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12.23.


이틀에 걸친 이야기꽃마실을 마친다. 히유. 입보다 손이 바쁜 이틀이었다고 느낀다. 멋진 이웃님을 마주하면서 이야기꽃을 펼 적에는 입으로 나누는 말도 있으나, 이 말 사이사이 살뜰히 피어나는 새로운 생각을 곧바로 수첩에 적느라 두 손이 매우 바빴다. 순천에서 하루를 묵고서 느긋하게 아침해를 보면서 고흥으로 돌아온다. 시외버스에서, 또 군내버스에서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를 읽는다. 이 책은 순천 〈책방 심다〉에서 장만했다. 지난달인가 지지난달에 〈책방 심다〉를 찾아갔을 적에 장만할까 하다가 다른 책을 장만했고, 어제는 이 책을 한참 지켜본 끝에 장만했다. 밥을 지으면서, 밥을 담은 그릇을 바라보면서, 밥을 지으면서 쓰는 양념이나 푸성귀나 소금을 살피면서, 스스로 새롭게 일구는 마음이 이쁘게 흐른다. 번역은? 살짝 아쉽지. 그런데 살짝 아쉬운 번역을 헤아리면서 ‘이런 번역이 바로 일본 말씨로구나’ 하고 배우기도 한다. 빼어난 맛이나 요리를 다루는 책은 아니지만, 빼어나지 않고 스스로 수수하게 즐기는 맛이나 요리를 차분히 들려주니 오히려 빛나는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라고 느낀다. 나도 앞으로 이런 맛책 하나 써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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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12.22.


서울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성대골 마을책방인 〈대륙서점〉에서 저녁에 이야기꽃을 지폈다. 이러고 나서 책방지기 두 분하고 책마을 이웃님 두 분하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잇는다. 서울마실을 하면서 ‘빛살무늬’라는 이름을 걸고 글을 쓰는 글벗님을 만났고, 이분이 쓴 《책 사랑꾼 이색 서점에서 무얼 보았나?》를 만난다. 재미난 책이네 하고 생각하는데, 책이름에 붙은 ‘사랑꾼’이라는 낱말이 반갑다. 그렇구나. 사랑꾼이로구나. 우리는 책을 사랑하고 책방을 사랑하며 책방이 깃든 마을을 사랑하는구나. 책을 짓는 사람을 사랑하고, 책을 짓는 사람이 가꾸는 보금자리를 사랑하며, 책을 짓는 사람이 삶을 사랑하는 넋을 함께 사랑하는구나. 14시 40분 시외버스를 타고 순천으로 가는 길에 《그림책 톡톡 내 마음에 톡톡》을 마저 읽는다. 오늘 두 가지 책을, 책을 말하는 두 가지 책을 나란히 읽다가 생각해 본다. 내 나름대로 ‘올해책’을 곧 뽑아서 이야기를 엮어 보려 하는데, ‘숲노래가 읽은, 책을 말하는 책 갈래, 올해책 두 가지’로 《책 사랑꾼 이색 서점에서 무얼 보았나?》하고 《그림책 톡톡 내 마음에 톡톡》을 뽑으려 한다. 마을책방을 사랑하는 숨결을 돌아보고, 그림책을 사이에 놓고서 아이들하고 꿈을 노래하는 웃음을 헤아려 본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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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마실길에 읽는 책 2017.12.21.


처음 《내가 사랑한 백제》라는 책을 받아서 펴기까지 백제라는 옛나라하고 얽혀 박물관을 꾸리는 분이 적는 가벼운 뒷이야기 같은 수필책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서울마실을 하면서 시외버스에서도 읽고, 전철로 움직이는 길에도 읽다가 사뭇 놀란다. 순천 낙안마을에서 나고 자라면서 어릴 적에 본 ‘갑작스러운 민속마을 지정 이야기’, 이를 둘러싸고서 학교 교사가 이죽거리던 이야기, 마을에 갑자기 생긴 과일나무 이야기, 배움길을 스스로 열고 싶어 애쓴 이야기, 오빠가 대학에 가도록 고등학교 배움길을 스스로 접은 누이 이야기, 대학교에서 백제 발자취를 살피려고 품을 들인 이야기 들이 고루 어우러지면서 맛깔스럽구나 싶다. 뜻하지 않게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내가 사랑한 백제》라는 책을 쓴 분을 새롭게 바라본다. 국립미륵사지유물전시관에서 전시관지기로 일하신다는데 언젠가 그곳으로 사뿐사뿐 마실하면서 그 전시관에 깃든 바람내음을 맡아 보고 싶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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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의 비밀 알맹이 그림책 37
공문정 글, 노인경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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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는 놀이를 다루네. 아이가 밥 한 접시를 앞에 놓고서 얼마나 신나게 꿈나라를 누비는가를 그리네. 그런데 밥은 어머니만 짓는구나. 아버지가 짓는 밥도 나오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짓는 밥도 나오며, 아이가 손수 짓는 밥도 나오면 한결 재미나리라 생각해 본다. 아무튼 빛결이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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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12.21.


밤 한 시에 일어나서 새벽 다섯 시에 살짝 삼십 분만 눈을 붙였다. 마실길에 나서려고 이모저모 챙기고 움직이느라 밤샘을 한 셈일 텐데, 아침 일찍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에 가서 서울 가는 시외버스에 오르니 소나기잠이 쏟아진다. 와, 잠이 소나기처럼 쏟아진다는 말을 오늘 비로소 느끼네 하고 생각하면서 한 시간쯤 느긋이 쉽니다. 한 시간 뒤에 일어나서 책을 폅니다. 과학잡지 《에피》 둘째 권입니다. 이런 잡지가 있는 줄 둘째 권이 나오고서 알았습니다. 과학을 말하려는 잡지라 하는데, ‘동물실험’을 두고서 살짝 줄타기를 하는 모습이네 하고 느낍니다. 섣불리 함부로 동물인권을 밟지 않겠다는 뜻은 보이되, ‘실험 모델’이 되는 동물을 놓고서는 그야말로 차갑게 기계로만 바라보는 이야기가 곳곳에 흐르거든요. 노래하는 새가 어떻게 언제부터 노래하는가를 살피려고 뇌에 실험기구를 박은 사진을 보고 흠칫 놀랐는데, 저만 놀랄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꼭 이렇게 해야만 노래하는 새를 제대로 깊이 파고들 만할까요? 숲에 깃들어 새를 이웃으로 지켜보면서 깊이 파고드는 길은 없을까요? 꼭 실험실에 가두어서 24시간 사진기로 찍으면서 살펴야만 학문이나 과학이나 연구가 될까요? 이론이나 학문은 저하고는 도무지 안 맞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끼면서, 그래도 마지막 쪽까지 다 읽고서 책을 덮습니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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