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높은 담 : 높은 담에 부딪힐 적마다 “왜 이렇게 어렵거나 안 될까?” 하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생각한다면 우리 마음에 “나는 이 담이 높아서 못하거나 주저앉을 수밖에 없지!” 같은 생각을 심는 셈. 우리 앞에는 높은 담이 있지 않다. 가만히 보면 담조차도 아니다. 앞에 무엇이 있든 부딪혀야 할 까닭이란 없다. 언제나 새롭게 맞이하는 일거리나 놀잇감이다. 얕은 턱을 폴짝 뛰어넘기도 하지만 제풀에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턱이 높아서 걸려 넘어질까? 아니지. 담이 높대서 못 넘을까? 아니지. 높기에 넘을 만한 보람이 있는 담이면서, 그냥 담이니 옆으로 돌아가도 되고, 담이든 말든 척척 건너가도 된다. 무엇보다도 어떤 앞길이든 새롭게 맞이하는 일로 여길 줄 안다면 “해볼까?” 같은 생각을 마음에 스스로 심을 만하다. 이 마음이 될 적에는 그야말로 “해보면 되지!” 하는 생각이 자라나서 가뿐하게 우리 새길을 간다. 넘어져도 좋고, 쓰러져도 좋다. 넘어도 좋고, 돌아가도 좋다. 어떤 갈림길에서 어떻게 나아가도 모두 즐거운 오늘 하루요 우리 삶이다. 1993.3.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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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 : 척척 처대고 꾹꾹 누르는 반죽하기도 놀이를 하듯 누리다 보면 살림하는 빛을 알아채고, 신나는 하루를 보낼 테지. 손수 빚어서 굽는 빵이 너한테 가장 맛나단다. 손수 지어서 차리는 밥이 너한테 아주 맛있단다. 아이야, 어버이로서 너희한테 알려주거나 보여주거나 가르칠 수 있는 길이라면, 언제나 손수짓기요 살림짓기요 사랑짓기요 슬기짓기요 숲짓기요 새로짓기란다. 너희 온몸에는 너희가 온마음으로 펼쳐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빛이 춤을 춘단다. 2019.11.18.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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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글쓰기 : 톨스토이 님은 제대로 죽을 생각으로 늘그막에, 다시 말해 곧 죽음길로 가는구나 하고 느끼던 무렵에, 모든 끈을 풀어놓으면서 오직 딸아이한테 글월을 꾸준히 남겼다. 딸아이는 아버지가 집을 몰래 빠져나가서 길에서 조용히 죽으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저한테 글월로 틈틈이 보내 주기를 바랐다. 아버지 톨스토이는 아이 말을 따랐다. 꽤 오랜 나날을 딸아이하고도 같이 살아왔지만 아마 이때가 가장 크고 넓고 깊게 마음을 열어서 ‘아이한테 삶을 슬기로이 사랑하는 살림길을 남긴’ 나날이지 싶다. 나는 톨스토이라는 분을 놓고서 ‘러시아 옛이야기(민화)를 하나하나 갈무리해서 아름드리 책으로 어린이부터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한 일’이 가장 빼어난 발자취라 느끼고, 이다음은 《국가는 폭력이다》란 책을 마무른 대목이라고 느낀다.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술자리 같은 데에서는 꽤 흔히 말한다지만 그무렵(뿐 아니라 오늘날에 이르도록) 톨스토이처럼 나라(정부)·학교·군대·교회·병원 들이 모두 우리를 사슬처럼 친친 감고 조이면서 바보가 되도록 내몬다고 낱낱이 밝히고 이야기를 엮은 이도 드물지 싶다. 더 나은 정부 지도자나 교사나 군인이나 종교인이나 의사가 있을 수 있을까? 더없이 마땅하게도 더 나은 지도자나 교사도 군인도 종교인도 의사도 있을 수 없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 제 보금자리에서 사랑빛으로 살아가면서 슬기로이 살림을 지을 줄 알면 넉넉하다. 모든 말이나 글은 아이한테 물려줄 수 있도록 우리 입이나 손에서 끄집어낼 노릇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이 말이나 글은 언제나 노래여야 하겠지. 스스로 아름다이 빛나면서 아이들이 마음밥으로 삼을 말이나 글을 펼칠 적에 비로소 ‘어버이·어른’이란 이름이 걸맞으리라 본다. 톨스토이 님 책쓰기나 글쓰기는 모름지기 ‘어른으로서 책쓰기’요 ‘어버이로서 글쓰기’였다고 느낀다. 2002.2.4.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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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린이 : 어린이한테 그냥, 함부로, 생각없이 ‘너’라고 부르는 마음이란? 사랑일까? 눈길일까? 기쁨일까? 노래일까? 사이좋게 사귀자는 뜻일까? 서로 따사로이 이야기를 꽃피우자는 뜻일까? 처음 보는 어른한테 그냥, 함부로, 생각없이 ‘너’라고 불러도 반갑거나 좋거나 기쁘신가? 2019.11.19.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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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 풀꽃으로 손수 얻은 가루가 아닌, 공장서 화학약품으로 찍어낸 화장품을 얼굴이나 살에 바르면, 얼굴하고 살은 그만 녹으면서 탱탱결이나 보들결이 사라진다. 이뿐인가? 둘레에 매캐하며 고약한 냄새를 퍼뜨리지. 화장품은 누구보다도 스스로 죽이고 이웃을 같이 죽이는 ‘죽음가루’이다. 1999.9.7.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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