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요술공주 세리〉를 보다가



  일본 만화영화 〈요술공주 세리〉가 문득 생각나서 유투브에서 찾아보니 아주 깨끗한 영상이 있다. 자그마치 쉰 해 가까운 만화영화인데 이렇게 깨끗한 영상을 볼 수 있다니 놀랍다. 그러고 보면 〈우주소년 아톰〉도 아주 깨끗한 영상으로 요즈음에 다시 볼 수 있다. 〈세리〉나 〈아톰〉을 보면 여러모로 눈에 뜨이는 대목이 많은데, 무엇보다 그림이 무척 곱고 밝다. 빛깔을 아주 잘 쓸 뿐 아니라, 무지개빛이 대단히 아리땁게 어우러진다. ‘총천연색’이라 하는 빛깔을 그냥 쓰지 않는다. 맑은 물빛그림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주소년 아톰〉은 ‘미래 세계’를 그리지만, 〈요술공주 세리〉는 이 만화영화가 흐르던 1960년대 일본 여느 골목동네를 보여준다. 그래서 〈요술공주 세리〉를 보면서 지난날 일본 여느 도시 여느 동네 모습을 읽을 수 있는데, 동네 골목이 모두 흙바닥이다. 흙길이다. 그렇구나. 일본 도쿄도 1960년대에는 골목동네가 흙길이었구나.


  한국은 언제까지 골목동네가 흙길이었을까? 한국은 언제까지 도시에서 흙바닥을 누릴 수 있었을까?


  가만히 생각을 기울이면, 골목동네 길바닥이 흙에서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바뀌면서 골목놀이가 아주 빠르게 사라졌다. 흙길이 아닌 시멘트길이나 아스팔트길로 바뀌면서 아이들은 골목놀이가 아니라 학원에 목이 매이는 삶으로 나뒹굴었다.


  도시뿐 아니라 시골에서조차 고샅길은 흙길이 아니라 시멘트길이거나 아스팔트길이다. 한국은 어디를 가도 흙길을 밟기 대단히 어려운데, 멧길조차 시멘트나 아스콘으로 덮기 일쑤이다.


  우리는 흙길을 잃거나 잊으면서 놀이와 일과 삶 모두 잃거나 잊지 않을까? 우리는 흙내음을 맡지 않으면서 꿈과 사랑과 이야기 모두 내버리거나 내팽개치지 않는가? 4347.11.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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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공주 세리(샐리)'가 궁금하신 분은 이 주소로~

http://www.youtube.com/watch?v=SiTRdpGkp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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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4-11-24 23:25   좋아요 0 | URL
요술공주 세리라니요.. 아.. 그 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납니다.^^ 저는 세일러문도 좋아했고, 베르사이유의 장미도 좋아했고, 은하철도 999...는.. 음.. 어렵다고 느꼈네요. ㅎㅎ

흙길이 사라지면서 골목놀이도 사라졌다는 말씀에 좋아요..를 누르고 싶습니다. 알라딘에 와서 보니 공감이 좋아요로 바뀌었네요. 좋아요~^^

숲노래 2014-11-24 23:58   좋아요 0 | URL
세리를 다시 보니, 색감이나 이야기가 무척 예뻐서
디브이디 있으면 장만하고 싶은데
너무 오래된 작품이라 그런지
좀처럼 찾기가 어렵네요.

참말 옛날 만화영화는 어쩜 이렇게 예쁘게 잘 빚었나 하고
요즈음 새삼스레 놀랍니다~ ^^
 

밤을 밝혀 읽는 《비천무》



  《비천무》를 읽은 지 퍽 오래되어 줄거리가 하나도 안 떠오른다. 줄거리조차 하나도 안 떠오른다면 ‘안 읽은 셈’이라고 여겨, 아예 만화책을 새로 장만한다. 한 질 갖추었지만, 이 작품은 한 질 더 갖출 만하다고 여긴다.


  가을이 깊으면서 내 코는 더 막히면서 괴롭다. 아이들 사이에 누우려 했지만, 코가 막혀 숨을 못 쉬니, 아이들이 잠들려 하는데 킁킁 막히는 소리 때문에 아이들이 잠을 못 이룬다고 느낀다. 하는 수 없이 누웠다가 일어나서 방을 서성이다가 코를 끝없이 풀다가, 조그마한 불을 켜고 책이라도 넘기기로 한다. 코가 나아질 때까지 졸음을 쫓으면서 견디기로 한다.


  만화책 《비천무》 여섯 권 가운데 다섯 권을 곧 읽는다. 두 시간쯤 흐른다. 이제 마지막 여섯 권을 읽으면 끝이다. 여섯 권까지 마저 읽으면 코가 살짝 뚫려, 한쪽 코로라도 숨을 쉬면서 잠자리에 들 수 있을까.


  수술을 해도 나을 수 없는 코를 붙잡고 살아가는 사람을 모르는 사람은 ‘숨을 못 쉬는 일’을 모르리라. 수술로는 고칠 수 없으니, 수술 아닌 것으로 고쳐야겠지. 내가 곁님이랑 아이들하고 시골에서 살지 않았으면 이 코는 훨씬 나빴으리라. 바람과 물이 맑은 시골에서 살기에 이럭저럭 숨도 쉬고 일도 할 수 있으리라.


  김혜린 님이 빚은 아름다운 만화 《비천무》를 곰곰이 되새긴다. 살려 하지만 살지 못하는 사람과, 죽으려 하나 죽지 못하는 사람과, 삶과 죽음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도 가지 못하면서 가슴에 응어리와 사랑을 품은 채 즐겁게 웃지 못하는 사람을 헤아린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살고 싶은 대로 살아야 한다. 삶을 버리거나 놓지 말아야 한다. 씩씩하게 한길을 걸어야 한다. 실타래를 풀고, 응어리는 끊으며, 사랑을 다스리면서 살아야 한다. 삶이 삶으로 뿌리를 내려야, 죽음은 죽음이 아닌 새로운 삶이 될 수 있다. 이 나라에 《비천무》라는 만화책이 있어 우리는 ‘한국만화’를 기쁘게 이야기할 수 있다. 4347.10.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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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상업화’?



  ‘홀로코스트 상업화’를 말하는 사람이 있어 깜짝 놀란다. 그러나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들려주려는 이야기를 살피니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얕은 생각으로 ‘홀로코스트 상업화’를 들먹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평화가 무엇인지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홀로코스트 상업화’를 말할밖에 없다.


  ‘홀로코스트’란 무엇인가? 몇 사람이 죽었는가? ‘유대인이 겪은 아픔’만을 되풀이해서 말하는 문학이나 영화일까? 아니다. 전쟁 때문에 겪은 끔찍한 아픔을 들려주려는 문학이고 영화이다. 제국주의와 파시즘과 전쟁선동과 국가주의 따위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이웃을 짓밟거나 죽였다. 이 때문에 수백만에 이르는 목숨이 사라졌고, 수천만에 이르는 ‘생채기 입은 이웃’이 생겼다.


  죽은 수백만에 이르는 사람들 이야기가 모두 문학이나 영화로 나오지 않았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앞으로도 ‘홀로코스트’와 얽힌 문학이나 영화는 더 나온다는 뜻이다.


  일제강점기에 겪은 숱한 아픔과 생채기를 놓고 꾸준하게 문학이나 영화가 나온다. 미국과 한국이 베트남에서 저지른 끔찍한 짓을 놓고 문학이나 영화가 틈틈이 나온다. 오늘날 중국이 티벳에서 저지르는 끔찍한 짓을 놓고 책과 다큐사진이 꾸준히 나온다. 새마을운동과 유신독재를 앞세워 한국 사회를 끔찍하게 짓밟은 박정희를 나무라는 문학과 영화가 꾸준히 나온다. 이명박이 저지른 잘잘못과 세월호 사고를 놓고 여러 가지 문학과 책이 꾸준히 나온다. 이러한 문학이나 영화는 어느 한 가지도 ‘상업주의’가 아니다. 아프기 때문에 ‘말을 털어놓’는다. 슬프기 때문에 ‘눈물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죽은 사람을 앞에 놓고서 ‘상업화’를 들먹이는 지식인은 어떤 마음일까. 이녁한테는 ‘죽은 이웃’이 없을까. 먼 나라에서 아프거나 슬픈 이웃은 아랑곳할 까닭이 없는 셈일까. 4347.10.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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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한테 선물하려는 책



  아버지한테 선물하려고 책을 두 권 고른다. 아버지는 어떻게 받아들이려나. 즐겁게 생각하시려나, 아니면 안 즐겁게 여겨 몇 쪽 읽다가 덮으시려나. 나는 아버지가 아니니 아버지 마음을 알 수 없다. 다만, 아버지가 스스로 마음을 열어 생각을 슬기롭게 가꾸는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빈다. 날마다 새로우면서 아름다울 삶을 스스로 즐겁게 짓는 기운을 작은 책 두 권에서 조금씩 만날 수 있기를 빈다.


  책은 머리나 지식으로 읽지 않는다. 책은 늘 마음으로 읽는다. 마음으로 읽어 몸을 가꾸는 길을 살피도록 돕는 책이다. 오늘 책방에 주문을 넣었으니 한가위가 끝나고 우리 집에 오겠지. 주문한 책이 우리 집에 닿으면 큰아이랑 그림편지를 그려서 보내야겠다. 4347.9.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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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만화책한테 바치는 글



  오제 아키라 님이 빚은 만화책 《나츠코의 술》은 예전에 《명가의 술》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적 있다. 새로운 판으로 나온 《나츠코의 술》은 크기를 키우면서 그림이 한결 보기 좋은데, 이 만화책을 새롭게 읽으면서 한 가지를 마음속에 품었다. 이 아름다운 만화를 어쩌면 오늘날 사람들이 제대로 읽어내지 못할 수 있겠구나 싶어, 열두 권에 이르는 책을 두고 따로따로 느낌글을 써 보자 하고.


  오제 아키라 님이 빚은 다른 만화책으로 《우리 마을 이야기》도 있다. 이 만화책은 모두 일곱 권이다. 《우리 마을 이야기》 일곱 권 이야기도 따로따로 느낌글을 쓴다. 곧 일곱째 책 느낌글을 마무리지을 수 있을 듯하다.


  가볍게 읽으려 하면 얼마든지 가볍게 읽는 만화책인데, 두 번 세 번 열 번 스무 번 다시 읽으면서 마음을 환하게 밝히려 한다면 얼마든지 마음을 밝히는 등불로 삼을 수 있는 만화책이다. 아름다운 만화책은 따사로운 해님처럼 언제나 우리 곁에서 사랑스러운 숨결을 불어넣는다고 느낀다. 4347.7.2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과 함께)























































































1권 : 내 삶을 사랑하는 더 큰 꿈 (2011.9.15.)

http://blog.aladin.co.kr/hbooks/5076375

 

2권 : 기계를 써 봐, 얼마나 쉽고 좋은데 (2011.10.30.)

http://blog.aladin.co.kr/hbooks/5176575

 

3권 : 흙을 일구는 삶, 사랑을 짓는 사람 (2011.11.17.)

http://blog.aladin.co.kr/hbooks/5217684

 

4권 : 작은 씨앗은 참 작디작아요 (2011.11.29.)

http://blog.aladin.co.kr/hbooks/5243908

 

5권 : 마음을 빚으며 살아가는 꿈 (2012.1.13.)

http://blog.aladin.co.kr/hbooks/5352182

 

6권 : 누구를 사랑하면서 일을 하나요 (2012.4.6.)

http://blog.aladin.co.kr/hbooks/5550135


7권 : 마음을 고스란히 담는 손길 (2012.7.5.)

http://blog.aladin.co.kr/hbooks/5711595


8권 : 귀여운 벌레 (2012.10.12.)

http://blog.aladin.co.kr/hbooks/5903994


9권 : 농약 안 쓰기를 바라나요 (2012.12.28.)

http://blog.aladin.co.kr/hbooks/6039603


10권 : 사랑맛이 날 때에 (2013.4.16.)

http://blog.aladin.co.kr/hbooks/6311080


11권 : 맛·삶·사랑을 느끼는 사람 (2013.6.18.)

http://blog.aladin.co.kr/hbooks/6420329


12권 : 목숨을 다스리는 (2014.7.24.)

http://blog.aladin.co.kr/hbooks/708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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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7-24 06:36   좋아요 0 | URL
<나츠코의 술> 감사히 담아갑니다~
함께살기님의 느낌글과 더불어 읽으면 더욱 새롭고
즐겁게 만날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숲노래 2014-07-24 09:19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만화책을 널리 읽지 못하는 흐름이고,
이 엄청난 만화책이 정작 도서관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학교에서 교사가 추천해 주지도 못해요.

그러나
눈 밝은 어른인 우리들이
아름다운 만화를 제대로 알아보고
이 책에서 깊은 사랑을 배운다면
우리 삶터를 사랑스레 가꾸는
그윽한 힘을 스스로 일굴 수 있으리라 믿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