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랑 한판 (사진책도서관 2016.10.2.)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풀이랑 한판 붙기로 합니다. 어떻게 붙느냐 하면 신나게 한판 붙기로 합니다. 그렇다고 풀하고 싸울 마음은 없습니다. 살랑살랑 춤추는 코스모스를 꺾고 싶다는 아이들 바람을 들어 주려고, 도서관학교 건물을 둘러싸고 풀밭에 길을 내려고 합니다. 높이 자란 풀은 먼저 낫으로 베려 합니다. 낫으로 풀을 베어서 눕힌 뒤 이 풀이 잘 마르면, 이 다음부터는 풀깎이로 돌돌돌 밀면서 가지런하게 해야지요. 어른 두 사람쯤 거닐 수 있을 만한 너비로 풀을 베고 깎으려 해요. 며칠이 걸릴는 지 모르는 일입니다. 어쩌면 이레나 보름이 걸릴 수 있어요. 하루에 두 시간씩 풀을 베고 깎다 보면 어느새 재미난 마실길이 생기리라 생각해요.


  내가 풀을 베고 깎는 동안 새롭게 길이 나니 아이들은 코스모스도 꺾고 풀밭에서 나비도 보고 개구리 꽁무니도 좇습니다. 문에 붙은 달팽이를 집어서 놀아요. 오늘은 ‘핀란드 어린이 수학책’을 도서관학교로 챙겨 와서 큰아이하고 뺄셈 놀이를 합니다. 뺄셈이 무엇인가를 조금씩 깨달으려던 아이는 ‘3-2’에서 막힙니다. ‘4-1’이나 ‘2-1’이나 ‘3-1’이나 ‘1-1’이나 ‘0-0’은 수월하게 맞히는데 어쩐지 ‘3-2’에서 오래도록 맞히지 못하면서 오늘 뺄셈 놀이는 끝.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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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한 줄 (사진책도서관 2016.8.4.)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도서관에 찾아온 이웃님이 책 한 권을 사 줍니다. 나는 책 안쪽에 글 한 줄을 적어서 드립니다. 우리 도서관에 찾아와서 책을 사 주는 분들은 도서관 살림을 북돋아 줍니다. 도서관 지킴이가 되어 주는 분들도 도서관 살림을 살찌워 줍니다. 그래서 나는 그때그때 바람을 떠올리고 꿈을 그리면서 글 한 줄을 적어 봅니다. 내 마음에서 피어날 수 있는 사랑을 글로 옮겨 봅니다. 글 한 줄에 바람을, 글 두 줄에 햇볕을, 글 석 줄에 꽃송이를, 글 넉 줄에 풀내음을, 글 닷 줄에 풀벌레 노래를, 글 여섯 줄에 냇물 소리를, 글 일곱 줄에 바다를, 글 여덟 줄에 흙 한 줌을 실어 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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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알아 (사진책도서관 2016.9.28.)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이제 작은아이는 뭔가 압니다. 커다란 상자에 책탑을 쌓다가 자꾸 무너지는 까닭을 알아차렸어요. 커다란 상자 한쪽에 작은 책상자랑 주판으로 기둥을 먼저 세웠고, 이 든든한 바탕에 책탑을 여럿 올려요. 더욱이 처음에는 책탑을 쌓으면서 아래와 위에 비슷한 갯수로 쌓기도 하고 위에 더 쌓으려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면 쉽게 무너지는 줄 알아채요. 맨 밑에 넷, 다음에 셋, 위에 둘, 마지막에 하나, 이렇게 차곡차곡 쌓는군요. 누가 가르쳐 주어도 알 테지만, 스스로 쌓고 무너뜨린 끝에 깨달았으니 오래도록 잘 되새길 수 있겠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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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좋다 (사진책도서관 2016.9.30.)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올 유월 즈음부터 사진책 이야기를 몇 꼭지 못 썼습니다. 새로운 사진책이 안 나왔기 때문에 못 쓰지 않았습니다. 올해에 내놓은 ‘새로운 한국말사전’에 마음을 쏟느라 손목이 버겁기도 했고, 이다음으로 내놓을 또 다른 ‘새로운 한국말사전’을 엮느라 바쁘기도 했습니다. 한 가지 핑계를 더 대자면, 좀 뻔한 사진책만 많이 보여서 요 몇 달 동안 사진책을 거의 안 장만했어요. 한국 사진밭이 어쩐지 자꾸자꾸 틀에 박힌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싶더군요. 스스로 제 삶자리에서 기쁨과 사랑을 찾아내어 조촐히 나누는 숨결로 나오는 사진책보다는 ‘유행·사조·예술’에 치우치기 일쑤이고, 다른 한 갈래에서는 ‘기록·보도’라는 틀에 얽매이기만 한다고 느낍니다. 지난 오월에 《나도 잘 찍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하고 《우물밖 여고생》이라는 사진책 이야기를 쓴 뒤, 거의 넉 달 만에 《꿀젖잠》이라는 사진책 이야기를 써 보았습니다. 넉 달 만에 비로소 마음에 드는 사진과 책과 이야기를 갈무리했어요. 사이가 참 뜸했지만 그저 좋습니다. 더 많은 사진과 책과 이야기를 다루어야 사진비평이 될 만하지 않으니까요. 그저 한 권이 있어도 좋고, 그예 한 권으로 삶을 노래할 수 있어도 넉넉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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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낫이 빠르다 (사진책도서관 2016.9.24.)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풀을 베는 연장을 장만했습니다. 기름이나 전기를 먹이지 않고 손으로 밀어서 풀을 베는 연장입니다. 혼자서 낫질로 풀을 베기보다는 풀깎이를 써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풀깎이를 장만하느라 10만 원이 들었습니다. 어디 한 번 풀깎이로 밀어 보자 하고 미는데 줄기가 야무진 풀은 깎지 못합니다. 풀잎만 밀어낼 수 있다고 할까요. 낫으로 풀을 벨 적에 더 빠르네 하고 느끼지만, 구슬땀을 흘리며 이 풀깎이를 써 보자고 생각합니다. 이 연장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제대로 못 밀 수 있을 테니까요.


  작은아이는 도서관에서 책으로 탑을 쌓으며 놉니다. 멋지네 훌륭하네 예쁘게 하고 말을 해 줍니다. 작은아이는 책탑이 왜 자꾸 쓰러지는지 못 깨닫습니다. 책이 다치니 말을 해 줄까 하다가 작은아이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면서 혼자 놀도록 지켜보기로 합니다. 작은아이는 책탑이 무너지고 또 무너지고 자꾸자꾸 무너지는 일을 겪은 뒤 한 가지를 알아챕니다. 종이상자에 책탑을 쌓으니 무게가 한쪽으로 쏠려서 쓰러지는 줄 알아채요. 책상자하고 주판을 써서 기둥을 받치니 아까처럼 책탑이 쓰러지지는 않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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