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하늘이란 하나인 마음 (2023.5.19.)

― 부산 〈비온후〉



  마을책집 〈카프카의 밤〉부터 〈비온후〉까지 걸어갑니다. 마을을 알려면 마을에 깃들어서 하루를 누리고, 해를 보내고, 철을 돌아보면 됩니다. 마을을 사랑하려면 보금자리에 나무를 심고서 새를 부르고 풀벌레랑 동무하면 됩니다. 마을을 가꾸려면 아이를 낳거나 품어서 아이한테 슬기로이 살림짓는 하루를 물려주면 돼요.


  빨리 읽거나 많이 읽을 책이 아닌, 그저 읽고 새기면서 익히고 나눌 적에 아름다운 책입니다. 빨리 걷거나 많이 다닐 길이 아닌, 그저 하늘을 보면서 걷고 나무를 헤아리며 노래하다가 풀빛으로 물들기에 즐거운 길입니다.


  하늘이 왜 ‘하늘’이란 이름인지 어릴 적부터 열일곱 살 무렵까지 어림조차 못 했습니다. 옛말을 처음 배우던 무렵 ‘한울’을 들었으나 이뿐이에요. ‘한’이나 ‘울’이 어떤 숨결을 품는지 짚거나 밝히거나 알려주는 어른을 못 봤습니다. 혼자 책집마실을 다니다가 해묵은 《뿌리깊은 나무》를 하나씩 장만해서 읽던 어느 날, 한창기 님이 남긴 글에 “우리나라 이름은 ‘한국’이 아닌 ‘한나라’여야 옳다”는 대목이 있더군요. 1980년에 이런 목소리를 낸 분이 있어 놀랐고, 우리는 막상 우리말부터 하나도 안 배우거나 엉터리로 흘려넘기는 줄 알아차렸습니다.


  배움불굿이 말썽이고 아이들을 잡아먹는다고 하지만, 막상 큰책집에서는 곁배움책이 ‘잘 팔립’니다. 마음을 가꾸거나 살림을 익히는 길하고는 동떨어진 우리나라 배움터입니다. 어린이나 푸름이 스스로 책집마실이나 책숲마실을 거의 못 하거나 안 합니다.


  사람은 살아남으려고 밥을 먹지 않아요. 삶을 짓고 살림을 펴면서 사랑을 나누려고 즐겁게 밥을 차려서 먹습니다. 솜씨나 재주를 키우려고 책을 읽는다면, 오히려 틀에 갇힙니다. 삶을 노래하고 살림을 가꾸고 사랑을 그리는 마음밭을 누리는 길에 이바지하는 책을 쓰고 읽을 적에 아름다워요.


  하나인 마음을 아우르는 하늘처럼, 하늘빛으로 물드는 말 한 마디를 씨앗으로 여미기에 눈길을 틔운다고 느낍니다. 작은책집이란 작은씨앗 같습니다. 아직 잘 안 팔리는 책도 작은씨앗을 닮습니다. 작은씨 한 톨이 깃들어 들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고 숲이 푸르게 우거집니다.


  빗방울 하나는 크기를 따질 수 없이 조그맣지요. 〈비온후〉에서 펴는 말빛수다 한 자리란, 두런두런 나누는 말 한 자락에 서로 주고받는 마음씨앗이라고 여겨요. ‘둘레’는 ‘두르다’와 ‘두루’가 바탕인 낱말이고, ‘두레’도 말밑이 같답니다. ‘둘’과 ‘두다’하고 나란한 결이고요. 둥글게 하나로 동무입니다.


ㅅㄴㄹ


《고양이 안전사고 예방 안내서》(네코넷코 편집부/전화영 옮김, 책공장더불어, 2023.5.13.)

《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김남일, 난다, 2018.9.19.)

《재즈, 끝나지 않는 물음》(남예지, 갈마바람, 2022.4.25.)

《부산 문화 지리지》(김은영과 여덟 사람, 비온후, 2023.3.3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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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어울림길 (2023.5.19.)

― 부산 〈카프카의 밤〉



  수영나루부터 마을길을 걷습니다. 곳곳에 “칼 쥐고 돌을 내리찍으며 왜놈을 때려잡는 사람” 모습을 세웠군요. 놀랐습니다. 무슨 마음일는지, 아이들이 뭘 배우라는 셈인지, 도무지 어른스럽지 않은 짓을 목돈 들여 구경거리로 박은 셈입니다.

  봄볕을 누리면서 골목집 꽃찔레를 바라보다가, 제비가 휙 옆머리를 스치며 날아가는 꽁무니를 좇습니다. 부산에도 제비가 돌아오는군요. 이 고장 제비는 어디에 둥지를 틀었을는지 궁금합니다.


  마을길이 끝나면 큰길이고, 쇳덩이가 끝없이 부릉거립니다. 어느덧 다시 마을길로 접어들면 어린이랑 푸름이가 깔깔대며 수다를 떠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부릉부릉 치달리는 손에는 책이나 붓을 쥘 틈이 없고, 호미나 낫을 잡을 겨를이 없습니다. 발바닥으로 땅바닥을 디디며 걸을 적에 비로소 책도 호미도 손으로 쥐면서 살림을 가꾼다고 느껴요.


  이제 〈카프카의 밤〉 앞에 이릅니다. 연산책숲 맞은켠에 깃든 마을책집에는 봄볕도 봄빛도 봄햇살도 물씬 스밉니다. 비오는 날에는 빗소리에 비빛을 품는 책집이자 마을길니다. 눈오는 날에는 눈빛에 눈바람을 담는 책집이고 골목입니다.


  여태까지 살며 아무도 안 믿습니다. 따로 믿음을 안 세웁니다. ‘믿다 = 밀다’인 말밑입니다. 믿음을 품으면 덮어놓고 밀거나 밀어붙이게 마련입니다. 믿음에 스스로 가두면, 우리 쪽이 아니면 ‘밉다’라는 씨앗을 뿌리고 말아요.


  이와 달리 ‘밑’을 볼 수 있다면, 밑바닥으로 스스로 깃들어 천천히 다스리고 다집니다. 밑바탕을 닦기에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려 보금자리를 짓습니다. 말밑을 다독이기에 말빛을 펼 수 있어요. 말밑이 아닌 ‘믿음길’로 치달으면 아무 말이나 퍼뜨리면서 밉말에 싸움말로 쳇바퀴입니다.


  작은책집이란, 크지 않은 책집입니다. 크지 않은 책집이란, 느긋이 머무는 책뜰입니다. 느긋이 머물 적에는 눈길을 틔워 온갖 책을 고루 품을 만합니다. 온갖 책을 고루 품을 적에는, 이쪽이냐 저쪽이냐가 아닌 우리가 저마다 다르게 밑동을 가꾸어 줄기를 올리며 가지를 뻗는 나무로 서는 길을 연다고 느껴요.


  누구를 밀거나 뽑아야 하지 않아요. 서로 마음을 바라보고 밑싹을 돌볼 적에 아름답습니다. 누가 어느 자리를 맡더라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온누리를 푸른숲으로 바라보면서 스스로 살림길을 짓는 사랑꽃을 피울 줄 알아야지 싶어요. 우리는 서로 숨빛을 보고, ‘어린씨(어린이)’하고 ‘푸른씨(푸름이)’를 사랑하고 어깨동무하는 참한 어른으로 오늘 이곳에 설 줄 알면 넉넉하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진실된 이야기》(소피 칼/심은진 옮김, 마음산책, 2007.1.25.)

《제주도는 가고 싶고 운전은 못 하고》(시와 글·그림, 시와, 2023.3.31.)

《말하기를 말하기》(김하나, 콜라주, 2020.6.30.)

《커피마시기》(홀프 디터 브링크만/이유선 옮김, 파란꽃, 2020.10.24.)

《독일문화의 이해》(이유선, 파란꽃, 2020.5.29.)

《뿌리주의자》(김수우, 창비, 2021.11.12.)

《동네 걷기 동네 계획》(박소현·최이명·서한림, 공간서가, 2015.12.28.첫/2020.8.25.3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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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2023.4.25.)

― 인천 〈나비날다〉



  긁히고 터지고 부러지더라도, 들뜨거나 서두르거나 두려워하지 않고서, 가만히 생채기를 바라보면, 어느새 아물면서 한결 반짝이는 살이 새로 돋아나요. 일하고 움직이며 살아갈 적에 배가 고플 수 있는데, 배고파서 또 먹어야 하는구나 싶어 두렵다고 여긴다든지, 숨을 쉬면 뱉어야 하니 귀찮거나 두렵다고 여긴다면, 삶이란 없겠지요. 다친 모든 곳은 아물 수 있어요. 아물려면 스스로 마음을 사랑으로 다스리면 넉넉하지요. 남을 쳐다보지 말고 나를 늘 사랑으로 바라보면, 다쳐도 아물 뿐 아니라 다칠 일부터 사라진다고 느낍니다.


  보이는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한결같이 햇살도 별빛도 스며듭니다. 보이는 자리에서도, 안 보이는 자리에서도, 언제나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요.


  어느새 어둡습니다. 저녁 19시부터 이은 ‘우리말 밑뜻 읽기’ 이야기는 21시를 훌쩍 넘어서 마칩니다. 긴긴 하루를 보내었으니 일찍 쉬어야지요. 며칠 뒤 4월 29일에는 《하루거리》를 그린 김휘훈 님이 꽃잔치를 하기에 다시 부천 언저리로 마실을 합니다. 이달 4월은 길에서 신나게 보내는구나 하고 돌아보면서 〈나비날다〉에서 숨을 돌립니다. 시골은 22시가 가까우면 서늘하지만, 인천은 22시가 가까워도 살짝 덥습니다. 푸나무가 얼마나 있느냐로 다릅니다.


  요사이 어린이를 보면, 배움터에서 배움책만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적잖은 어른들이 어린배움터를 찾아가서 여러모로 이야기꽃을 들려줍니다. 다만, 배움틀(제도권 교육)에서는 이런 자리가 있으나, 집에서 스스로 익히는 어린이한테 널리 이야기꽃을 들려주는 어른은 드뭅니다.


  더 들여다보면, 어린배움터는 여러 이야기를 들을 틈이 있되, 푸른배움터는 싹 닫아걸어요. 어린이가 푸름이를 지나 스무 살에 이르면, 이제 일자리를 찾아나서느라 바쁘고, 일자리를 찾으면 돈벌이뿐 아니라 집찾기로 빠듯하니, 스스로 살림길을 새로 배울 겨를이 없기 일쑤입니다.


  앞으로는 서른 살이며 쉰 살 어른들이 배울 이야기꽃이 늘어야지 싶어요. 일흔 살에도 우리말과 풀꽃나무와 골목빛을 새롭게 배우는 자리를 열어야지 싶어요. 눈으로 보는 길만 조금 배우면 얕습니다. 마음으로 보는 숲을 차근차근 넓고 깊게 바라보고 품는 살림길로 나아갈 적에 비로소 어른답다고 느껴요.


  어린이책은 어린이부터 어른이 함께 읽을 책입니다. 그림책은 아기부터 어버이 누구나 나란히 읽을 책입니다. 스무 살만 넘어도 어린이책을 등지는 분이 많은데, 오히려 스무 살부터 어린이책을 읽고, 서른 살부터 그림책을 읽어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지구를 항해하는 초록배에 탑니다》(김연식, 문학수첩, 2021.7.16.첫/2021.12.31.2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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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꽃 (2023.4.25.)

― 인천 〈아벨서점〉



  곰곰이 보면, 어느 고장이든 ‘마을꽃(지역자원)’이 없는 곳은 없습니다. 마을지기(지자체 공무원)가 ‘마을꽃’을 안 볼 뿐입니다. 그분들이 바라보는 마을꽃은 으레 돈일 뿐이더군요. ‘사람’을 보고, ‘마을’을 보고, ‘살림집이라는 보금자리’를 보고, ‘어린이’를 보면, 모든 길을 어질게 푸는 참빛을 스스로 찾아낼 만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가만히 보면, 어느 책이든 아름답게 살려쓸 수 있습니다. 나쁜책이나 좋은책으로 가를 수 없습니다. 얄궂거나 엉터리 같구나 싶은 책이 있지만, 이런 책조차 거울로 삼아서 배울 만합니다. 시늉이나 흉내로 가득한 책도 거울입니다. 꾸미거나 치레하는 책도 거울입니다. 많이 팔리기는 하되 알맹이가 없는 책도 거울이에요.


  거울로 삼는 책은 스스로 안 빛납니다. 스스로 빛나는 책은 수수하더군요. 수수꽃이 아름꽃이요, 수수글이 아름글이며, 수수낯이 아름낯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바라볼 ‘페미니즘’은 ‘수수꽃(수수한 꽃)’인 ‘어깨동무’일 때에 비로소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뛰어나거나 빼어나거나 훌륭해야 하는 길이 아닙니다. 빼앗긴 몫을 찾아내는 길이 아닙니다. 모든 순이돌이가 서로 수수하게 바라보면서 수수하게 사랑빛을 깨달아 수수하게 보금자리를 일구어, 수수하게 살림을 짓는 손길을 나누면서 어깨동무하기에 아름답고 즐거워요.


  인천 배다리 〈아벨서점〉에 깃듭니다. 저녁에 ‘화도진도서관·아벨서점 독서동아리, 우리말 어원읽기’라는 이야기꽃을 폅니다. 그때까지 틈이 있으니 오늘 새롭게 배울 책을 천천히 살핍니다. 그동안 읽은 책이 많더라도 오늘 읽을 책은 새삼스럽습니다. 여태 읽은 책이 대단하거나 놀랍더라도 오늘 새록새록 읽으려 하지 않는다면 고여서 썩습니다.


  사람도 살림도 사랑도 물이요 바람이에요. 흐르지 않는 물과 바람은 고여서 썩습니다. “하루라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친다”라는 말씀은, 누구나 사람으로서 냇물처럼 배움바다로 살 노릇이라는 뜻입니다. 많이 배우거나 크게 배울 일이 아닙니다. 날마다 꾸준히 배우면서 즐겁게 노래하기에 넉넉해요.


  누구나 ‘그냥’이면서 ‘모두’라고 느껴요. 그냥 엄마아빠이고, 그냥 책이고, 그냥 사람이고, 모두 엄마아빠에 책에 사람에, 반짝이는 봄비입니다. 그저 삶이요, 그대로 살림이고, 고스란히 사랑입니다. 굳이 보태거나 더하거나 붙여야 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다르면서 환한 넋이요 숨결이에요.


ㅅㄴㄹ


《韓國現代詩文學大系 24 金洙暎》(김수영, 지식산업사, 1981.6.10.첫/1982.1.25.재판)

- 선인고등학교 도서실

《광화문, 촛불집회 기념시집》(전창옥·임백령, 전북대학교 출판문화원, 2017.3.30.)

《20世紀는 바빠서 그렇다》(서정길, 열화당, 1985.1.20.)

《눈물이 방긋》(조하연 글·최라윤 그림, 청색종이, 2019.10.26.)

《신포동, 그 낯익음에 대한 낯설음》(이종복, 다인아트, 2009.1.25.첫/2009.11.30.2벌)

《꽃이, 이제 地上과 하늘을》(김준태, 창작과비평사, 1994.10.20.)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고정희, 창작과비평사, 1992.6.9.첫/2008.6.30.15벌)

《하버드의 솔제니친》(로날드 버만 엮음/박대진 옮김, 홍성사, 1983.3.31.)

- 안종이에 적은 글자락을 붙여서 가리다

《豫算制度》(진봉현, 신한문화사, 1965.8.15.)

《講座 三國時代史》(이만열, 지식산업사, 1976.11.30.첫/1985.3.20.재판)

《軍備競爭》(ノエル=ベ-カ-/前芝確三·山手治之 옮김, 岩波書店, 1963.1.25.)

#TheArmsRace #PilipNoelBaker 1958

《교양국사 총서 2 한국의 고분》(김원룡, 세종대왕기념사업회, 1974.12.15.)

《교양국사 총서 8 토기와 청동기》(한병삼, 세종대왕기념사업회, 1974.12.30.)

《세종대왕과 훈민정음》(박종국, 세종대왕기념사업회, 1984.12.31.첫/1996.4.30.4판)

《하늘님, 나라를 처음 세우시고》(최래옥, 고려원, 1989.12.5.첫/1991.6.10.재판)

- 91 진중문고

《민족문화문고 목민심서 4》(정약용/김동주 옮김, 민족문화문고간행회, 1986.10.30.)

《동학 성립과 이야기》(조동일, 홍성사, 1981.7.5.)

《1862년 농민항쟁》(망원한국사연구실 19세기 농민항쟁분과, 동녘, 1988.6.2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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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바닥 (2023.4.25.)

― 인천 〈모갈1호〉



  우리 집 큰아이는 돌을 맞이하기 앞서 찰칵이를 손에 쥐었습니다. 한 손에는 붓을 쥐고, 다른 손에는 찰칵이를 쥐었어요. 어머니가 쥐는 뜨개바늘은 이따금 쥘 뿐, 아버지가 쥐는 찰칵이하고 붓을 으레 낚아챘습니다. 이러다가 열 살 즈음부터 찰칵이는 시큰둥하더니 거의 붓하고 부엌칼을 쥡니다. 작은아이는 찰칵이는 시큰둥한 채 뛰어놀며 자라다가 낫이랑 도끼랑 호미랑 삽을 으레 쥐더니, 어느 날부터 누나 곁에서 붓을 쥐고, 또 찰칵이를 자주 쥡니다. 작은아이도 가끔 부엌칼을 쥡니다.


  우리 보금자리는 나무를 천천히 늘립니다. 나무는 서둘러 자라지 않으니 얼른 심어서 빨리 키워야 하지 않습니다. 열매를 주렁주렁 달아도 반갑고, 열매가 없이 지나가도 고맙습니다. 나무는 늘 우리 곁에 있기에 흐뭇합니다.


  한봄볕을 누리면서 인천 배다리 〈모갈1호〉로 걸어갑니다. 해는 언제나 고루 비춥니다. 어느 곳만 더 비추지 않아요. 어느 곳을 덜 비추지 않습니다. 바람도 어느 곳에나 찾아갑니다. 바람이 안 찾아가는 데는 없어요.


  우리는 한겨레라고 일컫습니다. 하늘겨레이자 해겨레이고, 하나인 겨레라는 뜻인데, 너랑 나를 가르려는 하나가 아닌, 너도 나도 나란하다는 뜻인 하나입니다. 이 ‘한’을 넣는 한봄이고 한가을입니다. 예부터 ‘한길’은 사람을 비롯해 뭇숨결이 두루 드나드는 자리예요. 부릉부릉 내달리기 좋은 데가 한길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갈수록 한길(큰길)에서 사람이 밀려나고, 나무도 들꽃도 풀벌레도 나비도 쫓겨납니다. 인천 벼슬아치는 이 배다리를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되리라 생각합니다.


  차곡차곡 걸어온 길은, 새롭게 걸어가는 길하고 만나는, 반짝이는 하루로 누립니다. 차근차근 걸어가는 길은, 새삼스레 마주하는 이웃하고 빙그레 웃으면서, 함께 노래하는 하루로 피어납니다.


  느긋이 거닐 수 있는 곳에서 책을 읽습니다. 느슨히 쉴 수 있는 곳에서 살림을 짓습니다. 넉넉히 나눌 수 있는 곳에서 마을이 태어나고 자리잡습니다. 나라도, 고을도, 숲도, 배움터도, 책집도 돈으로 쌓거나 세우지 않아요. 언제나 마음으로 빚고 노느는 어울림마당입니다.


  인천으로 바깥일을 보러 가는 아버지를 배웅하는 우리 집 아이들은 “모든 사람이 파란별을 그리면 아름다울 텐데요.” 하고 얘기합니다. 파란하늘빛을 품은 파란별을 그린다면, 이 별이 살아나겠지요. 파란별이란 하늘빛을 품은 별입니다. 낮하늘도 밤하늘도 담는 별입니다. 파랗기에 바람이고, 새파란 바다입니다. 바탕이란, 하늘빛으로 다다르려는 밑바닥이요, 발바닥이고, 손바닥입니다.


ㅅㄴㄹ


《물질과 생명》(앨런 와츠/김형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1.7.20.)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로얼드 호프만/이덕환 옮김, 까치, 1996.12.1.첫/2005.12.10.4벌)

《중국혁명의 해부》(동경대학 출판부/윤석인 옮김, 이삭, 1984.5.10.)

《학교는 죽었다》(에버레트 라이머/김석원 옮김, 한마당, 1979.5.5.)

《이별없는 世代》(볼프강 보르헤르트/김주연 옮김, 민음사, 1975.4.30.첫/1990.4.15.고침2벌) 

《문학과 이데올로기》(임헌영, 실천문학사, 1988.12.25.)

《농업경제학개론》(梅川勉 외/신대섭 옮김, 청사, 1983.7.10.)

《한권의책 그리고 말도 하지 않았다》(하인리히 뵐/고위공 옮김, 학원사, 1994.3.10.)

《기독교의 본질》(루트비히 포이어바흐/박순경 옮김, 종로서적, 1982.4.20.첫/1982.6.30.2벌)

《신화와 원형》(신동욱 외, 고려원, 1992.1.20.)

《흔들리는 시대의 언어들》(김열규, 홍성사,1985.10.25.첫/1986.1.30.2벌)

《美國의 對外政策과 第三世界》(R.J.바네트/홍성후 옮김, 형성사, 1981.9.30.)

《한국의 토종기행》(홍석하, 사계절, 1994.7.15.)

《타는 목마름으로》(김지하, 창작과비평사, 1982.6.5.)

 - 결혼 2주년을 축하드립니다. 더욱 건강하시기를…… 85.4.16. 호영

《개정판 犬神 10》(호카조노 마사야/원성민 옮김, 대원씨아이, 2020.2.28.)

《ONE PIECE 92》(오다 에이이치로/길명 옮김, 대원씨아이, 2019.5.31.)

《란마 1/2 애장판 5》(타카하시 루미코/이소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0.1.30.)

《문맹》(아고타 크리스토프/백수린 옮김, 한겨레출판, 2018.5.9.)

《博英文庫 214 朝鮮佛敎通史 上》(이능화/윤재영 옮김, 박영사, 1980.6.30.)

《博英文庫 215 朝鮮佛敎通史 中》(이능화/윤재영 옮김, 박영사, 1980.6.30.)

《博英文庫 216 朝鮮佛敎通史 下》(이능화/윤재영 옮김, 박영사, 1980.6.30.)

《思想文庫 13 프랭클린 自敍傳》(B.프랭클린/신태환 옮김, 사상계사, 1962.8.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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