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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웃음짓는 작은 말씨 (2017.12.12.)

― 서울 내방역 〈메종 인디아〉 / 02) 6257-1045

 서울 서초구 방배로23길 31-43 메종인디아



  서울 강아랫마을이라고 하는 고장하고 그리 가깝게 지내지 못했습니다. 예전부터 서울 강아랫마을은 으레 ‘돈있는’ 사람만 사는 데라고 여겼어요. 까닭도 없이 멀리했고, 더 헤아리지 않으면서 등진 나날입니다.


  서울하고 먼 시골에 살면서 좋거나 나쁜 고장은 없다고 하루하루 새로 배웁니다. 시골도 아름답고 서울도 사랑스럽다고 배웁니다. 이러던 2016년에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이라는 책을 낼 수 있었는데, 이 책을 펴낸 곳은 바로 서울 강아랫마을에 일터가 있어요. 그리고 이 책을 펴낸 ‘스토리닷’ 출판사 곁에 마을책방이자 마을찻집인 〈메종 인디아 트래블 앤 북스〉라는 곳이 있어요.

 


《엄마의 주례사》(김재용, 시루, 2014)



  따뜻한 차를 누릴 수 있는 마을책방 벽을 채운 책꽂이에서 하나 집어듭니다. 엄마가 혼례잔치에서 주례를 선다는 뜻이 아닌, 아이들이 스무 살을 지나 철든 어른으로 거듭나는 길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그래요, 온누리 모든 어머니하고 아버지가 이런 책을 쓰면 좋겠어요. 아이들한테 물려줄 사랑을 차곡차곡 여미어서 저마다 재미있고 아름답게 책을 쓰면 좋겠어요. 다그치거나 나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버이로서 이제껏 살고 살림하고 사랑하고 생각한 모든 슬기로운 이야기를 담아내면 좋겠어요. 이른바 ‘집안책’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집안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우리 집안에서 지은 기쁜 삶하고 살림하고 사랑을 아이들이 물려받도록 생각을 가꾼 노래입니다.



《오늘은 홍차》(김줄 그림·최예선 글, 모요사, 2017)



  마을책방이자 마을찻집에 나란히 놓을 만한 만화책이네 싶습니다. 차 한 잔으로 마음하고 몸을 새롭게 돌보는 이야기가 흐르는 만화책이로군요. 서둘러서 마시는 차가 아니라 느긋하게 마시는 차입니다. 서둘러서 읽는 책이 아니라 넉넉하게 읽는 책입니다. 서둘러서 일하느라 서둘러서 죽음으로 내달리는 삶이 아니라 널리 사랑하고 아끼는 삶을 지으면서 서로 어깨동무하는 삶입니다.



  책 두 권을 고를 즈음 〈메종 인디아〉가 북적입니다. 이야기꽃을 함께 피울 이웃님이 자리를 가득 채웁니다. 저도 제 자리를 찾아서 앉습니다. 먼저 말문을 열고, 이웃님들 말문을 기다립니다. 서로 생각을 북돋우면서 우리가 주고받는 말에 어떤 즐거운 씨앗을 심어 하루를 밝힐 만한가를 헤아립니다.


  대수롭지 않은 말이란 없습니다. 보잘것없는 말도 없습니다. 아주 자그마한 씨앗 한 톨이 우람한 나무가 되고 숲을 이루듯이, 우리 입에서 흐르는 낱말 한 마디가 우리 마음에서 새로운 꿈으로 나아가는 생각을 지피는 씨앗이 됩니다.


  말씨요 글씨입니다. 말이 씨가 됩니다. 글이 씨가 되고요. 또박또박 말합니다. 똑똑하고 정갈하게 글을 씁니다. 함께 웃음짓고 같이 노래합니다. 2018.1.7.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방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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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새통 성대골에 차분한 쉼터로 꾸민 책방
― 서울 〈대륙서점〉
 서울 동작구 성대로 40
 02.821.8878
 http://blog.naver.com/daeruk_books


  시골사람이 서울로 마실을 가면 맨 먼저 나무가 사라지고 높은 건물이 줄지을 뿐 아니라, 자동차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놀랍니다. 다음으로, 물결치는 사람한테 놀랍니다. 어디를 가도 서울에서는 사람이 뜸한 곳을 찾을 수 없다고 느낍니다. 어쩌면 서울이라는 곳은 어디에도 사람이나 건물이나 자동차가 많을 수밖에 없는 터전이지 싶어요.

  젊은 사람도 나이든 사람도 많습니다. 아이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많습니다. 가시내도 사내도 많습니다. 시골에서 때때로 아이들을 이끌고 서울로 마실을 갈라치면 시외버스에서 내려 전철이나 버스를 타든, 걸어서 움직이든, 내내 아이들 손을 꼭 쥡니다. 아이들은 이것저것 볼거리가 많은지 고개를 한 곳에 두지 못합니다. 사람뿐 아니라 오토바이나 전봇대나 이것저것 치일 것이 많습니다.

  서울사람은 서울에 무엇이든 이렇게 넘치도록 많은 줄 얼마나 느끼거나 알까요? 들이나 숲이나 바다나 넓게 열린 하늘이나 밤별이나 무지개나 흰구름이나 소나기나 반딧불이나 제비나 풀벌레나 개구리나 뱀이나 억새는 찾아보기 어려운 서울이지만, 가게도 사람도 자동차도 많을 뿐 아니라, 책방도 출판사도 많은 서울입니다.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많은 서울이에요.

  어쩌면 서울이라는 고장에서는 어느 책방이든 날마다 ‘지은이 만남’을 마련할 만하지 싶습니다. 삼백예순다섯 작가를 날마다 모실 수 있어요. 또는 삼백예순다섯 군데 출판사를 골라서 날마다 다른 삼백예순다섯 가지 책을 펼쳐서 날마다 ‘책모임’을 꾸릴 수 있을 테지요.

  사람을 놓고서, 책을 놓고서, 이야기를 놓고서, 더할 나위 없이 모든 길을 새롭고 재미나게 가꿀 만한 서울이네 하고 느끼면서, 고속버스역에서 시외버스를 내린 뒤 전철로 갈아타서 장승배기역에서 내립니다. 장승배기역부터 걸어서 성대골(상도동) 마을책방 〈대륙서점〉에 들어섭니다.


《통통하기 좋은 날》(초록밤 글·그림, 2016)


  장승배기역 둘레도 사람들이 제법 오간다고 느꼈으나, 성대골로 접어드니 낮에도 사람들이 참 북적이네 싶도록 사람물결입니다. 문득 생각합니다. 시골에서는 닷새저자라고 해서 흔히 닷새마다 저잣거리를 펼치는데요, 서울은 ‘늘저자(늘 여는 저자)’가 되겠구나 싶어요. 늘 사람이 많으니까요.

  북적이는 물결을 지나 책방에 들어서니 무척 조용합니다. 고작 유리문 하나 사이로 저잣거리하고 책방을 나눌 뿐이지만, 책방에서는 바깥 북새통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책방에서는 책방 앞으로 마을버스가 지나가는 소리도 못 느낍니다.

  책방이라는 곳을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바쁘거나 복닥이는 한복판인 마을에 있더라도 살며시 마음이나 몸을 쉬거나 달래는 곳이 책방이로구나 싶어요. 시골에서든 서울에서든 우리가 포근하면서 느긋하게 마음을 다독이면서 생각을 추스르려고 하는 자리가 책방이지 싶어요. 잘 가꾼 도서관도 이러한 구실을 할 테고요.

  독립책이라 하는 《통통하기 좋은 날》을 살짝 들춥니다. 온누리 모든 ‘통통이’한테 바친다고 하는 통통책입니다. ‘뚱뚱이’ 아닌 ‘통통이’입니다. 뭐, 뚱뚱이라도 좋습니다. 뚱뚱하든 통통하든 저마다 즐겁게 삶을 짓는 마음이란 무엇인가를 그림으로 가벼이 보여줍니다. 이 그림책을 지은 분이 “통통하며 멋진 날”이나 “통통하며 신나는 날”이나 “통통하게 먹는 날”처럼 다음 이야기도 그려 보신다면 재미있고 뜻있겠다고 느낍니다.


《오즈의 마법사 팝업북》(라이먼 프랭크 바움·로버트 사부다, 넥서스, 2005)


  몇 해 앞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팝업북》을 선물로 받은 적 있습니다. 마침 오늘 이 펼침책 꾸러미가 보이기에 이 가운데 《오즈의 나라》를 집어듭니다. 우리 집 아이들한테 선물할 책입니다. 어른이 보기에도 이쁘며 재미난 책이고요. 펼쳐서 종이인형과 종이집으로 새롭게 들여다보는 이야기는 다시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습니다.


《엄마는 페미니스트》(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황가한 옮김, 민음사, 2017) 


  언제부터인가 마을책방마다 ‘쏜살문고’가 좋은 책상맡을 넓게 차지합니다. 큰 출판사에서 작은 마을책방에 멋진 책을 새롭게 베푸는 얼거리로 볼 수도 있는데, 이제 쏜살문고는 마을책방뿐 아니라 누리책방에도 다 들어갑니다. 그리고 쏜살문고로 나오는 책을 가만히 살피면 예전에 나왔던 ‘살짝 도톰한’ 책을 간추린 판짜임이 많이 보여요.

  오늘 저는 쏜살문고 가운데 하나인 《엄마는 페미니스트》를 고르는데, 빈자리가 아주 많고 한 쪽에 몇 줄 없는 104쪽짜리 책이 9800원이라서 흠칫 놀랍니다. 뭔가 아리송한 모습이지 싶습니다.

  혼자 생각에 잠겨 봅니다. ‘쏜살문고를 다루지 않겠노라’ 외치는 마을책방을 만날 수 있으면 하고요. 언론에서 그리 눈여겨보지 않으나 뜻있는 책을 펴내는 조그마한 출판사 책을 더 넉넉히 품어 주는 마을책방을 만날 수 있으면 하고요.

  이냥저냥 ㅈㅈㄷ 신문 책소개를 챙겨서 살피는 분도 많을 테지만, ㅈㅈㄷ 신문에 보도자료를 한 번도 안 보내는 출판사가 꽤 있습니다. 어느 신문에도 보도자료를 안 보내는 출판사도 있고요.

  신문에 책소개가 안 나오는 출판사 책을 마을책방에서 알아보기란 무척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되레 꿈을 꿉니다. 매체에 기대지 않고 책님을 바라보며 알뜰살뜰 책 하나 여미는 작은 손길을 마을책방에서 한결 따스히 알아보면서 보듬어 줄 수 있기를 꿈꿉니다.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시모어 번스타인·앤드루 하비/장호연 옮김, 마음산책, 2017)

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교습을 시작할 때보다 끝내고 난 뒤에 더 생생합니다. 에너지가 넘치고 더 살아 있음을 느끼죠. 춤이라도 추고 싶습니다.” (263쪽)


  저는 번스타인을 모릅니다. 자그마치 아흔 해를 살아낸 피아노 연주자라 하지만 참말로 잘 모릅니다.

  저는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늘 새로 배우려 합니다. 책으로도 배우려 하고, 사람들한테서도 배우려 합니다. 마을에서도, 숲에서도 배우려 하고, 아이한테서도 배우려 합니다. 저희 집에 날마다 찾아오는 멧새한테서도 배우려 합니다. 마을 빨래터에 낀 물이끼를 보름마다 걷으면서 냇물이나 샘물이 무엇인가를 배우려 합니다.

  어리거나 젊은 사람들한테 피아노를 가르칠 적마다 늘 ‘하루치를 다 가르치고’ 나서 더 생생하게 기운이 난다는 번스타인이라는 분 얘기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참으로 맞는 말이에요. 누구를 가르칠 적에는 ‘가르치면서 배우는 기쁨’이 있어서, 가르치는 이한테 주어진 몫을 다하고 나면 눈도 몸도 마음도 반짝반짝하기 마련이라고 느낍니다. 배우는 사람도 새롭게 배우면서 언제나 새로운 눈과 몸과 마음으로 거듭나고요.

  책방마실을 다니면서 책방에서 만나는 책으로 배웁니다. 그리고 책을 만나려고 책방으로 가는 길에 마주치는 사람이나 마을이나 집이나 가게한테서도 배웁니다. 책방으로 걸어가는 길에 스치는 바람결에서도 배우고, 걸음을 멈추고 기다리는 건널목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도 배웁니다. 걸음마다 배움길입니다.

  마을에 책방이 한 곳 있기에 마을은 고즈넉하게 숨을 돌리면서 차분하게 삶을 배울 터전을 누릴 수 있습니다. 책방이 있는 마을로 나들이를 가기에 우리를 둘러싼 이웃을 다시 바라보면서 서로 어깨동무하는 길을 찬찬히 되짚습니다. 우리 마을로 놀러오시겠어요? 저도 이녁 마을로 나들이를 갈게요. 2017.11.6.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방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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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같은 책방, 열매 같은 골목
[마을책방 이야기] 전북 전주 〈유월의서점〉


 책방지기 : 은수·고요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4길 15-16
 fromeunsu@naver.com
 https://www.facebook.com/fromyouwol
 https://www.instagram.com/fromyouwol/
 여는 때
 : 누리집에서 살펴야 함
 (책방지기가 몸이 여려 입원할 때가 있습니다)


  여름 같은 책방이 있습니다. 여름을 좋아하고, 이 여름 가운데 유월을 사랑하는 책방이 있습니다. 여름 같은 책방이라면 어떤 느낌일까요? 바다 같은? 골짜기 같은? 흰구름 같은? 하늘빛을 닮은 파란 바람 같은? 여름에 쑥쑥 오르는 풀 같은? 여름에 이르러 꽃을 피우는 온갖 들꽃 같은? 여름에 이 땅을 날아다니는 제비 같은?

  여름 같은 책방이 깃든 전주로 마실을 가면서 전주라는 고장을 생각합니다. 전북 전주는 ‘홍지서림’하고 ‘민중서관’이라는 큰 새책방이 있는 고장입니다. 그리고 이 홍지서림을 둘러싸고 헌책방이 거리를 이룬 고장이에요. 새책방하고 헌책방이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는 이곳은 다른 고장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책내음이 흐른다고 할 만합니다.

  전주라는 이름을 전주 바깥에서 듣는다면 으레 한옥마을을 먼저 떠올릴 만해요. 그런데 한옥마을이라고 하는 이쁜 삶터가 이곳 전주에 있다고 한다면, 오랜 살림을 사랑하는 손길이 있다는 뜻이요, 이는 우리 삶을 이루는 오래되면서 너른 이야기를 아끼는 마음이 있다는 뜻이라고 느껴요. 이런 손길하고 마음이 바탕이 되어 홍지서림 책방골목을 이룰 테고, 전주 곳곳에 어여쁜 마을책방이 새롭게 태어나는 발판도 되겠지요.

  전주에 뿌리를 내리는 알뜰한 마을책방으로 서학동에 〈조지 오웰의 혜안〉, 인후초등학교 곁에 〈책방 같이:가치〉, 덕일초등학교 곁에 〈살림책방〉, 전북대학교 곁에 〈에이커 북스토어〉, 남부시장 둘레에 〈책방 토닥토닥〉〈유월의 서점〉 들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마을책방은 마을 한켠에 조용하게 문을 열면서 곱다시 책살림을 이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을책방에는 마을사람이 마실을 다니는 길에 살며시 들릅니다. 마을 어린이도 마을 어른도 홀가분하게 들러서 살짝 책 한 권을 누립니다. 이 마을책방에는 길손이나 나그네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이웃 고장으로 나들이를 왔다가 문득 다리를 쉬면서 가만히 생각을 가다듬고자 마을책방에 머뭅니다. 나들잇길에 책으로 가방을 채우자면 무거울 수 있지만, 가방 무게가 아닌 마음을 살찌우는 이야기를 담으려고 책방마실을 누려요.

  남부시장 둘레 골목길에 얌전하게 깃든 〈유월의 서점〉에 찾아갑니다. 작은아이는 마실길을 함께하면서 작은 마을책방을 놀이터로 삼습니다. 계단을 오르내리고, 걸상에 앉고, 그림을 그립니다. 이것은 무엇이고 저것은 무엇이냐며 책방지기한테 여쭙니다.

  새로운 책방을 꿈꾸며 스스로 서기에 독립책방이라면, 마을에서 조그맣게 이야기를 짓기에 마을책방이지 싶습니다.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면서 즐거운 살림을 바란다면 살림책방이 되겠지요. 서로 아끼는 마음으로 이 땅을 사랑한다면 사랑책방도 될 테고요. 요즈막 들어 전국 마을 골골샅샅에 하나둘 움트는 책방은 독립과 마을과 살림과 사랑을 모두 헤아리고 싶은 작은 길을 걷는다고 느껴요. 스스로 서면서 마을과 어우러져요. 살림 짓는 길을 책에서 찾으면서 사랑 나누는 길을 책으로 펼쳐요.

  여름에 여름 같은 책방에서 쉽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 여름을 떠올리면서 쉽니다. 가을도 지나고 겨울이 오면 햇볕을 바라는 마음으로 쉽니다. 겨울이 저물고 봄이 오면 새롭게 찾아올 여름을 기다리면서 여름 노래를 부를 책방에서 쉽니다.

  여름 같은 책방하고 맞물리는 열매 같은 골목을 걷습니다. 마을책방을 찾아가는 길은 마을사람이 살아가는 골목을 걸어서 사뿐사뿐 찾아가는 길입니다. 마을책방을 찾아간 뒤 우리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길은 이웃 마을사람이 삶을 짓는 골목을 다시 느긋하게 거닐면서 우리 마을길을 새삼스레 되새기는 길입니다.

  한 손에 책 한 권을 들어도 좋습니다. 가방에 묵직하게 책을 담아도 좋습니다. 한 손은 아이하고 맞잡은 뒤, 다른 한 손에 책을 쥐어도 좋습니다. 두 손 모두 아이랑 손을 맞잡으면서 노래하며 골목을 걸어도 좋습니다.

  우리가 읽을 책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흐르는 책 한 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아이들하고 함께 나눌 책은 사랑스러운 노래가 감도는 책 한 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마을책방에서 러시아 타이가 숲을 그려 봅니다. 작은 골목책방에서 지엠오도 핵발전소도 없이 어깨동무하는 새로운 나라를 꿈꾸어 봅니다. 작은 유월책방에서 유월 뒤에도 여름 뒤에도 언제나 싱그러울 기쁜 보금자리를 그려 봅니다.

  유월 칠월 팔월뿐 아니라, 가을 겨울 봄에도 〈유월의 서점〉은 늘 그렇게 골목에서 문을 살며시 열면서 상냥하게 손님을 기다립니다. 마을마다 골목마다 책방이 한 곳씩 가만히 문을 열 수 있다면 참으로 재미있으리라 느껴요. ㅅㄴㄹ
  


ㄱ. 이 멋진 책방을 꾸리는 기쁨이라면
“곰곰이 생각해 보면 뜬금없이 짠해질 때가 있어요. 마음의 숲을 지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책방 안에 있으면 그 누구의 내가 아닌, 온전한 제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책방을 찾는 분들의 온기 덕분이지요.

〈유월의서점〉에서는 유독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됩니다. 그로 인해 서로를 치유하고 다독이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공간과 사람의 힘이라고 믿는 까닭입니다. 그리고 제가 책방을 꾸리고자 했던 그 목표와 믿음을 깨닫게 될 때, 삶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지요.”

ㄴ. 아름답다고 느끼는 손님 한두 분을 이야기하신다면?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에 우연치 않게 서점을 들르신 조00 대표님. 서울에서 디자인스튜디오를 운영하시는 대표님은 서점을 처음 찾으셨을 때 저와 네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셨어요. 이후 꾸준한 소통을 통해 서점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고 계시지요. 비가 올 때는 서점에 비가 새진 않는지, 날이 더울 때는 밥은 잘 먹고 있는지, 도시재생 바람이 불 때는 서점의 후폭풍이 밀려오진 않는지 걱정과 안부를 물어 주십니다. 그 따뜻한 관심들은 공간에 힘을 불어넣어줍니다. 우리가 왜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를 알게 해 주지요.

가끔 찾아오던 20대 중반의 청년 손님이 계셨어요. 처음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걸 매우 어려워했던 분이었는데, 저와의 소통을 통해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어요. 진로를 찾아 서울로 가게 되었을 때, 마지막 인사를 위해 서점을 찾아오셨습니다. 고마웠다는 인사에는 진심이 느껴졌어요. 저희 서점은 그런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보이지 않게 손을 내밀어 주고, 보이지 않게 힘이 되어 주는.”

ㄷ. 10년째, 20년째, 30년째 〈유월의서점〉 앞모습은?
“저희 공간은 책을 매개체로 공공재로 쓰이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오래된 미래는 별다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유의 문화를 잘 지켜내는 것. 〈유월의서점〉은 고유의 공간을 잘 지켜내며 시대적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공간으로, 때로는 위로와 곁이 되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ㄹ. 전주 이웃, 전주 바깥 이웃한테 〈유월의서점〉을 소개한다면?
“〈유월의서점〉은 독립출판물과 자연, 생태, 농업과 관련된 다양한 책과 더불어 지역의 문인들이 출자해 만든 모악출판사의 시집 시리즈를 선보이는 전주의 작은 골목책방입니다.

이 책방은 농촌마을에 존재하는 마을회관처럼 공공재로 쓰이길 바랍니다. 책방지기의 생각에 동참한 많은 분들이 책방에 필요한 물품과 생태, 농사 관련 책들을 기증해 주시며 나눔의 책방에 힘을 실어 주셨지요.

빛이 가장 찬란한 6월에서 영감을 얻은 ‘유월의서점’이란 이름처럼 이곳은 많은 분들의 따뜻한 빛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서로의 도움이 순환되고, 그 순환이 결국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는 생각이 중심인 〈유월의서점〉.

ㅁ. 〈유월의서점〉에서 하는 모임을 소개해 주시고, 이같은 모임을 하는 즐거움을 들려주셔요.
“〈유월의서점〉은 ‘유월의 도서관’코너를 따로 마련해 다양한 책의 순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책은 구입만 하는 게 아니라 나누어 읽고, 소통하는 매개체라는 것을 알리고 싶기 때문이지요.

책 이외에도 여러 워크숍이 진행됩니다. 정기 워크숍으로는 농사와 생태를 주제로 하는 ‘유월의 영화관’, 계절마다의 산나물과 꽃을 주제로 하는 자연요리 워크숍 ‘유월의 부엌’, 좋아하는 책의 구절을 읽고 나누는 ‘유월의 필사’모임과 독립출판물 제작을 위한 ‘유월의 글쓰기’ 모임이 매주 진행되고 있습니다.

빛이 좋은 오후, 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 조용한 골목에 다다르고, 그 안에 당신이 그리던 고요한 섬 하나가 있습니다. 〈유월의서점〉은 책방을 찾는 이들에게는 좋은 책을 한 권 더 주고, 그런 다음엔 조용히 물러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유월의서점〉을 지켜 나가겠습니다.”

ㅂ. ‘유월의서점’이라는 이름이 떠오른 이야기를 들려주셔요.
“유월은 빛이 되는 계절입니다. 봄과 여름 사이, 가장 찬란한 볕이 시작되는 계절. 이 좋은 볕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ㅅ. 전주가 어떤 고장으로 나아가면 좋을까요
“전주는 흔히 전통의 고장이라고 합니다. 전통과 역사를 가졌다면, 분명 그것들을 다진 시간의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시간의 힘을 잘 지켜내고, 복원되는 과정을 중요시 여기는 도시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ㅇ. 책을 읽는 즐거움이란? 마을책방으로 책마실 다니는 재미를, 아직 잘 모르는 이웃님한테 이야기해 주신다면?
“일본 작가 사이토 다카시는 ‘혼자만의 시간에 깊이 생각한다는 것은 재능의 증거이기도 하다’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책을 읽는 즐거움과 같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와 굳이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혼자만의 시간에 깊이 생각하고 공명하며 스스로를 다지는 것은 깊은 혼돈을 빠져나와 이해와 포용, 사랑을 갖춘 어른이 될 수 있으니까요.”
 
ㅈ. 책과 시골은 어떻게 어울릴까요.
“요즘 귀농귀촌 인구가 늘면서 젊은 청년층이 시골을 많이 찾는 추세입니다. 수도권에서 문화생활을 가깝게 접하던 그들에게 책은 그야말로 가장 많은 문화를 접해주는 백서이자 또다른 문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 역시 시대와 현실에 어려움을 토로하던 청년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자 이 공간을 처음 꾸렸고, 그 의미가 차츰 잘 전달되고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지요. 문화는 책을 토대로 또 다른 세계를 만들고, 시골 책방은 어떤 것과의 단절을 통해 다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ㅊ. 마을에서 함께 짓는 이야기가 키우는 살림, 사랑은 우리 삶을 어떻게 북돋울까요.
“사람의 사고방식은 쉽게 바뀌진 않지만, ‘나’이기보다 ‘우리’일 때는 분명 다른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들볶다가도 마을에서 함께 짓고 이야기를 꾸리게 되면 스스로 무뎌진 힘이 다시 성장하기도 하니까요. 그 힘으로 살림을 짓고 사랑을 하며 우리는 서서히 느긋하고 대범하게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각자가 비추는 빛들의 세기가 달라도 그 빛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우리의 삶은 빛으로 더욱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숲노래/최종규 . 마을책방 이야기/책방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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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없는 마을에 책방을 열다
[마을책방 이야기] 경기 수원 〈노르웨이의 숲〉


 책방지기 : 윤종혁 님
 경기 수원시 장안구 덕영대로417번길 52-9 1층 101호
 031-268-0730
 http://blog.naver.com/norwegianwoodbooks
 https://www.instagram.com/norwegianwoodbooks

 여는 때
 : 10∼19시 (월∼금)
 : 13시∼21시 (토)
 (가끔 책방장이 밤늦게까지 있음)


  언뜻 보기에 책방이 있을 만하지 않구나 싶은 데에 책방이 있곤 합니다. 이를테면 사람들 발길이 잦지 않은 골목 안쪽 같은 데가 그렇지요. 다른 가게가 많지 않고 살림집이 줄줄이 잇닿은 골목 안쪽에 책방이 있다면, 어쩜 이런 데에 책방이 있나 하고 여길 만합니다.

  그런데 언뜻 보기에 빵집이나 옷집이나 밥집이 있을 만하지 않은 데에 빵집이나 옷집이나 밥집이 있다면?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가야 할 만한 곳에 책방이며 빵집이며 옷집이며 밥집이 있다면? 이때에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거나 느낄까요?

  책방이 들어설 만하지 않은 데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엄청나게 북적거리는 곳에도 책방이 들어섭니다. 아파트만 빼곡한 데에도 책방이 들어섭니다. 시골 읍내에도 책방이 들어섭니다. 초등학교 옆이나 중학교 옆에도 책방이 들어섭니다. 한갓진 골목 안쪽에도 책방이 들어서지요.

  책방을 열려고 뜻을 품은 사람이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곳에 책방을 열어요. 시골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시골에 책방을 엽니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어우러진 곳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골목 안쪽에 책방을 엽니다. 북적거리는 도심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도심에 책방을 열고요.

  독립출판물을 많이 다루는 조그마한 책방인 〈노르웨이의 숲〉은 언뜻 보기에 책방이 있을 만하지 않은 데에 들어섰다고 할 만합니다. 골목 안쪽 한갓진 데에 책방이 있습니다. 책방 옆에는 빨래와 옷손질을 하는 집이 있어요. 책방 맞은쪽에는 떡집이면서 작은 방앗간이 있습니다. 이 옆으로는 국숫집이 있고, 분식집이 있으며, 자그마한 학원이며 교회에다가 머리방까지 여러 마을가게가 있습니다.

  마을가게가 아니면 여느 살림집으로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살림집이면서 작은 가게를 꾸리는 곳이 모여서 저절로 이룬 마을이라고 할 만한 곳입니다. 그러니 이 같은 작고 조용한 마을에 책방이 하나 들어설 만합니다. 이른바 장사터는 아닐 수 있으나 마을터로 이쁘장하니 마을책방 한 곳이 태어날 만해요.

  마을사람이 마을 한 바퀴를 돌다가 마을책방에 들를 수 있습니다. 멀리서 찾아온 길손이 마을책방에 들러서 책을 누리다가 마을가게에서 국수라든지 만두라든지 떡볶이라든지 김밥이라든지 느긋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마을책방으로 찾아오는 길에 조용하고 이쁜 마을을 찬찬히 둘러보면서 사람 살아가는 냄새를 가만히 느껴 볼 수 있어요.

  책방은 큰길에 자리해도 됩니다. 그리고 책방은 골목에 자리해도 됩니다. 책방은 큰길에서 커다랗게 차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책방은 마을에서 조그맣게 차릴 수 있습니다. 책방은 베스트셀러를 비롯해서 잘 팔릴 만한 책을 잔뜩 팔아서 매출을 올릴 수 있습니다. 책방은 독립출판물을 비롯해서 두고두고 사랑받을 만한 책을 알맞게 골라서 조촐하게 나눌 수 있습니다.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굳이 베스트셀러를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마을지기로서 마을을 한껏 곱게 가꾸는 기쁨을 이야기하는 조그마한 책을 나긋나긋 즐길 수 있으면 넉넉합니다. 문학상을 받은 책을 꼭 읽어야 하지 않아요. 백만 권씩 팔린다고 하는 문학을 마을지기가 꼭 읽지 않아도 되어요.

  마을에서는 마을살림을 사랑하는 수수한 이야기를 오순도순 나누면 즐겁습니다. 마을에서는 이웃 여러 나라에서 마을을 아기자기하게 가꾸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열이나 스무 사람쯤 모여서 단출하게 즐기는 ‘마을영화잔치’를 꾸릴 수 있어요. 수만이나 수십만 또는 수천이나 수백이 모이지 않더라도, 수십 사람이 도란도란 어우러지는 자그마한 ‘마을책마당’을 꾸릴 수 있습니다.

  마을떡집에서 떡 한 점을 사면서 이야기가 태어납니다. 마을국숫집에서 국수 한 그릇을 먹으면서 이야기가 자랍니다. 마을빨래집에서 바지 한 벌을 기우면서 이야기가 샘솟습니다. 그리고 마을책방에서 책 한 권을 장만하여 읽으면서 이야기가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어요.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을 바라볼 수 있다면 이야기를 지을 수 있어요. 이야기는 우리 마음에 있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서 삶을 가꾸는 손길을 사랑할 수 있다면 이야기를 지필 수 있어요.

  마을책방 〈노르웨이의 숲〉은 수원 장안구 율전동이라는 조그마한 마을에서 조그맣게 길어올리는 조그마한 촛불 같은 이야기를 피우는 쉼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작은 책방에 깃들어 책을 누리다 보면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작은 책방에 깃든 재봉틀에서 새로 태어나는 가방이나 덮개나 옷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작은 책방 품에 안기는 작은 책들이 어떠한 이야기를 담는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사뿐사뿐 마실을 해 보면 좋겠어요. 작고 조촐한 책모임(책읽기모임)을 꾸리고 싶은 분이라면 이처럼 이쁜 마을에 깃든 이쁜 마을책방에 살며시 깃들어서 도란도란 책수다를 나누어 볼 수 있을 테고요. ㅅㄴㄹ


 
ㄱ. 이 멋진 책방을 꾸리는 기쁨이라면
“책은 평생의 저의 친구이자 종교 같은 것입니다. 많은 책을 읽은 건 아니지만, 책이 주는 기쁨을 알기에 책과 가까이하고 싶어 책방을 열었습니다. 아직 많은 편이 아니지만 찾아오시는 손님과 책을 매개로 맛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이전에는 제 주변의 인연들 대부분이 책과 가까이하지 않는 삶을 살기에, 그 인연들과 있으면 종종 헛헛함을 느끼곤 하였습니다. 이제는 찾아오시는 손님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책방을 소개하고, 책 읽는 이의 바람을 이야기하는 등, 넓은 의미에서 책의 기쁨을 대화로 나눌 수 있어서 그저 좋습니다. 책방을 꾸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ㄴ. 아름답다고 느끼는 손님을 한두 분 이야기해 주신다면?
“멀리서 이 변두리 소심한 책방까지 찾아오신 최종규 작가님이 먼저겠지요. 그 때문에 저도 작가님의 책살림이 보고 싶어 남쪽까지 갔으니까요. (웃음) 마찬가지로 멀리서 이 변변하지 않은 변두리 소심한 책방까지 찾아오시는 분들 모두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물론 가까이서 찾아오시는 분들도 저에겐 소중하고 아름다운 손님들입니다. 

아직 오래된 책방살림이 아니라서 인연들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지만, 그래도 굳이 뽑자면, 첫 손님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도 열악한 환경의 책방이지만, 처음엔 지금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이었는데요. 테이블도 없고 널빤지 네 장에 대충 각목을 박아 만든 책장이 유일했고, 실내장식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무념무상의 공간. 그런데도 자기 사는 동네에 책방이 생겨서 너무 좋다며 해맑게 웃던, 이제 대입 수험생이 된 소녀가 아닐까 합니다. 그 수줍은 미소를 아직도 잊지 못하겠네요. 

한 분을 더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저는 찾아오시는 분들과 대화를 자주 나눕니다. 그러다 어느 숙녀 분과 이야기하는 중에 사느라고 잊고 지낸 자신의 꿈을 제가 깨워 드린 일이 있었는데요. 두 눈이 촉촉이 젖어 제 곁을 떠나지 않던 그분이 생각납니다. 다시 그분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결혼을 하지 않은 분께서 수년을 짝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쓴 연서를 가지고 오셔서 저보고 훑어봐 달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원고량으로 따져도 제법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며 쓴 글이었는데요. 그 글로 책을 만들어 사랑하는 이에게 프러포즈하고 싶다고 말하더군요. 이왕에 하는 프러포즈이기도 하지만 글로서도 가치가 있으면 좋겠다며 원고를 내밀던 그 거친 손등이 유난히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한두 분을 바라셨는데 하다 보니 계속 나올 것 같군요. 그럼 이쯤에서 이 부분은 접기로 하겠습니다. 책방에 찾아오시는 분들 한 사람 한 사람 제겐 각별하게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ㄷ. 10년째·20년째·30년째 〈노르웨이의 숲〉 앞모습은?
“아마도 고흥에 작가님의 도서관처럼이 아닐까 하는데요. 아마도요. (웃음) 물론 아직 꿈이고 희망이지만 이 마을에서 오래된 책방으로서 자리잡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의 추억이 되어 가끔 생각나 찾아오는 곳으로, 그래서 뭉클한 장면이 종종 연출되면 참 좋겠습니다. TV에서 종종 보잖아요. 오래된 음식점에 단골이라며, 외국에서 살다 한국에 오면 그리워서 찾게 되는 집이라며 흐뭇해하는 그런 맛집처럼, 사람들에게 추억이 될만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였으면 좋겠습니다. 10년이고 20년이고 30년이고. 쭈∼∼∼욱….”

ㄹ. 수원 이웃, 수원 바깥 이웃한테 〈노르웨이의 숲〉을 소개한다면?
“책방장은, 그러니까 회사엔 사장이고, 학교는 교장이니 책방이니까 방장이 맞겠죠. 책방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종종 저를 책방장이라고 부릅니다. 주로 책을 떼고 방장이라고 부르죠. 어떤 이는 세게 발음해서, ‘빵장’이라고도 하죠. 몇몇 분들은 저를 빵장니∼임이라고도 부른답니다. 전 그 소리가 참 좋습니다. 

여튼, 책방장인 저는 책방에 찾아오시는 분들이나 만나는 이들에게 ‘틈’을 이야기합니다. 세상의 틈, 공간의 틈, 시간의 틈, 마음의 틈, 삶의 틈으로서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그래서 ‘틈’ 덕후라는 우스갯소리도 듣는데요. 우리 사는 세계가 편하게 살 만한 세상이 아니지 않습니까.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려고 하잖아요. 저까지 그 세상에 편승하여 살면 안 될 것 같아 책방을 열었는데요. 아마 이 책방이 앞서 말한 틈이 아닐까 합니다. 

살다 보면 일상에서, 인생에서, 자신 안에서 틈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건 비우거나 하는 의미가 아니라 연속된 많은 것들의 사이를 의미합니다. 비운다는 것은 다시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비우려 해야 하잖아요. 우린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게 틈입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흐르는 대로. 무엇이? 몸이 마음이 말입니다. 그때가 틈입니다. 

쉰다고도 하는데, 그건 틈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제가 책방을 이야기하려다 틈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고, 책방에 오셔서 그 틈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보셔도 되고, 차를 마셔도 되고, 그림을 그리셔도 되고, 음악을 들으셔도 되고, 소설을 쓰셔도 되고, 시를 쓰셔도 되고, 가끔은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들여다 보셔도 되고, 멍하니 있어도 됩니다. 때로는 시간을 엿보기도 하고, 공간을 염탐해도 되고, 삶의 의미를 머릿속에서 되새겨도 됩니다. 이 모든 건 목적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 속의 즐거움입니다. 몸과 마음이 흐르는 대로. 그러다 책방장과 아무 이야기나 하셔도 됩니다. 그게 틈입니다. 

틈에서는 무언가를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하지 않을 자유를 깨닫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틈은 일상의, 현실의 일탈이기도 해서 책방을 열었습니다. 말이 길어지는데요. 이 틈이 궁금하시면 찾아오셔요. 찾아오셔서 이 틈을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그야말로 〈노르웨의 숲〉은 변두리 소심한 책방입니다. 길을 지나는 이보다 텅 빈 시간이 많은 동네입니다. 이 작은 공간에서 책과 함께 머무시는 동안 세상의 틈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마음이든 몸이든 매우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이 일상에 피지 않겠어요. 그 꽃이 삶을 즐겁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곳이 〈노르웨이의 숲〉입니다.”

ㅂ. 〈노르웨이의 숲〉에서 꾸리거나 이끌거나 함께하는 모임을 소개해 주시고, 이러한 모임을 가꾸는 즐거움을 들려주셔요.
“이전에 짧게 낭독모임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널리 알리는데 소홀했고요. 인원이 예상보다 밑돌기도 하고, 더욱이 밥벌이를 위해 하는 일이 따로 있어 어떤 모임을 연속해서 운영한다는 것이 힘에 부쳐 그만 낭독모임을 길게 이어가지 못하였습니다. 핑계지만 책방장이 실로 게으른 탓입니다. 

대신 동사무소와 연계하여 성균관대역 앞 골목길에서 독립출판 플리마켓 “책너른마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달 마지막 주 어느 하루를 날 잡아 소소한 책의 잔치를 벌이고 있는데요. 될 수 있는 대로 이 행사가 변두리 소심한 지역에 빛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역활성화도 좋지만, 그보단 그로 인해 이야기가 있는 골목길로 인식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역활성화는 어쩐지 자본의 냄새가 짙게 나서, 차라리 아름다운 사람이 사는 동네로서 활기찬 삶이 보이는 곳이랄까.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끔 책방에서 아주 번개처럼 영화를 보기도 하는데요. 그건 저 좋으라고 하는 건데, 공지는 느닷없이 번개처럼 SNS에 공지를 합니다. 당일 임박해서 말이에요. 

그래서 영화는 주로 오붓하게 봅니다. 이 오붓의 뜻은 오시면 압니다. (웃음) 아, 그리고 조만간 새로운 일을 벌일 생각인데요. 양귀자 작가님의 《원미동 사람들》처럼 “율전동 사람들”이란 소재이자 주제로 소설책을 엮을 생각입니다. 제가 쓰는 게 아니고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어느 한 분의 작가님을 섭외해서 저희 책방에 와서 생활하며 동네 사람들 사이에 녹아들어 그들의 소리를 듣고 쓰게 하는 겁니다. 어쩐지 재미난 생각 같아서 정말 해볼 생각입니다. 그게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ㅂ+. 얼마 앞서 책방 앞 마당이자 골목마당에서 마을 분들하고 신나는 잔치를 벌이셨다면서요? 그 이야기도 들려주셔요.
“부끄럽습니다. 잔치라기보단 부침개로 점심이나 먹자고 한 일이 지나는 이들이 그걸 보고 참견하시다가 일이 커지고 말았던 거지요. 앞집 옷가게 사장님과 옆집 옷수선 사장님이랑 수시로 점심을 함께 먹는데요. 그날은 비도 부슬부슬 내리고 해서 부침개로 끼니를 해결하려고 하였습니다. 저희끼리 먹자니 반죽해 놓은 것도 많고 해서 방앗간도 부르고 이불가게도 부르고 그러다 지나는 이들에게도 맛이나 보여줄 생각이었는데, 막걸리 배달 아저씨께서 그 풍경에 녹아들어 막걸리를 선뜻 내어주시고, 누군 맥주도 사오고, 텃밭의 부추도 뜯고 각자 형편 되는대로 밑반찬들을 가지고 나와 잔치 아닌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이게 사는 맛이겠지요. 이웃들이 오순도순 경계 없이 서로 어울려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맛이랄까요. 참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아, 앞서 말했듯 소설 “율전동 사람들”은 이 이웃들의 사연을 잘 버무려 쓸 생각입니다. 그렇게 서로 어울려 살다 보니 이웃들의 사연이 차마 내버려 두기에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ㅂ++. 이곳에서 책모임(책읽기모임)을 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책모임 자리로 이 책방을 즐거이 누릴 수 있을까요?
“책방을 연 이유 중에 하나가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들에게 장소를 제공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모임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책에 몰입하도록 해 주고 싶었습니다. 공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엔 부족하겠지만, 그래서 더 아늑하니 몰입하는데 충분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은 책방장의 양념이 가미가 되어 유쾌하고 유익한 책놀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ㅅ.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이름이 떠오른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책방장은 책방을 열기 이전부터 전국의 작은 책방들을 돌아다니는 것을 즐겼습니다. 제주도를 포함 전국의 곳곳을 다녔습니다. 가끔은 실망스러운 곳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원도심 지역의 낡은 건물에 있으면서도 감동 그 이상이었습니다. 작지만 알찬, 낡음이 새로운 공간과 의미로 다가왔달까요. 문화적 충격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그중에 충청도 지역의 어느 서점은 그 감동의 대표적이라 할 수 있었는데요. 그 모습을 보고 따라하고 싶어 지역을 물색하고 건물을 물색하고 해서 오늘의 〈노르웨이의 숲〉의 터전을 잡았습니다. 일단 그런 공간을 만들고 나니 이름을 붙여야 하겠지요. 그땐 이미 제 마음엔 예전부터 생각해 놓은 상호가 있었습니다. 세기말에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의 마음속에서 대부분 그렇겠지만, 《상실의 시대(원제:노르웨이의 숲)》는 제 젊은 시절의 코드이자 키워드입니다. 제게서 그게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시절이었으니까요. 

작가님 앞에서 코드니 키워드니 하는 영어를 사용하자니 죄송합니다만, 딱히 바꿔 말할 것이 생각이 나지 않음을 양해하여 주십시오. 혹시 이 말을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있으시면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 그 말을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길잡이’나 ‘길벗’쯤 쓸 만하지 싶어요)

여하튼, 학교 다닐 때 자주 만나 대화한, 요즘 흔히 말하는 여자사람친구가 있었습니다. 후배이기도 했지만, 선후배를 떠나 우린 단짝처럼 붙어 다녔죠. 둘이서 술자리를 즐겼던, 그때마다 우리의 대화 소재는 《상실의 시대》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었습니다. 물론 시대를 논쟁하기도 했었지만, 그 책만큼 영양가 있는 대화는 아니었죠. 그때부터 《상실의 시대》는 언제가 제 인생에 있어서 꼭 한 번은 의미 있게 사용되길 바랐었죠. 그 바람이 책방에 고스란히 투영된 것입니다. 

그런데 《상실의 시대》는 제가 느꼈던 세기말의 분위기 느껴져 그대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생각에 원제목을 살려 가게의 이름을 정했습니다. ‘노르웨이의 숲’으로 정하니 한번은 유모차를 끌고 멀리 이웃마을에서 오신 손님이 계셨습니다. 맨몸으로 걸어오기도 힘든 거리를 유모차를 끌고 봄날 땡볕을 가로질러 오신 그분은, 입고 있던 티셔츠가 땀으로 젖어 있었음에도 힘든 기색 없이 단지 노르웨이의 숲이란 이유로 흐뭇해하셨습니다. 

그분에게도 《상실의 시대》는 특별한 의미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사실 그런 의미도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삶을 산 우리지만, 분명 공통된 분모가 있을 것이고, 그 공통분모로 우린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책방을 찾아오시는 모든 이가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어느 누군가는 자신의 추억을 나누고 이야기할 곳이 필요할 것이라고, 저처럼 누구든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실의 시대’는 다른 키워드보다 제가 책방의 운영철학이나 방침을 가장 내포하고 있고, 아물러 영향력이 있지 않겠나 해서 책방 이름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죠.”

ㅇ. 책을 읽고 파는 책방지기로서, 한국 책마을에 한 마디 해 보신다면?
“‘책마을’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 일단 책방이라는 공간으로 한정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일전에도 누군가에게도 말한 적이 있지만, 책방이 없는 곳에 책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처럼 도시의 변두리 동네에도, 작든 크든 모든 도시에도, 산골에도, 농촌에도, 어촌에도, 굳이 공간만 아니라 메마른 자본의 기계처럼 얽매어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 곳에서도 책방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요, 언제부터인지 책방이 가지고 있는 유익한 정서가 있는데 경제적인 사정으로 존재의 가치가 상실되어 점차 우리의 주변에서 사라졌잖아요. 최근에 고무적이랄까요, 기대할 만한 것은 우리 주변에 (아직은 대도시에 편중되어 있긴 하지만) 독립책방 등과 같은 작은 동네서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흐름이 바른쪽으로 이어갔으면 좋겠는데요. 여기서 바른쪽이란, 정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책이 있는 공간을 이끌어 갔으면 한다는 점입니다. 이 흐름이 그저 보기 좋아서 아무런 생각 없이 덤벼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책방을 지키는 이가 책을 사랑하면, 찾아오는 이도 책을 사랑하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그러면 자연히 책이 일상이라든가 삶에 있어서 녹아들고 가까워지라 생각됩니다. 
적어도 책을 가까이하는 이들은 다툼을 만들지 않더군요. 다툼이 없는 사회는 아무래도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아닐까, 하는데요. 그런 세상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만, 여하튼 우선 책방이 많은 곳에 생겼으면 합니다. ”

ㅈ. 수원이 어떤 고장으로 나아가면 좋을까요?
“글쎄요. 아직 주변에 머무는 시민이라서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만약 생각해야 한다면 책의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시로 책의 이야기가 넘치면 좋겠습니다. 가끔은 책으로 만취한 시민들이 난동(?)이랄 수 있는 멋진 광경을 벌였으면 좋겠습니다. 광장에 홀로 책 버스킹을 하는 것이지요. 

누구나 책을 논쟁하고 책을 알리고 책을 노래하는, 그건 소통이랄 수 있습니다. 그런 소통은 광장에서가 가장 유리하잖아요. 그런 것이 전혀 어색하거나 이상한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도시. 막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시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책에 대한 관념이랄까요. 개념을 재정비하고 새롭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그 새롭게 접근하는 방법, 즉 접근법은 시민뿐만 아니라 시를 이끌어 가는 누구나의 지혜가 필요하며, 막연하게 도서관이나 짓고 책이나 비치하면 끝이 아닌, 책이 모든 시민에게 스며들 수 있게 부단한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이 점은 글을 쓰고 만들고 펴내는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에 삶의 질을 윤택하게 만들어야 할 공공기관의 자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무슨 사회활동가처럼 보입니다만, 저는 단지 그냥 동네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누구나 책을 가까이하고 책이 시민의 삶에 영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그러기 위해서 뒷받침될 무언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괜스레 떠들게 되는군요. 그 무언가는 글쎄요…. 여하튼 책의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ㅊ. 책을 읽는 즐거움이란? 마을책방으로 책마실 다니는 재미를 아직 잘 모르는 이웃님한테 책마실 다니는 재미나 즐거움을 이야기해 주신다면?
“책을 읽는 즐거움은 생략하겠습니다. 어쩐지 진부한 대답이나 하고 말 것 같아서입니다. 사실 책 읽는 데 즐거움이 필요할까요. 단지 좋아서 읽을 뿐인데요. 

그리고 책마실에 대한 답도 매우 짧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단순하게 생각하니까요. 책방마다 가지고 있는 정서가 다릅니다. 그곳을 운영하는 사람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고 해서 책방마실을 다닐 때마다 늘 새로운 느낌이 듭니다. 

어느 책방에서나 보는 같은 책이라도 어느 책방에 있느냐에 따라 그 책에 다른 정서가 배어 있기도 합니다. 그건 추억이랄 수 있는데요. 아마 책방마실은 추억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추억, 인생에 있어서 그것 없으면 심심하잖아요. 책으로 인한 공간의 소통, 시간의 소통, 삶의 소통이 책방마실을 하는 이유입니다. 책방만큼 소통이 쉬운 곳은 없을 것 같습니다. 소통이 추억을 만들잖아요. 그래서 다닙니다.”

ㅋ. 독립출판물은 어떤 새로운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책방지기로 이웃에 꼭 소개해 주고 싶은 독립출판물 몇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셔요.
“독립출판은 새로운 책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독립이라는 단어가 붙어서 우리에게 조금 생소해서 그런 건데요. 기존의 일반출판사에서 출간된 책들과 전혀 다른 게 아닙니다. 책이 집이고 내용이 사는 사람들이라면, 이전에는 주로 집을 짓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따로따로였지요. 독립출판은 집을 짓는 이도 사는 이도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집을 짓는다 해서 사는 사람이 직접 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독립출판계엔 손수 책을 만들어 판매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집을 짓는 건 목수처럼 현장기술자들이 하는 거잖아요. 여기서 기술자들이란 책을 만드는 인쇄소를 말합니다. 인쇄소까지 겸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 장황하게 말이 길어졌는데요. 쉽게 말해, 독립출판이란 집(책)을 짓는 사람과 사(쓴)는 사람이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단독으로 집을 짓기도 하고 여럿이 모여 집을 짓고 그곳에 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출판사와 다르게 독립출판은 책을 만드는 사람 마음대로 틀을 만들어 지을 수 있습니다. 형식이 없고, 걸림도 없고, 하고 싶은 대로라는 말이지요. 아무래도 일반출판사는 판매 부수에 민감하니까, 잘 팔려야 할 책을 만들게 됩니다. 선별적이기도 하고 작가(저자) 중심이 아닌 편집자 중심의 출간을 하게 되겠지요. 편집자 중심이 되면 아무래도 작가(저자)의 의중이 조금은 퇴색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독립출판은 스스로 만들기에 작가(저자)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독립출판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 표현 면에서 아마도 자유로움이지 않을까 하는데요. 독립출판에서는 개인적이고 사소하고 소소하고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모습 등을 담은 책처럼 일반출판사에서 만들지 않는 내용의 책이 주로 만들어지고 유통되고 있습니다. 독립출판을 하시는 분들의 대부분은 자기의 생각과 정서와 느낌을 타인과 공유하고 싶기도 하고, 소통하고 싶어서 만들게 됩니다. 그 소통엔 가식적이거나 기존의 인식 틀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하물며 읽는 이도 인식의 틀에 사로잡힐 이유도 없습니다. 또한, 독립출판의 매력이라면 아마도 어떤 책이든 작가(저자)의 체세포가 묻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작가와 독자의 거리가 아주 가깝다고나 할까요. 종종 프리마켓이나 동네 책방에서 작가들이 소통의 장을 마련하니 그런 면에서 기존 출판보다 탈권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방지기로서 독립출판물을 몇 가지 소개해 달라고 하셨는데요. 선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저희 책방에 책을 맡겨 두신 작가님들 중에 소개되지 않은 분들이 분명 실망하시지 않을까 해서 그건 접기로 하겠습니다. 다만 최근에 지상파TV에서 독립출판 소재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보면서 씁쓸합니다. 왜냐하면, 독립출판은 ‘누구나 저자가 되고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인데, 그 프로그램에서는 유명인이 나와 진행하고 참여하고 있잖아요. 그렇게 방송이 되면 누구나가 아닌 특정한 사람들만의 전유물로 인식될까 봐 걱정됩니다. 차라리 일반인이 자신의 책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출판이란 보편적이고 일반적이라는 것을 인식되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ㅌ. 책방, 출판사, 작가, 책손, 여기에 마을, 이렇게 다섯 이음고리는 서로 어떻게 맞물려 돌아갈 적에 새로우며 즐거운 이야기로 만날 수 있을까요.
“단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을 뿐인 저에게서 한 번도 생각지 못한 질문입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이 다섯 가지가 새로우며 즐거울 수 있을까를 말입니다. 

그런데요. 엉뚱한 대답 같지만, 저는 여름 방학 때 자주 간 외가가 떠오릅니다. 이맘때 외가에서는 마당에 멍석을 깔아놓고 밥을 먹는데요. 그 멍석은 비단 식사용이 아니라 집안 어른의 생신 잔치가 있을 때처럼 방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공간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쩜 저는 책방이 이 멍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머지 네 가지의 확장이 바로 책방일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출판사·작가·책손·마을의 외연으로서 확장된, 즉 이 모든 것이 수시로 책방에서 소통하게끔 하여야겠지요. 예전의 책방이 책이 지나는 통로로서만의 역할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최근의 몇몇 동네책방은 소통 중심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롭지는 않겠지만, 다섯 가지가 책방이라는 멍석 위에서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면 우리에게 풍요로운 정서를 제공하는 충분하리라 생각되는데요.”

ㅍ. 손으로 짓는 살림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공방)
“(이 부분은 손으로 짓는 살림을 하는 저의 곁님이자 공방장에게 넘겨도 되겠지요. 다음은 공방장의 말입니다.)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간에 책도 보다가, 음악도 듣다가, 그래도 심심할 때면 미싱 앞에 앉아 이것저것 만들어 봅니다. 오래전부터 해 온 취미이자 생활의 일부가 된 미싱은 제 친구나 다름없거든요. 작은 소품도 만들고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다 보면 시간도 빠르게 지나가고 정말 즐거워져요.”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방마실 다니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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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노래하는 시냇가에서 ‘혼술세트’를
[마을책방 이야기] 경기 일산 〈미스터 버티고〉


 책방지기 : 신현훈 님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강송로73번길 8-2
 031-902-7837
 http://blog.naver.com/vertigo70
 https://www.facebook.com/vertigo7837
 여는 때
 : 11시∼22시 (월∼일)


  어린이한테는 놀이가 밥이라는 말이 있어요. 어린이한테 놀이터를 마련해 주려는 어른들 손길이 꾸준히 있어요. 그러나 수많은 어린이는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놀지 못하기 일쑤예요. 학교랑 학원을 오가면서 시험공부에 얽매이기 일쑤입니다.

  그나마 어린이일 적에는 놀이터라는 쉼터가 있으나, 푸름이로 접어들면 놀이터조차 없기 일쑤입니다. 열네 살 푸름이부터 열아홉 살 푸름이는 어디에서 마음껏 응어리를 풀거나 팔다리를 놀리면서 쉴 만할까요? 어린이 놀이터와 푸름이 놀이터가 넉넉히 있어야 아름다운 마을이 되리라 생각해요. 그리고 어린이와 푸름이뿐 아니라 어른 놀이터도 넉넉히 있을 적에 사랑스러운 마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2017년 6월 14일부터 6월 18일까지 닷새에 걸쳐 서울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이라는 책잔치가 열렸어요. 2017년에는 이 책잔치에 출판사를 넘어서 전국 여러 고장에 깃든 마을책방(독립서점)도 함께했습니다. 마을책방은 출판사 자리처럼 칸막이를 세우지 않았습니다. 자칫 이곳은 어디인가 헷갈리거나 지나칠 수 있는데, 이곳을 눈여겨본 분이 있다면, 책잔치 큰마당 한쪽에서 맥주 기계를 놓은 자그마한 책방을 만났으리라 생각해요.

  커피나 차가 아닌 맥주 한 잔을 들고 책잔치를 돌아볼 수 있는 작은 자리를 마련한 셈이라고 할까요. 책잔치를 돌아보며 흘린 땀을 맥주 한 모금으로 시원하게 털어낼 수 있다고 할까요.

  서울도서전 책잔치에 맥주 기계를 놓은 곳은 <미스터 버티고>입니다. 2014년 2월에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문을 연 책방으로, 문학책을 깊이 다루어요. 이러면서 이곳 한켠에는 맥주 기계가 있습니다. 책방에서 책 한 권을 장만하고서, 책방 곳곳에 놓은 책상에 앉아서 느긋하게 맥주 한 잔을 마시면서 쉴 수 있습니다.

  오늘은 책을 안 사고 가볍게 들러서 여러 가지 책을 살피다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어제 살짝 살펴본 책이 마음에서 잊히지 않아 장만해 보려고 즐거이 찾아갈 수 있어요. 어른들한테 이 마을책방은 상냥하면서 느긋한 쉼터가 되리라 느낍니다.

  모든 것을 밀어내어 모든 것을 새로 올린 경기도 고양시 일산입니다. 모든 것을 밀어내기 앞서 일산은 조용한 시골이었고, 모든 것을 밀어내어 새로 올린 일산은 매우 북적거리는 도시입니다. 고양시는 어느새 인구 100만을 넘었다고 합니다. 이 숫자는 아마 안 줄어들면서 더 늘어들리라 봅니다. 엄청나지요.

  이 많은 사람들은 가까운 서울로 일하러 오가기도 하지만, 일산에 일터를 마련해서 그대로 지내기도 합니다. 새로 닦은 도시답게 거의 모든 길은 반듯하면서 넓습니다. 반듯하면서 넓은 길에는 자동차가 늘 빼곡합니다. 사람 숫자 못지않게 자동차도 많아서 골목에도 으레 자동차가 줄줄이 서고, 줄줄이 선 자동차 사이로 다른 자동차가 끝없이 오갑니다.

  이 같은 일산이라는 도시에서 책방 <미스터 버티고>는 이름 그대로 버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를 버티고, 삶을 버티며, 살림을 버팁니다. 도시에서 책 한 권을 마주하거나 사고파는 이야기를 버티고, 책 가운데에서 문학을 읽고 나누는 살림을 버팁니다. 이러는 동안 태어난 아이는 두 어버이를 버티어 주고, 두 어버이는 아이를 바라보며 책방을 버티어 줍니다.

  혼자서 버티지 않습니다. 함께 버티는 길입니다. 책방과 도시가 버티고, 책과 책방이 버팁니다. 책방과 책방지기가 버티고, 책손과 책방이 버티어요.

  버티는 힘이란 바로 문학이 우리한테 들려주거나 보여주는 힘일는지 모릅니다. 버티는 마음이란 바로 책이 우리한테 베풀거나 나누는 마음일는지 모릅니다. 책 한 권이 되어 준 나무는 숲에서 흐르는 바람을 도시 한복판에서도 살며시 맡거나 누릴 수 있도록 이끕니다. 책 한 권에 깃든 나무는 도시에서 복닥거리며 일한 사람들한테 마음을 달래 주거나 다독이는 쉼터 노릇을 합니다.

  일산에 있는 문학 전문 마을책방 <미스터 버티고>는 문학을 노래하는 시냇가라고 여길 수 있어요. 책방지기가 문학책으로 들려주려는 노래를 이 조촐한 곳에서 들으면서 살며시 쉬었다 가는 시냇가 같은 책방이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미스터 버티고>는 문학 전문 책방이지만, 책방 문간에는 그림책이 높다라니 꽂힙니다. 셈대 옆쪽으로는 만화책이 앙증맞게 꽂힙니다. 책방지기가 책손하고 마주하는 셈대에 둔 책꽂이에는 ‘책방지기 추천도서’가 꼼꼼히 꽂힙니다.

  찬찬히 추려서 갖춘 그림책이 있으니 이곳이 어린이하고 푸름이도 사뿐사뿐 마실할 만한 쉼터가 되면서, 어른들 쉼터 구실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어른들도 문학책뿐 아니라 그림책하고 만화책을 새롭게 마주할 수 있고요.

  우리는 오늘날 문학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오늘날 문학을 읽으면서 어떤 마음이 될 만할까요? 우리는 오늘날 마을책방으로 나들이를 다니면서 어떠한 책을 만나며 하루를 되새길 수 있을까요?

  어느 분은 일산에 라페스타가 있다고도 말하고, 킨텍스가 있다고도 말합니다. 저는 일산을 바라볼 적에 일산에는 ‘미스터 버티고’가 있고 ‘알모’가 있다고 말합니다(알모 책방 이야기는 다음에 풀어놓겠습니다). 버티고와 알모를 모르는 분한테는 일산에 살거나 일산으로 나들이를 갈 적에 두 곳을 들러 보시면 일산을 한결 싱그럽고 이쁘게 만날 수 있답니다, 하고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마을책방은 도시 한복판에서 냇물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그마한 시냇가라고 느낍니다.


ㄱ. 이 멋진 책방을 꾸리는 기쁨이라면?
“아무래도 좋아하는 책을 언제든 읽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가장 크죠. 사실 그것때문에 시작한 일이니까요. 그 외에 내가 좋아하는, 재미있게 읽은 책을 손님한테 추천하고, 손님도 재미있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무척 즐겁습니다.”
 
ㄴ. 아름답다고 느끼는 손님을 한두 분 이야기해 주신다면?
“책방 오픈 초기에는 굉장히 인상적인 손님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많이 줄어들었네요. 제가 마음이 바뀌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인상적인 분들의 방문이 줄어든 건지 모르겠네요. 

할머니가 자신이 읽지 못하면 아들 손자라도 읽겠지 하며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을 사갔던 일과, 라이더처럼 꾸미고 신문을 배달하는 할아버지가 아나키스트나 비전향장기수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사갔던 일이 기억에 남네요.”
 
ㄷ. 10년째, 20년째, 30년째 <미스터 버티고> 앞모습은?
“최종적인 목표는 프랑스의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처럼 유명한 문학 전문 서점이 되는 것입니다. 저희 책방의 단골 고객이 작가가 되고 그 작가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되어 저희 책방까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하지만 이는 먼 이야기이고, 그저 지금은 아르바이트 한 명을 쓰면서, 중소기업 사원 평균 연봉 정도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ㄹ. 일산 이웃, 일산 바깥 이웃한테 <미스터 버티고>를 소개한다면?
“어디에 쓴 글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미스터 버티고> 책방은 2014년 2월 일산 백석동에 문을 연 20평 크기의 작은 책방으로, 7천여 권의 장서량 중에 약 70% 정도가 국내외의 소설로 이루어진 문학전문 서점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태어난 나라(언어권)별로 서가를 나누었고, 작가의 이름순으로 책을 진열하였으며, 인기 있는 영미, 일본, 한국 소설만이 아니라, 인도, 아랍, 체코, 스위스, 북유럽 등 세계 각지의 소설을 나라별로 골고루 갖추고 있으며, 한 작가의 책을 가능하면 모두 갖춘 작가 중심의 책방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딱딱하지 않은 직설적이고 단순한 추천 문구를 적은 띠지를 만들어 책과 함께 소개하는 것으로 나름 유명하답니다. 그리고 단순히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커피와 맥주까지 함께 팔고 있고, 작가들의 강연회나 낭독회도 꾸준히 개최하고 있으며, 특히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는 은희경 작가의 작품 낭독회를 정기적으로 열면서, 일산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저희 <미스터 버티고>는 버티고 버텨서 나중에는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같은 멋진 서점이 되는 게 목표랍니다.
 
ㅁ. 책이란, 책방이란, 마을책방이란 무엇일까요?
“너무 어려운 질문이네요. 책을 팔아서 주인이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책방이겠죠.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해야만 책방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현재 그런 단계는 아니지만요.”
 
ㅂ. <미스터 버티고>에서 하거나, 앞으로 하려는 모임이 있다면? 이러한 모임에서 즐겁게 나누는 마음을 얘기해 주세요.
“특별히 모임을 주관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달에 한 번 은희경 작가님 낭독회를 열고 있습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작품을 읽고, 중간 중간 자신의 느낌을 이야기하는 자리인데, 호흡까지 들릴 정도로 작은 곳에서 해서 생각보다 울림이 큰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독자와 작가가 만나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어서 만족하고 있고요.”
 
ㅅ. ‘미스터 버티고’라는 이름이 떠오른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폴 오스터의 소설 제목입니다.”
 
ㅇ. 책을 읽고 팔며, 책방지기로서 한국 책마을에 한 마디 해 보신다면?
“완전 도서정가제를 빨리 시행하라, 입니다.”
 
ㅈ. 일산이 어떤 고장으로 나아가면 좋을까요?
“글쎄요. 그런 것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책을 좀 많이 사고 읽는 그런 곳이면 좋겠습니다.”
 
ㅊ. 책을 읽는 즐거움이란? 마을책방으로 책마실 다니는 재미를, 아직 잘 모르는 이웃님한테 이야기해 주신다면?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한테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짓만큼 바보스러운 짓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읽으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재미를 모르는 사람한테 그런 재미를 느껴야 한다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고요. 그저 어느 한가로운 때 지나가다 가볍게 들러 차 한 잔, 맥주 한 잔 마시며 한 30분 책을 읽고 가는, 일주일에 한 번쯤은 그런 여유로움을 느끼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ㅋ. 문학전문 책방을 하시는 까닭이라면?
“좋아하는 장르여서 문학 전문 책방을 하는 것입니다. 책방을 하는 것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그래서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보람을 느끼는 그런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은 그런 욕망에서 시작한 일입니다.”
 
ㅌ. 책하고 맥주는 얼마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유명한 ‘북바이북’이나 ‘퇴근길 책한잔’ 같은 성공 레퍼런스가 있기 때문이죠.”

ㅍ. 서울도서전에 함께해 보신 느낌을 말씀해 주셔요.
“다른 책방의 부스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데 비해, 우리 책방만 설렁한 걸 보면서 우리 컨텐츠가 고객들에게 별로 어필하지 않는구나 깨닫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찾아 주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나 고맙게 느껴졌어요. 평소 인상이 장사를 하기에는 다소 무뚝뚝하다는 말을 듣곤 했는데, 도서전에 참석하고 나서 고객들한테 친절하게 미소지어야 하겠구나 절감했습니다.”

ㅎ. 아이를 낳기 앞서하고, 아이를 낳으신 뒤에, 책방을 바라보는 눈길이나 마음은 달라지셨을까요? 다르거나 같은 눈길이나 마음을 이야기해 주셔요.
“만약 아이를 낳았다면 책방은 못 했을 것 같아요. 나 혼자 좋자고 아내까지는 희생시킬 수 있었지만, 아이까지는 그렇게 할 수 없었죠. 지금도 책방을 한 뒤로 아이를 낳은 걸 후회하고 있습니다. 생활이 안 되거든요. 이럴 바에는 회사 다닐 때 아이를 낳아서 책방을 하는 일은 없었어야 했는데 하고 안타까워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뭐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겠냐 싶기도 하지만, 이제 갓 태어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방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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