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사라진 가족
사시다 가즈 지음, 김보나 옮김, 스즈키 로쿠로 사진 / 청어람아이(청어람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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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4.3.15.

사진책시렁 136


《히로시마, 사라진 가족》

 사시다 가즈 엮음

 스즈키 로쿠로 사진

 김보나 옮김

 청어람아이

 2022.8.19.



  옆나라 일본은 싸움을 일으켜서 이웃나라까지 괴롭혔을 뿐 아니라, 제 나라부터 밟았습니다. 멀쩡한 사람들은 그저 이웃일 사람들을 노리개나 종으로 다루는 틀에 길들었고, 나라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했습니다. 드문드문 나라를 거스르는 사람이 있었으나, 나라바라기를 안 한 일본사람은 옆나라 사람 못지않게 억눌리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일본 히로시마하고 나가사키에 불벼락(핵폭탄)이 떨어져서 애꿎은 사람이 숱하게 타죽고 말라죽었습니다. 그런데 두 고장에는 일본사람뿐 아니라 한겨레가 대단히 많았습니다. 《히로시마, 사라진 가족》은 ‘어른들끼리 벌인 싸움’이 아니라 ‘미친 일본 우두머리·허수아비가 일으킨 싸움’으로 옆나라도 일본도 고달프던 한복판에서 ‘수수한 보금자리’가 어떤 하루로 흘렀는지 따뜻하게 보여줍니다. 빛꽃만 본다면 애틋하면서 아름답습니다. 싸움불굿에서도 찰칵찰칵 아이들을 남긴 사람이 있으니 놀랍고 사랑스럽습니다. 다만, 글이나 그림이나 빛꽃을 읽을 적에는 ‘착한 사람이 엉뚱하게 죽었다’는 말을 섣불리 안 붙이기를 바라요. ‘찰칵이가 있는 줄조차 모르던 착한 사람이 짓밟히고 시달리다가 집에도 못 간 채 끝없이 쓰러졌다’는 말을 나란히 하지 않는다면, 어쩐지 허울스러울 뿐 아니라, ‘싸움’을 누가 왜 일으켜서 누구를 그토록 깔아뭉갰는가 하는 속내를 감춥니다. “미국에 의해 히로시마에 떨어진(40쪽)” 불벼락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니지요. ‘허깨비짓을 일삼은 일본에 떨어진’이라고 똑똑히 말할 노릇입니다. 허깨비짓은 모든 아이들을 죽이고, 제 나라도 이웃나라도 박살냅니다.


#ヒロシマ消えたかぞく #指田和 #鈴木六郞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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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사라진 가족》(사시다 가즈·스즈키 로쿠로/김보나 옮김, 청어람아이, 2022)


윗도리를 입고 있는 사람은

→ 윗도리를 입은 사람은

1쪽


우리 아빠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요

→ 우리 아빠는 찰칵 찍기를 즐겨요

→ 우리 아빠는 으레 찰칵 찍어요

3쪽


나들이 가는 거 참 좋아요

→ 나들이 가면 신나요

→ 나들이 가면 즐거워요

9쪽


어른들은 지금 전쟁 중이라고 해요

→ 어른들은 한창 싸운다고 해요

15쪽


며칠 후 가족 모두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 며칠 뒤 집안 모두가 죽은 줄 알자

24쪽


미유키바시에 도착했을 무렵, 기미코는 아주 약해져 있었습니다

→ 미유키바시에 다다를 무렵, 기미코는 아주 힘이 빠졌습니다

28쪽


잿더미 속에서 작고 하얀 뼈로 발견되었습니다

→ 잿더미에서 작고 하얀 뼈로 나왔습니다

30쪽


그다음 세대 아이들도 같을 것이다

→ 그다음 아이들도 같다

34쪽


아저씨가 정성 들여 정리한 사진첩들 속 한 페이지에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 아저씨가 알뜰히 추스른 빛그림꾸러미 한켠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 아저씨가 고이 간직한 빛꽃꾸러미 한자락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34쪽


미국에 의해 히로시마에 떨어진

→ 미국이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4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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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21.


《그림책은 힘이 세다》

 박미숙 글, 책이라는신화, 2023.12.25.



멎을 듯한 비날을 가벼이 잇는다. 산수유꽃이 피었다. 매나무도 꽃을 피운다. 하루살림을 추스른다. 책을 부치러 나래터를 다녀오며 시골버스에서 노래를 쓴다. 새로 써낸 책을 이웃님한테 알리는 길이란 만만찮다. 인천·서울에서 살 적에는 이웃님한테 찾아가서 건넬 수도 있었다면, 시골에서는 길삯과 다리품과 하루를 들여서 읍내를 오가야 하느라 다른 일을 못 한다. ‘이러니 시골에서 안 살고 싶어 할 만하겠구나’ 싶은데, 쇳덩이를 몬다면 안 힘들다고 여기겠으나, 시골에서는 쇳덩이를 몰아도 한나절이 휙 지난다. 더 돌아보면, 이렇게 길삯과 다리품과 하루를 옴팡 들이는 시골이라서 시골버스에서 노래를 쓰고, 길을 거닐면서 책을 읽는다. 읍내만 다녀와도 길에서 한나절쯤 가볍게 지나기에, 이동안 책 한두 자락쯤 너끈히 읽는다. 《그림책은 힘이 세다》를 읽었다. 첫머리는 씩씩한 듯싶으나 갈수록 헤맨다고 느꼈다. 몇몇 그림지기 둘레에서 맴돌며 이야기가 못 뻗기도 했다. 아름그림책이 얼마나 많은데, 왜 이렇게 품을 좁히나 싶어 갸웃거렸다. ‘엘사 베스코브·완다 가그·이와사키 치히로·바바라 쿠니’를 모를 수 있고, 《닉 아저씨의 뜨개질》을 모를 수 있다만, 그림책은 오직 사랑인걸. ‘힘세’지 않고 여려서 고운걸.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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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20.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글/김종철·김태언 옮김, 녹색평론사, 1996.7.15.



다시 잎샘비가 내리는 하루. 그야말로 쉬잖고 비가 온다. 녹이고 풀고 달래는 늦겨울비이다. 사흘 동안 비랑 안개구름이 이으면서 하늘을 씻는구나. 말끔히 씻으면서 우리 마음을 다독여 준다고 느낀다. 빗소리에 더 기운을 내어 하루를 일구자고 생각한다.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를 오랜만에 되읽는다. 1998년에 처음 읽었는데, 그때에도 옮김말이 엉성하고 ‘누가 읽으라는 글’인지 아리송했고, 이즈음에도 ‘아이들한테 도무지 못 건넬 글’이라고 느낀다. 새판도 흘깃해 보았으나 매한가지이다. 어찌 보면 어찌할 길이 없어 보인다. 이웃말도 익히고 배움길을 더 헤아리는 이들일수록 오히려 ‘더 안 배우려 한다’고 느낀다. 머리에 먹물을 더 담을수록 더 닫히는 우리나라이다.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는데, 이 땅에서는 고개 숙여 새로 익히면서 더 쉽고 상냥하고 부드러이 풀고 추스르려는 손끝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아이가 안 태어날 만하고,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마음이 부풀 만하고, 앞으로 이 나라에 아이가 몽땅 사라져도 다들 아무 걱정이 없는 듯하다. 부릉부릉 매캐한 길은 늘어나고, 잿더미(아파트 단지)도 늘어나지만, 정작 들숲은 깎이고 사라지고, 풀벌레와 새가 깃들 곳도 짓밟히는데, 뭘 보고 뭘 옮기는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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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9.


《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

 박지혜 글, 스토리닷, 2023.12.31.



아침에 비가 그치고 해가 살짝 난다. 안개구름이 낮게 깔리면서 흐른다. 먼지를 고이 씻고 잎망울을 간질인다. 과일하고 구슬셈(주판)을 장만하러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시골버스에서는 소리돌을 듣는다. 예전에는 전라말씨를 들으려고 시골버스에서 귀를 틔웠지만, 이제는 막소리가 춤추며 어지러운 터라, 둘레 소리를 안 듣는다. 이럭저럭 사투리가 남은 곳이 있되, 마을빛이 사라지고 고을빛이 스러지면서 마을말과 고을말도 자취를 감춘다. 사투리를 기꺼이 쓰는 사람도 줄고, 밀당과 높낮이만 조금 남을 뿐, 시골 어린이하고 푸름이도 사투리를 등진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를 곱씹는다. 잎물을 곁에 두면서 포근히 달래는 하루를 차분하게 밝히려는구나 싶은데, 조금 더 글결을 가다듬어서 쉽고 또 쉽고 더 쉽게 풀면 훨씬 나았으리라 생각한다. 예전에 잎물을 즐기던 분들은 중국 한자말에 일본 한자말을 마구 썼다면, 요새 잎물을 즐기는 분들은 이런 한자말 사이에 영어를 섞는다. 중국도 일본도 인도도 영국도 아닌 이 땅에서 잎물을 마시는데, 이 나라 어린이하고 두런두런 이야기하면서 마음을 틔울 말을 헤아릴 때에 그야말로 푸른물이 온몸과 온마음을 적시리라. 밤에는 구름 사이로 별을 보고 개구리노래를 띄엄띄엄 듣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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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8.


《The Legend of the Bluebonnet》

 Tomie DePaola 글·그림, Paper Star, 1983.



국을 새로 끓인다. 두 아이하고 함께 밥을 차리고, 넷이 둘러앉아 북적북적 한끼를 누린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이더니 어느새 비를 뿌린다. 가볍게 비내음을 퍼뜨리는가 싶더니, 밤새 우렁차게 춤추면서 쏟아진다. 이제 몸살은 다 지나간다. 몸살을 누리는 동안 몸을 새로 돌아보았고, 하루를 새삼스레 되짚었다. 이동안 숲노래 씨 새책이 태어났고, 골골거리면서 넘겼다. 《The Legend of the Bluebonnet》이 한글판으로 나올 날이 있을는지 모르겠다. 가만 보면 이런 그림책은 잘 안 옮길 뿐 아니라, 애써 태어나더라도 어느새 판이 끊기더라. 들과 숲과 풀꽃과 삶과 살림을 사랑으로 녹여내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오히려 안 팔리고 못 읽히는 우리나라이다. 이런 이야기는 그림책이더라도 보름이나 달포쯤 들여서 천천히 새기고 되읽어야 비로소 스며들 만하다. 그렇지만 책을 좀 읽는 분들조차 너무 빨리 후다닥 읽어치우려고 한다. 요새는 ‘서평단’으로 ‘그냥 받는 책’을 누리는 분들이 하루조차 들이지 않고 다다닥 읽고서 헐레벌떡 모심글(주례사비평)을 써댄다. 느낌글이 사라지는 판인데, 무엇을 느끼는지 돌아볼 겨를이 없을 뿐 아니라, 무엇을 느꼈는지 꾸밈없이 밝히지 않는다면, 책도 글도 모두 허울에 껍데기일 뿐이다.


#토미드파올라 #Bluebonnet #달개비 #TheLegendoftheBluebonnet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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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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