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오면서 선물을 챙기는 마음



  혼자서 바깥마실을 마치고 시골집으로 돌아올 적에 으레 ‘선물’을 생각합니다. 시골집으로 돌아가는 ‘아버지’가 바로 선물이리라 여기지만, 시골집이나 시골마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을 더 마련하자고 생각합니다. 지난 일요일에 부산마실을 하면서, 부산어묵과 솜인형을 마련했고, 고속도로를 시외버스로 달리면서 호두과자를 장만했으며, 고흥에 닿아 군내버스를 타고 들어올 적에는 이튿날 아침에 끓일 국거리를 삽니다.


  군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앞가방에서 수첩을 꺼냅니다. 등에 메는 커다란 가방에 무엇을 넣고 집으로 가는지 하나씩 헤아리면서 적습니다. 책, 부산어묵, 호두과자, 먹을거리, …… 여기에 이야기와 웃음.


  생각해 보니 이제껏 내가 가장 제대로 못 챙긴 선물이라면 ‘이야기’와 ‘웃음’이지 싶습니다. 언제나 내가 가장 제대로 챙기면서 나누고 싶은 선물이라면 ‘이야기’와 ‘웃음’이지 싶어요. 곁님이 나한테 온 까닭도 이야기와 웃음 때문일 테며, 아이들이 우리한테 찾아온 까닭도 이야기와 웃음 때문일 테지요. 이야기와 웃음이 사랑을 낳고 삶을 짓습니다. 이야기와 웃음으로 따사로운 보금자리를 이루고, 포근한 숲을 가꿉니다.


  바깥마실을 다니지 않더라도, 집에서 날마다 이야기와 웃음으로 밥을 짓자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잠자리에 노래를 부르고, 아이들과 놀면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자고 다시금 생각합니다. 내 마음속에서 기쁜 사랑이 샘솟고 너른 꿈이 자라도록 이야기와 웃음을 한결 살가이 보듬자고 생각합니다. 4347.10.2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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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10-23 00:50   좋아요 0 | URL
저도 어렸을 때, 엄마가 어디 갔다 돌아오시면 늘 엄마의 손부터 보았어욤~
그런데 함께살기님의 글을 읽으니, 어머니가 어떤 마음이였을까 새삼 생각납니다.^^

근데, 함께살기님께서 즐겁게 마련해오신 부산어묵, 솜인형, 호두과자~~
참 맛있을 것 같아 저까지 즐거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저도, 날마다 이야기와 웃음으로 식구들과 도란도란~예쁘게 살아야겠습니다~*^^*

숲노래 2014-10-23 02:47   좋아요 0 | URL
보금자리에서 가장 크게 헤아리면서 살필 대목은
바로 `마음으로 이루는 사랑`이지 싶어요.
appletreeje 님은
늘 이 마음을 잘 건사하시리라 믿습니다~~ ^^
 

손으로 인형 만드는 마음



  곁님이 손뜨개로 인형을 짓습니다. 여러 해 만입니다. 여러 해 앞서 손으로 지은 인형은 천을 기우고 솜을 채운 인형이었고, 올해에 짓는 인형은 처음부터 실로 모양을 잡아서 뜬 다음 솜을 채우는 인형입니다.


  실을 한 땀 두 땀 엮어서 짓는 인형은 실이 퍽 많이 듭니다. 뜨개를 마치고 빨래를 한 뒤 빨랫줄에 널 때에, 빨랫줄이 출렁합니다. 물을 먹은 뜨개인형은 퍽 무겁습니다.


  온누리 인형이 어떻게 태어났을까 가만히 헤아립니다. 처음 인형을 지은 사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고 헤아립니다. 먼먼 옛날 인형을 한 올 두 올 떠서 아이한테 선물한 사람은 어떤 사랑이었을까 하고 곰곰이 그립니다.


  예나 이제나 손뜨개 인형을 선물받는 아이들은 신납니다. 기쁨을 환하게 드러내면서 활짝 웃습니다. 곁님이 빨랫줄에 넌 손뜨개 인형(아직 솜을 안 채운)이 볕을 잘 받도록 이리저리 빨랫줄 자리를 옮길 적에, 두 아이가 마당으로 쪼르르 달려나오더니, 빨래집게를 하나씩 척척 떼어서 아버지한테 건넵니다. “자요!”


  바느질은 하지 못하고, 아버지만큼 키가 자라지 못해 빨랫줄에서 옆으로 옮기지 못하지만, 손이 닿는 데에 있는 빨래집게는 떼어서 건넬 수 있습니다. 그래, 너희도 이 손뜨개 인형을 짓는 길에 한몫 하는구나. 해님이 우리 모두한테 아주 고운 숨결을 나누어 줄 테니, 저녁나절에 어머니하고 인형에 솜을 채워서 예쁘게 놀자. 4347.10.1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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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를 소쿠리에 담는 즐거움



  아이들이 며칠에 한 차례씩 “무화과 있어요? 무화과 없어요?” 하고 묻습니다. 이 소리를 들으면 “그래, 무화과를 딸까?” 하고 대꾸하며 무화과를 따러 뒤꼍으로 갑니다. 아이들이 묻지 않아도 조용히 무화과를 따서 물에 씻으면 어느새 아이들이 달라붙습니다. 아마 무화과알 냄새를 맡았겠지요.


  소쿠리에 하나 담고 둘 담고 셋 담습니다. 한 알 두 알 석 알 차츰 늘어납니다. 아직 우리 집 무화과나무는 그리 안 크고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하루에 먹을 수 있는 무화과는 몇 알 안 됩니다. 앞으로 무화과나무가 넓고 크게 퍼지면, 가을에 무화과 열매를 소쿠리 가득 따서 그야말로 밥처럼 배불리 먹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네 살 아이가 “무화과 많다!” 하고 외치면, 일곱 살 아이가 “자, 세 볼까!” 하면서 하나씩 셉니다. 조그마한 아이들한테는 오늘 딴 무화과 열 알만 하더라도 많을는지 모르는데, 이 아이들이 한 살 두 살 더 먹으면, 우리 집 무화과는 한결 크게 자라서 아이들 나이와 몸에 맞게 더 많이 열매를 나누어 줄 테지요. 4347.10.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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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옷 입는 마음



  곁님이 손뜨개로 네 식구 옷을 뜹니다. 먼저 곁님 스스로 입을 옷을 뜨고, 두 아이 입을 옷을 뜹니다. 여기에 내 옷까지 한 벌 뜹니다. 나는 세 식구와 대면 몸이 크니 내 옷까지 안 뜨기를 바랐지만, 품이며 실이며 겨를이 많이 드는 내 옷까지 고맙게 뜹니다.


  아이들은 어머니가 뜬 옷을 입고 즐겁습니다. 땀을 옴팡 흘려도 벗지 않습니다. 저녁에 씻기려고 옷을 벗기면 서운해 하지만, “자, 예쁘게 빨아서 땀냄새를 잘 빼고 다음에 또 입으면 돼.” 하고 얘기해 줍니다.


  예전에는 모든 옷을 어버이가 손수 지어서 입혔습니다. 참말 그렇지요. 개화기라고 하는 때에도 아주 많은 사람들은 옷을 스스로 지어서 입었어요. 한국전쟁 언저리까지도 꽤 많은 사람들은 옷을 스스로 지어서 입었어요.


  밥도 집도 아주 오랫동안 어버이 손길이 깃든 사랑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들은 집과 밥과 옷 모두 우리 손으로 안 짓기 일쑤입니다만, 도시가 생기기 앞서, 도시 물질문명이 퍼지기 앞서, 어느 나라 어느 겨레 어느 마을에서건, 참으로 누구나 스스로 모든 삶을 지었습니다.


  뜨개옷 한 벌 짓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뜨개옷 한 벌 손수 지으려고 바느질을 익히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스스로 삶을 짓는 길을 잃은 우리들이라 할 텐데, 고운 실을 골라서 손수 바늘을 놀려 옷을 짓는 하루란 얼마나 예쁜가 하고 새록새록 돌아봅니다. 4347.9.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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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하늘 보는 마음



  서울을 지나 음성에 간 뒤 청주를 거치고 순천으로 돌아 고흥에 들아섭니다. 고흥에 들어서니 무엇보다 하늘이 다릅니다. 음성만 해도 아파트와 공장이 많아요. 청주는 나무 우람한 찻길이 예쁘지만, 공장과 도심이 크고요. 순천은 숲과 바다를 끼더라도 곳곳에 아파트가 비죽거립니다. 고흥은 공장이 없고, 아파트도 읍내 귀퉁이에 살짝 있으니 하늘이 탁 트입니다.

  트인 하늘을 등에 이는 사람과 아파트로 둘러싸인 매캐한 바람을 쐬는 사람은 마음밭이 서로 어떨까 궁금합니다. 도시를 자꾸 키우거나 아파트나 공장이나 골프장을 그예 늘리는 짓은 사람들 가슴에 푸른 꿈이 피지 못하게 막으려는 속셈이 아닐까 싶습니다.

  구름을 보면서 내 마음속에 흐르는 빛줄기를 떠올립니다. 별을 보면서 내 가슴팍에서 자라는 씨앗을 되새깁니다. 4347.9.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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