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대기에 피는 꽃



  해마다 우리 집 나무가 무럭무럭 크는 줄 알지? 어느새 우리가 고개를 꺾어서 올려다보아야 우듬지를 볼 만하구나. 그런데 동백나무 꼭대기에 꽃송이가 하나 터졌네. 우리 눈높이 자리에서는 아직 멀었지만, 누구보다 먼저 햇볕을 듬뿍 받는 우듬지에서 꽃이 터졌네. 앞으로 하나둘 잇달아 터질 테고, 우리 집은 온통 꽃내음이 가득한 꽃집으로 거듭나겠구나. 2016.3.13.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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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모과나무에서 작은 모과잎



  뒤꼍 모과나무 가지가 어수선하게 뻗었기에 살짝 가지치기를 했다. 친 가지를 그냥 버릴 수 없어서 울타리를 따라서 한쪽에 심어 보았다. 한 달 즈음 된 듯한데, 씩씩하게 뿌리를 내리면서 새로운 나무로 자라기를 비는 마음이다. 잎도 씩씩하게 내놓고, 새로 내놓은 잎으로 햇볕을 듬뿍 먹으면서 우람하게 자라기를 빈다. 아이들 키보다 작은 모과나무인데, 아이들이 으레 이 작은 모과나무를 못 본다. 얘들아, 너희보다 작고 여린 이 아이한테도 아침저녁으로 말을 걸어 주렴. 새로 돋는 잎을 보며 너희도 함께 곱네 예쁘네 사랑스럽네 하고 노래를 불러 주렴. 2016.3.10.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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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가까이 빨리 핀 매화꽃



  지난해에 ‘우리 집 매화꽃’을 언제 처음 보았나 하고 헤아렸더니, 올해하고 견주어 열흘이 늦다. 깜짝 놀란다. 해마다 첫꽃 피는 날이 이레나 열흘쯤 빨라지는데, 매화꽃만 놓고 보아도 열흘이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다른 고장에서 매화꽃은 벌써 피고 꽃잔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는데, 다들 너무 이르지 싶다. 엊그제 읍내에 나가는 길에도 이곳저곳에 하얗고 발그스름한 꽃이 곳곳에 피었다. 매화꽃은 꽃샘바람이 부는 즈음에 피기도 하지만, 아직 봄볕다운 봄볕이 고이 드리운 날이 얼마 안 되는데 참말 너무 이르지 않나? 그래도 이 매화꽃이 고우면서 반가우니 아이들을 불러서 꽃내음을 맡는다. 날마다 매화나무를 들여다보는데, 꽃송이는 밤새 고요히 터져서 아침에 우리를 깜짝 놀래킨다. 2016.3.10.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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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잎 사이에 봄까지꽃 빼꼼



  올해부터 갓김치를 담그려 한다. 우리 집 마당에서 저절로 돋는 갓잎이 싱그러이 올라오기를 기다린다. 한겨울부터 돋은 아이들은 벌써 잎이 커다랗고, 봄볕을 받으며 새로 돋은 아이들은 아직 작다. 한 소쿠리 뜯을 만큼 될 때까지 기다린 뒤 신나게 담글 갓김치를 헤아리면서 갓잎을 살피는데, 조그마한 봄까지꽃이 갓잎 사이에 빼꼼 고개를 내미네. 어느새 이렇게 요 사이를 비집고 나왔을까. 두툼하고 펑퍼짐한 갓잎 그늘에 지지 않으려고 고개를 내밀었을까. 바야흐로 봄까지꽃이 봄나물로 밥상에 오를 때가 되었다. 2016.3.7.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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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03-07 08:45   좋아요 0 | URL
지인이 갓김치를 담궈 주셨는데 갓을 실제로 처음 봅니다
어릴적부터 우리동네에선 갓김치를 먹을 일이 없어서 성인이 되어서 갓김치란 것도 처음 알게 되었던 것같아요

숲노래 2016-03-07 09:27   좋아요 1 | URL
네, 갓하고 배추는 같은 과라서
배추김치처럼 갓김치를 담그고,
역사를 살피면
배추보다 갓이 훨씬 일찍 한국에 들어와서
갓김치를 먹었다고 해요 ^^

하늘바람 2016-03-07 09:05   좋아요 0 | URL
꽃이 참 이뻐요

숲노래 2016-03-07 09:28   좋아요 0 | URL
꽃을 이쁘다고 바라보는 모든 분들 마음이 이쁘다고 생각해요 ^^
 

장미나무 잎눈



  장미나무 잎눈이 찬찬히 터진다. 가느다란 줄기에 조그마한 몽우리가 맺히더니 조금씩 부풀면서 잎이 하나씩 둘씩 고개를 내민다. 이 아이들은 봄볕을 물씬 느끼면서 기지개를 켤 테지. 새로운 한 해에 새로운 봄바람이 부니, 이 숨결을 넉넉히 누리려고 활짝활짝 벌어질 테지. 무럭무럭 자라고, 튼튼하게 크렴. 잎도 줄기도 꽃도 모두 즐겁게 노래하면서 해바라기를 하렴. 2016.3.7.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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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03-07 08:46   좋아요 0 | URL
장미와 동백은 내기 하는군요?^^

숲노래 2016-03-07 09:39   좋아요 1 | URL
저희가 사는 이 집에 두 나무를 처음 심은 분이
나란히 심어 놓으셨기에
두 나무는 나란히 자라요.
그런데 장미덩굴은 대문 앞이라 제대로 뻗을 자리가 없어서
좀처럼 키가 크지 못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