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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책방
기타다 히로미쓰 지음, 문희언 옮김 / 여름의숲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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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89



작은 책방을 살리면 마을이 살아나요

― 앞으로의 책방

 기타다 히로미쓰 글

 문희언 옮김

 여름의숲 펴냄, 2017.4.3. 12000원



  요즈음 ‘독립서점’이 부쩍 늘어난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서울에서 독립서점이 가장 많이 늘어나지 싶고, 서울이나 부산 같은 큰도시 아닌 작은 도시에서도 독립서점이 하나둘 태어나지 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러한 곳이 독립서점이라고는 느끼지 않아요. 제가 보기에는 ‘마을책방’입니다. 마을 한켠에 마을책방이 조용히 태어난다고 봅니다. 마을 한자락에 마을책방이 이쁘장하게 기지개를 켜는구나 하고 느껴요.



책을 파는 것만이 책방의 일은 아닙니다. 책과 책방의 매력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는 것도 책방의 중요한 일 중의 하나입니다. (19쪽)


“책방에서도 가게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건 헌책방 정도야. 대형서점에 가면 모두 살기등등하게 일하고 있으니까 말을 걸 수 없어 …… 대형서점에 가면 산처럼 쌓여 있는 책을 일부러 그곳(마을책방)에서 사는 거지. 아마존처럼 바로 내일 도착하지 않아도 괜찮고, 3주일 정도 걸려도 괜찮으니까 ‘즐겁게 기다리겠습니다!’ 같은.” (61쪽)



  독립서점이 아닌 마을책방은 큰길에서 제법 벗어난 곳에 자리를 잡습니다. 독립서점이 아닌 마을책방은 먼걸음으로 찾아오는 손님뿐 아니라 마을사람이 가벼운 차림새로 사뿐사뿐 마실하듯이 들르는 우물가나 샘터 구실을 합니다. 독립출판물을 많이 다룬다고 하는 새로운 책방입니다만, 이곳에는 독립출판물만 있지 않습니다. 이곳은 마을책방인 터라 먼발치 손님을 비롯해서 마을 손님 누구나 다리를 쉬고 느긋하면서 아늑하게 ‘책’을 누리도록 이끌지 싶어요.


  우리 스스로 책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이끄는 새로운 마을책방이라고 생각합니다. 종이로 묶는 책뿐 아니라, 바람과 숲이라는 책, 사람과 말이라는 책, 노래와 웃음이라는 책, 그림과 연필이라는 책을 들려주는 마을책방이지 싶어요.


  이름난 큰 출판사에서 나오는, 이름난 작가 몇몇 사람이 쓴 잘 팔리는 책만 책일 수 없습니다. 이름이 안 난 작은 출판사에서 나오는, 때로는 1인출판사에서 나오는, 그리고 이름이 덜 나거나 안 난 작은 사람이 손수 지은 책도 똑같이 책입니다.


  100만 권이 팔려야만 책이지 않아요. 열 권이 팔려도 책입니다. 더군다나 꼭 한 권만 지어서 마을책방 한 곳에만 놓이는 책도 책이에요. 팔지 않는 책도 책이지요. 온누리에 딱 하나만 있도록 책을 지었기에, 자그마한 마을에 깃든 자그마한 책방에 찾아가서 손으로 만지며 보는 책도 책입니다.



“책이라는 것을 사이에 놓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 책방이라고. 거기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네.” (64쪽)


“자신들이 자란 마을을 사랑하는 노부부는 그들처럼 이 마을을 사랑하는 지역 사람들에게 상담했습니다. 노부부도, 이곳에 사는 주민도, 그리고 수는 적지만 이곳에서 장사하는 사람들도, 이 마을의 발전을 바랍니다. 그 중심을 책방으로 하자고 의견이 일치해서 지역 사람들이 자원봉사에 가까운 형태로 책방을 돕게 되었습니다.” (132∼133쪽)



  베스트셀러 순위표에 올라야만 책이지 않습니다. 스테디셀러 목록에 들어야만 책이지 않습니다. 추천도서목록이나 고전목록에 끼어야만 책이지 않습니다. 어떠한 순위표나 목록에 안 들더라도 책입니다. 우리 가슴을 적실 수 있으면 책입니다. 우리 마음을 움직일 수 있으면 책입니다. 우리가 사람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이끌면 책입니다. 우리가 사랑을 새롭게 짓도록 이끌면 책입니다. 우리가 살림을 새롭게 가꾸도록 이끌면 책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책이란, 앞으로 우리가 바라볼 책이란, 앞으로 우리가 지을 책이란, 앞으로 우리가 나눌 책이란, 바로 새로운 책입니다. 사람이 사랑을 새롭게 생각하면서 슬기로운 숨결로 싱그러이 살림을 속삭이는 숲으로 살아나는 책이지요.



“이 마을의 책방에서는 어쩐지 갖고 싶은 책과 만납니다. 이상하게도 무슨 책을 살지 결정하지 않고 둘러보다가 저도 모르게 손이 닿은 책을 보면 확실히 갖고 싶었던 책입니다. 책은 사람이고, 사람은 마을이고, 마을은 사람입니다.” (137쪽)



  《앞으로의 책방》(여름의숲,2017)을 읽습니다. 그동안 어떤 틀에 갇힌 모습으로 가는 책방이 아닌, 이제 사람과 사랑이 새롭게 어우러지는 책방을 바라는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가게에 책꽂이를 빽빽하게 들여서 책도 빽빽하게 꽂는 책방이 아닌, 책방지기 스스로 가장 아낄 만한 책을 손수 가리거나 추려서 갖춘 뒤에, 이곳을 찾는 손님한테 다 다른 책을 살며시 이야기하는 책방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앞으로의 책방》을 한 번 읽고 두 번째 읽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날마다 새로 나오는 책이 대단히 많아요. 모든 새책방은 이 모든 새책을 책방에 건사할 수 없습니다. 모든 새로운 책을 모든 새책방에서 몽땅 건사하자면 책방은 아주 커야 해요.


  이 대목에서 더 생각한다면 모든 도서관이 모든 새책을 건사하기에도 빠듯할 수밖에 없다고 느낄 만해요. 책방뿐 아니라 도서관까지 모든 책을 갖출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책을 살피고, 어떤 책을 읽으며, 어떤 책을 품으면 좋을까요? 우리는 어떤 책을 책방이나 도서관에 둘 만하며, 어떤 책을 읽을 만하고, 어떤 책으로 생각을 일깨우면 즐거울까요?



“저는 다른 사람에게 책을 추천받는 것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추천받지 않았다면 스스로는 사지 않을 책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58쪽)


“아직 책방은 독자의 욕망을 해소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즐거워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부러 화려한 것만 하는 것이 엔터테인먼트화는 아닙니다. 가게의 손님에 맞춘 즐거운 제안을 목표로 하면 됩니다.” (181쪽)



  책방이 한 곳이라도 있는 마을하고, 책방이 한 곳도 없는 마을은 사뭇 다릅니다. 책방은 그냥 책방이던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책방이 있는 마을이란, 스스로 새롭게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 마을이지 싶습니다. 책방이 없는 마을이란, 스스로 새롭게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하나둘 떠난 너무 쓸쓸하며 너무 고요한 마을이지 싶습니다.


  오늘날 시골을 보면 책방이 있는 데는 아예 없다시피 합니다. 면소재지에 책방이 있는 시골은 몇 군데나 될까요? 읍내쯤 되어야 비로소 책방이 있는 시골일 텐데, 시골 읍내 책방에서 참고서나 문제집이나 학습지나 몇 가지 잡지를 뺀, 그야말로 ‘책이라고 하는 책’은 얼마나 갖출 수 있을까요?


  책방이 없는 시골을 잘 들여다보면 어린이도 푸름이도 매우 적거나 없습니다. 책방이 없는 시골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젊은이도 매우 적거나 없습니다. 그렇다고 어린이나 푸름이나 젊은이가 많은 서울·부산 같은 커다란 도시에 책방이 아주 많느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지요. 그렇지만 요즈음 마을책방이 새롭게 문을 여는 마을을 돌아보노라면, 어린이와 푸름이와 젊은이가 제법 있어요. 어린 숨결이나 젊은 넋이 아주 많지 않은 작은 도시라 하더라도, 마을이 새롭게 살아나거나 깨어나기를 바라는 뜻으로 마을책방이 문을 열곤 해요. 어린 숨결이나 젊은 넋이 마을을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은 고장 작은 마을에서 작은 책방이 문을 열어요.



“책방의 수가 적어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그만큼 앞으로의 책방은 책을 좀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하지만요, 쌀가게는 쌀에 관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밥을 짓는 방법이라든가 무엇을 섞으면 좋은가 하는 것들이요.” (208쪽)


“손님을 염두에 두고 매입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마음에 드는 것을 매입하여, 일부러 찾아온 손님에게 주는 것. 저를 믿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226쪽)



  책방 한 곳은 꼭 커야 하지 않습니다. 책방 한 곳은 온갖 책을 잔뜩 갖추어야 하지 않습니다. 책방 한 곳은, 이 책방이 깃든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다리와 몸과 마음을 쉬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가슴에 품을 수 있도록 살며시 이끄는 징검돌이 될 수 있으면 즐겁습니다. 책방 한 곳은, 먼발치에서 먼걸음으로 찾아오는 나그네한테 시원한 물 한 잔을 나누어 줄 수 있으면서 책 한 권에서 싱그러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쉼터가 될 수 있으면 아름답습니다.


  더 많은 사람을 품지 못해도 되어요. 상냥하고 흐뭇하게 이웃을 품으면 되어요. 더 많은 책을 챙겨서 읽도록 부추기지 않아도 되어요. 따스하고 넉넉하게 동무를 맞이하면 되어요. 마을책방이 마을사랑방이 됩니다. 마을사랑방이 마을잔치판이 됩니다. 마을잔치판이 시나브로 마을숲으로 피어납니다.



“책방의 일이란 사람 마음의 부드러운 곳을 찌르는 것입니다. 책방은 사람의 소원이 벌거숭이가 되는 장소라고 할까요. 책방의 책장 앞에서 어슬렁어슬렁하면서 정보를 얻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책장을 보며 자기 일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마음의 틈에 문득 들어오는 것을 무심히 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269∼270쪽)



  《앞으로의 책방》은 대단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습니다. 이 책은 책방과 마을과 사람이 앞으로 새롭게 일어나도록 작게 한 손을 거들어 보려는 꿈을 들려줍니다. 더 멋스러워 보이는 책방이 아닌, 수수하면서 사랑스러운 책방 이야기를 다룹니다. 더 대단하거나 훌륭해 보이는 책방이 아닌, 아기자기하면서 이쁜 책방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저는 ‘새벽’ 같은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밤의 공기와 아침의 공기가 섞인 1초로 밝기가 변하는 새벽의 순간. 밤과 아침의 중간 지점.” (286쪽)



  우리 홀가분하게 마을책방으로 나들이를 해 보아요. 마을을 이루는 골목을 가벼운 차림새로 30분 즈음 걸어서 둘러보다가 마을책방에 들어서 보아요. 자가용을 싱싱 몰아 마을책방 앞에 떡하니 대어 들이닥치듯 곧장 들어서지 말고요, 자가용을 몰더라도 마을책방에서 500미터쯤 떨어진 한갓진 곳에 조용히 댄 뒤에, 이 500미터 길도 곧장 걸어오지 말고 샛골목으로 살그머니 들어가서 사뿐사뿐 느긋하게 마을 한 바퀴를 둘러보며 하늘바라기를 해 보고, 작은 골목꽃 냄새를 맡으려고 쭈그려앉아 보기도 하면서, 마을하고 책방을 함께 헤아려 보아요.


  마을하고 책방이 어우러져서 마을책방이에요. 책방이 다문 한 곳만 있더라도 이 작은 책방 한 곳을 바탕으로 사이좋게 이야기꽃이 피어나기에 책방마을이에요. 마을책방이 서기에 책방마을이 되어요. 책방마을로 새롭게 일어서기에 마을책방이 문을 열어요.


  우리들 작은 사람은 작은 손으로 작은 마을책방을 가꾸지요. 우리들 작은 사람은 작은 발걸음으로 작은 마을책방으로 마실하지요. 한 걸음씩 모아 천 걸음이 됩니다. 이 천 걸음이 천 리를 가는 신나는 걸음으로 거듭나요.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아닌, 살림하고 사랑을 살피는 마을책방으로 나아가는 즐거운 길을 꿈꿉니다. 크기나 권수가 아닌, 사람하고 숲을 생각하는 마을책방으로 걸어가는 기쁜 길을 바랍니다. 숲은 책이 되어 주었어요. 책은 책방이 되어 주었지요. 책방은 마을이 되어 주었고, 마을은 사람이 되어 줍니다. 그리고 사람은 새롭게 숲으로 날개돋이를 해요. 2017.6.11.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과 책읽기/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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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동네서점
구선아 지음 / 퍼니플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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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읽기 삶읽기 304


마을마다 책방이 설 수 있는 나라
― 여행자의 동네서점
 구선아 글·사진
 퍼니플랜 펴냄, 2016.9.9. 9900원


  시골 면에 사는 사람은 매우 적습니다. 천이나 이천 사람 즈음 살기도 하고, 천 사람이 안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작은 면이라면 여러 면을 하나로 아우를 만하리라 여길 수 있지만, 그나마 작은 면을 뭉뚱그린다면 시골에서 사는 사람으로서는 행정을 보기가 아주 힘들어요.

  시골 읍에서 은행이 문을 닫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적은 데다가 자꾸 줄어들기만 하니까요. 은행으로서는 시골에 지점을 두기보다 도시에 지점을 두어야 돈이 될 만할 수 있습니다. 은행뿐 아니라 다른 가게도 엇비슷합니다. 시골에서 빵집이나 찻집이나 밥집을 열어서 돈을 벌기란 참으로 힘들다고 할 만합니다.

  시골이 작아지는 흐름은 차츰 깊어집니다. 이러면서 다른 가게도 가게입니다만, 시골에서는 책방을 구경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여러 가지 책을 두루 만날 수 있는 시골 책방이란 이제 자취를 감춘다고까지 할 만해요.

  일흔이나 여든 나이에 접어든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가 책을 장만해서 읽기 어려울 수 있겠지요. 아직 시골에서 사는 어린이나 푸름이는 시골에 남기보다 하루 빨리 도시로 나아가고 싶을 수 있어요. 그나마 시골 읍내에 있는 책방은 참고서나 몇 가지 베스트셀러가 아니고는 들여놓지 못합니다. 시골사람 스스로 책하고 멀어지고, 시골책방 스스로 여러 갈래를 두루 다루지 못하는 길로 갑니다.


그때 활짝 열려 있는 초록 문틈으로 외국인 커플이 들어왔다. 경복궁 영어 브로슈억가 주머니에 비스듬히 꽂혀 있는 걸로 보아 틀림없는 관광객이었다. 한국을 찾은 관광객이 이런 동네서점에 들르다니, 눈에 띄는 간판도 친절한 설명도 없는 곳이라 오기 힘든 곳인데 어떻게 알고 왔을까. (16쪽)

〈오프 투 얼론〉을 돌아보며 가장 나를 미소 짓게 한 사랑스런 책 한 권을 사고, 또 오겠노라 주인장에게 인사를 하고 문을 나섰다. (28쪽)


  구선아 님이 쓴 《여행자의 동네서점》(퍼니플랜,2016)을 읽으며 마을책방을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은 서울을 여섯 갈래로 나누어서 열여덟 군데에 이르는 마을책방하고 일곱 군데에 이르는 문화마당을 다룹니다. 서울에는 마을책방이 열여덟 군데뿐 아니라 훨씬 많이 있어요. 사람이 많은 만큼 책방도 많은 서울이에요.

  글쓴이는 석 달 동안 서울 시내 마을책방 열여덟 군데에다가 전남 순천에 있는 마을책방 한 군데를 다녀온 발자국을 책 한 권으로 갈무리합니다. 짧은 동안에 둘러본 마을책방이라 할 텐데, 여행을 ‘책방’을 찾아서 다녔다고 하는 대목을 눈여겨볼 만하지 싶습니다.

  우리는 다른 나라로 떠나거나 다른 고장으로 나들이를 갈 적에 ‘관광명소’만 찾아가야 하지 않아요. 사진 찍기 좋은 곳이나 자연이 아름다운 곳만 여행을 해야 하지 않아요. 뒷골목도 앞골목도 나들이를 할 만합니다. 골목길뿐 아니라 시골길을 마실할 만합니다. 숲이나 바닷길을 걸어 볼 만하고, 책방을 둘러싼 마을을 천천히 거닐다가 책방에서 다리쉼을 하면서 마음밥을 먹을 수 있어요. 맛집을 찾아가서 맛밥을 먹듯이, 책집을 찾아가서 책 한 권에 깃든 숨결을 들이마실 수 있습니다.


순천역 앞엔 작은 책방이 있다. 순천역에서 기차 시간이 남았다면 어정쩡하게 플랫폼을 서성이지 말고 순천역 앞 작은 동네서점 〈책방 심다〉에 가 보자. (83쪽)


  버스여행도 기차여행도 걷기여행도 여행입니다. 책방마실도 여행입니다. 여기에 책읽기도 여행입니다. 책 한 권에 담긴 이야기는 글쓴이가 온삶을 바쳐서 빚은 노래와 같아요. 이 노래를 가만히 따라서 읽는 동안 새로운 삶을 만나요. 꽃이나 나무나 하늘이나 집을 바라보면서 아름답구나 하고 느끼듯이, 책에 흐르는 이야기를 마주하면서 아름답구나 하고 느낍니다.

  재미난 이야기를 읽으며 웃습니다. 아린 이야기를 읽으며 눈물짓습니다.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읽으며 가슴이 벅찹니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으며 꿈을 키웁니다. 버스길이나 전철길에서 책을 손에 쥔다면, 아무리 시끌벅적한 곳에서도 고요한 마음이 되어 새로운 생각을 지필 수 있어요. 여행길에서 여행자로서 손에 책 한 권을 쥐어 본다면, 새로운 고장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앞서 새로운 마음으로 한껏 북돋울 수 있기도 해요.


‘김소월의 진달래꽃 + 아메리카노 = 10,000’ 책 한 권과 아메리카노 한 잔을 세트로 엮은 메뉴라니. 그것도 책 한 권 가격에 커피까지. 나는 고민 없이 세트를 주문했다. (114쪽)


  《여행자의 동네서점》을 읽으며 ‘피노키오’라는 마을책방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림책을 알뜰히 다루는 마을책방이라고 해요. 이 책에서는 서울 연남동에 있다고 나오는데 곧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덧말이 붙어요. 이 책을 다 읽고서 살피니 ‘피노키오’라는 ‘그림책 마을책방’은 경북 경주로 옮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경북 경주에서는 2017년 5월 13일까지만 가게를 열고서 한동안 쉰다는데, 올 6월부터는 대구로 다시 책방을 옮긴다고 해요.

  한 곳에 고이 뿌리를 내리면서 마을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베풀 수 있으면 더 좋다고 할 텐데, 마을책방 한 곳도 여행자처럼 여행을 하는구나 싶습니다. 새로 터를 잡을 고장에서는 느긋하게 책방살림을 이을 수 있으면 좋겠네 하고 생각합니다.

  책방도 마을도 책손도, 여기에 글쓴이와 출판사 일꾼도, 서로 따사롭고 넉넉한 마음이 되어서 어우러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즐겁게 짓는 삶과 살림을 글이나 그림이나 사진에 얹어서 고운 책 한 권으로 엮고서, 이렇게 엮은 고운 책을 마을사람이 사뿐사뿐 마실하며 반가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을 한켠에 마을책방이 서기에 마을이 빛날 만해요. 아주 작은 책방이라 하더라도 마을책방 한 곳은 작은 책 한 권에 서린 이야기를 마을에 흩뿌리는 징검다리 구실을 해요. 마을 어르신한테도, 마을 젊은이한테도, 마을 푸름이와 어린이한테도 따스한 햇볕 같은 이야기를 책 한 권으로 나누어 줍니다.


“소장하고 있던 책을 팔면 아깝지 않으세요?”라는 나의 지극히 물욕적인 물음에 “팔아서 사고 싶었던 다른 책을 사요. 책을 사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라며 대답하는 주인장이다. “처음 책방을 열 때, 아내가 당신이 읽는 책은 재미없어서 아무도 안 살 거라 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어떻게 다들 아는지, 좋은 책은 다 골라가더라고요.” (153쪽)


  참고서는 시험 문제를 다루는 교재입니다. 시험 문제를 다루는 교재는 더 큰 도시에 나아가는 길을 보여줍니다. 참고서가 아닌 여느 책은 삶을 풀어내는 슬기를 다루는 이야기꾸러미입니다. 삶을 풀어내는 슬기를 다루는 이야기꾸러미는 다른 고장을 기웃거리려 하지 않아요. 우리가 오늘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는 마을을 스스로 즐겁고 아름다이 가꾸는 손길을 노래합니다.

  마을책방 한 곳은 마을사람 누구나 스스로 마을지기가 되는 길을 넌지시 책으로 알려주는 구실을 해요. 마을책방 한 곳은 마을사람 모두 스스로 마을님으로 거듭나는 길을 조용히 책으로 밝히는 몫을 맡아요.


요즘 일꾼은, 사는 동네에 작은 어린이도서관도 꾸리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그곳에 가 아이들과 지낸다. 좋은 책을 많이 읽히는 게 목적이 아니라 동네 어디, 일상 어디에나 있는 책을 함께 나누고 싶을 뿐이다. (205쪽)


  마을도서관 곁에 마을책방이 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을책방하고 마을도서관이 어깨동무를 하면서 마을사람한테 책숨을 불어넣기를 바랍니다. 곰곰이 헤아려 본다면, 지자체마다 마을도서관하고 마을책방을 살찌우는 길을 마련할 만해요. 마을에서 나고 자란 씩씩하고 어여쁜 아이들이 앞으로도 마을에서 알뜰하며 멋진 일꾼으로 살아가도록 이끄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좋아요.

  마을마다 책방이 설 수 있는 나라일 때에 지역자치를 저절로 이루면서 튼튼한 살림이 되리라 생각해요. 하나하나 꿈을 꾸어 봅니다. 마을책방, 마을도서관, 마을텃밭, 마을장터, 마을잔치, 마을숲을. 여기에 마을아이, 마을노래, 마을꿈, 마을사랑 같은 말을 되뇌어 봅니다.

  관광상품을 개발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관광지로 꾸미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관광객을 끌어모아야 마을이 살아난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마을을 마을사람 스스로 곱게 돌보도록 하면서, 전국 어디나 마을마다 모두 다르면서 멋스러운 마을책방이 있다면, 마을사람이 이곳을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골골샅샅 다 다르면서 재미난 책마을이 되어 홀가분하게 마실을 다닐 이웃이 늘어나리라 생각해요.

  어쩌면 ‘관광’이라는 허울에 가리거나 눌리면서 ‘마실’이라고 하는 상냥하고 싱그러운 ‘마을’ 이야기가 잊혔다고 할 수 있어요. 이제 마을을 되찾고, 마을책방을 새로 찾아야지 싶습니다. 아름다운 오월 봄에 새로운 대통령이 서는 이 나라이니, 아름다운 마을책방이 고장마다 하나둘 새로 태어나면 좋겠어요. 즐거이 마을살림·책살림·이야기살림을 꾸릴 수 있는 이웃을 기다립니다. 2017.5.9.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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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먹는 법 -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독서 레시피 땅콩문고
김이경 지음 / 유유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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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295


‘모른다’는 말을 뚝 그치려고 읽는 책
― 책 먹는 법: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독서 레시피
 김이경 글
 유유 펴냄, 2015.8.24. 1만 원


  ‘책을 왜 읽는가?’ 하고 묻는다면, 저는 ‘배우려고’라는 짤막한 말을 하겠습니다. 배우려는 뜻에서 책을 읽는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하고 그림책을 함께 읽을 적에도 아이에 앞서 어른인 나 스스로 새롭게 배우려고 합니다. 재미난 만화책을 읽는다고 할 적에도 심심풀이라고 느끼지 않아요. 이 책 하나가 나한테 가르치는 이야기가 있기에 즐겁게 읽어요.

  인문책만 우리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모든 책은 저마다 다른 사람들 살림살이를 우리한테 넌지시 가르치는구나 하고 느껴요.

  ‘왜 시골에서 사는가?’ 하고 물을 적에도, 저는 ‘배우려고’라는 짤막한 말을 합니다. 물이 맑고 바람이 깨끗한 시골이기에 시골에 산달 수 있습니다만, 이보다 시골에서 시골살이랑 시골살림을 배우려는 뜻이 한결 짙어요.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되새기면서, 앞으로 걸어갈 길을 꿈꾸고, 오늘 걷는 길을 마주하려는 뜻에서 늘 하루를 새롭게 배워요.


어릴 적, 학교에서 돌아온 제가 안방에서 국어 교과서 같은 걸 큰소리로 읽으면, 안방 옆의 낮고 어둑한 부엌에서 일하시던 어머니는 아주 가끔 “참 잘 읽는구나!” 혼잣말처럼 감탄하시곤 했습니다. (9쪽)

제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책을 읽었을 때 제게는 간절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첫 물음은 ‘어떻게 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였습니다. (13쪽)


  김이경 님이 쓴 《책 먹는 법》(유유,2015)을 읽습니다. 이 책을 읽는 뜻도 매한가지입니다. ‘배우려고’ 읽어요. 저는 한 해에 적게 읽으면 천 권 즈음 읽고, 넉넉하게 읽으면 이천 권 즈음 읽기도 하는데, 책을 아무리 많이 읽건 말건 새로 배울 만한 이야기를 느끼기에 새삼스레 이 책도 들추고 저 책도 들춥니다. 이 책에서는 이 책을 쓴 분이 즐겁게 걸어가며 지은 살림을 보면서 배워요. 저 책에서는 저 책을 쓴 분이 기쁘게 사랑하며 지은 삶을 보면서 배우고요.


책을 읽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좀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부족한 지식과 모자란 경험을 채우고 자신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요량이 있기에 책을 읽고 배우는 것이지요. (29쪽)

저는 독자에게는 오독하지 않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의 권위에 짓눌리지 않는 자유로운 독서는 지지하지만 이런 적극적인 독해와 무관한 오독은 마ㄸ당히 피해야 합니다. (41쪽)


  《책 먹는 법》을 쓴 김이경 님은 ‘책을 왜 읽는가?’ 하고 스스로 물으면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김이경 님은 이 물음에 먼저 “좀더 나은 인간이 되”려는 뜻이라고 밝힙니다. 이러면서 ‘자유로워지는 길’을 찾으려고 책을 손에 쥐었다고 해요.

  아마 책에서는 ‘자유로 가는 길’을 환하게 밝히거나 보여주지 않았으리라 느껴요. 책을 읽는 동안 김이경 님 스스로 이 대목을 넌지시 깨닫거나 시나브로 알아챘으리라 느껴요. 나 아닌 남이 걸어온 길이 고스란히 드러난 책을 읽는 동안 내 마음을 한결 단단히 추스르고 한껏 새롭게 가다듬자는 마음이 되었으리라 느낍니다.

  내가 얼마나 모자란가 하고 책을 읽는 내내 헤아리기에, 책을 덮고 나서 이 모자란 모습을 채우고 가꾸며 북돋우려고 땀을 흘릴 만하지 싶어요. 좋은 거울이 되는 책이요, 즐거운 길동무가 되는 책이지 싶습니다.


책을 읽는 것은 이런 배움의 일부이며, 자신의 무지를 일깨워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생각, 다른 지식, 다른 믿음이 불러일으키는 의심과 두려움을 ‘틀렸다’고 치부하거나 눈을 감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똑바로 바라봄으로써 오히려 더 큰 세계 안에서 평화를 이루기 위해 독서를 하는 것이지요. (65쪽)


  책을 읽으면서 내 어리석음을 깨닫는다면, 이러면서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만한 슬기를 곱씹는다면, 나 아닌 남을 널리 아우르거나 껴안는다면, 참말 우리는 얼마나 멋진 사람이 될 만할까요? 책을 읽고 나서 다른 사람들 생각과 꿈과 사랑을 새롭게 마주하면서 아끼는 숨결이 된다면, 참으로 우리는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이 될 만할까요?

  시샘하는 마음에서는 책을 못 읽어요. 아니, 시샘하는 마음에서는 아무것도 못 배워요. 고개를 숙이면서 새로 배우려 하기에 책을 읽어요. 배우자고, 삶을 짓자고, 익히자고, 살림을 짓자고, 이렇게 스스로 되뇔 적에 비로소 책을 읽을 만하지 싶습니다.


흔히들 노는 게 재미있다고 하지만 정말 사람들이 재미있어하는 건 몰랐던 것을 아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80쪽)

문학은 인간의 조건에 대한 통찰력, 세계를 다르게 보는 눈,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는 힘을 키워 줍니다. 그리고 그 힘은 문학이 사람을 읽는 눈을 길러 주는 데에서 나옵니다. 나를 읽고 너를 읽고 우리와 그들의 세상을 읽으면서, 각자의 삶과 그 삶들이 한데 어울려 만드는 이 세상을 더 깊고 다양한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요. (139쪽)


  《책 먹는 법》이라고 하는 자그마한 책은, 참으로 “책 먹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우리 마음을 알뜰살뜰 일구도록 책을 먹자고 이야기합니다. 이제껏 몰랐던 것을 느끼면서 배우자고 이야기합니다. 너와 내가 서로 얼크러지는 이 땅을 더 깊고 너른 터로 가꾸는 길에 한 손을 보탤 만한 꿈을 짓는 마음으로 책을 읽자고 이야기합니다.

  나는 나한테 새로운 책 한 권을 선물합니다. 나는 나한테 오래된 책 한 권을 선물합니다. 새로운 책에서는 새로운 삶을 배우며 읽습니다. 오래된 책에서는 오래된 살림을 배우며 읽어요.

  구속 수감된 옛 대통령한테 책 한 권 부치고 싶습니다. ‘모른다’는 말을 일삼은 그분은 참말 ‘모르실’ 테니, 이제부터 ‘알고’ 느껴서 ‘배우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잘잘못을 떠나서 이웃을 사랑하고 이 땅을 아낄 줄 아는 마음을 작은 책 한 권을 곁에 놓으면서 차분하고 조용히 새롭게 배우면 좋겠습니다. 2017.3.31.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이야기/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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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 다양하고 지속 가능한 출판을 위하여
니시야마 마사코, 김연한 / 유유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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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82



하루키 책 100만 권 팔아서는 책마을이 죽는다

―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니시야마 마사코 글·사진

 김연한 옮김

 유유 펴냄, 2017.1.14. 16000원



  몇몇 언론사에서 ‘새로 나올 하루키 책’을 놓고서 말이 많습니다. 하루키 책이 새로 한국말로 나오면 ‘100만 권’쯤 넉넉히 팔릴 만하리라는 말이 돕니다. 100만 권쯤 팔리는 책이 있다면 한국 책마을이 살아날는지 꽃피울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하루키 책이 100만 권 팔린다면, 이는 한 군데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으로 100만 권입니다.


  한 사람 책이 한 군데 출판사에서만 나오며 100만 권이 팔리면 책마을이 살아날 수 있을까요? 책마을에 도움이 될까요? 글쎄, 저는 고개를 가로젓겠습니다. 하루키이든 아무개이건, 한 사람 책이 100만 권이 팔리기보다는, 한국 작가 100사람 책이 100군데 출판사에서 나와, 저마다 1만 권 팔릴 수 있다면, 이리하여 ‘100 작가 100 출판사 1만 권’으로 100만 권이라는 숫자가 사람들 손에 간다면, 이때에 비로소 이 나라 책마을이 살아날 만하다고 말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일도 하고 싶었지만, 어떻게든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고 싶었습니다. 집에서는 엄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거든요. 그게 제 안에서 꼭 지키고 싶은 규칙이었어요. 설마 제가 그렇게 변할 줄은 몰랐습니다 … 저에게 아이가 없었다면 그림책 서가에는 가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그림책 서가를 벗어난 그림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읽을거리에 ‘그림’이 있는 책이란 이미지요 … 모든 것을 감수하고 앞으로 5년, 10년 팔고자 한다면, 제가 100퍼센트 만족하는 책이어야 일이 괴롭지 않아요. (22, 27, 36쪽/야스나가 노리코)



  니시야마 마사코 님이 쓴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유유,2017)이라는 책을 읽어 봅니다. 혼자서 일하거나 두세 사람이 일하는 자그마한 출판사 이야기가 흐르는 책입니다. 도쿄 한복판이 아니어도 즐겁게 작은 출판사를 열어서 씩씩하게 책길을 걷는 사람들 이야기가 흐르는 책입니다.


  더 많은 책을 팔겠다는 마음이 없는 사람들 이야기가 이 책에 흐릅니다. 더 아름다운 책을 엮고 펴내어, 이 아름다운 책을 책방 일꾼이 기쁘게 팔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이 책에 흐릅니다. 더 잘 팔리는 책에는 마음을 기울이지 않고, 한 번 펴냈으면 100년이나 200년쯤 판이 안 끊어지도록 읽히고 사랑받을 만하게 단단하고 알차며 아름다운 책을 짓겠다는 사람들 이야기가 이 책에 흘러요.



“내일은 눈 오니까 쉬자” 하고 말할 수 있는 사장이 몇이나 될까요. 사장조차 자유롭지 않은 회사에서 도대체 누가 자기 뜻대로 할 수 있을까요? (48쪽/도요다 쓰요시)


《하마유리 시절에》는 회전이 빠른 도심지에서 사고가 정지된 사람들에게 생각할 자극을 주고 싶은 마음으로 출간했습니다. 저 자신도 일깨우면서요 … 한 권 한 권 책을 낼 때마다 관련된 분들과 친해지고 따스함을 느낄 수 있어서 기쁩니다. (70, 76쪽/기요타 마이코)



  ‘빨리’를 외치지 않는 작은 출판사 일꾼은, 그렇다고 해서 ‘느리게’를 외치지 않습니다. 일본 책마을 가운데 작은 자리를 일구는 분들은 ‘아름답게’를 노래합니다. 짤리도 느리게도 아니에요. 외침도 아니에요. 그예 ‘아름답게 노래하기’입니다. 여기에 ‘즐겁게 춤추기’입니다. 덧붙여서 ‘신나게 꿈꾸기’예요. 그리고 ‘어깨동무하며 함께 웃기’예요.



매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바다를 보면서 사무실에 출근합니다. 막차 시간 신경 쓰지 않고 일할 수 있어서 좋아요 … 어쩌다 보니 가마쿠라로 왔지만, 기분 좋게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저에겐 중요했어요 … 당연한 것을 의심하는 마음을 잊기 싫어서 의사 표명의 한 수단으로 띠지를 빼기로 했어요. 띠지가 있어야 잘 팔린다는 근거 없는 안도감을 없애고 싶었습니다. (87, 100쪽/우에노 유지)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을 읽으면서 이 대목을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한 작가 책을 100만 권을 팔려는 뜻은 아예 처음부터 안 품는다고 합니다. 한 작가 책을 열 해에 걸쳐 1만 권을 팔 수 있기를 바라는 뜻을 곱씹어 봅니다. 한 해에 열 작가 책 열 가지를 만 권씩 팔겠노라 하는 마음을 되새겨 봅니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터전에서 다 다르게 살림을 지어요. 다 다른 마을에서 다 다른 이야기가 피어나면서 다 다른 아름다움이 깨어나요.


  우리가 나아갈 아름다운 길은 어디일까요? 우리가 누릴 기쁜 삶은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가 함께할 따스한 사랑은 무엇일까요?


  요즈음 한국에서는 전국 곳곳에 자그마한 마을책방이 하나둘 문을 엽니다. 열 해쯤 앞서를 떠올리면, 전국 곳곳에서 작은 마을책방이 다 죽고 문을 닫는다고 했어요. 참말로 얼마 앞서까지 한국에서는 전국 어디에서나 ‘마을책방이 문을 닫고 자취를 감춘’ 이야기로 떠들썩했어요. 그런데 요새는 전국 어디에서나 ‘마을책방이 새롭게 문을 열며 활짝 기지개를 켜는’ 이야기가 샘솟습니다.



회사는 사람이 전부이기 때문에 모든 구성원이 날마다 성장한다고 믿고 가야 출판의 밝은 미래로 이어집니다 … 젊은 편집자도 처음부터 “잘 팔릴 책을 만들어”라는 말을 숱하게 듣다가 가장 중요한 감성이 충분히 자라기 전에 ‘판다’는 가치만을 위해서 일하는 로봇이 됩니다. (128, 142쪽/미시마 구니히로)


우리가 믿을 건 작가의 힘이 담긴 사진집뿐이에요. 즉 잘 팔리느냐 안 팔리느냐보다 압도적으로 좋은 작품을 만드는 일만이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밝혀 줄 겁니다. (164쪽/히메노 기미)



  지난날 마을책방하고 오늘날 마을책방을 가만히 맞대어 봅니다. 지난날 마을책방에 놓인 책은 거의 모두 참고서나 학습지였습니다. 여기에 잡지 조금, 베스트셀러 조금 있었어요.


  오늘날 마을책방은 지난날하고 사뭇 달라요. 오늘날 전국 곳곳에서 문을 여는 마을책방 가운데 참고서나 학습지를 들이는 데는 눈 씻고 찾아볼 수조차 없습니다. 지난날 마을책방에는 책꽂이가 빽빽하도록 온갖 참고서와 학습지가 있는데다가 베스트셀러하고 몇몇 인기 잡지만 있었지요. 그렇지만 오늘날 마을책방에는 어떠한 참고서도 학습지도 안 들여놓아요. 게다가 오늘날 마을책방에서는 베스트셀러조차 거의 안 들일 뿐 아니라 몇몇 인기 잡지를 찾아볼 수조차 없어요.


  여기에서 한 가지를 더 눈여겨보아야지 싶어요. 지난날 마을책방에서 사람들은 어떤 책을 장만하거나 살폈을까요? 오늘날 마을책방에서 사람들은 어떤 책을 장만하거나 살필까요?


  책이란 무엇인지 돌아보아야지 싶습니다. 책방이란 무엇인지 이제 다시 생각해 보아야지 싶습니다. 마을에 깃든 책방은 얼마만 한 크기이면 되고, 어떤 책을 얼마쯤 갖추면 될는지 곰곰이 따져 보아야지 싶습니다.



파는 사람도 이 책을 좋아하고, 사는 사람도 한 권 더 사서 다른 이에게 선물할 정도로 좋아하는 작품을 목표로 삼고 싶어요 … 수익 때문만이 아니라 이렇게 좋은 작품을 (작가한테서) 받았으니 더 많은 분에게 보여 드리고 싶어서요. (223쪽/다니카와 메구미)



  오늘날 한국에 새롭게 문을 여는 마을책방은 지난날하고 아주 다르게 참고서랑 학습지를 안 다루다 보니 책꽂이가 퍽 널널합니다. 책꽂이로 우리 눈을 고단하게 하지 않아요. 이러면서 걸상을 넉넉히 둡니다. 책꽂이를 줄이고 책걸상을 놓아요. 그리고 베스트셀러가 아닌 ‘마을책방지기가 사랑하는 책’을 놓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오늘날 새롭게 문을 여는 마을책방은 참말로 ‘마을’에 깃드는 책방입니다. 서울에서든 부산에서든 똑같은 책만 있는 책방이 아닌, 서울 다르고 부산 다르고 대구 다르고 포항 다르고 광주 다르고 전주 다르고 대전 다른 ……, 이제 오늘날 새로운 마을책방은 이 마을책방이 뿌리를 내리려는 고장에서 태어나는 책에 눈길을 둡니다. 마을에서 함께 짓는 이야기에 마음을 기울입니다.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에 나오는 일본 1인 출판사 대표는 우리 둘레에서 흔히 볼 만한 수수한 아저씨이거나 아줌마이거나 아가씨이거나 사내입니다. 걸어서 집하고 일터 사이를 오갑니다. 바닷바람을 마시면서 자전거를 달려 집하고 일터 사이를 오갑니다. 베스트셀러로 한몫 잡으려는 살림은 처음부터 생각조차 안 합니다. 아름다운 책을 마을에서 지어내어 이웃들하고 나누려는 마음으로 책을 보듬습니다.



내가 서점을 사랑하는 까닭은 그곳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 서점에서 샀기 때문에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 그 사람이 권한 책이니까 소중히 읽는다. 책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서점 직원들이 ‘팔고 싶다’고 생각하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94쪽/도이 아키후미)



  한국 책마을은 이제 첫 걸음을 새롭게 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키 새책을 놓고 선인세가 20억 원을 웃돌 듯하다는 말이 많습니다. 참 미친 짓입니다. 이런 짓은 더없이 미친 짓인 줄 알아채고 느껴야지 싶습니다. 한 사람 책을 놓고 20억 원을 미리 치른 뒤에 100만 권 넘게 팔려고 하는 장사는 제발 그만두어야지 싶습니다. 한국 책마을 모두 뜻을 모아 ‘하루키 책 선인세 계약’을 어느 곳에서도 안 할 수 있기를 빕니다. 하루키 책을 한국말로 내려 한다면, 선인세 계약 없이 내도록 해야지 싶어요.


  하루키 책에 20억 선인세를 들일 돈이 있다면, 이 돈으로 적어도 젊은 작가 스무 사람한테 1억 씩 주면서 아름다운 책을 느긋하게 짓도록 북돋울 수 있어요. 또는 젊은 작가 이백 사람한테 천만 원씩 주면서 아름다운 책을 넉넉하게 짓도록 북돋울 만합니다.


  베스트셀러로는 책마을이 살아나지 못합니다. 몇 가지 책만 유통시켜 떼돈을 거머쥐려는 대형서점하고 대형출판사 주머니만 살찌우겠지요. 우리가 책마을을 살리면서 책을 즐기는 아름다운 뜻을 나누려 한다면, 작은 마을책방과 출판사와 작가가 서로 아끼고 돕는 작은 마을살림으로 이야기꽃을 지피는 길로 가야지 싶어요.



책의 절반은 머리로 만들지만, 절반은 손으로 만든다는 걸 느끼고서야 제 안에서 충돌했던 두 세상이 서로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183쪽/아사노 다카오)



  깨어나야지요. 눈을 떠야지요. 마을을 바라보고 삶을 헤아려야지요. 우리가 저마다 손수 짓는 기쁨으로 어깨동무를 해야지요. 작은 출판사 천 군데에서 해마다 다섯 가지쯤 새로운 책을 내놓아 이 책들을 해마다 만 사람한테 이어 줄 수 있기를, 이렇게 한 해에 만 사람을 잇는 책이 백 해라는 시간에 걸쳐 판이 안 끊어지고 이어질 수 있기를, 이리하여 ‘100만 권 팔리는 책’이 하루아침에 100만 권이 아니라, 백 해에 걸쳐서 백만 사람한테 백만 가지 이야기꽃으로 피어날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모든 책이 저마다 다른 아름다움을 다 다른 사람들한테 베풀면서 기쁘게 노래로 퍼질 수 있기를 꿈꾸어 봅니다. 즐겁게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2017.3.18.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 이 글에 붙인 사진은 유유출판사에 말씀을 여쭈어 고맙게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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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알기 아까운 책 읽기의 비밀
이태우 지음 / 연지출판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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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읽기 삶읽기 285



아름답기에 혼자 읽을 수 없는 책

― 혼자 알기 아까운 책 읽기의 비밀

 이태우 글

 연지출판사 펴냄, 2015.8.1. 12000원



  누가 저한테 ‘책을 왜 읽으셔요?’ 하고 여쭈면, 저는 다음처럼 이야기합니다. ‘저는 책을 읽는다기보다 마음을 읽어요’라든지 ‘저는 이 책을 거쳐서 사랑을 읽어요’라든지 ‘저는 이 책이라는 껍데기를 손에 쥐고서 아름다운 삶을 읽어요’라든지 ‘저는 책을 가슴에 품으면서 따뜻한 숨결을 읽어요’라고요.


  여기에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저한테는 아침저녁으로 밥을 지어 아이들하고 나누는 살림도 책읽기이고 책쓰기예요’라든지 ‘파랗게 눈부신 하늘도 멋진 책이랍니다’라든지 ‘새봄에 돋는 싱그러운 풀을 보노라면 이토록 사랑스러운 책이 어디에 더 있나’라든지 ‘겨울을 딛고서 피어나는 봄꽃을 마주하면서 즐겁게 책읽기를 해요’라고요.



나는 무료인 무가지 신문에서 별로 좋은 정보를 가져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공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시간과 기회비용이기 때문이다. 신문은 유료로 구독할 때 가치 있는 정보를 얻는다고 생각한다. (19쪽)


독서는 배우려는 의지만 있다면 최고의 학습 수단이 될 수 있다. (27쪽)



  이태우 님이 쓴 《혼자 알기 아까운 책 읽기의 비밀》(연지출판사,2015)을 읽으며 책이란 무엇이고 책읽기란 어떤 살림인가 하고 새삼스레 돌아보니다. 책이름에서 엿볼 수 있기도 한데, 참말로 아름다운 책은 혼자만 읽기에 아까워요. 이 아름다운 책을 이웃한테 알려주고 싶습니다. 이 사랑스럽고 이 멋지고 이 기쁘고 이 따뜻하고 이 훌륭하고 이 놀랍고 이 대단한 책을 이웃한테 알려주면서 함께 읽고 싶어요.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그냥 책만 읽고 그치지는 않으시리라 생각해요. 책을 읽은 즐거운 느낌을 이웃이나 동무한테 알려주시겠지요. 책을 선물할 때도 있고, 함께 책방마실을 할 때도 있어요. 이웃이나 동무가 어느 책을 고르도록 이끌 때도 있지요. 



책을 읽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자신을 발견하고 싶기 때문이다. (64쪽)


잠들기 전 가볍고 재미있게 본 책은 꿈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든다. (75쪽)



  《혼자 알기 아까운 책 읽기의 비밀》이라는 책을 쓴 분도 이야기하는데, ‘거저 신문(무가지)’에서는 값있는 정보를 얻기 어려우리라 느낍니다. 아무 값을 치르지 않고 손에 쥐노라면 어느새 아주 가볍게 툭 털어버리고 말지 싶어요. 두고두고 건사하면서 되읽을 만한 이야깃거리가 못 되는 ‘거저 신문’이지 싶어요.


  생각해 봐요. 큰 도시에 넘치는 그 거저 신문을 살뜰히 챙겨서 날마다 되읽는 분이 있을까요? 거저 신문을 날마다 되읽으면서 무엇을 얻을 만할까요? 아침 정보가 저녁에는 ‘죽은 정보’가 되고 마는 오늘날 사회에서, 어제 정보는 이튿날 ‘낡은 정보’로 바뀌는 오늘날 흐름에서, 거저 신문은 어떤 구실을 할까요?


  우리가 무엇을 읽어야 한다면 자꾸 읽고 거듭 읽는 동안 늘 새로운 마음이 북돋우는 이야깃거리여야지 싶습니다. 한 번 슥 훑고서 다시 펼쳐 볼 만하지 않다면, 이는 거저 신문뿐 아니라 책일 적에도 뜻없는 노릇이지 싶어요.



하루 중 가장 편한 시간대에 책을 펼쳐라. 그 순간부터 당신은 새로운 세계를 만날 것이며 인생의 변화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126쪽)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자신만의 목차를 만든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저자가 쓴 책을 자신의 시각으로 다시 본다는 말이다. (131쪽)



  책 한 권을 고를 적에도 늘 이 대목을 생각해야지 싶어요. ‘나는 이 책을 한 번 읽고서 다시 안 볼 생각인가?’ 하고요. ‘나는 이 책을 오늘 다 못 읽고 이달에 다 못 읽어도 두고두고 책상맡에 놓으면서 기쁨을 맛볼 만한가?’ 하고요. 덧붙여 ‘나는 이 책을 앞으로 아이들한테 물려주고, 아이들은 이 책을 나중에 새로운 아이들한테 다시 물려줄 만할까?’도 생각해 보아야지 싶어요.


  한 번 읽고 사라지는 책, 이른바 ‘한 번 소비되고 잊히는 물건’이 아닌, 우리 삶을 새롭게 북돋우는 이야깃거리다운 책을 손에 쥐어야지 싶습니다. 더 많은 책이 아닌, 더없이 아름다운 책을 집어야지 싶어요. 더 많은 책을 읽기보다, 더없이 사랑스럽게 책을 읽어야지 싶어요.



책을 읽는 사람은 배우는 사람이다. 배움에 뜻이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잡고 펼치며 그 세계로 빠져든다. (164쪽)



  우리는 배우고 싶어서 책을 읽습니다. 배우고 싶지 않다면 책을 안 읽어요. 오늘날 무척 많은 분들이 책을 안 읽거나 못 읽는다면 ‘새로 배우는 기쁨’이 없기 때문이라고 느껴요. 새로 배우는 기쁨을 누릴 만한 겨를이 없기에 책을 못 읽거나 안 읽을 수 있어요. 새로 배우는 동안 얼마나 기쁘면서 아름다운 삶이 되는가를 아직 누려 본 적이 없는 터라 책읽기하고 멀리 떨어졌을 수 있고요.


  곰곰이 보면 그렇지요. 수많은 아이들이 고등학교 다닐 무렵까지 책을 제법 읽지만,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생이 되면 책을 거의 다 놓아요. 대학교를 다니고서 회사에 들어갈 적에도 책을 참 많이 내려놓지요. 이제 ‘더 배울(공부할) 일이 없다’고 여겨 버리거든요.


  그러나 대학생이 되어도 배울(공부할) 일이 많아요. 학과 공부만 배움이 아니거든요. 삶을 배우고 사랑을 배웁니다. 나와 이웃을 배웁니다. 마을과 나라와 지구와 우주를 배워요. 그리고 너랑 내가 맺는 사랑으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살아갈 먼 앞날을 배워요.


  회사원이나 공무원이나 되어도, 노동자나 농사꾼이 되어도, 여느 집살림꾼이나 교사가 되어도, 우리는 늘 새롭게 배워야 새롭게 일할 수 있다고 느껴요. 새롭게 배우는 사람이 이웃을 아끼는 마음이 되지 싶어요. 새롭게 배우는 사람이 평화와 민주와 평등으로 나아가는 길을 슬기롭게 열려고 땀을 흘리지 싶습니다. 2017.3.11.흙.ㅅㄴㄹ


  그나저나 말을 조금 더 가다듬어 쉽게 쓸 수 있었을 텐데 싶습니다. 한 가지만 보기를 들면, '책읽기(책 읽)'하고 '독서'를 자꾸 오락가락하면서 글을 쓰는데, '책읽기' 하나만 써도 됩니다. 글에서 힘을 빼고 부드럽고 쉽게 쓴다면, 글쓴이 뜻을 한결 널리 펼 만하다고 봅니다.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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