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약물’과 박태환과 ‘선처·규정’



  박태환이라고 하는 수영선수가 금지약물을 몸에 넣고 근육을 부풀려서 메달을 땄다는 혐의가 확정이 되어 자격정지를 받았다고 한다. 이리하여 그동안 딴 메달 가운데 몇 가지는 도로 물린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나는 박태환이라고 하는 수영선수가 예전에는 어떻게 메달을 땄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다른 ‘금지약물’이 없이 오로지 맨몸으로 기운을 내어 메달을 땄을까? 앞으로 이 사람은 어떤 삶을 일구거나 누릴까?


  잘못 한 번을 했기에 삶을 끝장내야 한다고 느끼지 않는다. 스스로 잘못을 제대로 뉘우치고, 마음을 고쳐먹으면서, 삶을 새로 지으면 된다. 그런데, 박태환 선수가 그동안 보여준 몸짓이나 말은 곰곰이 돌아보아야 하리라. 금지약물을 몸에 넣어 준 병원을 법원에 고소한 모습도 쓸쓸할 뿐이다.


  오늘까지 수영선수로 살아온 박태환이라는 사람은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무엇을 하려는가? 오늘 어떤 사람으로 서려 하는가? t병원이라는 데에서 ‘금지약물’을 한 차례 맞은 것도 아니고 몇 차례 맞은 대목을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왜 그래야 했을까? 도핑검사에서 한 번 안 걸렸으니 자꾸 맞아도 되었을까? 1초조차 아닌 0.1초를 다투는 운동경기에서 ‘열매(메달)’를 따야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해도 되었을까?


  운동선수로 뛰려고 술과 담배를 아예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이 꽤 많다. 술과 담배를 아예 안 해야 운동을 잘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나 스스로 내 몸을 아름답게 지키려는’ 뜻이다.


  운동선수로서 넘지 말아야 할 금을 넘었으니, 박태환 선수는 나라나 정부에서 이녁을 ‘선처’해 준다고 하더라도 이를 안 받아들이기를 빈다. 이녁 스스로 ‘규정’을 제대로 따르기를 빈다. 제대로 고개 숙일 줄 알기를 바라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4348.3.2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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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기 무네요시 새로읽기



  나는 한국사람이기에 한국사람을 바라본다. 내가 일본사람이나 미국사람이라면 일본사람이나 미국사람을 바라보았을 테지. 한국사람 가운데 ‘일본에서 한국을 더 깊이 아끼거나 돌보려고 하는 몸짓이나 마음’을 보여줄 적에 괜히 시샘을 하거나 까탈을 부리려는 사람을 곧잘 본다. 왜 그럴까? 참 웃기는 일이 아닌가? 그런데, 이런 시샘이나 까탈을 가만히 보면, 다른 나라나 겨레에서 한국 문화와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면서 “한국은 참 좋아!”나 “한국은 아주 훌륭해!” 하고만 말하면 시샘이나 까탈을 부리지 않는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걸어온 길을 찬찬히 살피면서 모든 문화와 역사와 사회를 깊고 넓게 건드리거나 헤아리는 이야기를 말하면 어김없이 시샘이나 까탈을 부린다. 이러면서 으레 말 한 마디를 붙잡고 늘어지려 한다.


  야나기 무네요시라고 하는 일본사람이 있고, 이녁은 ‘조선(한국이 아닌 조선)’이라는 나라를 처음 찾아올 수 있던 때에 몹시 놀라면서 안타까운 마음이었다고 한다. 조선이라는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권력은 쓸쓸하지만, 정치권력이 어떠하든 조선이라는 나라를 이루어 살림을 가꾸는 여느 수수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삶이 몹시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웠다고 하는 이야기를 글로도 쓰고, ‘조선사람 스스로 아끼지 않아서 그대로 버려지는 조선 문화재(민속문화재)’를 온돈을 들여서 그러모았으며, 이렇게 그러모은 조선 문화재(민속문화재)를 아낌없이 조선 사회에 돌려주었다. 조선 사회에는 전형필이라는 사람이 있기는 했지만, 이런 사람 몇몇이 있어도 거의 모든 사람은 조선 문화재(민속문화재)를 들여다보지 않았고 깎아내리거나 아예 쳐다보지 않았다. 이를 처음으로 짚으면서 밝힌 사람이 야나기 무네요시이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일본에서도 전쟁을 끔찍하게 싫어할 뿐 아니라, ‘반전론’을 대놓고 글로 밝히기도 한 사람이다. 이러면서 ‘유행에 따르기를 거스르’고, ‘겉치레로 겉모습을 꾸미기를 하지 않’으며, ‘삶을 사랑으로 가꿀 때에 비로소 참답게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이녁 다짐(좌우명)으로 삼으면서, 이를 ‘문화를 읽는 눈길’로 드러낸 사람이다.


  조선 백자이든 조선 막사발이든, 이러한 질그릇을 야나기 무네요시가 눈여겨본 까닭도 ‘유행에 따르지 않’으면서 ‘겉치레를 하지 않’는데다가 ‘조선 서민(백성)이 여느 삶자리에서 수수하게 쓰는’ 그릇이었기 때문이다.


  석굴암을 놓고 야나기 무네요시가 한 말을 아주 뒤트는 사람들이 많기도 한데, 여러모로 안쓰러운 ‘내 이웃인 한국사람’이다. 참말 석굴암을 뭘로 생각하기에 그런 안쓰러운 말을 일삼을까? 석굴암이건 팔만대장경을 모신 건물이건 아주 마땅히 ‘과학’이다. 그러나, 석굴암과 팔만대장경 모신 건물은 ‘자연(숲)을 거스르지 않은 과학’일 뿐 아니라, ‘자연(숲)을 그대로 살린 과학’이다. 한국사람은 스스로 바보인가? 아니, 오늘날 한국사람은 ‘한국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는 일본사람을 그저 깎아내리거나 못마땅하게 여겨야 ‘한국사람이 일본사람보다 높아져서 우쭐할 수 있다’고 멍청한 생각을 하는가? 석굴암에는 ‘아무런 전기 시설’을 하지 않고도 물방울이 생기지 않고 저절로 바람이 드나들면서 아름다운 건축물이었다. 그런데, 이를 어설피 건드리는 바람에 다 망가뜨렸다. 팔만대장경 모신 건물에 무슨 에어컨이나 환풍기나 백열전구나 이런저런 것이 있는가? 이런 것들 하나조차 없어도 나무글판이 썩지 않고 언제까지나 그대로 건사할 수 있도록 지은 바탕은 ‘자연(숲)을 제대로 읽어서 자연(숲)을 그대로 살리는 손길’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한국미(아름다운 한국)’란 바로 ‘자연미(숲내음)’라고 할 수 있고, 이 말이 맞으며, 야나기 무네요시는 이를 제대로 읽어서 말했다. 조선 민화가 ‘자연미’가 아니면 무엇인가? 그리고, 이런 자연미는 야나기 무네요시가 아니더라도, 〈에밀레 박물관〉을 손수 연 조자용 님이 밝히기도 했다. 야나기 무네요시를 깎아내리거나 비아냥거리고 싶다면, 조자용 님도 똑같이 깎아내리거나 비아냥거릴 노릇이다. 두 사람이 한국 문화와 역사와 사회를 보는 눈은 ‘한동아리’라고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한(恨)’이나 ‘정(情)’이란 무엇인가? 한겨레는 정치권력 때문에 여느 사람들(백성, 옛날에는 백성이 모두 시골사람이었다)이 몹시 괴로웠다. 정치권력자와 지주와 양반이 여느 사람(백성, 시골사람)을 얼마나 모질게 짓누르거나 짓밟았는가?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을 식민지로 삼으면서 토지수탈을 한 까닭은 ‘조선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소작료가 비싼 나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작쟁의는 일제강점기에만 불거지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아닌 조선 사회에서도 끝없이 일어난 일이 소작쟁의이다. 한겨레 시골사람은 임금·권력자·지식인·양반한테 끝없이 짓눌리는 아픔(한)을 삭여서 눈물을 흘리다가도 웃음으로 녹여서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정)으로 드러내는 수많은 노래(민요)와 이야기(민담, 설화, 옛이야기)와 춤(농악, 굿)과 두레와 품앗이와 울력과 놀이(마을잔치, 전통놀이) 들로 새롭게 나타냈다. ‘아픔을 달래어 이를 사랑으로 끌어올린 마음’이 바로 조선 사회를 이룬 이 나라 여느 사람들, 수수한 사람들, ‘백성’이 보여준 삶이고, 이러한 삶이 조선 막사발이나 소반 같은 데에서 애틋하게 나타났다.


  야나기 무네요시를 한국사람이 깎아내리든 비아냥거리든 그리 대수롭지 않다. 그러나, 우리한테 ‘마음’과 ‘생각’이 있다면, 우리 문화와 역사와 사회가 무엇인지 우리 스스로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란다. 다른 나라에서, 또 이 나라 전문가나 학자라는 이들이, 이러쿵저러쿵 읊는 말에 기대지 말고, 우리 스스로 우리 문화와 역사와 사회를 ‘정치집권자 입맛에 맞추어 뒤바꾸거나 뒤튼 이야기’도 쳐다보지 않으면서, 가만히 우리 삶을 돌아보기를 바란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떤 삶을 일구었는지 되새기기를 바란다. 이렇게 하고 나서 야나기 무네요시를 읽어 보라. 그리고, 조자용과 예용해와 진성기와 한창기를 읽어 보라. 이러면서 송건호와 이오덕과 인병선을 읽어 보라. 이들이 쓴 책을 한 권도 빼놓지 말고 모두 읽어 보라. ‘시골에서 흙을 만지면서 손수 삶을 지은 사람들이 이룬 이야기’를 아끼는 마음을 읽어 보라. ‘시골에서 숲을 지으면서 아이들한테 사랑을 물려준 사람들이 빚은 이야기’하고 어깨동무하는 마음을 읽어 보라.  4348.2.2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람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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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젠베르크 읽는 재미



  1982년에 김용준 님이 한국말로 옮긴 《부분과 전체》를 새롭게 읽는다. 이 책을 언제 처음 만나서 읽었을까? 나는 이 책을 꽤 예전에 장만했고, 꽤 오랫동안 아끼면서 건사했다. 하이젠베르크 님은 플랑크 님과 함께 나한테 늘 새롭게 깊은 숨결을 보여주던 사람이었고, 언제 다시 살피고 헤아리더라도 푸른 빛이 되었다. 아직 장만하지 못한 하이젠베르크 님 다른 책도 머잖아 내 손에 쥘 수 있고, 우리 도서관에 건사할 수 있으며, 우리 아이들이 물려받아서 읽을 수 있을 테지. 내가 곁님과 가꿀 ‘우리 집 학교’에서 하이젠비르크와 양자물리학과 람타를 아이들한테 이야기할 수 있으니, 이 대목을 가만히 생각해 보기만 하더라도 가슴이 들뜨고 설레며 춤춘다. 서른 몇 해 앞서 하이젠베르크 님 이야기를 한국말로 옮긴 김용준 님은 참으로 고마운 넋이다. 4348.2.1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람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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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해문 어린이놀이 달력



  어린이놀이를 생각하면서 이녁 아이와 놀고 이웃 아이하고도 노는 편해문 님은 해마다 ‘어린이놀이 달력’을 펴낸다. 2014년에도 ‘어린이놀이 달력’을 씩씩하게 펴냈다. 2014년에는 ‘아이들은 그리고 싶다’는 이야기를 담아 ‘어린이 벽그림’을 달력으로 선보였다. 이 ‘달력 사진’이 사진책으로도 나올 수 있다면 얼마나 고울까 하고 생각해 본다. 새로 찾아올 2015년에는 우리 도서관에 이 달력을 걸어야지. 연필을 잡든 분필을 쥐든 돌멩이를 줍든 언제나 어디에나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 꿈과 사랑을 가만히 헤아려 본다. 4347.12.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그나저나 올해 달력은 다 끝났다고 하네요 @.@


http://blog.naver.com/timber800/22021593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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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그림 박정희 할머니’ 하늘로 떠나는 길



  꽃을 물감으로 그리면서 하얀 종이에 새로운 빛을 이루던 박정희 할머님이 2014년 12월 3일에 아흔둘 나이로 눈을 감으셨다. 꽃을 마주하면서 마음으로 읽으니, 박정희 할머님이 빚은 그림은 꽃그림이라 할 만하다. 《나의 수채화 인생》이라는 책으로 할머님 삶길을 찬찬히 밝혔고,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라는 책으로 할머님이 아이를 낳아 삶을 짓던 나날을 돌아보았으며, 《깨끗한 손》이라는 책으로 할머님이 아이를 사랑으로 가르치던 하루를 되새겼다. 하늘나라에서는 어디로든 훨훨 날면서 꽃마실을 누리시기를 빈다. 지팡이를 짚지 않고도 어디로든 날고, 봄꽃과 겨울꽃 모두 이쁘게 사랑하는 손길로 이웃과 따사로이 어깨동무를 하는 이야기꽃을 피우시기를 빈다. 4347.12.4.나무.ㅎㄲㅅㄱ


http://www.nocutnews.co.kr/news/4335909


..


2008년에 큰아이가 갓난쟁이일 적에 그림을 그려 주셨고,

우리 집 큰아이 사름벼리는 무럭무럭 자라서 일곱 살 씩씩한 어린이 얼굴로

2014년 3월에 찾아뵙고 할머니를 그려 주었다.


고맙습니다.

고이 쉬셔요.

























http://blog.aladin.co.kr/hbooks/4715890

(박정희 할머니 이야기를 쓴 글 하나)


http://blog.aladin.co.kr/hbooks/4872279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 느낌글)


http://blog.aladin.co.kr/hbooks/6941380

(<깨끗한 손> 느낌글)


http://blog.aladin.co.kr/hbooks/2001561

(<나의 수채화 인생> 느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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