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고흥 글님 (2023.9.28.)

― 고흥 〈더바구니〉



  고흥 녹동에서 마을 어린이하고 어른이 쉬어가며 책을 벗삼을 수 있는 〈더바구니〉에서 ‘고흥 글님(작가)’이 여민 책을 한자리에 모읍니다. 이모저모 추스릅니다. 누가 어떻게 만나서 읽다가 품을는지 모르지만, 사랑스레 쓰다듬으면서 기쁘게 살림빛을 익히는 징검다리로 삼기를 바라며 넉줄꽃(사행시)을 적어 넣습니다.


  이러면서 노래꽃(동시)을 글판에 옮겨적습니다. 시골 마을책집까지 마실하는 분한테 살짝 덤(선물)으로 건네는 글자락입니다. 열다섯 글자락을 옮겨적자니 꽤 품이 듭니다. 책집에 와서 글을 쓰자니 다른 책을 볼 겨를이 없습니다. 오늘은 책마실은 접어놓아야 하는구나 싶어요.


  책집 한켠에는 빛꽃판(사진 전시판)도 세웁니다. 시골숲을 누리는 두 아이 수수한 삶을 담은 빛꽃입니다. 마을에서 차츰 사라지는 빨래터에 골짜기에 여러 푸른살림과 놀이살림을 그때그때 담았어요. 비록 사라지는 살림빛이 자꾸 늘어난다지만, 앞으로 우리 나름대로 새 살림씨앗을 심을 수 있다고 여깁니다.


  모든 삶과 말과 넋은 매한가지예요. 바쁘게 글을 쓰거나 말을 할 적에도 겹말이 나올 수 있지만, 스스로 생각을 기울이지 않으니 겹말이 불거져요.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은 글빛을 여미려는 이웃님이 곁에 두면서 ‘바쁘게 살지 않기’를 바라는 뜻을 담았습니다. 차근차근 돌아보는 마음을 일으킨다면 ‘비슷한 낱말 = 닮은 낱말 = 다른 낱말’이란 얼거리를 깨닫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른 몸과 마음이되, 숨결이 깃든 빛나는 넋이라는 대목은 같아요. 말씨앗에서도 이 실마리를 느끼기를 바라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썼습니다.


  굳이 어렵게 쓰면 글자랑에 그칩니다. 열 살 어린이 눈높이를 헤아리면서 어깨동무하는 숲말로 생각을 펼 적에 서로서로 사랑으로 어깨동무를 합니다. 이런 마음을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하고 《쉬운 말이 평화》에 담았어요. 누가 가르치거나 이끌지 않더라도, 스스럼없이 곰곰이 볼 수 있다면, 우리 삶 어디에서나 빛살을 느끼면서 아름다이 살아갑니다. 이런 뜻을 《곁책》하고 《곁말》하고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에 얹었어요.


  둘레에서 어떤 말을 하든 어떤 옷을 입든 어떤 집을 올리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마음밭을 일구면 즐겁습니다. 이런 마음을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하고 《우리말 글쓰기 사전》에 담았지요. 마을책집이 마을과 나라를 살리기에 《책숲마실》을 썼고, 어린이도 어른도 늘 노래님(시인)이니 《우리말 동시 사전》하고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를 썼어요. 우리는 다 다른 빛이자 하늘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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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누가 사읽는가 (2023.5.20.)

― 부산 〈국제서적〉



  책이란 마음을 틔우는 조그마한 씨앗이면서, 이 마음에 스스로 사랑을 심는 길을 넌지시 비추는 빛줄기인 줄 천천히 받아들였습니다. 열 살 무렵에 흰고니나 여우나 지게꾼이나 옛 시골사람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책이란 싱그러운 이야기샘이라고 느꼈어요. 예전에는 ‘마을책집’보다는 ‘글붓집(문방부)에 딸린 책시렁’이 흔했습니다. 어린이는 ‘글붓집 책시렁’에서 동화책이나 만화책을 만났고, 어른은 큰책집보다는 조그마한 책집에 “이 책 좀 들여놓아 주십시오” 하고 여쭈고서 여러 날 기다린 끝에 받곤 했어요.


  요새야 누리책집에서 바로바로 살 뿐 아니라, 하루조차 안 기다리고 책을 받는다고 하지만, 손에 쥐어 차근차근 넘기는 책은 빨리 읽어치우는 종이뭉치가 아니었어요. 두고두고 되읽으면서 마음을 새기고 가꾸는 빛씨앗인 책입니다.


  푸름이하고 어린이는, 책을 안 사더라도 책집마실을 하는 틈을 내는 마음으로도 넉넉히 아름답고 사랑스럽다고 느껴요. 책시렁을 돌아보는 눈망울로도 즐겁게 생각을 밝힐 수 있는 푸름이입니다. 골마루를 거니는 발걸음으로도 신나게 하루를 노래할 수 있는 어린이예요.


  느긋하지 않다면 책을 못 읽고 글을 못 씁니다. 느긋할 때라야 하늘빛을 읽고 풀빛을 살피고 풀벌레노래에 귀를 기울이면서 책이며 글을 가까이합니다. 이윽고 집살림을 돌아볼 만하고 어느새 마을살림을 새삼스레 일구는 길을 찾을 테고요.


  보수동 〈국제서적〉에 들어섭니다. 빗물에 젖고 곰팡이가 먹었으나 ‘대본소판 강경옥 현재진행형’ 꾸러미가 있습니다. 망설입니다. 빗물에 안 젖고 곰팡이를 안 먹은 ‘대본소판 강경옥 만화책’을 헌책집에서 만나기란 아득합니다. 아니, 오늘 눈앞에서 이 그림꽃(만화)을 만나고 만질 수 있으니 고맙습니다.


  책도 글도 삶도 사랑도, 언제나 ‘어제·오늘·모레(과거·현재·미래)’를 하나로 잇지 싶어요. 저마다 다르게 하루를 살아내면서 모든 날을 새롭게 잇고 얽고 마주하고 사귑니다. 속으로 끄응 하고 한숨을 쉬다가 덥석 품습니다. 고흥으로 데려가서 이레쯤 해바라기를 시키면서 이 사랑스러운 꾸러미를 토닥이기로 합니다.


  책을 사읽을 수 있다면, 스스로 삶에 틈을 낸다는 뜻입니다. 쇳덩이(자동차) 없이 두다리나 두바퀴로 느긋이 책집마실을 할 수 있다면, 스스로 삶에 낸 틈에 사랑씨앗을 심는다는 뜻입니다. 큰책집이건 작은책집이건 모두 반기면서 책빛으로 물들 수 있다면, 스스로 삶자락에 꿈씨앗도 나란히 심는다는 뜻입니다. 손때 묻은 책은 행주로 잘 닦고서 해바람에 말리면 됩니다. 모든 손때란 손빛이요 손길입니다.


ㅅㄴㄹ


《삶과 꿈 65호》(김용원 엮음, 대우전자, 1989.12.5.)

《삶과 꿈 66호》(김용원 엮음, 대우전자, 1990.1.5.)

《삶과 꿈 68호》(김용원 엮음, 대우전자, 1990.3.5.)

《가정의 벗 288호》(김용완 엮음, 대한가족계획협회, 1992.8.1.

《스페인 음악의 즐거움》(浜田滋郞/김종만 옮김, 세광음악출판사, 1988.4.20.)

《고양이mix 환기담 토라지 1》(타무라 유미/정효진 옮김, 서울문화사, 2009.10.26.)

《고양이mix 환기담 토라지 2》(타무라 유미/정효진 옮김, 서울문화사, 2010.2.11.)

《고양이mix 환기담 토라지 3》(타무라 유미/정효진 옮김, 서울문화사, 2010.11.30.)

《약사의 혼잣말 9》(휴우가 나츠 글·쿠라타 미노지 그림/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1.1.30.)

《약사의 혼잣말 10》(휴우가 나츠 글·쿠라타 미노지 그림/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1.5.30.)

《현재진행형 1》(강경옥, 창만사, 1991.5.4.)

《현재진행형 2》(강경옥, 창만사, 1991.5.4.)

《현재진행형 3》(강경옥, 창만사, 1991.5.4.)

《현재진행형 4》(강경옥, 창만사, 1991.5.4.)

《현재진행형 5》(강경옥, 창만사, 1991.5.8.)

《현재진행형 6》(강경옥, 창만사, 1991.7.2.)

《현재진행형 7》(강경옥, 창만사, 1991.9.21.)

《활을 건다》(이민아, 신생, 2015.12.31.)

《미륵을 묻다》(김형로, 신생, 2019.9.27.)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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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돌아보면
어디나 쇳덩이가 넘친다.

고흥 아재들은 언제나처럼
버스나루에서 담배를 뻑뻑 태운다.

삶은 곧 말이고,
말은 곧 삶이다.

아무 말이나 그냥 쓰면서
옳거니 그르거니 다툴 일이 없다.

차근차근
어린이들한테 말꽃하고 말빛을 물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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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철들기 (2022.11.21.)

― 부천 〈용서점〉



  11월이 무르익을 즈음은 시골도 서울(도시)도 가을빛이 흐드러집니다. 네철은 ‘첫·한·늦’으로 다릅니다. 첫여름·한여름·늦여름이 다르고, 첫가을·한가을·늦가을이 달라요.


  우리말을 살피면, ‘다르다·닮다’는 한동아리입니다. 다르기에 닮고, 닮기에 다릅니다. 다르다고 할 적에는 닮은 데가 반드시 있고, 닮다고 할 적에도 다른 구석이 꼭 있습니다.


  네 가지 철은 서로 다르지만, 뭇숨결이 살아가는 길을 알려주는 길잡이 노릇으로는 매한가지입니다. 네 가지 철은 서로 닮되, 온누리가 흐르는 길이 얼마나 다른지 알려주는 눈금입니다. 철을 알기에 눈이 밝아요. 철이 들기에 눈이 빛나요. 철을 모르기에 눈이 어두워요. 철을 잊기에 그만 어리석게 굴어요.


  서울에서 부천으로 전철을 달리는 길에서는 철을 느끼거나 읽거나 알기 어렵습니다. 그저 이 전철길이 고단하다고 느낄 뿐입니다. 어쩌면 이 길을 늘 오가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은 어마어마하게 지치겠다고 느낍니다. 바람도 해도 눈비도 모르는 채 맴돌아야 하는 전철길입니다. 서울에 집이 있더라도 아침저녁으로 끔찍하게 짓눌리고 밟히고, 서울에 집이 없으면 새벽밤으로 더 모질고 사납게 일그러지고 망가집니다.


  가을잎이 길바닥을 가득 채웁니다. 밖에 나와 밖바람을 쐬며 숨을 돌립니다. 〈용서점〉으로 걸어갑니다. 늦가을이라는 철을 돌아보며 늦가을 수다꽃을 피웁니다. 아직 덜 철이 들었기에 마음을 일깨우려고 책을 더 읽고 장만하고 새기면서 이야기를 폅니다. 앞으로 철이 들고 싶기에 생각을 밝히고 책을 다시 읽고 사들이고 손수 쓰면서 이야기를 베풉니다.


  읽고 느끼고 헤아리는 마음을 펼치는 모든 숨결에는 오늘 하루를 짓는 생각이 차곡차곡 깃듭니다. 많이 읽거나 빨리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늘 읽으면 됩니다. 종이책도 읽고, 살림살이도 읽고, 풀꽃나무도 읽고, 날씨도 읽을 노릇입니다. 하루에 책을 읽는 겨를만큼 살림을 돌보고, 아이 곁에서 이야기를 함께하고, 이슬이며 별밤을 느긋이 누리면 되어요. 이름을 드날리는 책에 안 사로잡히면 됩니다. 우리 이름을 되새기면서 꽃이름하고 별이름을 짚으면 됩니다. 놀라운 책이나 대단한 책이 아니라, 우리 마음그릇이라는 책을 살피면 아름다워요.


  몸을 내려놓아도 넋은 언제나 함께 있습니다. 몸에 깃들어도 넋이 몸을 건사하고 움직입니다. 겉몸이 아닌 속마음을 읽고 익히고 잇기에 모든 숨빛이 사랑입니다.


《종이의 신 이야기》(오다이라 가즈에 글·고바야시 기유우 사진/오근영 옮김, 책읽는수요일, 2017.12.22.

#大平一枝 #紙さまの話 #紙とヒトをつなぐひそやかな物語

《해방의 미학》(富山妙子/이현강 옮김, 한울, 1985.9.10.첫/1995.4.30.재판2벌)

- 도미야마 다에코

《위대한 몰락》(엔도 슈사꾸/김갑수 옮김, 홍성사, 1983.7.15.)

《김지하論·神과 혁명의 통일》(푸미오 타부치/정지련 옮김, 다산글방, 1991.5.25.)

《채식주의자》(한강, 창비, 2007.10.30.)

《J 이야기》(신경숙, 마음산책, 2002.8.5.)

《한 문장》(김언, 문학과지성사, 2018.1.8.)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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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짊어지는 (2022.3.21.)

― 서울 〈하우스서울〉



  날마다 여러 낱말을 짓습니다. 하루라도 새말을 안 짓는 날이 없습니다. 말꽃지기(사전편찬자)가 새로 여미는 낱말이란 씨앗입니다. 말꽃지기부터 이 삶을 푸르게 돌보는 밑거름으로 삼으려는 마음이요, 이웃이며 동무 누구나 스스로 생각날개를 펴면서 사랑으로 피어나기를 그리는 꿈입니다.


  한자말 ‘외국’을 거의 모든 곳에서 ‘이웃’으로 바꾸면 무척 어울립니다. 어느 날 문득 느꼈어요. ‘이웃말(외국어)’, ‘이웃마실(외국여행)’, ‘이웃·이웃사람(외국인), ‘이웃일꾼(외국인노동자·이주노동자)’처럼 말예요.


  서울 송파에 있는 〈하우스서울〉을 찾아가면서 이름을 곱씹습니다. 지난날 글바치는 중국말로 이름을 지었고, 일본이 총칼로 쳐들어온 뒤로는 일본 한자말로 이름을 지었고, 사슬에서 풀려나고서는 영어로 이름을 짓는 물결입니다. 우리말로 이름을 짓는 눈빛이나 손빛이 조금씩 씨앗을 뿌리지만, 아직 갈 길이 한참 멉니다.


  우리는 왜 우리 넋을 우리 손길로 다스리면서 우리 말글로 여미는 살림하고 등질까요? 마음을 알고 읽어서 그린다면 생각이 자라나겠지요. 마음을 안 알고 안 읽으며 그릴 적에는 아무래도 생각이 안 자라게 마련입니다.


  모두 아름다이 빛나는 글꽃으로 깃들 적에 숨결도 살아나지 싶습니다.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는 말을 헤아리기에 어른스럽습니다. 시골하고 서울이 손을 맞잡는 길을 말씨앗으로 풀어낼 줄 알기에 어른답습니다.


  천천히 깊고 넓게 푸른빛을 이웃나라에 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아름다운 이웃나라 그림책은 하나같이 이웃나라 숲을 푸르게 담았다고 느껴요. 이제는 우리가 잊거나 잃기도 했으나 아직 고이 건사한 우리 들숲바다 이야기를 이웃나라한테 푸르게 들려줄 노릇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책도 마찬가지예요.


  어린이가 머리를 기르든 치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아이 스스로 하고픈 대로 하면 됩니다. 아이가 머리카락을 묶기를 바란다면 스스로 묶으라고 하면서 그저 지켜보면 됩니다. 이렇게 묶어 보고 저렇게 묶어 보다가 나중에 알아서 잘 묶어요. 둘레에서 아이 머리카락이 왜 저러느냐 하고 핀잔을 하든 뭐라 하든 말든, 늘 아이가 하고픈 대로 다른 소리를 물리치며 아이를 지키면 될 뿐이다. 아이 곁에 서는 어버이는 아이를 보면 됩니다. 다른 샛소리를 들을 까닭이 없어요.


  마음이 들려주는 소리를 담는 말이고, 마음소리인 말을 옮기는 글입니다. 굳이 손을 놀려 글을 적는 사이에 생각이 새록새록 자라서 꿈으로 뻗습니다. 말글 한 자락이란, 어제를 오늘로 이어 모레로 나아가는 징검다리예요.


ㅅㄴㄹ


《나는 왜 시골을 돌아다녔는가?》(김동영 글, 도시총각, 2020.10.28.)

《늘 봄일 순 없지만》(권냥이 글·그림, 권냥이, 2022.3.3.)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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