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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움직이는 춤 같은 말

[오락가락 국어사전 16] ‘불꽃’은 ‘화염·스파크’가 아니다



  나라마다 쓰는 말이 다릅니다. 저마다 삶이 달라 말이 다르니, 이 다른 결에 맞추어 저마다 즐겁게 말을 지어서 씁니다. 한국말사전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걸맞는 결로 즐겁게 쓸 말을 담으면 됩니다. ‘불꽃’을 굳이 ‘화염’이나 ‘스파크’로 나타내야 하지 않습니다. 한국말사전이 외국말을 알려주거나 줄줄이 비슷한말로 덧다는 얼거리를 씻어내고, 한국말을 슬기롭게 가꾸도록 이끄는 몫을 해야겠습니다.



나 : 1. 말하는 이가 대등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나 아랫사람을 상대하여 자기를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 2. 남이 아닌 자기 자신 3. [철학] = 자아(自我)

스스로 : 1. 자기 자신 2. 자신의 힘으로 3. 남이 시키지 아니하였는데도 자기의 결심에 따라서

자기(自己) : 1. 그 사람 자신 2. [철학] = 자아(自我) 3. 앞에서 이미 말하였거나 나온 바 있는 사람을 도로 가리키는 삼인칭 대명사

자신(自身) : 1. 그 사람의 몸 또는 바로 그 사람을 이르는 말 ≒ 기신(己身) 2. 다름이 아니고 앞에서 가리킨 바로 그 사람임을 강조하여 이르는 말

자아(自我) : 1. [심리]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이나 관념 2. [철학] 대상의 세계와 구별된 인식·행위의 주체이며, 체험 내용이 변화해도 동일성을 지속하여, 작용·반응·체험·사고·의욕의 작용을 하는 의식의 통일체



  ‘나’나 ‘스스로’를 풀이하며 “자기 자신”이나 ‘자기’나 ‘자아’를 쓰는 사전인데, ‘자기’는 ‘자신’으로 풀이하고, ‘자아’는 “자기 자신”으로 풀이하지요. 그나마 ‘자신’은 “바로 그 사람”으로 풀이해서 돌림·겹말풀이에서 벗어납니다. ‘나·스스로’는 ‘자기·자신·자아’ 같은 한자말이 없이 풀이말을 손질할 노릇이고, ‘참나’ 같은 낱말을 새롭게 지어 ‘자아’를 손볼 만합니다. ‘자기·자신’은 “→ 나. 바로 나. 바로 그 사람”으로만 다루어도 됩니다.



완전탈바꿈(完全-) : [동물] : = 완전 변태

완전변태(完全變態) : [동물] 곤충류의 변태 형식의 하나. 곤충이 자라는 동안 알, 애벌레, 번데기의 세 단계를 거쳐 성충으로 되는 현상으로 나비, 벌, 모기, 파리 따위에서 볼 수 있다 ≒ 갖춘탈바꿈·완전 탈바꿈

갖춘탈바꿈 : [동물] = 완전 변태



  ‘갖춘탈바꿈’처럼 애써 학문말을 지었다면 이 낱말을 널리 쓰도록 북돋울 노릇입니다. ‘완전탈바꿈·완전변태’는 사전에서 덜거나 “→ 갖춘탈바꿈”으로 다룹니다. 또는 ‘온탈바꿈’을 새로 지어서 함께 쓸 수 있습니다.



오래가다 : 상태나 현상이 길게 계속되거나 유지되다

지속(持續) : 어떤 상태가 오래 계속됨. 또는 어떤 상태를 오래 계속함



  ‘오래가다’라는 낱말이 있으니 “오래 계속됨”을 뜻한다는 ‘지속’은 사전에서 덜어도 됩니다. ‘지속’을 사전에 실으려면 “→ 오래가다”로만 다룹니다.



벌목(伐木) : 멧갓이나 숲의 나무를 벰. ‘나무 베기’로 순화 ≒ 간목(刊木)·착목(?木)

나무베기 : [북한어] ‘벌목(伐木)’의 북한어



  나무를 베기에 ‘나무베기’인데, 사전은 ‘나무베기’를 북녘말로 다룹니다. 얄궂습니다. ‘간목·착목’은 사전에서 덜어냅니다. ‘벌목’은 “→ 나무베기”로만 다룰 노릇이고, ‘나무베기’ 뜻풀이는 바로잡아야겠습니다.



장(章) : 1. 글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나누는 구분의 하나 ≒ 가름 2. 글의 내용을 구분한 것을 세는 단위 3. 예산·결산에서의 구분의 하나. 장 아래에 관, 항, 목 따위가 있다 4. [문학] 중국에서, 천자(天子)에게 바치던 한문 문체의 하나

가름 : = 장(章)



  글에서 가르는 자리를 ‘가름’이라 한다면, 이 낱말을 잘 쓰도록 이끌 노릇입니다. ‘장(章)’은 “→ 가름“으로 다루고, ‘가름’을 찬찬히 풀이해 주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중국에서 옛날에 썼다는 보기를 한국말사전에서 실어야 할 까닭이란 없습니다.



쪽 : 1. 책이나 장부 따위의 한 면 ≒ 페이지 2. 책이나 장부 따위의 면을 세는 단위

면(面) : 1. 사물의 겉으로 드러난 쪽의 평평한 바닥 2. 입체의 평면이나 표면 3. 무엇을 향하고 있는 쪽 4. 어떤 측면이나 방면 5. ‘체면(體面)’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6. 책이나 신문 따위의 지면을 세는 단위

페이지(page) : 1. = 쪽 2. = 쪽. ‘쪽’, ‘면’으로 순화



  한국말은 ‘쪽’입니다. ‘면’은 “→ 쪽”으로 다루면 되고, ‘페이지’는 사전에서 덜을 노릇입니다.



화염(火焰) : 타는 불에서 일어나는 붉은빛의 기운. ‘불꽃’으로 순화

불꽃 : 1. 타는 불에서 일어나는 붉은빛을 띤 기운 ≒ 화화(火花) 2. 금속이나 돌 따위의 딱딱한 물체가 부딪칠 때 생기는 불빛 3. [물리] = 스파크(spark)



  ‘화염’ 같은 한자말은 풀이말을 붙일 까닭이 없이 덜어도 되고 “→ 불꽃”으로만 다루어도 됩니다. 그런데 ‘불꽃’이라는 낱말에 ‘화화·스파크’ 같은 비슷한말을 군더더기로 붙이는군요. 이런 군더더기는 사전에서 털어냅니다.



무도(舞蹈) : 1. 춤을 춤 2. = 무용(舞踊) 3. [예술] = 족도(足蹈)

무용(舞踊) : 음악에 맞추어 율동적인 동작으로 감정과 의지를 표현함. 또는 그런 예술 ≒ 무도(舞蹈)

춤 : 장단에 맞추거나 흥에 겨워 팔다리와 몸을 율동적으로 움직여 뛰노는 동작



  몸을 움직이 느낌이나 마음을 나타낼 적에 ‘춤’이라 합니다. ‘무도·무용’은 “→ 춤”으로 다루면 됩니다. 그런데 ‘춤’을 “움직여 뛰노는 동작”으로 풀이하는군요. 한자말 ‘동작’은 ‘움직임’을 가리키니 이 뜻풀이는 겹말입니다. 바로잡아야겠습니다.



무도(無道) : 말이나 행동이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 어긋나서 막됨

막되다 : 1. 말이나 행실이 버릇없고 난폭하다 2. 거칠고 좋지 못하다 ≒ 잡란하다



  ‘무도(無道)’ 같은 한자말은 사전에서 덜어낼 만합니다. 굳이 실어야 한다면 “→ 막되다”로만 다룰 노릇입니다. 그리고 ‘막되다’에 붙인 비슷한말 ‘잡란하다’는 털어냅니다.



난폭하다(亂暴-) : 행동이 몹시 거칠고 사납다

거칠다 : 5. 행동이나 성격이 사납고 공격적인 면이 있다

사납다 : 1. 성질이나 행동이 모질고 억세다



  “거칠고 사납다”를 뜻하는 ‘난폭하다’라지만, ‘거칠다’를 ‘사납다’로 풀이하니 겹말풀이인 셈입니다. ‘난폭하다’는 “→ 거칠다. 사납다”로 다루고, ‘거칠다·사납다’가 돌림풀이가 되지 않도록 가다듬어야지 싶습니다. 2018.3.21.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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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에 맞는 말을 찾기

[오락가락 국어사전 15] ‘메스’는 의학말인가



  무엇이 전문말일까요? 전문말은 한자말이나 외국말이어야 할까요? 오랜 한국말을 쉬운 전문말로 삼기는 어려울까요? 누구나 아는 여느 말을 전문말로 삼을 적에 사회나 나라가 한껏 자랄 만하지 않을까요? 입맛에 맞는 말을 쓰기 마련입니다만, 입맛에 길드는 말이 아닌, 넉넉하면서 사랑스러운 맛을 가꾸는 말을 가다듬으면 좋겠습니다.



점장(店長) : 상점의 업무를 주장(主掌)하는 책임자

매니저(manager) : 1.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의 일정을 관리하고, 그와 관련된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 2. 회사나 호텔 따위의 경영자나 책임자. ‘감독’, ‘관리인’, ‘지배인’으로 순화

상점(商店) : 일정한 시설을 갖추고 물건을 파는 곳 ≒ 상전(商廛)·상포(商鋪)·전사(廛肆)

가게 : 1. 작은 규모로 물건을 파는 집 ≒ 가겟방·사전(肆廛)·전시(廛市)·전한(廛?) 2. 길거리에 임시로 물건을 벌여 놓고 파는 곳

장삿집 : 장사를 하는 집



  ‘점장’이라는 자리를 요새는 영어 ‘매니저’로 말하는 분이 늘어납니다. 그런데 ‘점장’ 말풀이를 살피면 “주장(主掌)하는”처럼 뜻을 어림하기 어렵게 적어요. ‘가게’라는 낱말이 있어도 굳이 ‘상점’을 쓰고, ‘상점·가게’에 딸린 비슷한 한자말을 잔뜩 늘어놓습니다. 이런 비슷한 한자말을 우리가 쓸까요? 곰곰이 따지면 가게를 다스리는 일꾼은 ‘가게지기’라 할 만합니다. 사전은 새로운 사회에 걸맞을 새로운 낱말이나 말틀을 가다듬어서 알리는 구실을 맡아야지 싶습니다.



야생(野生) : 산이나 들에서 저절로 나서 자람. 또는 그런 생물

들 : 1. 편평하고 넓게 트인 땅 2. 논이나 밭으로 되어 있는 넓은 땅

들- : (동식물을 나타내는 일부 명사 앞에 붙어) ‘야생으로 자라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들에서 나기에 ‘들’을 말하면 됩니다. ‘야생’이란 한자로 덮지 않아도 됩니다. ‘야생’은 “→ 들”로 다루고, ‘들-’ 뜻풀이를 고쳐야겠습니다. 그리고 ‘들’ 풀이에서 ‘편평하다(扁平-)’라는 한자말을 쓰는데, 이 낱말은 “넓고 평평하다”를 뜻해요. 겹말풀이입니다. ‘들’은 “1. 판판하고 넓게 트인 땅”이나 “1. 고르고 넓게 트인 땅”으로 고칠 노릇입니다.



편평하다(扁平-) : 넓고 평평하다

평평하다(平平-) : 1. 바닥이 고르고 판판하다 ≒ 준평하다 2. 예사롭고 평범하다

판판하다 : 1. 물건의 표면이 높낮이가 없이 평평하고 너르다



  ‘편평하다’는 ‘평평하다’로 풀이하고, ‘판판하다’는 ‘평평하다’로 풀이하는 돌림풀이입니다. ‘편평·평평’은 “→ 판판하다. 너르다”로 다루면 됩니다. ‘판판하다’하고 ‘너르다’는 비스사면서 다른 낱말이니 뜻풀이에 함부로 넣지 말고 쓰임새를 잘 가누어 주어야겠습니다.



성향(性向) : 성질에 따른 경향

성질(性質) : 1. 사람이 지닌 마음의 본바탕 2. 사물이나 현상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 ≒ 성분(性分)

경향(傾向) : 1. 현상이나 사상, 행동 따위가 어떤 방향으로 기울어짐 2. [심리] 일정한 자극에 대하여 일정한 반응을 보이는 유기체의 소질(素質). 또는 어떤 방향을 향한 긴장 상태

성분(性分) : = 성질(性質)

마음결 : 마음의 바탕

마음바탕 : x

바탕결 : x



  ‘성향’을 “성질에 따른 경향”이라 하는데, 사전을 살펴도 뜻을 짚기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다만 ‘성질·성분’은 ‘마음바탕’을 가리키고, ‘성향 = 마음바탕이 나아가는 결’을 가리키니, ‘성향 = 마음결/마음바탕결/바탕결’로 풀어낼 만합니다. 앞으로 우리 사전은 ‘마음바탕’이나 ‘바탕결’ 같은 낱말도 더욱 깊이 살펴서 새로 쓸 수 있는 풀이나 쓰임을 밝혀야지 싶습니다.



구미(口味) : = 입맛

입맛 : 1. 음식을 먹을 때 입에서 느끼는 맛에 대한 감각 ≒ 구미·식미(食味) 2. 어떤 일이나 물건에 흥미를 느껴 하거나 가지고 싶어 하는 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맛결 : x

맛느낌 : x



  ‘입맛’ 한 마디이면 됩니다. ‘구미·식미’는 사전에서 털 만합니다. 맛을 놓고는 ‘맛결·맛느낌’ 같은 낱말을 새로 써 보아도 어울립니다.



주인(主人) : 1. 대상이나 물건 따위를 소유한 사람. ‘임자’로 순화 2. 집안이나 단체 따위를 책임감을 가지고 이끌어 가는 사람 3. ‘남편’을 간접적으로 이르는 말 4. 손님을 맞아 상대하는 사람 5. 고용 관계에서 고용하는 사람

임자 : 1. 물건을 소유한 사람 2. 물건이나 동물 따위를 잘 다루거나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 3. 부부가 되는 짝



  두 곁님 가운데 사내 쪽은 ‘주인’이 아닙니다. 이는 일본사전 풀이를 잘못 베낀 모습입니다. 일제강점기에 퍼진 일본 말씨가 한국말사전에 고스란히 남은 셈이지요. ‘주인’은 “→ 임자. 지기. 집지기”로 다루어서, 때와 곳에 맞게 고쳐쓸 수 있는 길을 밝히면 됩니다.



고사하다(姑捨-) : 어떤 일이나 그에 대한 능력, 경험, 지불 따위를 배제하다. 앞에 오는 말의 내용이 불가능하여 뒤에 오는 말의 내용 역시 기대에 못 미침을 나타낸다

-커녕 : 1. 어떤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 그보다 덜하거나 못한 것까지 부정하는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2. ‘말할 것도 없거니와 도리어’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고사하다’는 “→ -커녕”으로 다루면 됩니다. 쉽고 또렷하면서 부드럽고 알맞게 쓸 한국말을 제대로 알려주기를 바랍니다.



이자(利子) : 남에게 돈을 빌려 쓴 대가로 치르는 일정한 비율의 돈. ‘길미’, ‘변리’로 순화 ≒ 이문(利文)·이식(利息)·이전(利錢)·이조(利條)

변리(邊利) : 남에게 돈을 빌려 쓴 대가로 치르는 일정한 비율의 돈 ≒ 변(邊)·이(利)·이금(利金)

길미 : 1. = 이익(利益) 2. 채무자가 화폐 이용의 대상으로서 채권자에게 지급하는 금전



  오랜 한국말인 ‘길미’는 차츰 자취를 감춥니다. 경제나 장사에서 쓰는 말이 거의 모두 일본 한자말에 잡아먹힌 탓입니다. 나라에서 경제말을 새롭게 가다듬어서 쓰도록 이끌어 본다면, 또 아이들한테 우리 한국말을 찬찬히 알려주고 가르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메스(<네>mes) : 1. [의학] = 수술칼 2. 잘못된 일이나 병폐를 없애기 위한 조처. ‘손질’, ‘수정’, ‘칼’로 순화

수술칼(手術-) : [의학] 외과 수술 시 사용하는 칼 ≒ 메스



  ‘칼’로 고쳐쓸 ‘메스’라지만, 병원에서는 이 외국말을 그냥 씁니다. 전문말로 여기지요. ‘칼·수술칼’ 같은 낱말을 알맞게 쓰면 됩니다. 또는 ‘살칼’이나 ‘뼈칼’ 같은 말을 지어 볼 수 있습니다. 살점을 자르거나 뼈를 깎을 적에 쓰는 칼에는 ‘살’이나 ‘뼈’라는 말을 붙여 주면 됩니다.



분만(分娩) : = 해산(解産)

해산(解産) : 아이를 낳음 ≒ 면신(免身)·분만(分娩)·분산(分産)·출산·해만·해복

아기낳기 : x

아이낳기 : x



  아이를 낳는 일을 두고 온갖 한자말이 있다고 합니다만, 이 모두 털어내고 ‘아이낳기’나 ‘아기낳기’를 알맞게 쓰면 좋겠습니다. 아이를 낳으니 ‘아이낳기’입니다. 줄여서 ‘애낳기·애낳이’를 쓸 수 있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사전읽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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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헤아리면 슬기롭습니다

[오락가락 국어사전 14] 마무리로 먹는 밥



  한자말이나 영어를 쓰기에 잘못일 수 없습니다. 헤아리지 않고 말하기에 잘못이 되기 마련입니다. 찬찬히 헤아릴 노릇이고, 한 번 더 헤아릴 노릇입니다. 여러 번 헤아렸어도 실마리를 못 푼다면 자꾸자꾸 헤아리거나 오랫동안 헤아려야지요. 고작 몇 번 헤아리고서 실타래를 못 풀었다고 아무 말이나 쓴다면 생각이며 삶이며 사전이 모두 엉망이 됩니다. 느긋하게 더 헤아리면서 말결을 살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뭇잎 : 나무의 잎 ≒ 목엽(木葉)·수엽(樹葉)

목엽(木葉) : = 나뭇잎

수엽(樹葉) : = 나뭇잎



  나무가 맺는 잎은 ‘나뭇잎’입니다. 이를 ‘목엽’이나 ‘수엽’으로 적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비슷한말이라고 달아 놓을 까닭이 없이 털어내고, ‘목엽·수엽’은 사전에서 털어야지 싶습니다.



더 : 1. 계속하여. 또는 그 위에 보태어 2. 어떤 기준보다 정도가 심하게. 또는 그 이상으로

심하다(甚-) : 정도가 지나치다

과하다(過-) : 정도가 지나치다

지나치다 : [그림씨] 일정한 한도를 넘어 정도가 심하다



  ‘더’를 ‘심하개’로 풀이하고, ‘심하다·과하다’를 ‘지나치다’로 풀이하다가, ‘지나치다’를 ‘심하다’로 풀이하는 사전입니다. 매우 엉성합니다. ‘심하다·과하다’는 “→ 더. 지나치다”로 다루고, ‘더·지나치다’ 뜻풀이를 손질할 노릇입니다.



선택(選擇) : 여럿 가운데서 필요한 것을 골라 뽑음

고르다 : 여럿 중에서 가려내거나 뽑다

뽑다 : 5. 여럿 가운데에서 골라내다



  한자말 ‘선택’을 “골라 뽑음”으로 풀이하는데 이는 겹말풀이입니다. ‘고르다’하고 ‘뽑다’는 비슷하면서 다른 낱말입니다. 그런데 ‘고르다’는 “가려내거나 뽑다”로 풀이하고 ‘뽑다’는 ‘골라내다(고르다)’로 풀이하니 더 엉성한 뜻풀이입니다. ‘선택’은 “→ 고르다. 뽑다”로 다루고, ‘고르다·뽑다’ 뜻풀이를 손질할 노릇입니다.



잃다 : 1. 가졌던 물건이 자신도 모르게 없어져 그것을 갖지 아니하게 되다 2. 땅이나 자리가 없어져 그것을 갖지 못하게 되거나 거기에서 살지 못하게 되다 3. 가까운 사람이 죽어서 그와 이별하다 4. 어떤 사람과의 관계가 끊어지거나 헤어지게 되다 5. 기회나 때가 사라지다 6. 몸의 일부분이 잘려 나가거나 본래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다 7. 의식이나 감정 따위가 사라지다 8. 어떤 대상이 본디 지녔던 모습이나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게 되다 9. 길을 못 찾거나 방향을 분간 못 하게 되다 10. 같이 있거나 같이 길을 가던 사람을 놓쳐 헤어지게 되다 11. 의미나 의의가 없어지다 12. 경기나 도박에서 져서 돈을 빼앗기거나 손해를 보다 13. 다른 사람에게 신용이나 점수를 깎이다

유실(遺失) : 1. 가지고 있던 돈이나 물건 따위를 부주의로 잃어버림 2. [법률] 동산(動産)을 소유한 사람이 그 동산의 점유(占有)를 잃어버리는 일

분실(紛失) :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물건 따위를 잃어버림

손실(損失) : 잃어버리거나 축가서 손해를 봄. 또는 그 손해 ≒ 휴손



  ‘유실·분실·손실’은 쓰임새가 다릅니다. 그러면 ‘잃다’하고 ‘유실·분실·손실’은 얼마나 다를까요? ‘유실물센터’나 ‘분실물’처럼 흔히 쓰는데 ‘잃은것’이나 ‘잃은것찾기’처럼 ‘잃다’를 바탕으로 쉽고 알맞게 이름을 지어 보도록 생각할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곰곰이 따지면 ‘잃다’는 큰말이고, ‘유실·분실·손실’은 작은말로 여길 수도 있습니다만, ‘잃다’ 뜻을 조금 더 잘게 나누어 “잃다 : 1. 스스로 모르는 사이에 어디에 두거나 떨어뜨리거나 흘리거나 해서 나한테 없다. 어떤 것이 나한테서 없어지다”하고 “잃다 : 2. 어떤 것이 나한테서 없어지면서 괴롭거나 밑지거나 나쁘거나 힘들다”로 갈라서, ‘유실·분실’은 “→ 잃다 1”로 다루고, ‘손실’은 “→ 잃다 2”로 다룰 만합니다.



최-(最) : ‘가장, 제일’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가장 : 여럿 가운데 어느 것보다 정도가 높거나 세게

제일(第一) : 1. 여럿 가운데서 첫째가는 것 2. 여럿 가운데 가장



  ‘최(最)’를 붙여서 ‘가장’이나 ‘제일’을 뜻한다고 하는데, ‘제일’은 ‘가장’을 뜻한다지요. ‘최’는 “→ 가장”으로 다룰 노릇이요, ‘제일’은 “→ 첫째가다. 가장”으로 다룰 노릇입니다.



승리(勝利) : 겨루어서 이김

이기다 : 1. 기나 시합, 싸움 따위에서 재주나 힘을 겨루어 우위를 차지하다

우위(優位) : 1. 남보다 나은 위치나 수준



  ‘이기다’를 뜻하는 ‘승리’입니다. ‘승리’는 “→ 이기다”로 다루면 됩니다. 그런데 ‘이기다’를 “우위를 차지하다”로 풀이하기에 ‘우위’를 다시 찾아보아야 합니다. ‘이기다’ 뜻풀이를 “겨루어 높거나 나은 자리를 차지하다”로 손질해야지 싶습니다.



금주(禁酒) : 1.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함 2. 술을 마시던 사람이 술을 먹지 않고 끊음

술끊다 : x

술끊기 : x



  술을 끊는다고 할 적에 으레 ‘금주’라 하는데, ‘술끊기’처럼 쓰면 됩니다. 아직 사전에 ‘술끊기·술끊다’가 오르지 않습니다만, ‘-끊기’를 뒷가지로 삼도록 올림말로 다루면 되지요. 이렇게 하면 ‘술끊기’를 올림말로 굳이 안 다루어도 ‘-끊기’가 있기에 ‘술끊기·담배끊기·학벌끊기’처럼 여러 자리에서 알맞게 쓸 수 있습니다. ‘술끊다’를 올림말로 삼아 보아도 되고요.



사지(寺址) : = 절터

절터 : 절을 세울 터. 또는 절이 있었던 터 ≒ 사기(寺基)·사지(寺址)



  ‘절터’를 뜻한다는 ‘사지’인데 학문에서는 ‘미륵사지’처럼 쓸 뿐 ‘미륵절터’로 고쳐쓰지 못합니다. 사전을 살피면 ‘사기(寺基)’라는 비슷한말까지 올림말로 다루지만 ‘사기’는 털어내도 됩니다. 그리고 ‘사기·사지’를 비슷한말로 덧달지 않아도 됩니다.



루트(route) : 1. 물품이나 정보 따위가 전하여지는 경로. ‘통로’로 순화 2. 연계를 맺거나 연락하는 방법

경로(經路) : 1. 지나는 길 2. 일이 진행되는 방법이나 순서

통로(通路) : 1. 통하여 다니는 길 ≒ 통도(通道)·통행로 2. 의사소통이나 거래 따위가 이루어지는 길 3. [물리] 전기나 자기 따위의 일정한 작용이 미치어 통하는 길

길 : 1. 사람이나 동물 또는 자동차 따위가 지나갈 수 있게 땅 위에 낸 일정한 너비의 공간 ≒ 도도(道途)



  ‘경로’를 뜻한다 하고 ‘통로’로 고쳐쓰라는 영어 ‘루트’인데, ‘경로·통로·루트’는 모두 ‘길’을 가리킬 뿐입니다. 이밖에 ‘통도·통행로’도 ‘길’이요, ‘길’이란 낱말에 붙인 비슷한마 ‘도도’도 ‘길’일 뿐이지요. ‘경로·통로·루트·통행로’는 모두 “→ 길”로 다루면 됩니다. ‘통도·도도’는 사전에서 털어냅니다.



디저트(dessert) : 양식에서 식사 끝에 나오는 과자나 과일 따위의 음식. ‘후식(後食)’으로 순화

후식(後食) : 1. 나중에 먹음 2. 식사 뒤에 먹는, 과일이나 아이스크림 따위의 간단한 음식

입가심 : 1. 입 안을 개운하게 가시어 냄 ≒입씻이 2. 더 중요한 일에 앞서 가볍고 산뜻하게 할 수 있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뒷밥 : x



  영어로는 ‘디저트’이고 한자말로는 ‘후식’인데, 한국말로는 ‘입가심·입씻이’입니다. 사전 뜻풀이를 제대로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디저트·후식’은 “→ 입가심. 입씻이”로 다루면 됩니다. 그리고 ‘뒷밥’ 같은 새말을 지어 볼 만합니다. 맨 나중에 먹는다고 해서 ‘뒷밥’이니 ‘끝밥·막밥’이나 ‘마무리밥’이라 해도 어울리겠지요.



실무적(實務的) : 1. 실무와 관계되는 2. 실무에 능숙한

실무(實務) : 실제의 업무나 사무

업무(業務) : 직장 같은 곳에서 맡아서 하는 일

사무(事務) : 자신이 맡은 직책에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일



  ‘실무적’이라고 할 적에는 무엇을 나타낼까요? ‘실무’란 무엇일까요? ‘업무·사무’는 모두 ‘일’을 가리킵니다. ‘일’ 하나를 놓고서 여러 한자말을 자꾸 끌어들이다가 어느새 뒤죽박죽이 되는 셈입니다. ‘업무·사무’는 “→ 일”로 다루면 되고, ‘실무’는 “→ 일. 참일. 참으로 하는 일”로 다룰 만하지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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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히 돌아볼 수 있다면
[오락가락 국어사전 13] 나머지가 되는 말


  한국말사전이 사전다우려면 쓸데없이 실은 낱말을 차근차근 털어낼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군말을 털고, 낡은 말을 털 노릇입니다. 군더더기가 너무 많다 보니 정작 사전을 읽으면서 말을 익히기 어려워요. 돌림풀이는 꼼꼼히 살펴서 가다듬고, 군더더기는 빈틈없이 헤아려서 도려내기를 바랍니다.


꼼꼼하다 : 빈틈이 없이 차분하고 조심스럽다
빈틈없다 : 1. 비어 있는 사이가 없다 2. 허술하거나 부족한 점이 없다
주도면밀(周到綿密) : 주의가 두루 미쳐 자세하고 빈틈이 없음


  ‘꼼꼼하다’를 ‘빈틈없다’로 풀이하면 돌림풀이입니다. 뜻풀이를 가다듬어야겠습니다. 그런데 ‘주도면밀’도 ‘빈틈없다’로 풀이하는군요. ‘주도면밀’은 “→ 빈틈없다. 꼼꼼하다”로 다룰 만합니다.


몸소 : 1. 직접 제 몸으로 ≒ 친히 2.‘편지를 받는 사람이 직접 뜯어보라’는 뜻으로 편지 겉봉에 쓰는 말
친히(親-) : = 몸소


  몸으로 하기에 ‘몸소’입니다. 사전에서는 “≒ 친히”처럼 비슷한말을 달지만 이는 털어낼 노릇이고, ‘친히’는 올림말에서 빼거나 “→ 몸소”라고만 다루어야지 싶습니다.


이점(利點) : 이로운 점
이롭다(利-) : 1. 이익이 있다
이익(利益) : 1.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탬이 되는 것 ≒ 길미
길미 : 1. = 이익(利益) 2. 채무자가 화폐 이용의 대상으로서 채권자에게 지급하는 금전


  ‘이점’은 ‘이롭다’로, ‘이롭다’는 ‘이익’으로 가면서 ‘보탬·길미’ 같은 낱말을 만납니다. 한국말 ‘길미’를 “= 이익(利益)”으로 풀이하니 옳지 않습니다. 거꾸로 다뤄야겠지요. ‘이점·이롭다·이익’은 모두 “→ 보탬. 도움. 길미”로 다루면 됩니다.


물보라 : 물결이 바위 따위에 부딪쳐 사방으로 흩어지는 잔물방울 ≒ 수말(水沫)
수말(水沫) : 1. = 물거품 2. = 물보라
비말(飛沫) : 1. 날아 흩어지거나 튀어 오르는 물방울 2. [북한어] 복잡하게 끓어 번지는 감정의 갈피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수말·비말’ 같은 한자말을 쓸 일이나 사람이 있을까요? 모두 털어낼 노릇입니다. ‘물보라’나 ‘물거품’ 두 마디이면 넉넉합니다.


분무기(噴霧器) : 1. 물이나 약품 따위를 안개처럼 뿜어내는 도구. ‘뿜개’로 순화 ≒ 뿜이개 2. [의학] 물이나 약물을 안개 모양으로 바꾸어 기도(氣道) 안에 습기를 가하거나 약물을 투여하는 데 쓰는 기구
뿜개 : x
뿜이개 : = 분무기


  물을 뿝는 연장을 ‘뿜개’로 고쳐쓰라는 사전이지만, 정작 ‘뿜개’라는 낱말을 사전에 안 싣습니다. ‘분무기’는 “→ 뿜개. 뿜이개”로 다루고, 올림말을 추스를 노릇입니다.


선장(船匠) : 배를 만드는 목수 ≒ 조선장이
조선장이(造船-) : = 선장(船匠)
조선(造船) : 배를 설계하여 만듦
배무이 : [북한어] ‘배뭇기’의 북한어
배뭇기 : 배를 뭇는 일


  배를 ‘만드는’ 일이 아닌 ‘짓는’ 일은 따로 ‘뭇다’라는 낱말로 가리킵니다. ‘배무이’를 북녘말로 삼을 까닭 없이 남·북녘 모두 쓰는 말로 다루어야겠고, ‘선장(船匠)·조선장이(造船-)’는 ‘배무이장이·배뭇기장이’로 고쳐쓰도록 이끌어야지 싶어요. ‘배무이장이·배뭇기장이’는 새로 올림말로 삼을 만합니다.


임자 : 1. 물건을 소유한 사람 2. 물건이나 동물 따위를 잘 다루거나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 3. 부부가 되는 짝
주인(主人) : 1. 대상이나 물건 따위를 소유한 사람. ‘임자’로 순화 2. 집안이나 단체 따위를 책임감을 가지고 이끌어 가는 사람 3. ‘남편’을 간접적으로 이르는 말 4. 손님을 맞아 상대하는 사람 5. 고용 관계에서 고용하는 사람


  ‘임자’로 고쳐쓸 ‘주인’이라지만, 정작 ‘집주인’이나 “가게 주인”처럼 흔히 씁니다. ‘주인 3’ 뜻풀이는 일본사전을 고스란히 베낀 자국입니다. ‘지아비’는 ‘주인’이 될 수 없습니다. 고쳐쓸 낱말인 ‘주인’인 만큼 ‘임자’를 비롯해서 ‘지기·지킴이·돌봄이’로 그때그때 알맞게 다듬을 수 있도록 이끌어야지 싶습니다.


나무껍질 : 나무의 껍질 ≒ 목피
목피(木皮) : = 나무껍질
수피(樹皮) : [식물] 나무의 껍질. 줄기의 코르크 형성층 바깥쪽에 있는 조직이다


  나무에 가지가 있어 ‘나뭇가지’요, 나무에 껍질이 있어 ‘나무껍질’입니다. 이를 굳이 ‘목피·수피’라는 한자말로 덧씌워야 하지 않습니다. ‘목피·수피’는 사전에서 아예 덜어낼 만합니다. ‘나무껍질’ 한 마디만 식물학에서 쓰면 됩니다.


꺾꽂이 : [농업] 식물의 가지, 줄기, 잎 따위를 자르거나 꺾어 흙 속에 꽂아 뿌리 내리게 하는 일 ≒ 삽목(揷木)·삽수(揷樹)·삽식(揷植)·삽지(揷枝)
삽목(揷木) : [농업] = 꺾꽂이. ‘꺾꽂이’로 순화


  사전은 ‘꺾꽂이’라는 올림말에 온갖 한자말을 비슷한말로 달아 놓지만, 모두 털어내야지 싶습니다. ‘삽목’을 “= 꺾꽂이”로 풀이할 까닭도 없이 몽땅 털어내면 됩니다.


나머지 : 1. 어떤 한도에 차고 남은 부분 ≒ 서여(緖餘)·여분(餘分)·여영(餘?)·영여(?餘)·잔(殘) 2. 어떤 일을 하다가 마치지 못한 부분 3. 어떤 일의 결과 4. [수학] 나누어 똑 떨어지지 아니하고 남는 수
잉여(剩餘) : 1. 쓰고 난 후 남은 것. ‘나머지’로 순화 ≒ 여잉(餘剩) 2. [수학] ‘나머지’의 전 용어


  남은 곳이나 것이기에 ‘나머지’입니다. 이를 한자말 ‘잉여’로 써야 하지 않습니다. 사전에 잔뜩 달린 비슷한말이라는 한자말은 모두 털어내 줍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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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이 어울리도록 매만지기

[오락가락 국어사전 12] ‘특이·독특·특별’은 ‘다르다’



  낱말마다 어떻게 다른가를 살피지 못할 적에는 뜻풀이가 겹치거나 뒤죽박죽이 됩니다. 쉽게 쓰면 될 말을 젖혀 놓고서 자꾸 한자말로 덧씌우려 할 적에는 엉키거나 엉터리가 되곤 합니다. 낱말이 어울리는 결을 살필 수 있어야 하고, 어떻게 아 다르고 어 다른가를 헤아릴 줄 알아야 합니다. 엉성하게 매만지면 사전이 사전답지 않습니다. 슬기롭게 꾸밀 노릇이요, 말결을 제대로 이끌 일이지 싶습니다.



치장(治粧) : 잘 매만져 곱게 꾸밈

꾸미다 : 1. 모양이 나게 매만져 차리거나 손질하다

매만지다 : 1. 잘 가다듬어 손질하다 2. 부드럽게 어루만지다



  ‘치장’은 ‘매만져’ ‘꾸밈’을 가리킨다고 하지만, ‘매만지다·꾸미다’를 나란히 적는 풀이말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더구나 사전은 ‘꾸미다’를 “매만져 차리거나 손질하다”로 풀이하고, ‘매만지다’를 ‘잘 가다듬어 손질하다’로 풀이하니, 영 뒤죽박죽인 겹말·돌림풀이입니다. ‘치장’은 “→ 매만지다. 꾸미다”로 다룬 뒤, ‘꾸미다·매만지다’ 뜻풀이를 바로잡아야겠습니다.



육신(肉身) : 1. = 육체(肉體)

육체(肉體) : 구체적인 물체로서 사람의 몸 ≒ 육(肉)·육신(肉身)

육(肉) : 1. 짐승의 살. ‘고기’, ‘살코기’로 순화 2. = 육체(肉體)

몸 : 1.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을 이루는 전체. 또는 그것의 활동 기능이나 상태



  사전에 ‘육신·육체·육’ 같은 한자말이 있으나 ‘몸’이나 ‘살’로 고쳐쓸 노릇이지 싶습니다. “→ 몸. 몸뚱이. 살. 살덩이”로 다루면 됩니다.



어울리다 : 4. 여럿이 서로 잘 조화되어 자연스럽게 보이다

조화되다(調和-) : 서로 잘 어울리다



  ‘어울리다’는 “잘 조화되다”로 풀이하고, ‘조화되다’는 “잘 어울리다”로 풀이하는 사전입니다. 무척 뜬금없습니다. ‘어울리다’ 말뜻은 “여럿이 서로 짝을 잘 짓거나, 마음·흐르밍 하나처럼 보이다”로 고치고, ‘조화되다·조화롭다·조화’는 모두 “→ 어울리다”로 다룰 노릇입니다.



미리 : 어떤 일이 생기기 전에. 또는 어떤 일을 하기에 앞서

선점(先占) : 1. 남보다 앞서서 차지함 2. [법률] = 선점 취득

앞서다 : 1. 앞에 서다 2. 동작 따위가 먼저 이루어지다

먼저 : [어찌씨] 시간적으로나 순서상으로 앞서서



  ‘미리’라는 낱말을 제대로 살필 줄 안다면 ‘선점’ 같은 한자말은 “미리 차지”로 고쳐쓸 만합니다. 때로는 “먼저 차지”로 고쳐쓸 수 있어요. 그런데 사전을 살피면 ‘미리’는 ‘앞서’로, ‘앞서다’는 ‘먼저’로, 또 ‘먼저’는 ‘앞서서’로 풀이하면서 엉킵니다. 쉬운 말을 제대로 가누어야지 싶습니다.



실천(實踐) : 1. 생각한 바를 실제로 행함

행하다(行-) : 어떤 일을 실제로 해 나가다

실제로(實際-) : 거짓이나 상상이 아니고 현실적으로

현실적(現實的) : 1. 현재 실제로 존재하거나 실현될 수 있는. 또는 그런 것 2. 실제로 얻을 수 있는 이익 따위를 우선시하는. 또는 그런 태도



  한자말 ‘실천’은 “실제로 행함”을 뜻한다는데, ‘행하다’는 “실제로 해 나가다”를 뜻한다니 어리둥절합니다. ‘실제로’는 ‘현실적으로’로 풀이하면서 ‘현실적’은 ‘실제로’ 있거나 이루는 것이라고 풀이하니 더 어리둥절해요. 곰곰이 따지면 ‘실천(실천하다)·행하다’는 “→ 하다. 몸소 하다”로 다루어야지 싶습니다. ‘실제로’는 “→ 참으로. 참말로”로 다루어야지 싶어요. ‘현실적’은 “→ 참으로. 그대로. 삶으로. 돈으로”쯤으로 다룰 만합니다.



한정(限定) : 1. 수량이나 범위 따위를 제한하여 정함 2. [논리] 어떤 개념이나 범위를 명확히 하거나 범위를 확실히 함

제한하다(制限-) : 일정한 한도를 정하거나 그 한도를 넘지 못하게 막다 ≒ 한제하다

한도(限度) : 일정한 정도. 또는 한정된 정도



  한자말 ‘한정’은 ‘제한하여’ 정하는 일이라는데, ‘제한하다’는 바로 ‘한정하는’ 일이라지요. 한자말을 쓰더라도 뜻풀이를 올바로 붙여서 쓸 노릇입니다. “한정 상품” 같은 대목은 “몇 없는 상품”일 테고, “한정 인원”은 “몇 사람까지”일 테지요. ‘한정되다·한정하다’는 ‘뿐이다’나 ‘만이다’로 손보면 어울리니, 이러한 결을 사전에 담을 노릇이고, ‘제한하다’는 ‘막다’나 ‘끊다’ 같은 낱말로 손볼 수 있다는 결을 사전에 담으면 좋겠습니다.



분량(分量) : 수효, 무게 따위의 많고 적음이나 부피의 크고 작은 정도

부피 : 1. 넓이와 높이를 가진 물건이 공간에서 차지하는 크기 ≒ 체적 2. [수학] 입체가 차지하는 공간의 크기 ≒ 입방적·체적

체적(體積) : 1. = 부피 2. [수학] = 부피. ‘부피’로 순화



  ‘분량’은 “→ 부피”로 다룰 노릇입니다. ‘부피’를 풀이하며 덧붙인 ‘체적’도 “→ 부피”로 다루면 됩니다.



특이하다(特異-) : 1. 보통 것이나 보통 상태에 비하여 두드러지게 다르다. ‘훨씬 다르다’로 순화 2. 보통보다 훨씬 뛰어나다. ‘독특하다’로 순화

다르다 : 보통의 것보다 두드러진 데가 있다

독특하다(獨特-) : 1. 특별하게 다르다 2. 다른 것과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특별하다(特別-) : 보통과 구별되게 다르다 ≒ 타별하다

뛰어나다 : 남보다 월등히 훌륭하거나 앞서 있다



  한자말 ‘특이하다’는 “두드러지게 다르다”를 뜻한다지만, ‘다르다’라는 낱말이 “두드러진 데가 있다”를 뜻하니, 뜻풀이가 서로 엉성하게 겹칩니다. 다른 한자말 ‘독특하다·특별하다’도 이와 매한가지입니다. ‘특이·독특·특별’은 모두 “→ 다르다”라고만 다룰 노릇입니다. 참말로 ‘다른’ 뜻이 없는 한자말입니다.



의상(衣裳) : 1. 겉에 입는 옷 2. 배우나 무용하는 사람들이 연기할 때 입는 옷 3. 여자들이 입는 겉옷. 저고리와 치마를 이른다

옷 : 몸을 싸서 가리거나 보호하기 위하여 피륙 따위로 만들어 입는 물건 ≒ 의복(衣服)·의전(衣纏)



  ‘옷’이라는 낱말을 놓고 ‘의상·의복·의전’ 같은 한자말로 덧씌워야 할는지 생각할 노릇입니다. 모두 “→ 옷”으로만 다루면 됩니다. 이러면서 ‘옷’ 풀이를 새로 가다듬고, 쓰임새를 넓혀 주어야지 싶습니다.



리더십(leadership) : 무리를 다스리거나 이끌어 가는 지도자로서의 능력. ‘지도력’으로 순화

지도력(指導力) : 어떤 목적이나 방향으로 남을 가르쳐 이끌 수 있는 능력

이끌다 : 1. 목적하는 곳으로 바로 가도록 같이 가면서 따라오게 하다 ≒ 끌다 2. = 끌다 3. 사람, 단체, 사물, 현상 따위를 인도하여 어떤 방향으로 나가게 하다



  영어 ‘리더십’이 사전에 나오는데 ‘지도력’으로 고쳐쓰라 하면서 ‘이끌어’ 가는 힘이라고 풀이해요. ‘지도력’도 ‘이끄는’ 힘이지요. 그러니까 ‘리더십·지도력’은 모두 “→ 이끌다. 이끎힘”처럼 다룰 만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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