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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52.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도록 하면 누구나 한다. 할 수 없도록 하면 누구도 못 한다. 할 수 있도록 하려면 가만히 마음을 열고 지켜보면 된다. 할 수 없도록 하려면 꽁꽁 마음을 닫고서는 고개를 홱 돌리면 된다. 아이한테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도 이와 같다. 이 땅에서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려면 이 땅을 어떻게 가꾸어야 즐거우면서 아름다울까? 서로 이웃으로 여기지 못한다면 이 땅을 어떻게 망가뜨리겠는가? 너와 내가 함께 마시는 샘물이라고 느끼면 논밭뿐 아니라 아무 데에나 농약을 안 쓴다. 너와 내가 함께 마시는 바람이라고 느끼면 플라스틱을 아무 데에서나 태우지 않는다. 핵발전소 같은 위해시설을 큰도시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데에 지으면 큰도시는 깨끗하거나 걱정없을까? 위해시설은 어디에 들어서든 똑같이 무시무시하다. 아름다운 시설을 갖추려 하면, 이 아름다운 시설은 큰도시에 깃들든 두멧자락에 깃들은 언제나 아름답다. 4348.8.10.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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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51. 무엇이든 놀잇감



  어버이가 손에 사진기를 쥐면, 아이도 사진기를 손에 쥐면서 논다. 사진기도 어엿하게 놀잇감이다. 어버이가 손에 부엌칼을 들면, 아이도 작은 칼을 얻어서 뭔가를 썰고 싶다. 부엌칼도 어엿하게 놀잇감이다. 세발자전거나 연필이나 크레파스도 놀잇감이고, 돌멩이나 흙이나 나뭇가지도 놀잇감이다. 무엇이든 아이가 스스로 만지고 냄새를 맡고 들여다보면서 가만히 생각을 빚는다. 어떻게 놀 때에 즐거운가 하는 대목을 헤아리고, 어떤 놀이를 지을 만한지 살핀다. 어른들은 무엇이든 일감으로 삼고, 아이들은 무엇이든 놀잇감으로 삼는다. 저마다 살림살이를 가꾸면서 하루를 빛낸다. 4348.8.8.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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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50. 하고 싶은 일



  오늘 아침 우리 집 여덟 살 큰아이가 “아버지, 만화가가 뭐야?” 하고 묻는다.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 만화가야.” “그러면, 나는 만화가가 될래. 만화 그릴래.” 무척 어릴 적부터 만화책을 보았고, 아직 못 알아듣는 말이 많아도 씩씩하게 만화책을 들여다보는 여덟 살 큰아이는 그림종이를 반으로 접어서 여러 장을 모은 뒤 ‘이야기 만화’를 그리기도 한다. 우리가 이루고 싶은 꿈을 그림으로 그리자고는 말해도, 큰아이더러 만화를 그리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아이는 저한테 몹시 재미나면서 마음을 사로잡는 일이 바로 ‘그림’이요 ‘글놀이(편지쓰기)’이니, 그림하고 글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만화가 몹시 재미날 만하리라 본다. 만화도 그리고 밭도 일구고 집도 짓고 자전거도 타고 나들이도 다니고, 온갖 일을 신나게 누리면 삶이 참으로 아름답겠지 하고 생각해 본다. 4348.8.2.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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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49. 돈으로 살 수 없는



  강의나 강연을 다니면서 아이들을 이끄는 어버이는 드물리라 느낀다. 대학교이든 초·중·고등학교이든, 학생을 가르치는 어른 가운데 이녁 아이를 옆에 두고서 학생하고 마주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모두 보육시설이나 다른 학교에 아이를 맡길 테지. 나는 웬만하면 아이들을 모두 이끌고 ‘강연마실’을 다닌다. 아이들은 오랫동안 달리는 시외버스에서도 잘 놀고, 어디에서라도 씩씩하게 논다. 닷새에 걸쳐 강연마실을 다닌 뒤 고흥으로 돌아와서 읍내에 내렸고, 큰아이가 긴머리를 깎고 싶다 해서 머리방에 들렀더니, 머리방지기 아저씨가 “돈으로 살 수 없는 큰 경험”을 아이들한테 준다면서 웃으셨다. 이 말을 곰곰이 되새긴다. 나는 참말 돈으로 살 수 없는 삶을 아이들한테 선물할까? 아무렴, 그렇지. 내가 아이들한테 돈을 주는 일은 없다. 나는 오직 이 아이들하고 시골에서 함께 웃고 놀면서 살림을 가꾸는 하루를 누린다. 4348.7.30.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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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48. 이웃과 동무는 어디에 있나



  두 아이를 이끌고 다른 고장으로 나들이를 다니면, 수많은 이웃과 동무를 만난다. 이웃은 우리가 사는 마을에만 있지 않다. 동무는 학교 울타리에만 있지 않다. 한마을에서 살기에 누구나 이웃이 되지 않는다. 학교를 다녀야 동무를 사귀지 않는다. 서로 마음으로 아끼는 사이일 때에 이웃이고, 서로 반가이 맞이하며 활짝 웃음꽃을 피울 만할 적에 동무이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이웃이 있는 자리’하고 ‘동무가 있는 곳’을 바깥마실을 하며 새롭게 마주한다. 마을이웃과 지구이웃을 생각한다. 또래동무와 마음동무를 헤아린다. 아름다운 이웃이랑 동무는 나이를 뛰어넘고 고장이나 나라를 가로지른다. 4348.7.27.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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