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칭 3
아키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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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40

스트레칭 3
 아키리
 문기업 옮김
 미우
 2016.6.30.


  아침에 일어나서 햇볕을 먹으면 새삼스럽습니다. 햇볕이 이렇게 따스하면서 부드럽구나 싶습니다. 나무 곁에 서서 춤을 추어 보면, 우리 집에서 돋는 풀한테 가만히 속삭여 보면, 이러다가 저녁에 쑥불을 피울 만큼 낫질을 하면서 고맙다고 얘기해 보면, 어제하고 다르면서 즐거운 하루가 피어나는구나 싶습니다. 스무 해쯤 앞서 서울에서 살며 전철로 새벽마다 일터로 가고 밤마다 집으로 돌아오던 때를 돌아보면 하루가 사뭇 다르다고 느낍니다. 빽빽한 전철에서 책을 읽을 수는 있어도 몸을 펴거나 차분하기는 어렵습니다. 마당에서 아이들하고 함께 서서 햇볕춤을 즐기니 한결 느긋하면서 재미납니다. 온누리 여러 겨레가 해돋이를 맞이하면서 몸을 가볍게 푸는 뜻을 어림할 만합니다. 《스트레칭》 세걸음에 이르니 앞선 두걸음에서 살짝 엿본 부드러우면서 따스하게 흐르는 마음을 얼추 짚을 만합니다. 다른 두 사람은 다른 마음이라 서로 한결 따스히 품고 부드러이 풀어 주는 자리에 섭니다. 굳은 몸이랑 뼈를 풀면서 딱딱한 마음이랑 생각을 푼달까요. 무슨무슨 체조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함께 해바라기 별바라기 바람바라기 숲바라기 몸짓을 펴 봐요. ㅅㄴㄹ


“이제 곧 1년이에요.” “순식간이었어.” “선배.” “응?” “초콜릿. 정말 사랑해서 준 거예요.” (84쪽)

“그치? 맛있지?” “언젠가 란한테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만들어 주렴.” (110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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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6.19.


《딩동∼ 고래 도감》

김현우 글·사진, 지성사, 2018.5.31.



‘흰긴수염고래’라는 이름이 일본말을 그대로 옮겨서 틀렸다고 하는데, ‘대왕고래’라는 이름은 한국말에 걸맞다고 할 만한지 아리송하다. 몸집이 큰 고래라면 ‘큰고래’라 하면 되지, 왜 ‘大 + 王’을 붙여야 할까? 이는 외려 중국 말씨에 일본 말씨가 섞인 얄궂은 말씨가 아닐까? 몸집이 매우 커다란 고래를 보면 참말로 ‘흰긴수염’이 있구나 싶다. 이 이름이 잘못이라 할 수 없다. 다만 한국말은 ‘나룻’이니 ‘흰긴나룻고래’처럼 이름을 써 볼 만하겠지. 또는 ‘흰긴나룻큰고래’라 해도 될 테고. 엄청나게 커다란 고래라면 ‘엄청고래’라 해도 된다. ‘왕창고래’라 해도 될 테고. 우리 곁에 있는 여러 고래를 고운 사진으로 담아내어 보여주는 《딩동∼ 고래 도감》이고, 참말 시원스러운 사진으로 고래를 만날 수 있으니 반가운 책이다. 그나저나 책이름에 붙은 “딩동∼”이야말로 일본 말씨인 줄 알까? 일본사람은 말을 긴소리로 낼 적에 ‘∼’이나 ‘―’를 붙인다. 한국 말씨라면 ‘디잉동’이나 ‘딩도옹’처럼 쓰지. 이 책은 “딩동!”이면 된다. 일본 이름이나 말씨가 얄궂다면, 여느 자리에서 젖어든 대목을 낱낱이 짚고서 다듬으면 좋겠다. 책머리에 고래 이름을 놓고 적은 몇 마디는 좀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아야지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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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6.18.


《멜랑콜리》

채상우 글, 최측의농간, 2018.6.7.



한국말사전에 안 나오는 영어 ‘멜랑콜리’인데 문학을 하거나 지식이 있다는 이들이 곧잘 씁니다. 영어사전은 이 낱말을 ‘우울’로 풀이하고, 한자말 ‘우울’은 ‘슬픔’을 가리켜요. 곰곰이 따지면 ‘슬픔’이라 하면 되고 “눈물 글썽”이라 할 만해요. 시집 《멜랑콜리》를 읽으면서 시인을 감싸는 슬픔을, 눈물 글썽을, 아픔을, 알 수 없는 쓸쓸함을, 허전하면서 축 처지는 하루를 떠올려 봅니다. 저로서는 이제껏 살며 이렇게 처지는 날을 보낸 적이 거의 없다고 느낍니다. 군대에서조차 중대장이 겨누는 소총 구멍을 바라보면서 처음에는 ‘아, 이렇게 의문사 한 사람이 또 태어나는구나’ 하고 얼핏 두렵게 여겼지만, 이내 어쩐지 마음은 가벼웠습니다. 가만히 보면, 저는 남이 시키려는 대로 따르려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걸어갈 길을 보았습니다. 졸업장도 자격증도 권력도 돈도 이름값도 모두 손사래치며 살았어요. 이런 길을 걸으니 처지거나 슬플 일이란 없이 날마다 바빴어요. 모두 손수 지어서 살아야 하니 아침저녁으로 늘 신나게 땀흘려야 했어요. 다만 시집 《멜랑콜리》를 읽는 동안 글쓴이가 걸어야 했던 그 마을 그 자리 그 터전 그 숨결 그 바람이 글쓴이한테 얼마나 따분하면서 쓸쓸했을까 하고 느껴 보았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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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오르는 길
마리안느 뒤비크 지음, 임나무 옮김 / 고래뱃속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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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83


할머니랑 멧꼭대기까지 천천히 오르는 길
― 산으로 오르는 길
 마리안느 뒤비크/임나무 옮김
 고래뱃속, 2018.4.30.


  아이는 어린 사람입니다. “어린 사람”이 아이입니다. 아이는 어릴 뿐, 어른하고 똑같은 사람입니다. 다만, 아이는 어른하고 똑같은 사람이되 어립니다. 그래서 아이는 어른하고 똑같은 마음이 있고 느낌이 있으며 생각이 있어요. 그렇지만 어린 터라 몸으로 쓰는 힘은 어른하고 댈 수 없이 여리지요.

  이야기책 《산으로 오르는 길》(마리안느 뒤비크/임나무 옮김, 고래뱃속, 2018)은 숲짐승을 빗대어 사람살림에서 어른하고 아이가 맞물리거나 어우러지는 자리를 넌지시 보여줍니다. 오래도록 높은 멧자락을 타고 오르면서 멧꼭대기에 오른 어르신 한 분이 이제 막 앳된 티를 벗으려고 하는 젊은 내기한테 ‘왜 멧길을 오르는가’를 이야기로 가르쳐 주는 줄거리를 다룹니다.


블레로 할머니는 나이가 아주 많아요.
할머니는 살면서 많은 것을 보았어요.
할머니의 부엌에는 그중 몇 가지가 있어요. (2쪽)


  책을 며칠에 걸쳐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을 새삼스레 바라봅니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아직 많이 어릴 무렵에는 자전거 발판을 못 굴렀습니다. 아니, 자전거 발판 구르기는커녕 자전거에 앉기조차 벅찼어요. 처음에는 자전거에 앉혀서 자전거를 슬슬 끌 적에도 무섭다 울었지만, 이렇게 울다가도 바람이 상긋상긋 얼굴하고 몸에 와닿는 느낌이 시원해서 이내 울음을 웃음으로 바꾸었습니다. 나중에는 발이 안 닿아도 발판을 굴러 보고 싶어하고, 이제는 씩씩하게 자전거를 구르면서 땀을 흘리고 바람을 마실 줄 압니다.

  이야기책 《산으로 오르는 길》은 멧길을 오르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멧길도 자전거 타기하고 비슷해요. 아이들은 처음부터 멧길을 잘 오를 수 없습니다. 얼마쯤 걷다가 아주 지칩니다. 다리에 힘이 쪼옥 빠지지요. 아무리 기운을 북돋우려 해도 퍽 어린 아이더러 멧꼭대기까지 오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차근차근 기다리고, 업거나 안아 주면서 멧꼭대기에 오른다면, 이리하여 아이가 멧꼭대기에서 부는 아주 새로운 바람을 쏘여 준다면, 아이는 천천히 꿈을 마음에 심어요. 다음에는 더 기운을 내어 더 높이 올라 보겠노라고. 머잖아 어버이 손을 타지 않고서 홀로 씩씩하게 멧꼭대기까지 올라 보겠노라고.


블레로 할머니는 무언가 문제가 생겼을 때 금방 알아차려요.
할머니에게 불가능한 일은 없어요.
가끔 누군가는 그것을 믿지 않지요. (15∼16쪽)

블레로 할머니는 친구를 즐겁게 하는 법을 알아요.
가끔은 노래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도 있어요.
특히나 작은 발을 가진 친구는 쉽게 지치기 마련이죠. (35∼36쪽)


  이야기책에 나오는 숲짐승 볼레로 할머니는 젊은이를 다그치지 않습니다. 서두르지도 않습니다. 그저 빙긋이 웃으며 기다리면서 지켜보고, 쉬엄쉬엄 멧길을 오르면서 이것저것 함께 돌아보자고 이야기를 합니다. 숲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지, 숲이 우리 삶에서 무엇인지, 풀하고 꽃하고 나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 아름다운 숲에 얼마나 아름다운 새가 노래하는지, 이 아름다운 새는 얼마나 아름다운 하늘을 가로지르는지 찬찬히 이야기합니다.


몇 주가 흘러요. 룰루는 산을 더 잘 알게 되고……
산이 간직한 비밀들을 스스로 발견해요.
룰루는 산에서 내려오면 서둘러 블레로 할머니에게 달려가요.
산에서 본 것을 이야기하고,
새로운 보물들을 선물했지요. (61∼62쪽)


  이야기책에 나오는 할머니는 어느 날 자리에 눕습니다. 자리에 눕고 나서 더는 멧길에 오르지 못합니다. 그동안 할머니하고 함께 멧길을 오르던 젊은이(또는 아이)는 이제 혼자서 멧길을 오릅니다. 함께 멧길을 오를 적에는 할머니를 믿고 가면 되었으니 ‘이 길이 맞는지 안 맞는지’ 더 깊이 살피지 않았습니다만, 막상 혼자 숲길을 헤치다 보니, 외려 낯설면서 힘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낯설면서 힘든 길에 예전에는 못 보거나 못 느낀 모습을 보거나 느낄 뿐 아니라, 젊은이(또는 아이) 나름대로 생각을 새로 키울 수 있습니다. 멧길을 오르고 나서 늘 할머니한테 찾아가서 새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이야기하지요.

  아마 할머니도 어리거나 젊을 적에 곁에서 이끌어 주는 고운 어른이 있었겠지요. 고운 어른 곁에서 숲길을 익히고 멧길을 배우면서 삶길도 새삼스레 받아들였겠지요.

  서둘러 배우지 않습니다. 높든 낮든 멧꼭대기까지 빨리 오르지 않습니다. 빨리 가르치거나 다그치듯 가르치지 않아요. 느긋하게 가르치고 차근차근 가르칩니다. 《산으로 오르는 길》은 좀 느리게 배우는 아이들한테 ‘빠르기는 대수롭지 않단다. 둘레를 살피면서 기쁘게 받아들이고 넉넉히 헤아릴 줄 알면 돼’ 같은 마음을 밝혀 주지 싶어요.

  오늘은 노래하면서 걷습니다. 이튿날은 춤추면서 걷습니다. 이다음에는 목 좋은 데에서 도시락을 먹으면서 쉽니다. 이렇게 두고두고 찬찬히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어느 날 비로소 꼭대기까지 오릅니다. 차근차근 가르치고 배우는 사이인 줄, 즐겁게 나누며 함께하는 사이인 줄, 어른하고 아이는 서로 아끼는 사이인 줄 다시금 되새깁니다. 2018.6.20.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책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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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유교수의 생활 애장판 12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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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39


《천재 유교수의 생활. 애장판 12》

 야마시타 카즈미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0.5.25.



  무럭무럭 자랍니다. 아이도 자라고 어른도 자랍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으레 ‘아이는 자라지만 어른은 안 자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른들 스스로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렇지만 이런 말이 마땅하지 않다고 느꼈어요. 왜 아이만 자라고 어른은 안 자란다고 말할까요? 어쩌면 어른들 스스로 새롭게 배우려 하지 않고 그저 남이 시키는 대로 톱니바퀴가 되어 낡은 버릇을 안 버리겠다는 핑계처럼 읊는 말은 아니었을까요? 사람은 누구나 마음뿐 아니라 몸도 자랍니다. 키가 크거나 몸뚱이가 커져야 자란다고 하지 않아요. 다친 자리가 아물고 솜씨가 늘 적에도 자랍니다. 슬픔을 삭이는 힘이 자라고, 기쁨을 나누는 웃음이 자라요. 노래도 춤도 말씨도 자라지요. 아낌판으로도 나온 《천재 유교수의 생활》을 읽습니다. 아낌판은 두툼합니다. 일본 제국주의가 저물고 미군정이 일본을 다스리던 무렵 대학생으로서 삶터를 새롭게 바라보면서 하나씩 배우는 유교수 이야기가 흐르는데, 이무렵 유교수는 배움하고 가르침이 어떻게 얽히면서 사람들한테 살아가는 기쁨이 되는가를 몸으로 깨닫습니다. 새로 눈뜨는 사람이 되려고 배웁니다. ㅅㄴㄹ



“잘 들어, 미네타로. 사람은 다른 사람과 만남으로서 또 다른 사람이 되어 가는 거야.” (355쪽)


“난 여기서 내 평생을 쏟아부어도 좋을, 한 가지 가설을 얻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흥미 깊은 것은 인간의 마음이란 가설을.” (412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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