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름벼리도 옻 바르고 싶어서



  아버지가 신나게 옻을 바르니 두 아이도 바르고 싶다. 자, 자, 바르고 싶으면 가만히 지켜봐. 아버지가 어떻게 바르는가를 찬찬히 지켜봐야 어디를 어떻게 왜 바르는가를 알 수 있지. 그렇지만 아이들은 몸으로 먼저 하고 싶을 뿐, 지켜보기를 하지 못한다. 붓을 쥐는 손도, 붓을 쥐어 바르는 손길도 모두 서툴기만 하다. 그러게, 제대로 지켜보라니까. 그림을 그릴 적하고 옻이나 페인트를 입힐 적에는 다르지.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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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는 오징어장갑을 받고서



  산들보라는 어머니가 밤새 뜨개질을 해서 마무리한 오징어장갑을 받는다. 설렁설렁 빨아서 햇볕에 말렸고, 이제 나들이를 다닐 적에 이 장갑을 끼면 따스하다. 두 손은 오징어처럼 되어 꼬물꼬물 춤을 추지. 아롱다롱 고운 빛깔이 네 손에서 노래하지.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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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도 매화꽃 찾았어



  매화꽃이 폈단다. 자, 보이니? 어디 어디? 아, 저기 있다! 꽃이다! 매화꽃 찾았다! 그래, 매화꽃이야. 우리 뒤꼍에 핀 이 매화꽃이 우리더러 얼른 와서 고운 냄새를 맡으라고 하는구나. 반가운 봄꽃이고, 싱그러운 봄내음이야.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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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는 엄청 놀이돌이



  산들보라는 엄청 놀이돌이야. 진흙밭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푹 밟으면서 오잉 오잉 노래하는 놀이돌이가 되지. 신도 바지도 양말도 흙물에 척척 담그면서 신나게 놀지. 옷이 더러워지지 않느냐고? 아니야, 옷은 흙옷으로 바뀔 뿐이야. 아무 걱정 없이 그저 마음껏 놀면서 자라는 놀이돌이인걸.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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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는 가위질 솜씨 좋아



  가위질 솜씨가 좋은 사름벼리는 조그마한 조각이나 그림도 알뜰히 오릴 수 있다. 놀이순이 가위질 솜씨를 바라보면서 생각한다. 아이라면 이렇게 오리고 또 오리면서 손에 힘이 익는다. 무엇이든 아이는 그저 오리면서 새롭게 몸이 자라고 마음이 큰다. 이 아이가 매우 어리던 때에 아무것이나 가위질을 한다고 나무라던 일이 머릿속으로 스친다. 아이는 꾸중들은 더 어릴 적을 떠올릴까. 아니면 말끔히 잊고 늘 새로운 마음과 몸으로 오늘 하루를 누릴까. 새로운 놀이를 즐기는 몸짓을 보면서 어버이다운 노릇을 고마이 배운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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