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대단해!



  큰아이하고 일산마실을 떠난 곁님이, 이튿날 일산서 수원 병점역까지 모임터에 가야 한답니다. 지하철 3호선에 국철에 갈아타서 가자니 까마득히 멀다며 걱정하는군요. 그래서 대화역부터 행신역으로 전철을, 또는 택시를, 이러고서 행신역부터 서울역으로 기차를, 이다음에 수원역으로 다시 기차를, 이리 가면 무척 빠르며, 갈아타는 동안 거의 안 기다린다고 알려줍니다. 정 번거로우면 일산부터 수원까지 택시를 타고 달려도 되겠지요. 그나저나 도시는 대단해요. 대중교통이 이렇게 잘 뻗었으니! 고흥 같은 시골에서는 오직 택시 하나로만 가야 하거든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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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 굴러



  서울 사당역 언저리 길손집에 묵습니다. 길손집에 들다가 문득 생각했습니다. 굳이 이쪽으로 말고, 고속버스역 앞에 있는 얼추 40만 원쯤 드는 호텔이라는 곳에 가 볼 수도 있는 노릇 아닌가 하고요. 모텔이나 여관 같은 이름을 쓰는 길손집은 아무래도 술집이 잔뜩 늘어선 길거리에 있습니다. 호텔 같은 이름을 쓰는 길손집은 술집하고는 꽤 떨어진 조용하면서도 차가 잘 다니는 곳에 있습니다. 호텔이라는 곳도 둘레 모습이 썩 볼 만하지 않지만, 모텔이나 여관 둘레 모습도 그리 볼 만하지 않습니다. 바깥마실을 하다가 하루를 묵을 만한 자리를 누리는 일도 홀가분하거나 조용하기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게스트하우스라는 이름을 붙이는 길손집이 꾸준히 느는 까닭을 알 만합니다. 그만큼 호텔도 모텔도 여관도 썩 알맞거나 아름답게 마을에 깃들지 못하거든요. 밤 열한 시 무렵에 비로소 길손집에 들었고, 졸음에 겨운 작은아이를 찬찬히 씻기고 옷을 갈아입도록 하니 이내 잠듭니다. 두 아이는 침대에 눕고 저는 바닥에 눕습니다. 작은아이는 밤새 이리저리 구르다가 다리 한 짝부터 바닥으로 떨구고, 곧 다른 다리 한 짝도 바닥으로 떨구더니, 아예 몸을 다 바닥으로 던집니다. 저는 바닥에 누워서 작은아이 다리 두 짝에다가 몸뚱이까지 받아냅니다. 저절로 서로 자리를 바꿉니다. 굴러 굴러 꿈누리에서 날아다니는가 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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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치고 가네



  서울 경복궁 전철역에서 이래저래 전철을 갈아타고서 경기광주역까지 가는 길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지쳐서 전철 바닥에 주저앉기도 하지만, 새로 갈아타면 한동안 서서 갑니다. 이러다 어디였더라, 제법 덩치가 있는 아저씨가 사람들을 툭툭 치면서 지나갑니다. 이러면서 큰아이까지 뒤에서 밀치면서 지나가는군요. 이 사람은 여느 어른도 아이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그저 툭툭 치면서 말도 없이 지나가네요. 우리 큰아이를 밀치고 지나가는 아저씨를 가볍게 붙잡았습니다. 어쩐지 저는 ‘사람 급소’가 어디인가를 느끼고는, 덩치 좋은 아저씨 어깻죽지 안쪽에 제 오른손을 숙 넣고 더 못 가도록 막고서 나즈막히 한마디 했어요. “사람을 치고 가면 안 되지요.” 그제서야 “미안합니다.” 한마디를 합니다. 다른 사람들한테도 똑같은 말을 했어야 할 텐데, 다들 아무 말 없이 눈쌀만 찌푸린 탓인지 미안하다는 생각조차 안 하고 그냥 밀치면서 다녔지 싶습니다. 미안하다 말을 했으니 급소를 찌른 손은 풀고 고개를 홱 돌렸습니다. 그때 그자리에서 이 아저씨가 미안하다는 말을 안 했다면 …… 굳이 더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른도 아이도 모두 사람입니다.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서로 아름다운 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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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에서 길잃기



  예전에는 수원역 앞에 너른마당만 있고, 이 너른마당에서 택시를 잡는다고 여겼는데, 수원역 뒤쪽으로도 어디론가 이어지는 무척 넓은 길이 새로 생겼지 싶습니다. 또는 뒷길이 예전부터 있었으나 몰라보았을 수 있어요. 북적이고 커다랗고 시끄럽고 어지러운 수원역에서 한참 길을 잃고 이리 갔다가 저리 간 끝에 겨우 앞길 너른마당 가는 쪽을 찾습니다. 시골사람이 도시로 마실 나오면 참말 으레 길을 잃고 헤매는군요. 도시가 좀 작아지거나 길알림판 글씨를 키우거나 곳곳에 많이 붙여놓아 주기를 빕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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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는 버스



  시골버스를 탈 적에 버스 일꾼마다 다 달리 모는 결을 느낍니다.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를 탈 적에도 버스 일꾼마다 모두 달리 모는 결을 느끼지요. 까무룩 잠들든 책을 펴서 읽든 무릎셈틀을 꺼내 글을 쓰든 바퀴가 구르는 결을 가만히 느낍니다. 오늘 아침에 탄 시골버스는 퍽 느긋하면서 상냥한 결을 느꼈고, 고흥에서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는 매우 바쁘면서 서두르는 결을 느낍니다. 모든 시골버스하고 시외버스가 오늘하고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오늘 두 버스에서 느끼는 결을 돌아보면서 속으로 한 마디 했어요. ‘재미있다.’ 아마 사람은, 삶은, 길은, 다 다르기에 ‘재미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좋거나 나쁘다는 결이 아닙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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