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새롭게 자라는 책읽기

 


  아이들은 날마다 새롭게 자란다. 아이들은 몸이며 마음이며 무럭무럭 자란다. 아이들 예쁘게 노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하나하나 돌아보다가 문득 생각한다. 아이들만 새롭게 자라나? 어른들은 새롭게 자라지 않나? 아이들은 몸뚱이가 크고, 어른들은 몸뚱이가 더는 안 자란다고 여겨, 어른들은 스스로 ‘이제 더 자라지 않는다’고 못을 박는구나 싶은데, 사람이 사람을 바라보며 ‘자란다’ 할 때에는 몸뚱이가 커지기 때문이 아니라, 마음이 커지기 때문에 ‘자란다’ 하고 이야기하지 않을까.


  날마다 새롭게 자라는 책읽기라고 느낀다. 어제 읽은 책을 오늘 읽을 때에 새롭다. 하루를 더 묵은 뒤 새삼스레 펼치면 또다시 새롭겠지.


  날마다 새롭게 자라는 삶읽기라고 느낀다. 어제 누린 삶을 오늘 새롭게 누리면서 헤아려 본다. 아이들도 무럭무럭 자라고, 어른들도 무럭무럭 자란다. 나도 옆지기도 아이들도 어제와는 사뭇 다르면서 오늘대로 새로운 하루를 누린다. 새 빛을 가슴으로 안는다. 새 꿈을 마음에 심는다. 새 사랑을 온몸으로 펼친다.


  큰아이가 작은아이한테 ‘글씨 쓰기’를 가르친다며 한손을 살며시 잡고는 빈책에 동그라미를 예쁘게 그려 주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내가 어버이로서 큰아이한테 예쁘게 말을 섞을 때에, 큰아이 또한 작은아이한테 예쁘게 말을 섞는 흐름이 이어진다. 빗물을 바라보며 ‘사랑해’ 하고 속삭이면 빗물은 우리 마을을 사랑스레 흐르면서 맑게 빛난다. (4345.8.2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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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꽃 책읽기

 


  엊그제부터 이웃마을 논에 이삭이 패는구나 싶더니, 이제 우리 마을 논배미에서도 벼꽃이 핀다. 가까이 다가가서 가만히 들여다본다. 씩씩하게 여물고 튼튼하게 자라렴. 올해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너희가 걱정스럽다며 그예 풀약을 치고 말았는데, 다음해부터는 마을 어르신 모두 걱정없이 풀약 없이 너희를 아낄 수 있도록 차말 씩씩하게 여물고 튼튼하게 자라렴. (4345.8.2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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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8-22 11:48   좋아요 0 | URL
벼꽃이 있었군여
왜 없다고 생각했는지
아 신기하네요 정말 첨 봐요

숲노래 2012-08-22 12:53   좋아요 0 | URL
모든 풀과 나무에는
꽃이 있어요.

우리가 제대로 가까이하지 못해서
잘 모를 뿐이랍니다~
 

 잠과 책

 


  낮잠을 건너뛴 채 더 놀려 하던 아이는 폭신한 걸상에 거의 눕듯 앉아 그림책을 펼치다가 스르르 잠이 든다. 한낮은 조용히 흐른다. 집안도 집밖도 한여름이 조용히 흐른다. 큰아이가 무릎에 받친 책을 살그머니 뺀다. 걸상에 반듯하게 눕도록 해 준다. 나도 마룻바닥에 함께 누워 눈을 붙인다. (4345.8.2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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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1일에 쓴 글. 예전 글을 갈무리하며 곰곰이 되읽다가 걸쳐 본다. 아마 웬만한 사람들은 권정생 할아버지 이 같은 모습을 잘 모르지 않을까?

 

..

 


 권정생


  인터넷 살펴보기를 하며 자료를 찾다가 ‘권정생’ 이름 석 자를 치니 여러 가지 신문·잡지 기사가 뜹니다. 이 가운데 2005년 8월 26일치 〈한겨레21〉에 실린 ‘우토로 살리기 캠페인 모금’이 눈에 띕니다. 국회의원 남경필(20만 원), 익살꾼 김미화(30만 원), 사계절 출판사 사장 강맑실(100만 원), 노래꾼 윤도현(30만 원) 들도 이 자리에 돈을 냈군요. 그런데 경상도 안동 조탑마을 조그마한 방에서 홀로 살아가는 권정생 할아버지도 10만 원을 냈습니다.


  그 시골구석에서, 몸 움직이기 수월하지 않다는 분이, 우체국까지 손수 찾아가서 10만 원을 부쳤을 일을 생각해 봅니다. 아주 천천히, 느릿느릿 걸어서, 마을 어귀 시골버스 타는 데로 간 다음, 두 시간에 한 번쯤 지나가는 시골버스를 타고는 읍내나 면내 우체국으로 갔겠지요. 우체국에서 종이쪽에 슥슥 글을 적어 돈 조금 부쳤겠지요. 가슴이 짠해 눈물을 찔끔하다가, 이처럼 한결같이 이웃사람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누려는 모습을 가만히 그립니다. 돈이 많아야 이웃사랑을 할 수 있지 않아요. 100만 원을 내거나 1만 원을 내거나 대수롭지 않아요. 마음이 반갑고 고맙습니다.


  이밖에 어느 ‘수재 의연 모금’에도 돈 10만 원을 낸 자국이 보입니다. 나는 신문도 잡지도 따로 읽지 않으니, 이런저런 데에서 돈을 모아 이웃돕기를 한다 할 때에 누가 얼마나 내는가를 모릅니다. 아주 뜻밖에 이런 이야기를 ‘권정생’ 이름 석 자를 인터넷창에 넣어 자료를 찾다가 알아보았을 뿐입니다.


  그러고 보면, 권정생 할아버지는 ‘나 아직 우체국으로 버스 타고 나가서 이렇게 돈 부칠 수 있을 만큼 몸 튼튼해요’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셈 아닌가 싶습니다. 적잖은 사람들이 당신 몸이 아픈 일을 걱정하지만, 그런 일을 걱정하지 말고 좋은 꿈을 생각하라는 속삭임이리라 느낍니다.


  어떻게 살아갈 때에 좋을까요. 아름답게 살아갈 때에 좋겠지요. 어떻게 살아가야 즐거울까요. 사랑스레 살아갈 때에 즐겁겠지요. 밥상을 차려 밥을 먹으면, 배부른 일이 고맙고 기쁘다고 느낄 수 있을까요. 내 배가 불러 느긋하게 잠들 수 있으면, 내 이웃도 배가 불러 느긋하게 잠들 때에 즐거운 줄 알까요. (4338.10.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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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빨리 읽기

 


  나는 책을 빨리 읽고픈 마음이 없다. 그렇다고 책을 느리게 읽고픈 마음이 없다. 그저 읽는 책이요, 내 삶에 걸맞게 읽는 책이다. 내 마음이 이끌리거나 내 마음이 닿을 때에는 제아무리 두툼한 책이라 하더라도 훌쩍 읽는다.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거나 내 마음이 노래하지 않으면 제아무리 얇은 책이라 하더라도 오래도록 먼지가 쌓이도록 잊는다.


  책은 왜 빨리 읽어야 할까. 책을 빨리 읽으면 무엇이 좋을까.


  베스트셀러를 읽는다고 좋은 책읽기라고 느끼지 않는다. 스테디셀러나 이름있는 책을 읽을 때에도 썩 좋은 책읽기라고는 느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책이란 내가 바라는 책을 읽을 때에 책이지, 남들이 이것 읽으라 저것 읽으라 해서 책이 되지 않는다. 내가 마음으로 바라던 책을 누군가 알려줄 수 있으나, 남이 시키거나 잡아끄는 대로 읽을 수 있는 책은 없다.


  내 몸이 고플 때에 먹는 밥처럼, 내 마음이 고플 때에 읽는 책이다. 내 몸을 아름답게 다스리고 싶어 알맞게 살피어 골고루 밥을 먹듯, 내 마음을 어여삐 돌보고 싶어 차근차근 헤아려 고루고루 책을 읽는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는 책이다.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읽는 책이다. 기쁜 마음으로 읽는 책이다. 좋은 마음으로 읽는 책이다. 이뿐 아닐까? 책을 빨리 읽는다든지 더디 읽는다든지 하는 갈래란 덧없다. 책을 많이 읽었다든지 책을 조금 읽었다든지 하는 갈래는 부질없다. 즐겁게 누린 하루라면 즐거운 삶이요, 활짝 웃으며 빛낸 하루라면 활짝 웃으며 빛내는 삶이 된다. 좋은 삶을 좋은 사랑으로 삭혀 좋은 사람으로 거듭난다. (4345.8.1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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