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다닥 씻기고 밥 끓이고 빨래를



  두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 마실을 다녀온다. 두 아이는 놀이터에서 온몸이 흙땀투성이가 되었다. 하하하. 너희들 참 재미나고 개구지게 놀 줄 아는구나? 너희 어머니하고 아버지가 궁금하네. 너희 어머니하고 아버지도 어릴 적에 이렇게 놀았을 테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작은아이는 자전거수레에서 잠든다. 집에 닿자마자 보일러를 돌린다. 큰아이는 스스로 옷을 챙기도록 하고, 작은아이는 안고서 갈아입힐 옷을 들고 씻는방으로 간다. 잠든 아이를 살살 안고 물이 따뜻해진 뒤 옷을 벗기고 씻긴다. 따스한 물을 받은 작은아이는 보드랍게 잠에서 깬다. 땀이랑 흙으로 범벅이 된 몸인 줄 스스로 잘 알고서 ‘잠보다 씻기’로 마음을 돌린 듯하다.


  작은아이를 씻기니 큰아이가 옷을 벗고 들어온다. 작은아이는 큰 대야에 앉으면서 물놀이를 하겠단다. 작은아이는 머리를 감기고 몸을 박박 문질러서 때를 벗긴 뒤 대야에 앉아서 놀도록 한다. 큰아이 머리를 감기고 몸을 씻긴다. 히유.


  물기를 훔치고 옷을 갈아입도록 한다. 이러면서 저녁밥을 끓인다. 후다닥 몸을 빠르게 놀린다. 냄비가 끓을 때까지 빨래를 한다. 두 아이가 배고프다고 노래를 부른다. 그래, 배고픈 줄 잘 알아. 그렇게 뛰놀았으니 배가 고플밖에 없지. 저녁을 다 지어서 밥상을 차린다. 이러고 나서 빨래를 마저 해서 마당에 넌다.


  자전거를 처마 밑으로 옮긴다. 큰아이 오줌그릇을 비운다. 이럭저럭 다 되었나? 히유 하고 다시 숨을 돌리고는 부엌으로 들어가서 밥상맡에 앉는다. 아아, 고맙게 잘 먹겠습니다. 4348.6.28.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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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닷컴>에 '손빨래 즐기는 아버지' 이야기를 써서 보낸다.

이 글을 쓰다가, 밑글로 써 두둔 말조각을 모아 본다.

이 말조각은 '책에 실릴 글'에 들어가지 못한 아이들이다.


..


손빨래 이야기 말조각



ㄱ. 아기를 낳아서 돌볼 적에 천기저귀를 대면 아기가 좋아합니다. 천기저귀는 천 느낌이 살갗에 닿을 적에 시원하면서 싱그럽습니다. 아기가 아닌 어른이면서 어떻게 이 느낌을 아느냐 하면, 천기저귀를 빨아서 마당에 널어 햇볕에 보송보송 마르면, 이 느낌이 더할 나위 없이 보드랍습니다.


ㄴ. 나는 두 아이 어버이요 아버지로서 언제나 빨래를 도맡습니다. 두 아이를 낳아서 돌보는 동안 천기저귀를 날마다 신나게 빨았고, 하루에 기저귀를 몇 장쯤 빠는가를 찬찬히 세곤 했습니다.


ㄷ. 가시내인 큰아이한테 든 기저귀 빨래는, 갓 태어나서 세이레가 될 무렵까지 하루에 마흔다섯 장 안팎 들었습니다. 백 날 즈음 지나니 하루에 마흔 장 남짓 들었습니다. 여섯 달이 지나면서 마흔 장 밑으로 떨어졌고, 첫돌이 될 언저리에 서른 장 남짓 들었어요. 낮똥을 가릴 두 돌 즈음에는 하루 열두 장이면 넉넉했습니다. 이때에는 밤에만 기저귀를 대었어요.


ㄹ. 머스마인 작은아이한테 든 기저귀 빨래는, 갓 태어나서 세이레가 될 무렵까지 하루에 서른두 장 남짓 들었습니다. 세이레를 지나니 스무 장 남짓 들었고, 이 숫자는 그대로 흘렀습니다. 머스마는 오줌을 모아서 누니 기저귀 빨래가 줄었는데, 오줌을 모아서 누는 만큼 천기저귀 한 장으로는 넘쳐서 이불이나 깔개나 배냇저고리를 적시는 일이 흔해서, 기저귀 빨래는 줄었어도 이불 빨래가 늘었어요.


ㅁ. 나는 언제 어디에서나 빨래를 합니다. 집에서도 빨래를 하고, 집 바깥에서도 빨래를 합니다. 바깥일을 보려고 도시로 갈 적에도 빨래비누와 옷걸이를 가방에 챙깁니다. 하룻밤을 바깥에서 자더라도 내 옷가지를 밤에 빨아서 아침에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밤에 빨아서 아침에 다 마른 옷을 찬찬히 개어 가방에 넣습니다.


ㅂ. 아이들을 이끌고 설이나 한가위에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갈 적에도 으레 빨래비누를 챙깁니다. 아이들은 개구지게 뛰놀아 땀투성이가 됩니다. 집에서든 집 바깥에서든 늘 매한가지입니다. 이리하여, 바깥마실을 다니면 저녁에 아이들을 씻기고 나서 아이들 옷가지를 빨래합니다. 아이들하고 바깥마실을 다니자면 옷걸이를 잔뜩 챙겨서 하나하나 옷걸이에 꿰어 말립니다.


ㅅ. 시골집에서는 마당에 가로지른 빨랫줄에 옷을 넙니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볕이 고운 시골에서는 빨래를 보송보송 말려 줍니다. 빨래랑 나란히 해바라기를 하고, 빨래가 마르는 동안 평상에 살짝 드러누워 허리를 폅니다. 이동안 아이들은 새삼스레 뛰놀면서 새로 땀범벅이 되지요. 그리고, 아이들은 빨래를 널거나 걷을 적에 곁에서 으레 거듭니다. 여덟 살이랑 다섯 살인 두아이는 걸음마를 떼던 날부터 집일을 조금씩 돕습니다.


ㅇ. 아이들은 어버이 곁에서 모든 삶을 배웁니다. 호미질을 하는 어버이 곁에서는 호미질을 익히고, 빨래를 하는 어버이 곁에서는 빨래를 익힙니다. 나는 딱히 아이들한테 ‘빨래는 이렇게 비비고 짜야 해’ 하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아버지 어깨 너머로 빨래를 익힙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나도 우리 어머니가 빨래하던 모습을 어깨 너머로 살피면서 손빨래를 익혔습니다.


ㅈ. 내가 열 살 무렵에는 내 신 한 켤레를 빨래할 적에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주마다 신을 솔로 비벼서 빠느라 한 시간씩 걸리니까 몹시 벅찼습니다. 신 두 켤레나 세 켤레도 아닌 고작 한 켤레에 한 시간이 걸렸어요. 신을 빨면서 이만 한 품이 드니, 신을 꿰어 뛰놀 적에 신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하자고 다짐합니다. 이런 다짐을 해 본들 곧 잊기 일쑤이지만, 신나게 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먼지투성이가 된 신을 내려다보면서 ‘토요일에 또 신을 빨아야 하는구나’ 하고 한숨을 쉬었어요.


(최종규/숲노래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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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빨래와 새벽 설거지



  여름을 맞이해서 아이들이 하루 내내 신나게 뛰노니, 이 아이들 옷을 자주 갈아입힌다. 빨래터에서 물놀이를 하든, 마당에서 물을 받아서 놀든, 으레 옷을 몽땅 적시니, 이 옷도 으레 갈아입힌다. 여름빨래는 하루 서너 차례도 하는데, 이래저래 바쁘지만, 두 아이가 아기였을 적을 생각하면 살짝 웃음이 나기도 한다. 얘네들이 아기였을 적에는 오줌기저귀랑 똥이불을 빨래하느라 얼마나 하루가 바빴나 하고.


  새벽에 일어나서 설거지를 한다. 몇 가지 안 되는 설거지인데 엊저녁에 미처 못 했다. 깔끔하게 설거지를 마치고 잠들면 훨씬 나을 수 있으나, 아직 내 마음이 그만큼 더 야무지지 못하는구나 싶다. 한 달쯤 앞서 머그잔을 미끄러뜨려서 깨먹은 뒤, 몸이나 손이 말을 잘 안 들을 적에는 설거지를 미루어야겠다고 여긴다. 살림을 깨먹고 싶지 않다. 4348.6.24.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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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비가 온다는 구실로



  요즈음은 날마다 아이들을 씻기고, 날마다 빨래를 한다. 아이들은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물놀이를 하고, 빨랫감은 아침저녁으로 나온다. 여러 날 아침저녁으로 빨래를 하다가 모처럼 오늘 비가 내리니, 비가 온다는 구실을 들어 하루쯤 빨래를 쉬자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오늘 마당에서 비를 맞으면서 뛰놀다가 낮잠을 잔다. 비는 저녁이 되면서 슬슬 멈추고, 작은아이가 먼저 낮잠에서 일어난다. 작은아이가 깰 즈음에 맞추어 밥물을 올렸으니 저녁은 곧 다 될 테고, 밥과 함께 올릴 국이랑 다른 먹을거리를 차근차근 마련한다. 비가 그친 뒤 바람이 상큼하면서 시원하다. 4348.5.30.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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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느긋하게 빨래



  두 아이 저녁을 먹인다. 그러고 나서 씻긴다. 시원하지? 오늘 하루만 입은 옷이지만 모두 갈아입힌다. 새로운 철에 새롭게 꺼내 입은 옷이니, 하루만 입고 새로 빨아서 이튿날 햇볕에 보송보송 말리면 더욱 즐거울 테지. 아이들은 방으로 들어가고 나는 몸을 씻고 빨래를 한다. 저녁 내내 바지런히 움직이며 팔힘이 좀 빠지지만 시원하고 상큼하다. 4348.5.2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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