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9. 네 마음을


  사진찍기는 기계질이 아닌 까닭을 헤아려 보자. 사진찍기는 마음찍기이거든. 마음을 찍는 일을 기계질로 여기면 어떤 사진이 태어날까? 마음을 찍는 일인 줄 잊은 채 더 나은 장비나 기계를 따진다면 어떤 사진을 찍는 손이 될까? 네 마음을 내가 읽고 느끼며 새기는 삶을 그림으로 옮기는 사진찍기인 줄 헤아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찍을 수 있을까?


2017.12.25.달.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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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8. 뒷모습 날리기


  뒷모습을 확 날려야 사람 모습을 한결 잘 살린다고 말하는 분이 있다지. 그러면 물어보자. 뒷모습이 낱낱이 나오는 사진은 사람 모습을 하나도 못 살리느냐고 물어보자. 사진으로 찍히는 사람이 어느 곳에서 무엇을 어떤 마음으로 하거나 누리면서 살아가는가 하는 뒷모습을 고스란히 찍어서 모두 보여주는 사진으로는 사람 모습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지 없는지 물어보자. 뒷모습을 날리든 안 날리든 대수롭지 않아. 얼굴에 깃든 잔주름으로도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고, 한 사람을 둘러싼 터전을 고이 보여주면서도 이야기를 엮어낼 수 있어.


2017.12.25.달.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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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7. 흔들려


  무엇이 흔들리는데 걱정을 하니? 사진이 흔들렸다고? 사진에서 무엇이 흔들렸는데? 사진기를 쥔 손이 흔들렸다고? 사진기 단추를 너무 세게 눌러서 흔들렸다고? 아니면, 사진을 찍으려는 마음이나 눈길이 흔들렸다고? 아니면, 사진으로 담아내려는 삶이나 이야기를 가슴으로 느끼며 뭉클했기에 손끝이 덜덜 떨렸다고? 찍히는 사람이나 꽃이나 숲이나 집이 어떤 마음이나 결인가를 읽어서 담을 수 있으면 다 좋아. 어떤 마음이나 결인가를 읽지 못하는데, 흔들리지 않은 사진만 찍으면 하나도 안 좋아.


2017.12.25.달.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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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6. 겨울풀빛


  새봄에 돋는 들풀에 어리는 싱그러운 빛깔을 사랑하여 ‘봄풀빛’을 마음에 담는 사람이라면, 여름에 짙푸르게 뻗는 여름풀빛도 마음에 담겠지. 가을을 맞이해서 씨앗이나 열매를 맺느라 푸른 기운이 빠지면서 누런 기운으로, 다시 말해 흙빛으로 달라지는 가을풀빛도 마음에 담을 테고. 봄풀빛이랑 여름풀빛이랑 가을풀빛을 마음에 담은 사람이라면, 찬바람 싱싱 불면서 꽁꽁 얼어붙는 들이며 숲에서 싯누렇게 시들면서 저마다 다르게 흙빛을 닮은 겨울풀빛도 마음에 담을 수 있을 테고.


2017.12.17.해.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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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5. 플라스틱


  플라스틱꽃을 찍어도 꽃 사진이다. 종이꽃을 찍어도 꽃 사진이다. 꽃씨가 싹을 트고 줄기를 올리고 봉오리를 터뜨려서 이룬 꽃송이를 찍어도 꽃 사진이다. 눈물꽃을 찍어도 꽃 사진이고, 웃음꽃을 찍어도 꽃 사진이다. 꽃길을 찍어도 꽃 사진이고, 꽃이 시들고서 열매를 맺는 모습을 찍어도 꽃 사진이다. 스스로 꽃다운 마음이 되거나 몸짓이 되면서 찍어도 꽃 사진이다. 꽃노래를 부르니 꽃 사진이요, 꽃말을 사랑스레 속삭이니 꽃 사진이다.


2017.12.14.나무.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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