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와 초콜릿 공장 (1disc)
팀 버튼 감독, 조니 뎁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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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초콜릿 공장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2005



  어머니와 아버지, 여기에 두 할머니와 두 할아버지가 조그마한 집에서 함께 산다. 늙어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두 할머니와 두 할아버지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늘 침대에 드러누워 지내고, 아버지는 얼마 안 되는 일삯을 벌려고 치약 공장에 다니는 한편, 어머니는 집일을 도맡으면서 ‘늙은 어버이 네 사람’을 보살핀다. 찰리라는 어린이는 이와 같은 집에서 자란다. 찰리네 집은 ‘바깥에서 보기’에 몹시 가난할 뿐 아니라 배를 곯는다고까지 할 만하다. 한 해에 한 번 초콜릿을 생일선물로 받을 때가 아니라면 ‘양배추 국물’만 먹는다.


  찰리는 이러한 집에서 어떤 마음일까? 찰리가 지내는 이 집은 어떠한 곳일까? 찰리네 어머니나 아버지는 웃음을 잃는 적이 없다. 다만, 노래를 부르지는 못한다. 찰리는 두 어버이와 두 할머니와 두 할아버지하고 지내는 집에서 넉넉함을 늘 누리고, 이 넉넉함을 바탕으로 꿈을 키운다. 찰리가 키우는 꿈은 ‘초콜릿 공장’이다. 퍽 오랜 나날에 걸쳐 하나씩 조각을 짜맞추어서 ‘초콜릿 공장 모형’을 만든다.


  그런데,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보면, 찰리는 ‘한 해에 한 번’만 먹을 수 있던 초콜릿을 ‘자그마치 한 해에 세 차례’째 먹는다. 하나는 생일선물로, 둘은 할아버지가 오랫동안 모은 돈으로, 셋은 길에서 주운 돈으로, 이렇게 세 차례째 먹는다. ‘금딱지’를 찾으려고 애쓰는 다른 집 아이들은 돈이나 권력이나 머리 따위로 ‘금딱지’를 찾는데, 찰리는 오직 스스로 지어서 불러들인 꿈으로 금딱지를 찾는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찰리뿐 아니라 ‘초콜릿 공장’을 지은 아저씨는 모두 꿈을 지어서 이룬 사람이다. ‘초콜릿도 사탕도 먹을 수 없던 집’에서 태어나 자란 ‘윌리 윙카’ 아저씨는 오래도록 꿈을 꾸고 바라면서 생각을 지은 끝에 온누리에 하나만 있는 초콜릿을 만들어서 팔 수 있었고, 찰리 또한 스스로 오래도록 꿈을 꾸고 바라면서 생각을 지었기에 온누리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멋진 보금자리를 지키면서 ‘초콜릿 공장’을 함께 꾸리는 삶을 누릴 수 있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줄거리로도 멋스럽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이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딥 로이’라는 배우가 보여준 ‘움파 룸파’ 연기가 눈부시다. 꿈과 사랑을 키우는 줄거리만 담으려 했다면 이냥저냥 수수한 영화로 그쳤을 테지만, 이 영화를 웃음과 노래로 빨려들게 이끄는 ‘움파 룸파’란 더없이 아기자기하면서 달콤하다.


  삶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꿈과 사랑으로 이루어지지. 그러면 꿈과 사랑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나? 웃음과 노래로 이루어진다. 웃음과 노래는 다시 춤과 이야기로 이루어지니,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참말 두고두고 남을 만한 즐거운 이야기잔치라고 하겠다. 4348.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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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5-01-01 07:27   좋아요 0 | URL
이야기책과 영화 둘다 잘 본 기억이 납니다.

숲노래 2015-01-01 08:03   좋아요 0 | URL
아이들과 두고두고 보면서 즐거운 작품이에요~
 
은하철도의 밤
스기이 기사브로 감독 / 블루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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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의 밤

銀河鐵道の夜, Night On The Galactic Railroad, 1985



  하늘에 별이 빛난다. 밤에도 낮에도 별은 언제나 빛난다. 밤에 별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낮별을 볼 수 있을까. 낮에 별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밤별을 어떻게 바라볼까. 아침이 되어 동이 트면, 지구를 가장 밝게 비추는 해가 다른 뭇 별빛을 잠재운다. 그러나, 햇빛 사이사이 별빛은 이 지구별에 드리우고, 햇빛과 별빛을 고루 느낄 수 있는 가슴이 되면, 사람으로서 이곳에 서서 살아가는 뜻과 숨결을 읽을 수 있을 테지.


  이웃이 서로 아끼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별빛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동무가 서로 사랑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햇빛을 늘 보면서도 햇빛이 어떠한 숨결인지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더욱이, 오늘날 물질문명 사회에서는 해가 비추는 한낮에도 땅밑으로 파고들어 쳇바퀴 같은 일을 하면서 돈만 바라보는 얼거리가 된다. 낮에는 해를 잊고 밤에는 별을 잊는 도시살이인데다가, 학교도 낮과 밤을 잊은 채 대학입시로 아이들을 들볶는다. 어른도 스스로 깨어날 마음이 없지만, 아이도 스스로 깨어날 틈이 없다.


  만화영화 〈은하철도의 밤〉은 미야자와 겐지 님이 쓴 어린이문학 《은하철도의 밤》을 살뜰히 따르는 작품이다. 두 작품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려는가. 어린이문학과 만화영화는 미리내와 별과 해와 지구가 서로 어떻게 맞물리면서 삶이 태어나는지를 보여주려 하는가. 바로 사랑이고, 사랑을 가슴에 품는 즐거움이며, 사랑을 가슴에 품어 즐겁게 하루를 맞이하려는 슬기와 기운과 꿈이다.


  기쁨과 슬픔은 따로 있지 않다. 꿈과 사랑은 둘로 가르지 못한다. 웃음과 눈물은 한 사람한테서 함께 샘솟는다.


  아이야, 기운을 내렴. 어른아, 힘을 내렴. 우리 눈망울이 맑게 빛날 적에 우리가 두 다리로 선 이 지구별이 환하게 빛난다. 지구별이 환하게 빛날 적에 온누리에 새로운 미리내가 태어나서 다른 먼먼 별에 고운 빛물결로 흘러갈 수 있다. 지구로 찾아오는 고운 별빛처럼, 지구가 보내는 고운 별빛이 어우러지면, 어디에서 아름다운 이야기가 조물조물 깨어나면서 하얀 노래가 넘치리라. 4347.12.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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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 스페셜 에디션 (2disc) - True Classic
빅터 플레밍 감독, 주디 갈랜드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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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The Wizard Of Oz, 1939



  어릴 적에 텔레비전으로 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여러 차례 보았다. 만화영화로 나온 〈오즈의 마법사〉도 즐겨보았다. 두 아이와 함께 새삼스레 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보는데, 내가 어릴 적에는 이 영화에 흐르는 ‘노래’는 거의 귀여겨듣지 않았다고 깨닫는다. 집이 날아가고, 도로시가 동무를 만나고, 도로시네 동무들이 무슨 일이든 두려움에 벌벌 떨고, 날개 달린 원숭이가 하늘을 까맣게 덮고, 두 마녀가 뜬금없다시피 바보스레 사라지고, 빨간 구두를 톡톡톡 치고, 이런 모습만 드문드문 떠오른다.


  나는 어릴 적에 무엇을 보았을까. 나는 어릴 적에 영화를 보기는 보았을까. 내가 뛰놀고 사는 우리 집에서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채, 내가 앞으로 살아갈 길을 제대로 그리지 못한 나날은 아니었을까 하고 곰곰이 돌아본다.


  영화에 나오는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을 타고 집채와 함께 새로운 곳으로 갈 수 있던 까닭은 제 꿈을 노래에 담아 늘 부르면서 언제나 마음에 담기 때문이다. 마음 깊이 살가운 동무를 바랐기에 동무를 만나고, 동무들과 어떤 일을 이루고 싶기 때문에 동무들과 사이좋게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하면서 이를 어떻게 이루는가 하고 알아차렸기에 도로시가 스스로 바라는 대로 다시금 ‘새로운 곳(우리 집)’으로 돌아간다.


  마법이란 무엇일까. 남이 못하는 일을 짠 하고 하루아침에 해내는 솜씨가 마법일까? 어느 모로 본다면 이렇게 볼 수 있을 테지만, 마법이란 스스로 온마음을 기울여 삶을 바꾸는 하루라고 느낀다. 스스로 온마음을 기울여 삶을 바꾸면 어떻게 될까. 기쁘게 웃고 노래할 테지. 삶을 스스로 바꾸면 아주 기쁘고 신이 나면서 춤을 추고 기운이 넘칠 테지. 어떤 부자도 ‘웃고 노래하는 사람’처럼 넉넉하거나 너그럽지 못하다. 어떤 권력자도 ‘웃고 춤추는 사람’처럼 기운차거나 씩씩하지 못하다. 어떤 글쟁이나 지식인도 ‘웃으며 노는 사람’처럼 멋스럽거나 아름답지 못하다.


  ‘무지개 저편’이나 ‘무지개 너머’를 헤아려 본다. 이곳에서 보기에 저곳이 무지개 너머가 될 텐데, 저곳에서는 바로 이곳이 무지개 너머이다. 오늘 이곳에 있는 내가 저곳을 그린다고 하면, 저곳에 있는 너는 바로 이곳을 그린다. 내가 그리는 저곳, 그러니까 무지개 너머로 가자면 나는 마음속에 깃든 앙금이나 응어리를 스스로 지우거나 털면서 새로운 넋이 되어야 한다. 가방을 싸들고 내뺀다고 해서 일이 풀리거나 말썽이 사라지지 않는다. 똑바로 바라보면서 마주하고 지켜보아야 비로소 스스로 거듭난다. 뛰어난 마법사한테 찾아가야 이루는 마법이 아니라, 내가 나를 바꾸어야 이루는 마법이다. 그러니까, 나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어릴 적에 여러 차례 보았어도 어느 대목이든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면서 ‘날개 달린 원숭이’만 무서워 할 뿐이었는데, 어른이 되어 아이들과 이 영화를 다시 볼 적에는 ‘내가 나답게 거듭나는 길’을 어느 만큼 슬기롭게 바라볼 수 있었을까 궁금하다. 나는 나한테 사랑스럽고 반가우면서 아름다울 무지개 너머를 어떻게 노래할 수 있을까. 새벽별이 구름 사이로 드문드문 빛나는 새까만 하늘을 올려다본다. 방바닥에 불을 넣는다. 4347.12.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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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가르쳐 준 것
기무라 아키노리 지음, 최성현 옮김 / 김영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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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과
奇跡のリンゴ, Miracle Apples, 2013


  나무를 심어서 오래오래 벗으로 삼지 않은 사람은 〈기적의 사과〉라는 영화를 보든 《사과가 가르쳐 준 것》이라는 책을 읽든, 가슴으로 울리는 이야기가 얼마나 될까 잘 모르겠다. 그러나, 가슴으로 울리는 이야기가 없더라도 ‘나도 나무를 길러야겠다’ 같은 생각이라든지 ‘나도 숲을 가꾸어야겠다’ 같은 생각이라든지 ‘나도 시골에서 조용하고 아름다우며 푸르게 살아야겠다’ 같은 생각을 북돋울 수 있을까.

  오늘날 도시 문명사회에서는 ‘기적 같은 사과’라 말하지만, 지난날에는 지구별 어디에서나 모든 사과가 ‘기적’이었다.

  생각해 보라. 지난날에 누가 농약을 썼는가? 지난날에 누가 화학비료를 썼는가? 지난날에 누가 기계나 기름을 썼는가? 지난날에 누가 땅뙈기에 바보짓을 했는가? 지난날에는 능금뿐 아니라 배도 포도도 딸기도 복숭아도 수박도 모두 아름답고 알차며 맛나고 사랑스러웠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손수 흙을 일구어 밥을 지어 먹었기에 언제나 가장 맛있고 좋은 숨결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숲에 둘러싸인 터전에서 보금자리를 일구었으니 늘 가장 푸르며 맑고 사랑스러운 삶을 누릴 수 있었다.

  영화 〈기적의 사과〉는 ‘기무라 아키노리’라는 일본 시골지기가 ‘능금 한 알’을 어떻게 키울 적에 가장 맛있으면서 알찰 뿐 아니라 흙과 숲을 살리고 우리 몸까지 살찌울 수 있는가 하는 대목을 슬기롭게 보여준다. 기무라 아키노리라는 시골지기가 처음에 얼마나 바보스러웠는가를 낱낱이 보여주고, 기무라 아키노리를 둘러싼 시골지가 누구나 ‘가장 아름다우면서 멋지고 좋은 길’을 다 알기는 하지만 제대로 깨우치지 못해서 기쁘게 시골일로 맞아들이지 못하는 대목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뻔하지 않을까?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숲속에서 나는 숲열매는 대단히 달고 맛나면서 몸에 좋다. 사람 손이 닿는 곳에서 자라는 남새는 그리 달지 않고 맛나지 않은데다가 몸에도 안 좋다. 생각해 보라. 겨우내 비닐집에서 기름을 때서 유기농으로 거두는 토마토하고, 맨땅에서 해와 바람과 비를 먹으면서 자란 토마토하고, 어느 쪽이 우리 몸에 기쁘게 스며들겠는가. 노래 한 가락 듣지 못하는 논에서 기계와 농약과 비료만 먹고 자란 쌀하고, 들노래와 아이들 노래와 멧새 노래와 개구리랑 풀벌레 노래까지 골고루 듣는 논에서 사람 손길을 탄 쌀하고, 어느 쪽이 맛나면서 우리 몸에 사랑스레 스며들겠는가.

  오늘날 사람들은 스스로 손을 놀리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기적을 놓치거나 잃거나 잊는다. 오늘날 사람들도 스스로 손을 놀리면서 삶을 가꾸면 언제나 스스로 기적을 짓거나 부르거나 가꿀 수 있다. 삶이 기적이면 능금알은 언제나 기적이다. 4347.11.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


디브이디가 없기에
기무라 아키노리 님 책에 영화비평을 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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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Meek's Cutoff (믹의 지름길) (한글무자막)(Blu-ray) (2010)
Oscilloscope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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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와 루시>라는 영화는 디브이디가 없어서

켈리 레이차트 님 다른 영화에

이 느낌글을 걸친다.


www.wendyandlucy.com


이 영화와 얽힌 누리집이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디브이디를 장만할 수 있을 듯하다.


..


웬디와 루시

Wendy And Lucy, 2008

켈리 레이차트



  마음을 나누며 사랑하는 이하고 어디에서 어떻게 지낼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한집에서 함께 지낼 수 있을 때에 가장 기쁘다고 할 만하다. 한집에서 함께 지내지 못하더라도 늘 그리고 떠올리면서 생각할 수 있으면, 가슴 한켠이 아프더라도 저마다 살아갈 기운을 낼 만하다.


  한집에서 지내더라도 마음을 나누지 못하거나 사랑을 속삭이지 못한다면 삶이 기쁘지 않다. 서로 멀리 떨어지는 바람에 얼굴을 한 번 보기조차 힘들더라도 늘 마음으로 아끼고 생각할 수 있으면 삶에 기쁨이 흐를 수 있다.


  나는 내 곁에 누가 있기에 기운을 내는가. 나는 내 곁에 누가 없기에 기운을 잃는가. 나는 누구한테 기운을 북돋아 주는가. 나는 누구한테 즐거움이나 기쁨을 베푸는가.


  영화 〈웬디와 루시〉에는 웬디와 루시가 나온다. 웬디는 일자리가 없는 아가씨이고, 루시는 웬디와 함께 지내는 개이다. 웬디는 일자리가 없을 뿐 아니라 먹을것도 없으며 개한테 줄 밥을 마련하기 어렵다. 도무지 어떻게 할 수 없구나 싶어 가게에서 먹을것을 훔치려 하지만 붙잡힌다. 웬디를 기다리던 개 루시는 그만 웬디를 만나지 못하면서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


  한 번 헤어진 웬디와 루시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손전화뿐 아니라 집전화도 없는 웬디는 루시를 찾을 수 있을까. 그만 웬디하고 떨어져서 먼 데로 가야 하는 루시는 이리저리 떠돌아야 하는 웬디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헤어지고 만 두 숨결을 잇는 끈은 무엇일까. 헤어지고 만 두 숨결은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까.


  웬디는 배를 곯지 않으면서 일자리를 얻을까. 루시는 먹이를 잘 챙기고 넓은 마당을 둔 집에서 지내면 삶이 즐거울까. 가녀린 두 숨결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마음을 나누며 사랑하는 사이가 갈라져야 한다면 앞으로 어떠한 삶이 펼쳐질는지 아무도 모른다.


  웬디와 루시가 조용하면서 느긋하게 지낼 수 있는 보금자리는 이 지구별에서 어디에 있을까. 조그마한 두 숨결이 날마다 기쁘게 노래하면서 오순도순 지낼 만한 조그마한 집과 땅은 이 지구별 가운데 어디에 있을까. 참말 아주 조그마한 집과 땅이면 되는데. 밥 한 그릇 함께 나누면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들판을 달릴 수 있으면 되는데. 4347.11.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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