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 이불 빨래



  엊저녁에 작은아이가 잠들기 앞서 쉬를 안 누었다. 작은아이는 쉬 안 마려워서 괜찮다고 했지만 억지로라도 누였어도 했는데, 나도 다리가 아파서 더 마음을 쓰지 못했다. 오늘 새벽 여섯 시 조금 지나서 작은아이가 부시시 일어나며 한 마디 한다. “바지 다 젖었어.” “그래? 쉬 했니?” “응.” “얼른 벗어서 빨래하는 데에 갖다 둬.” 얼마나 쉬를 했을까? 작은아이 이부자리를 보니 깔개가 흥건하고 이불도 하나 많이 젖었다. 깔개를 드니 오줌이 주르르 떨어지기까지 한다.


  아직 손빨래를 하기에는 무릎이 힘들다. 그래도 오줌 이불은 그냥 빨래기계에 넣을 수 없으니 오줌이 흥건한 자리를 물로 헹구고는 비누로 복복 문지른다. 이렇게 하여 오늘은 이른아침부터 빨래를 한다. 빨래를 빨래기계한테 맡기고 작은아이를 부른다. “보라야.” “응?” “밤에 잠자리에 들기 앞서 쉬를 해야지.” “응.” “오늘부터는 꼭 쉬를 누고 자자.” “알았어.” “쉬가 안 마렵다고 하지 말고 그냥 쉬를 해.” “응.” “누나가 잠자리에 앞서 늘 쉬를 하니까 함께 쉬 하면 되지.” “응.”


  오줌통을 마당에 둔다. 큰아이는 처음에 혼자 밤에 마당에 나가기를 무섭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씩씩하다. 밤에 무서울 것이 없는 줄 어느 만큼 아니까 불을 켜든 안 켜든 그냥 마당에 놓은 오줌통에서 쉬를 한다. 다섯 살 작은아이는 큰아이처럼 씩씩하려면 아직 멀었는지 모른다. 다리가 아프더라도 작은아이한테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야겠다. 4348.9.2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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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서 빨래를 한다면



  며칠 앞서 빨래를 할 적에 빨래틀한테 맡겼듯이 오늘도 빨래틀한테 맡겨서 빨래를 한다. 여드레째 오른무릎을 제대로 못 쓰니까 다른 집일을 할 적마다 쉬엄쉬엄 할 뿐 아니라, 천천히 한다. 조금 움직이며 일하다가 앉아서 다리를 쉬고, 다시 움직이며 일하다가 앉아서 다리를 쉰다.


  기계를 쓰는 빨래는 수월하다. 옷가지에 비누를 바른 뒤에 기계에 전기를 넣어서 단추를 누르면 끝. 빨래를 마친 뒤 꺼내어 널어야 할 텐데, 내가 손수 옷가지를 널 수 없으니 이 몫은 큰아이가 맡아 주겠지.


  지난 여드레 동안 손빨래를 못하고 보니 기계빨래를 할밖에 없는데, 기계빨래를 하면서 ‘빨래틀을 쓴다’는 말을 따로 해야 한다. 요즘 세상에 다른 사람들은 ‘빨래를 한다’고 하면 아주 마땅히 기계를 쓴다는 뜻일 테지만, 나한테는 손을 써서 조물조물 주무르면서 옷이랑 물이랑 비누랑 바람이랑 햇볕을 느낀다는 뜻이다. 4348.9.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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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널어 줘서 고마워



  빨래를 마치고 물을 짤 적에 아이들 옷가지를 먼저 짠다. 이러고 나서 두 아이를 부른다. “벼리야, 보라야, 이리 오렴.” 아이들이 “왜요?” 하고 외치면서 쪼르르 온다. “자, 심부름 좀 해 줄래? 너희 옷 좀 마당에 널어 주셔요.” “옷걸이는 몇?” “음, 오늘은 넷.” “알았어.” 아이들은 살림순이도 되고 살림돌이도 된다. 심부름순이도 되고 심부름돌이도 된다. 4348.8.21.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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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살그마니 숨으려는 빨래



  보름 가까이 햇볕이 쨍쨍거리는 날이었는데, 오늘 모처럼 빗방울이 들으려고 하면서 구름이 짙다. 보름 가까이 날마다 서너 차례나 대여섯 차례 빨래를 하며 찬물을 만지다가, 오늘은 빨래를 쉬어야 하나 하고 생각해 본다. 그런데 어젯밤 작은아이가 잠자리에 쉬를 누는 바람에 걸레랑 이불이랑 옷가지를 빨아야 한다. 저녁이나 낮에 비가 쏟아질는지 모르나, 그때까지 비가 안 올 듯하니, 아이들 옷가지를 빨면서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다. 햇볕이 쨍쨍거리는 날에는 아이들이 새벽부터 물놀이를 하겠노라 외치더니, 오늘은 물놀이를 하겠다는 말이 아직 없다. 햇볕이 쨍쨍거리는 날은 빨래를 하며 더위를 식혔다면, 해가 구름 사이로 숨는 날에는 빨래도 쉴 만하다고 할까. 바람이 가볍게 불고, 매미가 여러 나무를 오가면서 노래하는 여름이다. 4348.8.11.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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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8-11 12:11   좋아요 0 | URL
광주는 비 오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이 어릴땐 매일매일 빨래하느라 정신없었던 것 같아요~^ ^ 말리는 것도 큰 일이었구요~

숲노래 2015-08-11 13:19   좋아요 0 | URL
몇 해 앞서까지
아이들 천기저귀 빨며 지내던 일이 아득하기만 해요.

어제 이 아이들 옷가지를
곁님 동생한테 보내는데
옛일이 참말 휙휙 떠오르더라구요..
 

잊은 빨래



  엊저녁에 아이들을 씻긴 뒤에 아이들 옷을 빨아서 마당에 널었는데, 그만 걷어들이기를 잊었다. 그래서 밤새 옷가지가 밖에서 별을 보며 잠들었다. 새벽녘에 이를 알아차렸으나, 이때에 거둘 수 없는 노릇. 아이들 옷가지는 밤새 마당에서 별을 누리면서 시원한 여름바람을 쐬었다.


  아침볕을 받으면서 옷가지를 만져 본다. 아침볕에 다시금 보송보송 마른다. 낮까지 더 두기로 한다. 고맙다, 예쁜 옷들아. 4348.8.8.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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