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철학 2023.8.7.



내가 나를 나긋이 보면서

너는 너를 넉넉히 누리고

생각에 날개를 다는 동안

온누리 모두에 이름 붙여


바람을 품는 하늘이 밝아

바다를 만난 냇물이 맑아

바라본대서 다 알지 않지만

마주보면서 하나씩 느끼지


나는 무엇을 그릴까?

너는 어떻게 바라니?

우리는 어디로 가지?

오늘은 어떤 하루야?


말씨 한 톨 마음에 놓아

마음씨 한켠 환히 틔우고

살림새 한 자락 고이 가꿔

멧새 하늘노래 함께 들어


ㅅㄴㄹ


처음에는, 풀벌레·개구리·새가 소리를 내고, 비·바람·구름이 소리를 내며, 풀잎·나뭇잎·꽃잎이 소리를 낸다고 여겼습니다. 이윽고 ‘소리나다’에서 ‘울다’로 잇습니다. “새가 울다”나 “매미가 울다”나 “하늘이 울다”라 했고, 어느새 ‘노래’로 피어나 “개구리가 노래하다”처럼 말합니다. 그러나 느끼지 못 할 적에는 ‘소리나다’부터 못 알아챕니다. 느낄 적에 비로소 ‘소리’로 받아들이고, ‘소리’를 새겨서 ‘울음(울다)’으로 곱씹고, 차츰 생각을 뻗어 ‘노래’로 풀어냅니다. 이렇게 하나씩 디디며 “‘생각’을 밝히는 길”을 이웃나라 일본에서 ‘철학(哲學)’이라는 한자말로 가리켰습니다. 우리 나름대로 옮기자면 ‘생각길·밝은길 ← 철학’이라 할 만합니다. 생각길이란, 먼저 느끼고 보고 받아들이면서 엽니다. 밝은길이란, 늘 다시 느끼고 새로 보고 곰곰이 맞아들이면서 틔웁니다. 우리는 서로 어디에 서느냐에 따라 ‘나·너’로 가릅니다. 내가 너를 보니 ‘나’인데, 너도 스스로 ‘나’예요. 다 다른 나랑 너는 저마다 오늘을 살고, 하루를 그리며 일구는 동안 마음에 이야기를 새깁니다. 삶과 살림이 흐르는 결을 짚어서 풀어내는 길이기에 ‘생각길·밝은길·철학’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시험 2023.7.25.



알고 싶다면

알아보려 한다면

아직 알지 않는 길을

알아낼 때까지 스스로


살피고 싶다면

살펴보려 한다면

앞으로 살리며 살아갈

사람이라는 하루를 새로


따진다고 알지 않아

가린다고 못 보지 않아

속으로 품기에 알아내고

포근히 풀기에 살려낸다


줄세우기가 아닌

물줄기처럼 이어

높고낮은 자리 아닌

물결치는 바다 본다


ㅅㄴㄹ


어느 만큼 할 줄 알거나 다루는지 알아본다고 할 적에 한자말로 ‘시험(試驗)’을 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알아보다’요, ‘따지다’이며, ‘살피다’나 ‘재다’라고 할 만합니다. 제대로 하는지, 또는 엉뚱하게 하는지 알아보지 않는다면, 엉성하게 하거나 틀리게 하는 줄 미처 모를 수 있어요. 하나도 모르거나 어렴풋한데, 얼마나 어떻게 모르는지 차근차근 짚지 않으면, 그만 모르는 채 지나갑니다. 더 빨리 해내거나 더 많이 익혀야 하지 않아요. 하나를 보고 배울 적에도 차분히 받아들여서 고르게 품고서 다룰 줄 알면 되어요. 씨앗은 빨리 싹트려 하지 않아요. 잎은 빨리 돋으려 하지 않아요. 나무도 빨리 자라려 하지 않습니다. 비도 빨리 내리려 하지 않고, 해도 빨리 뻗으려 하지 않아요. 느긋하게 살펴봐요. 살며시 돌아봐요. 가볍게 헤아리고, 부드럽게 맛보면서, 이제부터 알아가기로 합니다. 모르니까 익히고, 어설프니까 다스립니다. 여태 알아낸 대목이 있다면 한결 단단히 추스르면서 새롭게 북돋울 길을 생각합니다. 속으로 품고 포근히 풀어가는 길에 서면서 온하루가 즐거울 수 있어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책집노래 . 최교수네 헌책방 (서울 외대앞) 2023.2.8.



“그래, 곧 군대 간다고?

 젊어서 군대에도 가 보면

 힘들겠지만 배울 일도 많아.

 잘 다녀오게.”


“어디 보자, 뭐 하나 줄까.

 어디에 있든 ‘나’를 알아야 해.

 톨스토이 《인생독본》을 아나?

 내가 아끼며 읽던 책이지.”


“잘 살아서 돌아오고,

 앞으로도 힘써 배우시게.

 등불이 있으면 꺼지지 않아.

 책은 마음에 등불이지.”


“한참 예전에나 교수였지.

 이젠 그냥 할아버지야.

 젊은이들 보려고 열고서 담배 피지.”

 이제는 포근히 쉬시겠지요.


ㅅㄴㄹ


아마 2001년 겨울과 2002년 봄 사이에 책집을 닫았고, 사진은 2001년 봄에 비로소 찍고서 건네드릴 수 있었다. 사진을 건네드리고 나서는 책집을 연 모습을 거의 못 보았다. 하늘에서 포근히 쉬시겠지. 이 노래에 적은 이야기는 1995년 11월에 나눈 말을 옮겼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책집노래 . 문화당서점 (서울 연신내) 2023.2.8.



“배추지짐을 모르시는가?

 우리 고장에서는 다들 먹는데.

 허허, 책만 읽느라 모르는구만.

 책은 안 달아나니 이리 오소.”


“책읽는 사람은 존일한다고,

 세상을 좋이 바꾸느라 바쁘다고,

 그래서 조용히 기다리는데,

 십 년 넘게 외상값을 안 갚네.”


“내가 헌책을 만집니다만,

 값어치가 있으니 헌책을 찾지 않겠소?

 이 낡은것한테서 배운다면,

 낡은것 만지는 사람한테서도 배울 만하지 않소?”


“책은 뭐 맨날 읽으실 텐데,

 책 좀 그만 보고,

 이바구 좀 들려줘 봅소.”

알라딘중고샵 열자 책아재는 떠났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양파 2024.4.6.흙.



조그맣게 돋은 ‘쪽파’가 있어. 장대처럼 곧게 돋는 ‘대파’가 있어. 실처럼 가늘어 ‘실파’이고, 동글동글하니 ‘동글파(양파)’야. 발가락에 발바닥을 보듬으려고 ‘버선’을 꿰잖니? 그런데 왜 ‘양(洋)’을 붙여서 ‘양말’에 ‘양파’처럼 이름을 붙였을까? 참말로 곰곰이 생각을 하고서 붙인 이름일까? 생각을 잊은 채 어영부영 붙이고서 그냥그냥 바쁘게 부대끼면서 길든 이름일까? 차분히 바라보고 그리고 사랑할 적에 붙이는 이름은, 이 이름을 받아서 듣는 사람부터 즐겁고, 이 이름을 부르는 사람도 나란히 즐거워. 얼렁뚱땅 얼른 붙인 이름이 굳어서 퍼지면, “사랑 없이 가리키는 말”이 훅 번지지. 사랑하지 않는 마음으로 아기를 번쩍 안으면 아기가 놀라. 사랑하지 않는 채 개구리를 만지거나 잠자리를 만지면 다치거나 죽어. 사랑하는 마음으로 쓰다듬으니 나무가 살아나고 씨앗이 싹을 틔워. 이 얼거리와 삶을 알겠니? 사랑을 담아서 부르고, 말을 터뜨리고, 이야기를 할 적에라야, 서로서로 살리는 기쁜 하루인 줄 알아차리기를 바라. 남이 사랑해 줄 이름이 아니야. 네가 스스로 사랑눈을 틔우면서 붙일 이름이야. 남이 마음에 들어 하기를 바라지 말고, 네가 네 말을 네 귀로 들을 적에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말씨를 가려서 쓰기를 바라. 뽐내는 이름이라면, 이윽고 힘이 다 뽑혀. 자랑하려는 이름이라면, 이내 재처럼 잦아들어. 미워하려는 이름이라면, 스스로 밀어뜨려서 다 부수지. 파뿌리 하나를 볼 적에도, 동글파 하나를 손에 쥘 적에도, 온사랑을 기울이면서 손빛을 나누기를 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