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기다리는 사람 - 택배기사님, 큰딸
택배기사님.큰딸 지음 / 어떤책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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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인문책 2023.2.27.

인문책시렁 284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

 기사님 글

 서혜미 엮음

 2020.3.2.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기사님, 서혜미, 2020)은 ‘나름이’ 또는 ‘짐꾼’으로 일하는 나날을 적바림한 꾸러미입니다. 오늘 우리는 일본 한자말 ‘택배’를 그냥 쓰는데, 이 일본말은 “집(宅) + 나르다(配)”을 가리킵니다. 일본사람이 지은 한자말을 그냥그냥 쓰든 말든 대수롭지는 않으나, 우리는 우리말로 우리 이름을 도무지 안 가리키는 나날입니다.


  멧자락에서 짐을 나르는 일꾼한테는 영어로 ‘포터’라 하더군요. 우체국에서 일하거나 부릉부릉 달리며 나르는 일꾼한테는 한자말로 ‘배달부’라 해요. 우리 곁에서 짐을 나르는 일꾼한테는 먼저 수수하게 ‘나름이·짐꾼’이라 하면 되고, 가만히 생각을 기울여 새말을 여밀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저라면 ‘택배·운반·운송·배달·집배’뿐 아니라 ‘포터·택배기사·운반원·운송인·배달부·배달원·집배원’을 아울러 ‘짐나래’나 ‘짐날개’란 이름을 붙여 봅니다.


  짐에 나래(날개)를 달고서 띄우거나 잇거나 나르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짐을 잇는 날개는, 둘 사이를 새롭게 맺으면서 땀방울을 주고받는다고 할 만합니다. 짓는 사람하고 누리는 사람 사이에 잇고 나르는 사람이 있어요. 셋이 나란히 즐거울 수 있는 길을 헤아려 ‘나래·날개’ 같은 낱말을 쓰면 어울리겠다고 느낍니다.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을 읽다 보면 술꾼(주취자)한테 시달리는 대목이 나오는데, 문득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하던 지난날이 떠올랐습니다. 새뜸나름이는 으레 밤 한 시 반이나 두 시부터 일을 합니다. 적게 돌린다면 새벽 너덧 시 무렵 일어나서 돌리지요. 밤 한두 시는 술에 절거나 비틀거리는 사람이 해롱거리면서 돌아다니는 무렵이요, 이들은 이때 ‘짐자전거(새뜸을 가득 실은 자전거)’를 일부러 발로 차거나 넘어뜨리고 달아나기도 하고, 새뜸을 슬쩍하기도 합니다. 새벽 네 시 무렵까지 술을 퍼마신 이들은 아직 안 연 가게 앞에 웩웩 게우고서 달아나기도 하는데, 가게 쇠문(셔터)을 살짝 들추어 새뜸을 넣으려다가 깜짝 놀라기 일쑤예요.


  밤일을 하는 이뿐 아니라 새벽일을 하는 사람을 괴롭히는 술꾼인데, 술로는 어떤 마음도 달랠 수 없습니다. 술이 좋다면 밖에서는 가볍게 마시고서 집으로 돌아가서 마저 마시고 곱게 뻗을 노릇입니다. 아무튼, 짐나래 이야기는 2022년 5월에 ‘어떤책’이라는 곳에서 새로 내놓습니다. 혼책(독립출판)으로 나온 판은 짐꾸러미 빛깔이 고스란히 투박한 짜임새에 ‘누런자루’에 담겼다면, 새판은 하야말갛습니다. 새판도 누런종이로 수수하게 꾸며서 선보이면 한결 남달랐을 텐데 싶습니다.


ㅅㄴㄹ


내 고객도 아닌데 나를 어떻게 자르고 붙여놓을 건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람을 색종이로 보았나. (19쪽)


배송을 가면 스님은 내게 꼭 박카스 2병을 주셨다. 당신 것이 없으시면 절에서 봉양하시는 보살님들께 부탁하셔서 꼭 2병씩 챙겨 주셨다. (21쪽)


자기네들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사회적 지위가 높고 생김도 잘생기고 자식들은 하나같이 공부를 잘한다고 했다. 그게 다 특정 종교의 힘이라고 했다 … 그러면서 기사님은 우리 교회 교인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했다. 저도 괜찮습니다만. (29쪽)


경찰이나 택시운전기사만 주취자를 만날 것 같지만 택배기사도 주취자들에게 시달린다. (42쪽)


회사 규정상 안 된다고 말씀드려도 회사 규정이고 뭐고 노인네는 모른다고 하신다. 자식 같은 이가 끼니도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일하는 것 같아 식사하라고 주는 거야 하시는데 … 천국에서 먹는 김밥도 요즘은 천 원에 살 수 없지만 먹지 않아도 괜찮다. 배부르다. (9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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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깔있는책들 - 민속 149
심우성 / 대원사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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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인문책 2023.2.26.

인문책시렁 282


《빛깔있는 책들 149 탈》

 심우성 글

 박옥수 사진

 대원사

 1994.9.30.



  《빛깔있는 책들 149 탈》(심우성, 대원사, 1994)을 읽으면, 우리 삶터에서 ‘탈’이 얼마나 자취를 감추면서 탈놀이가 잊혔는가를 어림할 만합니다. 아니, 자취를 감추거나 잊힌다기보다, 나라에서 앞장서면서 탈이며 탈놀이를 몰아내거나 짓밟았다고 여길 만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하루를 짓고 누리고 나누던 살림길을 나라에서 깡그리 내쫓았는데, 나라힘(국가권력)뿐 아니라 나라에 빌붙는 우리 스스로 내팽개쳤다고 여겨도 될 만합니다.


  아무리 무시무시한 위아래(신분계급)가 있던 조선 500해였어도 ‘탈’을 쓰고서 탈춤에 탈놀이를 하던 사람(백성)을 나무라거나 탓하거나 때리거나 괴롭히지는 않았습니다. 탈을 쓰고서 나리(양반) 앞에서 탈놀이에 탈춤을 펼 적에는 너그러이 봐주었습니다. 다만, 탈놀이에 탈춤을 할 때뿐입니다. 탈을 벗고서 함부로 말을 하거나 나리(양반)를 눈 똑바로 쳐다보다가는 볼기를 맞거나 멍석말이로 목숨을 잃던 지난날입니다.


  지난날에는 사람들(백성)이 아무런 목소리를 못 냈습니다. 우두머리(임금·왕)란 이는 우리말 아닌 중국말로만 글(상소)을 받았을 뿐이요, 글바치나 나리나 벼슬아치는 사람들(백성) 살림살이를 헤아리거나 살피지 않았습니다. 그들(권력자)은 낛(세금)을 잘 거두거나 많이 거두어들이는 길을 헤아리거나 살폈을 뿐, 사람들(백성)은 그저 부스러기(소모품)로 여겼습니다.


  이런 서슬퍼런 죽음수렁인 나라에서 탈은 얼굴을 가리고서 누구나 목소리를 터뜨릴 수 있는 작은 숨구멍이었어요. 탈로 얼굴을 가려도 누구인지 뻔히 압니다. 탈을 쓰고서 말을 하면 목소리가 살짝 바뀌지만, 누가 말을 하는지 다 알게 마련이에요. 그러나 탈을 쓰기에 마치 풀벌레나 애벌레처럼 ‘탈바꿈’을 할 수 있어요. 비록 탈을 벗으면 탈바꿈을 끝내야 하되, 탈을 쓰면서 ‘놀이’를 하고 ‘춤’을 추면서 바람을 타고 노래로 눈물을 씻을 수 있던 지난날입니다.


  자, 그러면 나라에서 왜 탈을 짓밟고 없앨 뿐 아니라, 탈놀이나 탈춤이 깡그리 사라지도록 내몰았는지 알 만하겠지요? 사람들(백성·민중·시민)이 ‘탈바꿈’을 하면서 새롭게 눈뜨고 일어난다면, 모든 우두머리는 힘(권력)을 빼앗기고 돈도 이름도 움켜쥘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푸른물결을 일으키면 모든 힘바치·돈바치·이름바치는 수수한 사람들하고 똑같이 ‘맨손으로 흙을 만지고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수수한 살림길’을 가야 합니다.


  그들(권력자)은 힘·돈·이름을 놓칠까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스스로 탈바꿈하면서 스스로 놀이를 하고 춤추는 판을 몽땅 걷어치워 버렸습니다. 사람들 누구나 구경꾼(관람자·관중·관객)이 되도록 내몰았습니다. ‘스포츠·영화·책·학교·종교·문화예술’이 사람들을 구경꾼으로 내모는 담벼락입니다. 탈을 잊고 잃은 사람들한테는 아무런 춤노래가 없습니다.


ㅅㄴㄹ


처음으로 탈과 만난 것은 네댓 살 때 풍물패의 뒤를 따르면서 본 양반광대탈이 아닌가 싶다 … 집집에서 쓰다가 버린 바구니, 소쿠리, 키, 삼태기, 멍석 같은 것을 주워다가 이목구비를 적당히 붙이고 보면 참으로 그럴싸한 탈로 변한다. (4쪽)


어느 고장에서나 탈을 불에 태워 없앴는데 이것이 놀이의 마무리인 양 꼭 지켜져 왔다. 또한 탈에는 갖가지 액살이 잘 붙는 것이니 태워 버려야 한다는 것이 오랜 속신이었다. (9쪽)


백제시대에 우리에게서 건너간 기악의 옛 형태가 일본에는 그대로 전해지고 있는데 우리의 경우는 묵극인 기악에서 대사극으로, 신앙성을 띤 연희에서 세속적인 연희(예컨대 산대놀이)로 발전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백제시대의 탈 유산이 우리보다 일본에 더 많이 남아 있어서 관심을 그곳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23쪽)


탈은 지나간 어느 시기의 표정으로 굳어버리고 마는 것이 아니라 발전하는 삶과 함께 부단히 새롭게 재창조되면서 생명력을 지니는 것이어야 한다. (110쪽)


개성을 전제로 한 통일만이 전형성을 획득하는 길이라는 이야기이다. 애매하게 고유 문화를 되뇌이다 보면 봉건의 잔재에 빠지기 쉽다. 또한 회고 취향에 머물러 생명력을 무디게 하는 죄과를 저지르게 된다. 한 예로 한국 인형의 한 전형을 찹ㅈ는다고 조선 왕조의 허리 가는 기생을 백만 개 만들어 보았자 그것은 역사의 한 편린이나 찌꺼기를 답습하는 데 불과하다. 때로는 그러한 것도 필요하다 하겠지만 역사의 주인인 보편적 일반 백성의 모습들이 본보기로 되어야만 한다. (12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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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 - 교통 혁신.사회 평등.여성 해방을 선사한 200년간의 자전거 문화사
한스-에르하르트 레싱 지음, 장혜경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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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2.7.

인문책시렁 247


《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

 한스 에르하르트 레싱

 장혜경 옮김

 아날로그

 2019.7.5.



  《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한스 에르하르트 레싱/장혜경 옮김, 아날로그, 2019)를 읽었습니다. 우리 삶을 바꿀 훌륭한 살림살이 가운데 하나인 달림이(자전거)일 텐데, 이 자전거를 곁에 두는 분들은 이 책을 얼마나 알아볼까요? 아직 자전거를 타지 않고 쇳덩이(자가용)를 모는 분들은 이 책을 읽고서 생각이나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요?


  가마를 타고 다니던 이 나라 옛 임금은 자전거를 쳐다볼 일이 없습니다. 옛날 옛적에는 자전거가 없었으니 안 쳐다볼밖에 없다고 여길 테지만, 옛날 옛적에 이 나라에 자전거가 있었다 한들 임금·벼슬아치·붓바치가 스스로 다리를 굴려 자전거를 탔을까요? 오늘날 모습을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나라지기(대통령)를 비롯해 꼭두머리에 선 이들은 하나같이 쇳덩이를 탑니다. 벼슬자리를 누리는 이도 하나같이 쇳덩이를 몰아요. 벼슬자리 아닌 수수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쇳덩이를 끌어요.


  걷거나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보금자리와 마을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에, 보금자리와 마을을 살필 뿐 아니라, 나라를 읽고 푸른별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서 천천히 집하고 일터 사이를 오가지 않는 이들은 하나같이 거짓말을 하거나 눈속임을 한다고 여길 만합니다. 안 걷고 자전거를 안 타면 이웃이나 동무를 만나지도 사귀지도 않아요. 안 걷고 자전거를 안 타면 풀꽃나무를 등질 뿐 아니라, 풀벌레랑 새가 사람 곁에서 어떤 몫을 하며 푸르게 어우러지는가를 알 턱이 없습니다.


  걷지도 않고 자전거를 타지도 않는 그분들더러 자전거를 타라고 목소리를 높일 마음은 없습니다. 저 스스로 호젓하게 타면서 삶을 누리고 살림을 가꾸면서 사랑을 지으면 즐겁습니다. 자전거를 안 타는 이웃더러 자전거를 타라고 부추길 마음은 없습니다. 해바람비를 마음 깊이 사랑하려고 한다면 저절로 자전거를 탈 테고, 해바람비를 품을 마음이 없다면 자전거를 안 탈 테지요.


  글을 글답게 쓰고 싶은 이웃이라면 쇳덩이(자가용)를 냉큼 버리고서 자전거를 타리라 생각합니다. 그림을 그림답게 그리고픈 이웃도 쇳덩이는 치우고서 자전거를 타거나 두 다리로 걸으리라 생각해요.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살아가는 사랑을 숲빛으로 나누면서 어깨동무하려는 마음이라면 누구나 자전거를 탈 테지요. 자전거는 어린이부터 할머니까지 나란히 탈 수 있습니다. 빨리 달려야 할 자전거가 아닙니다. 나란히 달리고 찬찬히 누리면서 온누리를 푸르고 조용히 가꾸는 살림살이로 곁에 두는 자전거일 뿐입니다.


ㅅㄴㄹ


그들은 회의장에 병기 전문가를 대동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말에게 먹일 귀리 값에 전전긍긍하는 사람들도 아니었기에 굳이 말 이외의 대안을 고민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26쪽)


실제로 자전거를 타는 수많은 사람들이 술집을 피했고, 그 바람에 술집 주인들은 매출 감소를 한탄했다. (151쪽)


오락 산업도 문제를 겪었다. 1896년이 되자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느라 극장에 가지 않았다. 젊은 사람들은 극장보다 자전거를 더 좋아했다. 가을은 물론이고 겨울에도 기온이 조금만 오르면 모두가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갔다. (154쪽)


이와 같은 혼란의 시대에 자전거의 선구자가 된 사람 중에는 여교사들도 있었다. 시카고 훔볼트 학교의 지다 스티븐슨이 블루머를 입고 교실에 나타났다. 그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왔기 때문에 그 옷을 입고 수업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것이다. 당연히 그녀는 교장의 제재를 받았고, 이 사건은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18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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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2-07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 그림을 정말 잘 골랐나봐요..출판사에서.^^ 한 번에 이렇게 많은 라이더 나오는 그림은 처음 봤어요 ㅎ재미있을 것 같네요

숲노래 2023-02-07 20:48   좋아요 0 | URL
말씀 듣고 생각해 보니
이렇게 자전거 모습을 나란히 담은 그림은
여러모로 보기도 좋고 눈에 띄네요!
 
제주도 濟州島 - 1935~1965 일본 문화인류학자의 30년에 걸친 제주도 보고서
이즈미 세이치 지음, 김종철 옮김 / 여름언덕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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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숲노래 책읽기 2023.1.31.

숲책 읽기 188


《제주도》

 이즈미 세이치

 김종철 옮김

 여름언덕

 2014.5.25.



  《제주도 1935∼1965》(이즈미 세이치/김종철 옮김, 여름언덕, 2014)는 일본이웃이 우리나라 제주섬을 살핀 발자취를 서른 해를 틈을 두고서 갈무리하고서 여민 꾸러미입니다. 이제는 우리 손으로 우리 삶자취를 차곡차곡 여미는 사람이 부쩍 늘었으나, 아직도 우리 삶길보다는 이웃나라 삶길에 더 마음을 쏟는 얼개입니다. 지난날에도 우리 살림새를 우리 눈으로 바라보면서 우리 손으로 품는 일이 드물었고, 오늘날에도 우리 살림빛을 우리 숨결로 읽고 헤아리면서 우리 넋으로 다독이는 일은 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틀림없이 늘어납니다.


  이웃나라에서 먼저 세우거나 마련한 틀에 맞추면, 이모저모 읽거나 헤아리기에 수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웃나라 틀(이론·학문)은 이웃나라 삶·살림·사람을 살펴서 세운 틀이에요. 모든 나라는 다르기에 모든 나라는 저마다 저희 틀을 차근차근 세울 노릇이에요.


  지난날에는 총칼을 앞세운 무리가 억지로 짓밟았기에 ‘우리 눈·넋·숨·말글’을 스스로 뒷전으로 내몰았다면, 오늘날에는 ‘우리 눈·넋·숨·말글’을 뜬금없이 ‘민족주의·보수·차별’로 내몰곤 하더군요. 그러나 인도는 인도 눈빛으로 읽고 보아야 인도를 알 수 있고, 네팔은 네팔 넋으로 읽고 보아야 네팔을 알 수 있어요. 일본은 일본 숨길로 읽고 보아야 일본을 알 테며, 이 나라는 한겨레 말글로 읽고 보아야 비로소 이 나라 이 땅을 알 수 있습니다.


  제주사람 말글하고 삶결하고 살림새를 안 살피면서 제주를 알 턱이 없습니다. 우리말·우리글을 안 살피면서 우리 옛자취하고 오늘살림을 알 턱이 없어요. 이런 여러 가지를 헤아려 보면, 《제주도 1935∼1965》는 이웃 일본사람이 한겨레하고 제주섬을 찬찬히 사랑하려는 마음을 기울여서 여민 값진 꾸러미라고 여길 만합니다.


  제주에서 나고자랐기에 제주를 알지 않습니다. 한겨레(한국)란 이름을 달고서 살아가기에 한겨레를 알지 않아요. 말 한 마디를 차근차근 돌아보고, 살림살이 한 가지를 찬찬히 보살필 적에 비로소 우리 속빛을 읽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살펴보지 않는다면, ‘우리사랑(나사랑)’하고 등져요.


  작은 낱말 ‘우리’는 ‘너 + 나(나 + 너)’입니다. 혼자를 제대로 느끼고 바라보기에 ‘우리’입니다. 둘레에 다른 사람이 없어도 ‘나 + 나무’나 ‘나 + 새’이기에 ‘우리’입니다. ‘나 + 흙’이나 ‘나 + 풀벌레’나 ‘나 + 구름’이나 ‘나 + 바람’이나 ‘나 + 바다’이기에 ‘우리’예요.


  그저 뭉뚱그리는 자리에서도 ‘우리’를 쓰기에 “우리에 가둔다”도 있으나, 이런 말씨는 ‘말이 잘못’이 아닌, ‘말을 다루는 마음이 일그러진 모습’일 뿐입니다. 마음을 슬기롭게 다스리고 어질게 펴는 말로 생각을 심어야 비로소 한겨레도 제주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고, 우리 스스로 태어나거나 살아가는 자리를 사랑으로 바라보는 살림을 짓습니다.


ㅅㄴㄹ


밭갈이가 바쁜 계절이 끝나면 섬 날씨는 맑아 바다에서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 올라오고 파도가 하얗게 부서진다. 그리하여 비 많은 달로 접어든다. 밭에는 잡초가 자라기 시작한다. 칠월절 전후는 이른바 ‘검질매기(김매기)’가 바쁜 철이다. (110쪽)


그들은 사락눈 또는 방울눈이 내린 직후엔 사냥감을 사로잡긴 쉬우나 급경사면에서는 ‘어름시러짐(눈사태)’이 많으니 깊은 골 바닥엔 들어가지 말라든가 엄의 사면은 잘 미끄러진다든가, 밑에 물이 흐르고 있는 엄믜 눈다리는 위험하니 피하라 …… (117쪽)


일본 해녀는 잠수 때 속치마를 입는데 비해 제주도 잠녀는 이와는 다른, 더구나 한복과도 계통이 다른 마름질인 소중의를 입는다는 것, 어획 대상물은 일본에서는 식용의 패류, 해조류가 주인데 비해 섬의 잠녀는 우선 밭거름으로서의 듬북이 죽이고 식용 해조류와 패류가 버금이라는 점이다. (147쪽)


(1933년) 일본 재주 한국인에 대해서 보면 전혀 그 양상을 달리해 특히 오사카·도쿄 등 대도시 거주자의 반수 가까이가 제주도 출신자다. (265쪽)


여자의 86.9퍼센트는 한복을 가지고 있는 반면 남자는 84.2퍼센트가 가지고 있지 않다. 더구나 한복을 소유한 남자들 중 8인은 한 사람당 한 벌씩, 나머지 2인만이 각각 세 벌, 다섯 벌을 소유하고 있다. (292쪽)


(1944년) 인구 25만 명 정도인 섬에 전체 인구의 거의 반수에 해당하는 일본군이 들어와서 전도의 요새화를 위해 해안에서 한라산 기슭에 걸쳐 토치카를 만들고 도로를 고치고 혹은 새로 만들었다. 그리고 진지에는 무기가 모여 쌓여갔다. 그것은 1년도 안 되는 기간이었으나, 뒤에 자세히 말하겠지만 섬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다. (31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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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이 된 녀석들 - 유해 외래종도 할 말은 있다 어린이 교양 매듭 2
정설아 지음, 박지애 그림, 사자양 기획 / 다른매듭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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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숲노래 환경책 2023.1.3.

숲책 읽기 187


《악당이 된 녀석들》

 정설아 글

 박지애 그림

 사자양 밑틀

 다른매듭

 2022.1.27.



  《악당이 된 녀석들》(정설아·박지애·사자양, 다른매듭, 2022)을 읽고 보니, 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그동안 하나하나 익히고 살펴 왔구나 싶습니다. 적잖은 이웃님은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이미 안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은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낯설다’거나 ‘몰랐다’고 여길 만합니다.


  집에서 살림빛을 스스로 익히는 아이들은 여덟 살부터 열여섯 살까지 해마다 하루씩 어린배움터(초등학교)에 찾아가서 ‘입학유예신청서’를 써야 합니다. 어린배움터나 푸른배움터를 굳이 다녀야 할 까닭이 없으니 안 다닐 뿐이지만, 그분들(제도권학교 교사)은 왜 어린이·푸름이가 배움터를 다닐 마음이 없는지를 귀여겨들으면서 그곳(제도권학교)을 바꿀 마음이 여태 없다고 느낍니다.


  나라에서는 어마어마하게 돈을 들여 배움터를 세우고, 길잡이한테 일삯을 줍니다. 배움책(교과서)도 어마어마하게 돈을 들여서 내놓고, 숱한 펴냄터는 어린이·푸름이가 곁에 두는 배움책(참고서)을 만들어서 목돈을 끝없이 벌어들입니다. 나라는 무엇을 길들이려고 배움터를 세우고 배움책을 읽히는지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이른바 배움삯(교육비)은 배움터를 다녀야 누리는데, 이 배움삯은 ‘아이·어버이’한테 안 주고 배움터에만 줍니다. ‘육아수당·아동수당’이란 돈도 똑같아, ‘아이·어버이’한테 안 주고 어린이집·유치원에 몰아줍니다. 나라는 왜 이렇게 하면서 사람들을 길들이려 할까요? 길드는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느끼면서 나이를 먹을까요?


  어린이책 《악당이 된 녀석들》에 나오는 모든 ‘나쁜놈(악당)’ 소리를 듣는 짐승이나 들꽃은 ‘나라’에서 돈벌이를 헤아려 들여왔습니다. 그리고 돈벌이만 바라보는 나라에서 길든 사람들 스스로 돈을 더 거머쥐려고 들여왔습니다. 예나 이제나 오늘이나 매한가지입니다. 스스로 살림을 짓는 사람은 스스로 하루를 그려서 누리고 배웁니다. 배움터를 다니면서 배움끈(학력)을 늘리는 사람은 ‘남이 시키는 일감을 받아서 돈을 버는 얼거리’에 스스로 가둡니다.


  배움터를 오래오래 다닌 사람들은 고라니나 멧돼지하고 이웃하는 시골에서 안 살게 마련입니다. 책을 많이많이 읽은 사람들은 다람쥐가 뛰노는 숲하고 동떨어진 서울에서 살게 마련입니다. 부스러기(지식)를 쌓을수록 ‘나쁜놈’을 더 많이 둘레에 놓는 나라 얼거리입니다. 살림길을 살펴서 하루를 그릴 적에라야 비로소 ‘나쁜놈도 좋은놈도 아닌 이웃’을 헤아릴 수 있습니다.


  나라가 바뀌려면 ‘나부터’ 바꿀 노릇입니다. 배움터가 아닌 보금자리에서 스스로 살림을 짓는 길을 익히는 어린이가 나오기를 바랍니다. 배움터 길잡이로 손쉽게 달삯을 버는 길을 스스럼없이 내려놓고서 살림길로 거듭나는 참다운 어른이 나오기를 바라요. 그때라야 ‘나쁜놈’이란 이름이 이 땅에서 사라집니다.


ㅅㄴㄹ


1960년 이후, 우리 다람쥐가 사람이 키울 수 있는 반려동물이 되면서 판매가 시작되었어. 이때 약 20만 마리가 팔렸고, 또 어떤 해에는 약 30만 마리가 팔리기도 하면서 애완용으로 주목을 받았대. 한국산 다람쥐들은 줄무늬가 또렷해서 무척 잘 팔렸지. (15쪽)


나보고 자꾸 마녀의 상징이니, 드라큘라니 하던데 사실 좀 억울해. 나는 그저 깜깜한 게 좋고 집이 동굴인 것뿐이라고. (50쪽)


요즘은 뉴트리아의 항문을 꿰매어 스트레스를 주어서 개체수를 줄이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해요. 퇴치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논의해야 하는 생물이 있다는 것에 어떤 생각이 드나요? (72쪽)


성격도 강하고 물이 더러워도 살 수 있는 우리와는 정반대인 거지. 남생이가 우리 붉은귀거북보다 온순하고 느려서 사람들에게 잘 잡히는 것도 문제야. 남생이가 사람들의 보신용이나 약재로 매우 좋다며? (83쪽)


코치닐 색소를 얻으려면 우리 깍지벌레가 많이 필요한 모양이야. 1킬로그램 정도를 얻기 위해서 무려 10만 마리가 필요하다니까. (13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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