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망울



  겨울에 눈꽃망울 쓰면서 봄을 기다립니다. 겨울이니 겨울바람이며 겨울눈이 찾아들어요. 차가운 바람하고 눈은 꽃망울더러 더욱 튼튼하라고 한결 씩씩하라고 새롭게 기운을 내라는 이야기를 속삭이지 싶습니다. 겨울 한복판이 조용히 지나갑니다. 2018.1.20.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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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띠제비나비가 낳은 알



  파란띠제비나비가 알을 낳았습니다. 팔랑팔랑 후박나무랑 초피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더니, 어느새 알을 하나씩 낳았어요. 꽃순이가 나비 알을 알아보았습니다. 아주아주 작아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들여다보아야 보이는 나비 알입니다. 새로운 목숨으로 깨어나는 알이란, 새로운 씨앗이란, 새로운 넋이란, 참으로 작습니다. 2017.8.30.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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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접힌 사향제비나비



  갓 깨어난 나비일는지, 깨어난 지 제법 되었으나 어떤 일을 치른 나비일는지, 사향제비나비 한 마리가 우리 집 풀밭에서 비를 긋습니다. 오른날개 위쪽이 살짝 접혔습니다. 두 날개를 반듯하게 펴야 날아오를 수 있지 않니? 날개 한쪽이 접힌 채로는 못 날지 않니? 날개 접힌 사향제비나비는 퍽 오랫동안 풀밭에서 얌전히 있습니다. 2017.7.18.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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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을 누릴 틈



  올해에는 찔레꽃을 느긋하게 누릴 틈이 없이 늦봄이 지나갑니다. 해사하게 피어나서 해맑게 밭 한 자락이나 멧기슭 한 자락을 덮는 찔레꽃이에요. 찔레꽃이 흐드러지면 찔레꽃밭 곁에는 들딸기알이 함께 흐드러져요. 그런데 올 늦봄에는 들딸기알을 훑으러 아이들하고 마실을 못 다닙니다. 이러면서 들딸기잼도 못 졸였어요. 꽃을 누리지 못할 만큼 바쁠 수 있겠지요. 꽃이 피어도 꽃을 들여다볼 겨를을 못 낼 만큼 허둥거릴 수 있을 테고요. 꽃이 지고 나서 이 꽃을 아쉬워할 수 있으나, 꽃은 꽃인 터라 올해가 저물고 새해가 찾아오면 어김없이 새로 찾아옵니다. 철철이 곱게 흐드러지는 꽃은 우리한테 늘 꽃처럼 보드라우면서 느긋하게 한 걸음씩 떼라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2017.6.20.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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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꽃은 작아



  유자꽃은 작습니다. 작은 유자꽃은 가냘파 보이기도 하지만, 야무져 보이기도 합니다. 노랗게 눈부신 유자알을 헤아린다면 유자꽃은 새하얗기에 퍽 다르네 싶기도 하지만, 꽃빛하고 알빛이 꼭 같아야 하지는 않아요. 꽃이 크다고 열매가 꼭 크지도 않고요. 어느 모로 보면 유자꽃보다 찔레꽃이 더 커 보일 수 있지만 찔레알은 매우 작아요. 자그마한 유자꽃 곁에 서면 유자꽃이 아직 몇 송이 달리지 않아도 유자내음이 훅 끼칩니다. 꽃 몇 송이로도 유자알하고 닮은 냄새를 베풀어요. 모과꽃이 필 적에도 모과알 같은 냄새를 베풀지요. 매화나무도 꽃하고 열매가 비슷한 냄새를 베풀고, 감나무도 꽃하고 열매가 비슷한 냄새를 나누어 줍니다. 작은 꽃송이에서 번지는 작은 바람을 느끼며 여름을 그립니다. 2017.6.20.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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