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글쓰기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사랑을 글로 담는다. 사랑을 하고 있지 않은 사람은 바로 사랑을 안 하는 내 삶을 글로 담는다. 사랑을 하고 싶으면 말이 아닌 몸으로 하면 된다. 꿈으로가 아닌 삶으로 하면 된다. 사랑은 맑고 따스한 눈빛으로도 나눌 수 있는데, 숱한 몸짓과 목소리로도 사랑을 못할 때가 있다. 사랑은 손길 한 번으로도 오갈 수 있는데, 숱한 돈과 호텔과 자동차와 아파트로도 못할 때가 있다. 사랑을 하는 사람은 내 삶을 즐기는 사람이고, 내 삶을 즐기는 사람은 굳이 글을 쓸 까닭이 없으나 글쓰기 또한 마음껏 즐긴다. (4343.8.13.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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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끼와 글쓰기


 저녁을 먹고 바람 쐬러 나오니, 아이가 “손!” 하면서 아빠를 이끈다. 웃마을에서 키우는 토끼집을 보러 가자며 “꼬꼬! 꼬꼬!” 한다. 웃마을에 이를 무렵 아빠 손을 놓더니 “아빠! 안아!” 하며 안아 달란다. 아이를 안으니 손가락으로 더 위쪽을 가리키며 “저기! 저기!” 한다. “어머니 안 보고 싶어?” 하니까, “저기! 저기!” 하며 짐승우리 있는 곳으로 가잔다. 아빠는 자꾸 모기한테 물리니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인데. 이러구러 웃마을 짐승우리 있는 데로 왔더니 입으로는 “꼬꼬!” 했으면서 멧돼지 앞에 한동안 서서 눈을 맞추고 있다. 그러더니 이내 토끼우리로 발걸음을 돌린다. 이제서야 토끼를 보겠다는군. 토끼우리는 살짝 비알진 데에 있어 아이가 혼자 올라가지 못한다. 다시금 “아빠! 손!” 하고 외친다. 아이 손을 잡는다. 아이는 이제 아빠 손을 잡기만 해도 비알진 토끼우리 앞을 잘 타고 올라가서 토끼우리 쇠그물을 붙잡는다. 토끼우리 쇠그물을 한손으로 붙잡은 채 토끼우리 안쪽을 들여다보며 “토끼야! 토끼야!” 하고 부른다. 그러더니 우리 앞에 떨구어져 있는 강아지풀 줄기를 주워서 토끼한테 먹인다. “먹어! 먹어!” 꽤 오래 이렇게 놀고 있자니, 모기가 더 많이 달라붙는다. 아이한테 이제 내려가자고 하지만, “안 가! 안 가!” 한다. 그래, 더 놀아라. 더 놀자. 아이 뒤에 서서 부채질을 해 주며 모기를 쫓는다. 갑자기 아이가 운다. “아빠! 아앙!” 가만히 들여다보니, 토끼한테 먹이를 주다가 그만 토끼가 아이 손가락을 깨물었다. 피가 몽글몽글 솟는다. “괜찮아, 괜찮아. 자, 얼른 내려가서 손 고쳐 줄게.” 아이를 안고 내려서는 길, 아이는 토끼한테 물린 손은 손가락을 삐죽 내밀고, 다른 한손으로는 토끼우리 쪽으로 손을 흔든다. 울면서도 손을 흔들며 “안녕! 안녕!” 하고 외친다. (4343.8.8.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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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간과 글쓰기


 뒷간이 집 바깥에 있는 시골집에서는 밤에 뒷간을 가자면 어두운 길을 살살 짚으며 걸어가야 합니다. 뒷간이 집 안쪽에 붙은 여느 도시 살림집에서는 그냥 전기불을 켜고 슬슬 걸어가면 되겠지요.

 하품을 하며 문을 열고 집 바깥으로 나옵니다. 깜깜한 밤하늘을 등에 지고 뒷간으로 갑니다. 둘레에 불빛 하나 없이 어두운 시골 하늘을 살짝 올려다봅니다. 큰비가 오락가락하던 날씨였는데 모처럼 구름 하나 보이지 않는 해맑은 밤하늘입니다. 마구 쏟아질 듯하다는 옛날 옛적 빛나는 별빛 하늘은 아니지만, 숱한 별들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습니다.

 돈 많은 사람들뿐 아니라 여느 사람들마저 자동차를 몰고자 하고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하며 더 큰 아파트에서 누리려 하는 한국땅인 만큼, 몽골이나 티벳이나 아프리카나 중남미나 산티아고 같은 데처럼 아리따운 밤하늘을 마주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그토록 더러운 물질문명을 꼭꼭 움켜쥔 채 날마다 어마어마한 쓰레기를 내놓고 있는 이 땅에서 무슨 아리따운 밤하늘을 찾을 수 있겠어요. 이 땅에서는 시원하고 해맑은 샘물 또한 섣불리 바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제아무리 케케묵고 얼빠진 채 살아가는 이 나라라 할지라도 밤하늘은 밤하늘이요, 별이 가득한 하늘은 별이 가득한 하늘입니다.

 우리 집은 바깥에 뒷간이 있기 때문에 언제나 밤하늘 별빛을 헤아리면서 살아갑니다. 어두운 밤이 없는 곳에서 살아가는 분들은 어둡지 않은 밤을 실컷 즐기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담을 텐데, 어두운 밤이 일찍부터 찾아오는 산골마을에서 살아가는 저로서는 저녁 일고여덟아홉 시이면 이내 잠자리에 든 다음 희뿌윰히 밝아오는 새벽 서너덧 시이면 으레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담습니다. (4343.8.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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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림과 글쓰기


 글을 쓰고 싶다. 참말 글을 쓰고 싶다. 글을 쓰고 싶어 죽을 노릇이다. 오늘 내가 인천에 온 까닭은 바로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오로지 글쓰기에만 내 넋을 바치고 싶고, 골목마실과 헌책방마실에 내 온 얼을 베풀고 싶기 때문이다.

 집살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옆지기를 사랑하면서 글을 쓸 수 없다. 이러는 동안 글을 쓸 틈이 없기도 하지만, 이렇게 사는 가운데 글이란 참 부질없다. 아이 웃음 한 번 볼 때가 원고지 1000장짜리 글 하나 쓰기와 같다. 옆지기를 꼬옥 안으면 원고지 100장을 쓸 때와 같다. 아이 빨래를 하고 집식구 먹을 밥을 하면 원고지 10장을 쓸 때와 같다.

 바보는 바보라 내 말을 못 알아듣는데, 원고지 1장짜리 글이든 1000장짜리 글이든 모두 똑같은 글이고 아름다운 글이다. 나는 살림꾼으로 지내느라 참말 글쓸 짬을 내고 싶어 미치겠다. (4343.7.2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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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락과 글쓰기


 금요일 낮, 거세게 몰아치는 비바람과 함께 벼락이 떨어졌고, 아차 하는 사이에 공유기는 뻥 하고 터지며 모뎀과 랜카드응 맛이 갔다. 시골에서는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때라면 인터넷줄이며 전화줄이며 전깃줄이며 모두 뽑아 놓고 있어야 하는데, 비바람이 곧 잦아들겠지 하고 잘못 생각했다. 예전에 시골에서 살 때에 여러 차례 겪었으면서 또 이렇게 한 방 얻어맞았다.

 이틀 동안 글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겨우 인터넷을 고쳐 놓았어도 비바람이 몰아칠 때에는 셈틀을 아예 꺼 놓는다. 저절로 글쓰기는 더 멀어진다. 그러나, 애 아빠가 글쓰기하고 조금 멀어지는 만큼 아이 얼굴을 좀더 들여다본다. 글쓰기를 덜 하는 만큼 집일을 조금 더 하고, 글쓰기를 생각하지 않는 만큼 텃밭에서 자라는 풀포기를 좀더 뽑는다. (4343.7.2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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