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262. 2016.6.19. 오이김치



  사월에 담근 깍두기를 유월 한복판에 다 먹는다. 이제 새로운 김치를 하나 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오이김치를 떠올린다. 무, 갓, 열무에 이어 넷째 김치인 셈이다. 올들어 다달이 김치를 한 번씩 담가 보니 조금은 익숙해졌다고 할 만할까. 이제 첫걸음이니 첫맛을 잘 살리면서 밥상을 즐겁게 밝히자고 생각한다. 여러 날 동안 눈어림으로 오이김치를 살핀 뒤에, 장마를 앞두고 오이를 넉넉히 장만해서 평상에 앉아 천천히 다듬고 썰고 무친다. 올해에는 읍내에서 장만한 오이로 오이김치를 담지만, 이듬해에는 우리가 심는 오이로 오이김치를 담가 보자고 꿈을 꾸어 본다. 이장님 댁 마늘밭 일손을 거들며 얻은 마늘하고 양파를 쓰고, 마당에서 훑은 부추를 섞는다. 저녁에 오이김치를 무친 뒤 곯아떨어졌다가 새벽에 일어나서 김치통에 옮겨담았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밥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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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61. 2016.6.3. 들딸기맛



  여름이 깊으면 들딸기는 이제 꽃도 열매도 모두 털어내고 잎만 가득하다. 이듬해에 새로 뻗을 넝쿨하고 뿌리를 단단히 하려고 딸기잎은 아주 짙푸르면서 커다랗게 퍼진다. 이렇게 이 여름 들딸기가 자취를 감추기 앞서 즐겁게 들딸기를 훑은 뒤 토마토랑 포도까지 넣어 우유로 적신 들딸기맛을 즐기기로 한다. 이 맛을 떠올리며 여름을 시원하게 나야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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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60. 2016.6.16. 수북한 풀


  밑반찬으로 하려고 당근하고 고구마를 숭덩숭덩 썰고는 햄도 네모낳게 썰어서 볶는다. 먼저 당근을 볶고, 이 다음으로 고구마를 볶으며, 햄하고 버섯을 볶은 뒤에 뒤꼍에서 쇠무릎하고 모시를 뜯어서 수북하게 얹었다. 갓 뜯은 풀은 숨이 살아서 수북하지만, 찬찬히 볶다 보면 어느새 숨이 죽으면서 오므라든다. 언제나 풀을 실컷 뜯어서 수북하게 얹을 수 있으니 재미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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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57. 2016.5.25. 들딸기잼 바른 빵



  들딸기잼을 졸여서 식힌 뒤에 냉장고에 하루를 재웠다. 이튿날 곁님이 반죽을 했고, 내가 불판에 반죽을 부어서 집빵을 잔뜩 구웠다. 자, 우리 집 잼맛을 볼까? 손이 많이 가야 하는 만큼 여러 날 걸려서 얻은 잼이기에 더 맛있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가게에서 사다 먹는 잼하고는 참으로 맛이 다르다. 한 해 가운데 꼭 오누월에만 맛볼 수 있는 들딸기잼. 이듬해에는 신나게 따서 신나게 잼을 졸여 보자고 생각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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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54. 2016.5.21. 수박 파먹기



  넷째 아이가 바람처럼 스쳐 가던 날, 미역을 끊고 소고기하고 수박을 장만하려고 읍내에 바지런히 다녀왔다. 아이들은 미역국을 함께 먹고, 수박은 숟가락으로 파서 먹었다. 세 사람이 수박을 파먹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세 사람이 수박 한 통을 다 비우는 동안 나는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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