다릅니다.


  철을 밝히는 ‘비’를 느끼고 알자면 걸어야 합니다. 아침저녁으로 갈마드는 ‘빛’을 느껴서 알려면 걸어야 합니다. ‘나’를 알고 ‘너’를 보려는 마음이라면 걸을 일입니다.


  천천히 해가 기웁니다. 해가 모두 넘어간 저녁에 마을책집에서 이야기꽃을 밝힙니다. 두런두런 이야기가 흐르다가 떡볶이도 사이에 놓습니다. 올해에 태어난 《우리말꽃》이란 책을 쓰담쓰담하다가, 말글지기라는 길을 걸은 서른 해를 돌아봅니다. 어느새 서른 해를 걸었더군요. 1994년에 틀림없이 “내가 앞으로 어느 길을 걷든, 서른 해쯤은 걸어야 빛을 볼 테지. 그런데 서른 해를 걸었어도 빛을 못 본다면, 그때에는 다시 서른 해를 걷자.” 하고 혼자 고요히 생각했어요.


  시골에서는 개구리가 깨어나서 노래하고, 봄맞이새도 찾아와서 함게 노래잔치인 밤입니다. 큰고장에서는 개구리도 봄맞이새도 풀벌레도 만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우리 보금자리에서 울리는 밤노래가 부천 기스락까지 퍼지리라 여기면서 길손집에 깃듭니다. 짐을 풀고서 씻고 눕습니다. 초 한 자루를 켭니다.


  촛불을 켜놓고 가만히 바라보노라면, 촛불에 사람이 나타나기도 하고, 여러 말소리가 들려요. 마음을 다스리는 짬을 내면, 언제나 스스로 피어납니다. 빛을 보는 마을길입니다. 빛을 그리는 살림길입니다. 빛씨를 심는 하루길입니다.


ㅅㄴㄹ


《출판햇, 1인 명랑 출판기》(공은혜, 마음모자, 2023.11.27.)

《엄마한테 가고 싶은 날》(박희정, 2022.10.20.첫/2023.6.1.2벌)

《출판문화 696》(편집부, 대한출판문화협회, 2024.1.8.)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이계은, 빨간소금, 2024.3.13.)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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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알았겠어?
푸름 지음 / 키위북스(어린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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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4.23.

그림책시렁 1387


《누가 알았겠어》

 푸름

 키위북스

 2023.3.3.



  늑대는 나무를 타지 않거나 못 탑니다. 여우는 나무를 탈 수 있습니다. 이 땅에서 늑대도 여우도 자취를 감추었으니, 두 숲짐승 살림길을 모르는 분이 많습니다. 늑대도 여우도 새끼나 동무를 더없이 아끼고, 숲을 지키는 듬직한 지기입니다. 둘뿐 아니라 곰도 범도 사람을 굳이 안 건드리고, 사냥도 아무 때나 안 합니다. 더욱이 ‘사냥짐승’이라 하더라도 풀열매나 멧딸기를 무척 즐겨요. 그런데 이런 숲빛을 찬찬히 읽는 사람은 드뭅니다. 《누가 알았겠어》를 가만히 읽습니다. 털빛이 붉다면 ‘여우’일 텐데, 이 그림책에서는 ‘늑대’로 나옵니다. 짐승을 빗대기는 했으되, 곰곰이 보면 사람살이 이야기입니다. 아니, ‘서울사람’ 이야기입니다. 사람물결이어도 이웃이나 동무를 반기지 못 하는 바쁘고 메마른 곳에서 “누가 나를 ‘반기’는가?” 하고 묻는 줄거리입니다. 우리 삶을 숲짐승한테 빗댈 수 있지만, ‘숲’을 숲으로 그리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굳이 짐승 모습에 빗대지 않아도 되리라 느낍니다. 어린이부터 읽을 그림책인데 ‘반갑다·반기다’라는 우리말이 아닌, 일본스런 한자말 ‘환대’를 써야 할 까닭도 없습니다. “상냥해 보이는 탈”을 쓰면서 날마다 고달픈 서울살이란 그야말로 고달프게 마련인데, “탈을 벗은 맨몸으로 마주하는 오늘”을 바라보자면, 그냥 ‘사람’을 그리면 됩니다.


ㅅㄴㄹ


《누가 알았겠어》(푸름, 키위북스, 2023)


이 넓고 넓은 세상에서 나 혼자 초원을 떠돌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 이 넓고넓은 곳에 나 혼자 들판을 떠돌 줄 누가 알았겠어?

→ 이렇게 넓고넓은데 나 혼자 들을 떠돌 줄 누가 알았겠어?

2쪽


나무 그늘 아래서 쉴 때를 노려야겠어

→ 나무 그늘에서 쉴 때를 노려야겠어

→ 나무 밑에서 쉴 때를 노려야겠어

10쪽


달아나지 않는 걸 보니 속은 것 같아

→ 달아나지 않으니 속은 듯해

→ 안 달아나니 속았나 봐

17쪽


나를 진심으로 환대하는 거야?

→ 나를 참으로 반기니?

→ 내가 참말로 반갑니?

21쪽


혼자가 아닌 건 더 행복해

→ 혼자가 아니면 더 기뻐

→ 혼자가 아니라 더 신나

23쪽


이런 환대를 받게 될 거라곤 정말 생각하지 못했는데

→ 이렇게 받아들이리라곤 아주 생각하지 못했는데

→ 이렇게 반기리라곤 아예 생각하지 못했는데

2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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