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순이 10. 내 옷은 내가 빨지 (2014.7.20.)



  골짜기에서 물놀이를 마치고 길을 나서려 한다. 물에 젖은 옷은 물뿐 아니라 땀에도 젖었으니 골짝물에 헹구려 한다. 작은아이 옷을 먼저 물에 헹구어 죽죽 짜니, 큰아이가 제 옷은 제가 빨겠단다. 그래, 그러면 네가 하렴. 흐르는 물에 치마를 담근 뒤 복복 비빈다. 한동안 이렇게 한 뒤 물을 짜려고 용을 쓴다. 네가 어느 만큼 짜는지 보자. 네가 아끼는 옷이니 네가 신나게 빨고 헹구고 짜 봐라.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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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순이 9. 수세미 들고 빨래터에 (2014.6.11.)



  수세미 담은 그릇을 머리에 이고 빨래터에 간다. 빨래터에 닿으면 수세미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안다. 다만, 아직 혼자서 빨래터를 치우지는 못한다. 이레나 열흘이나 보름에 한 차례씩 빨래터 물이끼를 치우다 보면, 어느새 빨래터 치우는 일을 몸으로도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환하게 알아차리리라 생각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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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순이 8. 이불털기 팡팡 (2014.3.31.)

 


  햇볕이 좋아 이불을 넌다. 다 널고 나서 히유 한숨을 돌리는데, 큰아이가 두 손으로 팡팡 소리를 내며 이불을 털며 논다. 아버지가 이불을 말리고 나서 으레 이불을 턴 뒤 집안으로 들이니, 저도 이불털기를 거들고 싶은가 보다. 힘껏 털어라. 두 손을 갈마들어 팡팡 털어라. 나무작대기를 들어서 털 수도 있어. 네 생각에 따라 슬기롭고 즐겁게 이불털기를 거들어 주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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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4-04 06:30   좋아요 0 | URL
빨간 동백꽃 탐스런 동백나무, 후박나무, 나무평상과 세발자전거.
정말 저 마당 햇볕 아래 이불을 팡팡! 털고 싶습니다~*^^*

숲노래 2014-04-04 08:30   좋아요 0 | URL
그저 바라보기만 할 적에도
하루하루 새삼스레 즐거운 하루로구나 하고 느끼는
요즈음이에요 ^^
 

살림순이 7. 누나가 벗겨 줄까 (2014.3.27.)

 


  들녘에서 들빵을 먹는데, 빵 바닥에 종이가 있다. 네 살 작은아이가 빵 바닥에 붙은 종이를 잘 못 뗀다. “누나야, 해 줘.” “해 줘가 뭐야, 해 주세요, 해야지.” “해 주세요.” “자, 누나가 떼어 줄까? 줘 봐. 이렇게 떼야 해.” 일곱 살 누나는 언제나 동생 몫을 먼저 챙겨 주고는 제 것은 나중에 챙긴다. 가만히 보면, 어머니나 아버지도 언제나 큰아이한테 먼저 주니, 큰아이도 이런 모습을 어느새 배웠는지 모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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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순이 6. 나도 양말 널겠어 (2014.2.2.)

 


  아버지 곁에서 누나가 빨래널기를 거든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네 살 산들보라가 얼른 마루에서 마당으로 뛰쳐나온다. 그러나 네 살 아이는 빨랫대까지 손이 잘 안 닿는다. 까치발을 해야 겨우 손끝이 닿을락 말락. 다른 옷가지는 널지 못하고 양말 몇 켤레를 한 짝씩 들고 나르면서 영차영차 얹는다. 한 켤레를 얹고는 다른 양말을 그 위에 더 얹는다. 얘야, 그렇게 포개어 놓으면 안 마른단다. 그러나, 뭐 네가 처음으로 손이 살짝 닿으며 빨래널기를 거들어 주었구나. 살림돌이가 되고 싶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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