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어린싹 2024.4.8.달.



씨앗이 처음 뿌리를 내리고 싹을 낼 적에, 다들 ‘어린싹’이라고 하지. ‘어른싹’이라 하지 않는단다. 싹이 난 뒤에는 여린 잎빛을 천천히 올리면서 자라. 여린싹이 다칠세라 바람이 잔잔하고, 풀벌레와 나비도 살며시 들여다본단다. 사람으로 친다면, 아기가 태어날 적에는 집도 마을도 나라도 “아기를 한복판에 두는 길”로 접어들어야 ‘살림’을 꾸린다고 여겨. 아기는 여리지. 여린 아기가 느긋이 자라고, 천천히 배우고, 넉넉히 놀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터전일 때라야, 집·마을·나라가 ‘제길’을 간다고 여겨. 어린싹을 바라볼 줄 알기에 어른이야. 어린싹을 돌보고 살필 줄 알아서 어질어. 어린싹을 북돋울 줄 아는 숲이고 바람이고 해이고 별이야. 너는 누구이니? 너는 어린싹이니? 너는 어린싹을 돌아보는 어른이니? 네가 선 곳을 제대로 보고, 네가 가는 길을 찬찬히 열고, 네가 있는 집을 사랑으로 품기를 바라. 어린싹은 들숲에서만 나지 않아. 마당에서도 밭에서도 골목에서도 길가에서도 나. 어린싹은 시골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나고, 매캐하고 어지럽고 시끄러운 데에서도 나. 보렴! 어린싹은 ‘곳’을 안 가리는구나. 모든 곳이 스스로 바뀌어 스스로 살림꽃을 피울 사랑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꿈빛을 베푸는구나. 아기는 어느 곳에서나 태어나. 가난하건 가멸차건 안 가리는 아기란다. 어버이가 무슨 일을 하든지 대수롭지 않은 아기야. 너는 어린싹을 보면서 동무하기를 바라. 너는 어린싹 곁에서 슬기롭게 사랑을 베푸는 눈빛이기를 바라. 누구나 어린싹이야. 누구나 어른이지. 비록 스스로 잊더라도 누구나 어리고 어른이기에 이 별에 사랑씨앗을 심는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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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잡초 2023.7.24.



나는 내 이름 있어

너는 네 이름 있고

우리는 사랑받아 태어났고

누구나 새빛이란 이름이야


‘아이들’이라지만 다 다르지

‘사람들’이라는데 한 사람이고

‘잡초’가 아닌

들꽃 길꽃 풀꽃 들풀 길풀 풀


푸른별을 푸르게 품어

너나없이 푸근히 풀어

푸릇푸릇 푸지게 풋빛

어깨동무 품앗이 두레


작은 꽃봉오리도 하나

큰 멧봉우리도 하나

함께 하늘빛 받아들여

스스로 피어나고 잔다


ㅅㄴㄹ


사람이 안 심었어도 자라기에 ‘잡초(雜草)’라고 여깁니다. 사람이 심어서 자라기에 ‘남새’나 ‘푸성귀’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람이 안 심어도 자라는 ‘나물’이 있어요. 줄기가 굵고 단단하면서 오래오래 살아가는 푸른빛인 ‘나무’라면, 한해살이를 마치고서 겨울에 시들고서 봄에 새로 돋는 줄기랑 잎이 여린 ‘나물’입니다. 먼 옛날부터 나무도 풀도 사람이 따로 안 심었어요. 나무하고 풀 스스로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내놓았습니다. 스스로 퍼졌고, 새랑 풀벌레가 퍼뜨렸으며, 비랑 바람이 실어날랐어요. 돈이 되도록 사고팔 만하느냐는 눈으로 보느라 그만 ‘풀’을 ‘잡초’처럼 ‘자잘한’ 것으로 가르고 맙니다. 사람이 밥살림으로 건사하지 않더라도, 풀은 늘 푸르게 바람을 베풀어요. 사람이 꼭 베어서 쓰지 않더라도, 나무는 언제나 푸르게 숨결을 베풀고요. 푸르기에 ‘풀’이고, 모든 곳을 ‘풀어’ 줄 뿐 아니라, 푸근하게 ‘품’기도 하는 풀입니다.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사랑이요 빛이듯, 다 다른 풀도 다 다른 숨빛입니다. 곁에 있는 풀을 바라보면서 새롭게 이름을 붙여요. 곁풀이고, 길풀이고, 들풀입니다. 골목풀이고, 마을풀이고, 숲풀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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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책집노래 . 스테레오북스 (부산) 2024.4.4.



냉이꽃은 괭이밥꽃보다 작고

봄까지꽃은 씀바귀꽃보다 작고

겨울바람 씻어낸 들꽃은

나즈막이 노래하며 핀다


오동나무는 넓적하게 잎 내고

후박나무는 한결같이 잎 나고

봄볕으로 물드는 나무는

풀개구리 불러들여 논다


맨발로 노는 아이는

늘 들꽃하고 동무한다

맨손으로 일하는 어른은

언제나 나무랑 이웃한다


눈을 감고서 별빛을 들어

눈을 뜨고서 빗소리 읽어

함께 어울려 밤노래 나눠

새로 일어나 햇살을 반겨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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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책집노래 . 취미는 독서 (순천) 2024.4.2.



뭘 하고 싶냐고 물으면

온누리 모든 별에 가서

다 다른 숲에 깃들어

푸른노래 부르기


오늘 뭘 하냐고 물으면

봄맞이새 곁으로 가서

봄맞이꽃 들여다보고

해바라기 누리기


마음에 담아서 달랜다

마음을 찾아서 챙긴다

마음으로 세워 이끈다

마음이 흘러서 나눈다


나는 읽기를 즐겨

바람과 바다와 밤을 읽어

너는 쓰기를 즐기지?

생각과 얘기와 꿈을 쓰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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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화 2023.7.25.



이글이글 오르는 불로

밥을 익힐 수 있지만

활활 태우는 불길이면

풀풀 잿더미로 바꾼다


부글부글 끓는 부아로

마음을 태워 버린다면

훨훨 날던 이 날개를

스스로 꺾는 셈이다


비추는 불일 때에

둘레를 밝힐 수 있어

푸른한 불일 적에

얼음을 녹일 수 있지


무엇을 보고 담을까?

누구를 읽고 닮을까?

부끄러울 일은 없어

나를 보고 우리를 사랑하면


ㅅㄴㄹ


외마디 한자말인 ‘화(火)’는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을 뜻한다고 합니다. ‘불’을 한자로 ‘화(火)’로 적는 셈인데, ‘화나다 = 불나다·부아나다·성나다’입니다. 추위를 녹이는 불이기도 하지만, 모두 태워서 재로 바꾸는 불이기도 합니다. ‘불나다·부아나다·성나다’는 이모저모 밉거나 싫다는 마음이 확 일어나면서 그만 모두 활활 불지르면서 까맣게 바꾸는 길을 나타낸다고 할 만합니다. 날개라면 가볍게 훨훨 날아요. 어깨를 활짝 펴면 시원합니다. 활개를 치듯 날아오르기에 싱그럽게 피어나는 마음입니다. 이와 달리 마음에 안 든다고 자꾸 여기면서 꺼리거나 부글부글 끓다가 부아를 내고, 이글이글 타올라 불을 내고 말아요. 훅 치밀거나 확 치솟을 적에는 문득 멈추고서 마음부터 돌아봐요. “활짝 피는 꽃”인지 “활활 태우는 불”인지 추스르고서, 환하게 웃음짓는 길로 차근차근 다독여요. 화들짝 놀라다가 활활 태우고 만다면 화끈화끈합니다. 창피하거나 부끄럽지요. 둘레를 환하게 밝히는 눈빛으로 거듭난다면, 훤칠하게 자라는 나무처럼 온누리를 훤히 헤아리게 마련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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