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4. 일흔 열다섯


  쉰 살 아줌마 나이에 사진기를 손에 쥐었고, 일흔 살 할머니 나이에 사진하고 글을 여민 책을 하나 내놓은 분을 사진이웃으로 둘 수 있는 나라는 얼마나 이쁜가 하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다섯 살 아이 나이에 사진기를 손에 쥐고는, 열다섯 살 푸름이 나이에 사진하고 글을 엮은 책을 하나 내놓는 풋풋함을 사진벗으로 사귈 수 있다면 이 나라는 얼마나 멋스러울까 하고 문득 생각한다. 일흔 살 할머니하고 열다섯 살 푸름이하고 나란히 앉아서 사진 이야기로 웃음꽃을 지필 수 있으면 얼마나 아름다운 말이 태어날까 하고 신바람나는 생각을 해 본다.


2017.12.14.나무.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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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3. 사진책 하나


  사진기는 덜 고급이어도 될 테지. 조금 눅은 장비나 기계를 쓰면서 사진책 하나 손에 쥘 수 있다면. 사진기는 덜 값져도 될 테지. 수수하거나 흔한 장비나 기계를 쓰면서 사진책 하나 더 장만하여 읽어 볼 수 있다면. 사진기를 왼손에 쥐고 사진책을 오른손에 들 수 있으면, 왼손으로는 새롭게 이야기를 찍고, 오른소으로는 기쁘게 슬기를 익힐 수 있을 테지.


2017.12.14.나무.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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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2. 군더더기


  말에도, 사진에도, 살림에도, 군더더기가 없어야 깔끔하고 보기 좋고 이쁘고 넉넉하고 새롭고 즐겁고 따뜻하고 싱그럽구나 싶다. 군말이란 얼마나 지겨운가. 군살림이란 얼마나 무거운가. 군사진이란 얼마나 덧없는가.


2017.12.14.나무.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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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1. 투박한 기계를


사진은 투박한 기계를 사이에 놓고서, 사람이든 숲이든 서로 만나면서 새롭게 이야기를 짓는 즐거운 살림이 되면서 어느새 노래하고 춤추는 삶을 그려내는 일이지 싶다. 사진이라는 이름에 따로 예술·아트나 디자인이나 포스트모던 같은 말을 붙이지 않아도 되지 싶다. 사진은 그저 사진일 적에 예술·아트도 되고 디자인도 되고 포스트모던도 되지 싶다. 사진은 늘 사진일 적에 오랜 이야기도 되고 새로운 이야기도 되지 싶다.


2017.12.14.나무.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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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에 '사진노래 삶노래' 글을 올리면서 붙인 사진말 조각 ..



모든 몸짓은 놀이로 살아나고, 이 놀이를 기쁘게 바라보면서 사진 한 장을 새삼스레 기쁘게 찍을 수 있습니다.



그림이 태어나는 자리는 언제나 삶하고 사랑이 태어나는 자리라고 느낍니다. 사진이 태어나는 자리는? 사진도 삶하고 사랑이 태어나는 자리에서 태어날 테지요.



아이는 제 아버지 고무신을 발에 꿰고 천천히 마당을 가로질러 꽃 앞에 앉습니다. 스스로 꽃이 되어 꽃을 그림으로 그리고, 나는 이런 그림순이 꽃순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종이가 모자라다면서 책상에까지 그림을 그리되, 책상에는 종이하고 빛깔이 다른 나무를 그려 넣습니다. 이러고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웃음이 터져서 사진을 찍습니다.



아이들 손끝에서 피어난 사랑으로 새롭게 나온 인형 옷. 아이는 이 인형 옷을 바느질로 꿰려고 꽤 오랫동안 마루에서 꼼짝을 않으면서 온마음을 쏟았습니다.



두 아이가 퍽 어릴 적에는 대문놀이를 지켜보기만 하다가, 이제는 두 아이 모두 몸무게가 많이 불어서 제발 대문놀이는 하지 말자고 말합니다. 그래도 두 아이는 슬금슬금 대문놀이를 즐깁니다. 재미있으니 즐기겠지요.



사진으로 무엇을 찍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늘 한 마디로 이야기합니다. 기쁨. 오로지 기쁨을 찍는데, 기쁨을 사랑으로 찍기도 하고, 기쁨을 눈물로 찍기도 하며, 기쁨을 노래로 찍기도 합니다.



책방마실을 하러 가도 장난감을 챙겨서 장난감으로 노는 아이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스스로 바라보아야 할 것과 곳이 무엇인가를 넌지시 가르쳐 준다고도 느낍니다. 그저 이쁘기에 그저 이쁜 결을 사진으로 옮깁니다.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 발이 달싹거립니다. 재미난 이야기가 흐르면 아이들은 몸은 그대로 둔 채 발가락이나 발바닥을 달싹거리면서 그런 즐거움을 드러내요. 아하 그렇구나 하고 느끼면서 이때에도 사진기를 슬그머니 듭니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이 들길은 우리 차지입니다. 자전거로도 달리고 두 다리로도 걸으면서 마음껏 하늘바람을 마십니다. 이러는 동안 웃음이 터지고 사진도 새롭게 피어납니다.



사진이 태어나는 자리를 생각하면서 삶노래를 부르듯이 얻은 사진 열 장에 열 가지 이야기를 실어서 글을 갈무리해 봅니다. 기쁜 놀이를 사진으로 담듯이, 기쁜 삶을 사진으로 담고, 기쁜 꿈과 기쁜 사랑을 언제나 춤추는 몸짓으로 사진을 찍는구나 싶습니다. 온 하루를 아이하고 복닥이면서 얻는 재미난 놀이는 스스로 사진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돕는 징검돌이기도 합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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