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채식이 뭐예요?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24
이유미 지음, 홍윤표 그림 / 철수와영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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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3.7.2.

숲책 읽기 205


《선생님, 채식이 뭐예요?》

 이유미 글

 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2022.7.12.



  《선생님, 채식이 뭐예요?》(이유미, 철수와영희, 2022)를 읽고 하나부터 열까지 아쉬웠습니다. 풀밥(채식)이 나쁠 일은 없지만 ‘낫지’는 않습니다. 풀을 먹든 헤엄이를 먹든 열매를 먹든 고깃살을 먹든 모두 ‘물빛이 깃든 숨결’입니다. 닭이나 소나 돼지만 ‘산 목숨’이 아닙니다. 고등어나 오징어나 정어리만 ‘산 목숨’일까요? 조개랑 가리비랑 꼬막도 ‘산 목숨’일 뿐 아니라, 김이랑 미역이랑 파래도 ‘산 목숨’이에요. 시금치랑 무랑 배추도 ‘산 목숨’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먹든 ‘죽은 몸’이 아닌 ‘산 몸’을 먹습니다. ‘죽은 몸’이면 이미 파리가 꼬여요. 고깃살이건 나물이건 ‘물빛이 머금은 산 몸뚱이’를 싱싱하게 건사해 놓고서 사고팔며, 손질하고 다루어 밥으로 차립니다.


  무엇을 먹든 ‘잘못했다!’는 마음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아니, 무엇을 먹든 ‘반가워! 내 몸으로 새롭게 빛나렴! 사랑해!’ 하는 마음이기를 바랍니다. 푸른콩도 커피콩도 푸른 숨결이 흐릅니다. 살구에도 배에도 능금에도 살림물이 감돕니다. 낟알 하나도 씨앗이요, 씨앗에는 새롭게 싹트고 뿌리내리는 기운인 숨빛이 있어요.


  ‘풀밥을 안 먹으면 나쁜짓이다’ 같은 마음으로 다그치는 일은 오히려 우리 숨결을 갉거나 좀먹습니다. 우리는 ‘나쁜짓이 아닌 좋은짓을 할 뜻’으로 풀밥을 누리지 않아요. 고깃살도 풀포기도 저마다 다르게 싱그러우면서 아름다운 숨결인 줄 온마음으로 깨닫는 기쁜 사랑으로 받아들이기에 ‘밥살림’입니다.


  풀밥이기에 더 좋거나 낫지 않습니다. ‘풀밥을 먹는 나는 착하고 나은 사람이야!’ 하는 마음이라면, 이웃을 낮잡거나 얕보게 마련이에요. 아무리 손수 심어서 가꾸어 먹더라도 ‘살림빛’이 아닌 ‘죽음물’이 듭니다.


  “잠깐의 즐거움을 멈추고(5쪽)”는 뭘까요? ‘즐거움’은 이런 자리에 쓰는 낱말이 아닙니다. “가벼운 재미”나 “얕은 재미”라 해야겠지요. 풀밥을 먹으면 ‘큰그림’이고, 고기를 먹으면 ‘작은그림’인가요? 갈라치기를 안 하기를 바랍니다.


  제철 아닌 엉뚱한 철에 딸기나 수박을 먹는대서 ‘기쁜’지 아리송합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늦봄에 나는 멧딸기 아니면 손조차 안 대고, 한여름에 이를 무렵 비로소 수박을 즐깁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시골에서 살기에 ‘제철’을 더 느낄는지 모르나, 이보다는 ‘비닐집에서 기름·꼭짓물(수돗물)·죽음거름(화학비료)을 먹이는 딸기’에서 기름맛에 꼭짓물맛에 죽음거름맛을 느껴요.


  능금 한 알을 먹으면서 ‘능금밭에서 뿌리는 죽음물(농약)맛’을 느끼는 분은 얼마나 될까요? 그러니까, 우리는 스스로 마음을 틔워서 속빛을 느끼고 알아차리는 길을 살아갈 노릇이라고 여겨요. 돈벌이에 사로잡힌 나머지 ‘흙살림’이 아닌 ‘죽음살림(화학농법)’으로 거둔 나물이더라도, 사랑이란 눈길로 바라보고 사랑스런 손길로 쓰다듬으면서 숨결을 바꾸어 내는 마음으로 거듭날 노릇입니다.


  요새는 ‘친환경농약’이 춤춥니다. ‘친환경’을 거짓으로 붙이는 이들이 꽤 많습니다. “맛있는 고기를 못 먹는다(86쪽)” 같은 대목은 무척 얄궂습니다. 글을 쓴 이유미 씨부터 아예 “고기 = 맛있다”처럼 여기는 마음인데, “맛있는 밥을 왜 먹지 말라고 하는가?” 하고 묻는 아이들한테 무슨 말을 들려줄 셈인가요? ‘고기라서 맛있’지 않아요. 사랑으로 맞이하는 밥이기에 사랑맛입니다. 사랑은 ‘좋은맛’이 아니에요. 사랑은 살림빛으로 물드는 맛입니다.


  ‘좋은길’을 아이들한테 억지로 밀어붙이는 풀밥(채식)으로 나아간다면, 오히려 살림빛도 살림넋도 아닌 ‘길든 굴레’를 내세우고 맙니다. 풀을 먹어야 하느냐 고기를 먹어야 하느냐가 아닌, 어떤 마음으로 먹을 적에 우리가 스스로 몸을 살찌우고 삶을 빛낼 수 있는지 생각할 노릇입니다.


  사랑으로 지은 밥은 넘치게 안 먹습니다. 사랑을 담은 밥은 가볍게 조금 누려도 배부릅니다. 사랑이 없는 밥은 넘치게 먹어도 배고픕니다. 사랑이 없는 밥이 온누리에 넘치기에 밥쓰레기도 그토록 넘쳐요. 이제부터 우리가 바라볼 곳을 ‘풀밥이냐 아니냐’가 아닌 ‘사랑밥으로 가는 길’로 돌리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잠깐의 즐거움을 멈추고 이제 세상을 한번 보도록 해요. 우리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더 큰 그림이 기다리고 있어요. (5쪽)


제철이 아니라도 먹고 싶은 과일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에요. 문제는 이런 기쁨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을 버리고 있다는 거예요. (61쪽)


로컬 푸드 매장을 이용하면 뜻밖의 즐거움을 만날 수도 있어요. 판매되고 있는 식재료가 어느 마을에서 왔는지, 누가 생산했는지 보는 재미가 있어요. 어떨 때는 생산자 이름에서 아는 사람을 발견할 수도 있을 거예요. (69쪽)


친환경 농산물은 재배할 때부터 우리 몸에 안 좋은 물질은 쓰지 않아요. 그래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죠. 종류는 크게 유기농, 무농약이 있어요. (74쪽)


맛있는 고기를 못 먹는다고 아쉬워하기보다는 지구 환경을 위해 큰 선택을 한 자기 자신을 마음껏 칭찬해 주면 좋겠어요. (86쪽)


+


우리가 소비하는 무수한 음식 속에 채식의 가치가 훼손되는 모습들이 있었던 거예요

5


잠깐의 즐거움을 멈추고 이제 세상을 한번 보도록 해요

→ 가벼운 재미를 멈추고 이제 둘레를 봐요

→ 얕은 재미를 멈추고 이제 온누리를 봐요

5


푸른 초원에서 평화롭게 살아야 하는

→ 푸른들에서 아늑하게 살아야 하는

→ 푸른들판에서 조용히 살아야 하는

28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요

→ 물이 몹시 모자라요

→ 물이 메말랐어요

54


따뜻한 햇살 대신

→ 따뜻한 볕이 아닌

→ 따뜻한 햇볕 없이

60


제철이 아니라도 먹고 싶은 과일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에요

→ 제철이 아니라도 먹을 수 있는 과일은 고마워요

→ 제철이 아니라도 과일을 먹을 수 있으니 고마워요

61


문제는 이런 기쁨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을 버리고 있다는 거예요

→ 그런데 이렇게 하려고 값진 살림을 버리고 말아요

→ 그런데 이렇게 누리려고 빛나는 삶을 버린답니다

61


로컬 푸드 매장을 이용하면 뜻밖의 즐거움을 만날 수도 있어요

→ 텃밥가게를 찾으면 뜻밖에 즐거운 일이 있어요

→ 마을밥가게에 가면 뜻밖에 즐거울 수도 있어요

69


생산자가 동네 이장님일 수도 있고

→ 지음이가 마을지기일 수도 있고

69


지구 환경을 위해 큰 선택을 한 자기 자신을 마음껏 칭찬해 주면 좋겠어요

→ 푸른별을 헤아려 큰길을 걸은 나를 사랑해 주기를 바라요

→ 푸른별을 돌보는 큰마음을 품은 나를 사랑해 주기를 바라요

86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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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라니 NIE Eco Guide 1
김백준.이배근.김영준 지음 / 국립생태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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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숲노래 환경책 2023.6.21.

숲책 읽기 193


《한국 고라니》

 김백준·이배근·김영준

 국립생태원

 2016.3.28.



  《한국 고라니》(김백준·이배근·김영준, 국립생태원, 2016)를 읽고서 한참 생각에 잠겼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들짐승을 괴롭히거나 죽이는 나라가 드뭅니다. 범에 여우에 늑대가 자취를 감추었고, 곰도 없다시피 하지만 겨우 몇 마리를 살려서 풀어놓는데, 멧돼지하고 고라니를 아주 숨도 못 쉬도록 짓밟아요.


  우리나라는 틀림없이 작습니다. 작되 멧골과 숲과 들과 바다가 넓고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나라지기도 고을지기도 이 작은 나라에 깃든 아름다운 들숲바다를 아름빛으로 살리는 길을 여태·아예·그야말로 안 갑니다. 이 작은 나라에 총칼(전쟁무기)은 끔찍하게 많고, 이 작은 나라에서 돌이(남성)는 갓 스무 살에 싸움터에 끌려가서 바보로 뒹굴어야 합니다. 그런데 돌이 가운데 돈·이름·힘이 있으면 싸움터에 안 끌려가고 뒷길로 빠져나옵니다. 또는 종잇조각(대학생 신분)이 있으면 싸움터를 한참 미루거나 빠져나올 길이 있어요.


  이 땅에 고라니가 몇 마리가 있는지 알 길이 없다지요. 푸른별(지구)에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용케 살아남은 작은 들짐승인 고라니인데, 이 작은 나라는 고라니한테 ‘밉짐승(유해동물)’이란 이름을 붙입니다. 곰곰이 보면 고라니가 밉짐승일 수 없습니다. ‘밉짐승 = 사람’이라 해야 어울립니다. 좀 세게 말을 해본다면, ‘으뜸밉짐승 = 서울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라니도 사람도 ‘밉놈’이지 않아요. 고라니는 고라니이고, 사람은 사람입니다. 곰은 곰이고, 참새는 참새입니다. 모든 숨결은 저마다 다른 이름으로 저마다 다르게 푸른별에서 제 보금자리를 일구어요. 다 다른 숨결이자 숨빛이기에 서로 새롭게 마주하고 바라볼 눈망울로 이야기를 짓는 하루를 누립니다.


  사람들은, 누구보다 서울사람은 고라니를 볼 일이 없습니다. 고라니를 볼 일이 없어서 고라니를 모릅니다. 시골사람은 고라니가 파먹는 풀줄기나 풀뿌리나 풀잎이 못마땅하다고 여깁니다. 서울사람은 고라니를 볼 일이 없지만, 고라니 터전을 무시무시하게 빼앗았습니다. 시골사람은 고라니를 으레 보지만, 고라니가 누릴 들숲바다를 풀죽임물(농약)으로 잔뜩 망가뜨렸습니다. 우리는 ‘고라니 눈길’로 ‘사람살이’를 바라본 적이 없다시피 합니다.


  언제나 이웃 마음이 되어 헤아릴 노릇입니다. 곰이 보기에 사람은 어떠할까요? 고래가 보기에 사람은 어떠할까요? 닭이 보기에 사람은 어떠한가요? 정어리가 보기에 사람은 어떠하지요? 고르르르 꼬르르르 울음소리를 내면서 멧골에서 조용히 살아가고픈 고라니입니다. 사람이 두렵고 무섭다고 여기는 고라니인데, 여우에 늑대에 범은 모두 쫓겨났어도 아직까지 이 땅에 살아남았습니다. 고라니는 숱하게 치여죽고 맞아죽으면서도 ‘숲에서 살아가는 매무새’를 고이 건사한 이웃이라고 여길 만하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영어로 고라니의 이름은 ‘Water Deer’, 즉 ‘물사슴’이다. 그만큼 고라니는 물을 좋아하고 또 의외로 수영을 잘하는 동물이다. (47쪽)


고라니의 짝짓기나 출산 등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관심이 없다. 고라니가 흔하다 해도 그 흔한 고라니가 언제 짝을 짓는지, 언제 새끼를 낳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57쪽)


2014년 한 해에만 충청북도에서 1만 2000여 마리의 고라니가 유해동물이라는 이유로 포획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서식하는 고라니의 개체 수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101쪽)


전국 170여 개 시·군으로 보면 5만 1000∼8만 5000여 마리의 고라니가 매년 구제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공식적으로 허가를 받는 수렵으로 잡는 수를 감안하면 해마다 6만∼10만 마리 정도의 고라니가 직접적으로 사냥을 당하고 있다. 이 숫자는 밀렵 등으로 사라지는 수는 제외한 것이다. (109쪽)


로드킬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도로의 과잉 건설을 막아야 한다. 무분별한 도로 건설이 마치 발전의 상징인 양 포장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우리나라는 행동권이 극히 좁은 고라니마저 살 곳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11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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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생태 도감 한국 생물 목록 28
정철운 지음, 한상훈 감수 / 자연과생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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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숲노래 환경책 2023.6.21.

숲책 읽기 203


《박쥐 생태 도감》

 정철운

 자연과생태

 2020.4.14.



  《박쥐 생태 도감》(정철운, 자연과생태, 2020)을 반갑게 맞이하면서 가만히 읽었습니다. 인천에서 나고자란 어릴 적부터 박쥐를 으레 보았고, 전남 고흥으로 옮긴 뒤에도 박쥐를 곧잘 보는데, 집안으로 들어와서 하늘하늘 나는 박쥐를 만나기도 합니다. 어느 틈으로 들어왔는지 알 길이 없지만, 시골집은 여러모로 수수께끼입니다. 팔뚝 길이만 한 지네가 어느 날 불쑥 나타나기도 하고, 두꺼비랑 뱀이 물고물리면서 다투는 모습을 마당에서 보여주기도 합니다. 갓 날갯짓을 익힌 듯한 어린 매가 뒤꼍에 내려앉아 비둘기처럼 걸어다니기도 하고, 이따금 고라니가 우리 집 풀밭에서 자고 가기도 합니다.


  다만 《박쥐 생태 도감》을 읽으며 다른 여러 꾸러미처럼 아쉬웠습니다. 배움밭(학문)에서는 ‘뜯고, 따지고, 가르고’를 해야 할는지 모르나, ‘숲꾸러미(생태도감)’라면 ‘동물원 같은 생물학 분석 보고서’가 아니라 ‘숲빛을 이루는 우리 이웃 마주하기’라는 눈길로 바라보는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박쥐를 ‘짐승우리(동물원)’에 가둔 짐승을 들여다보듯 보아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박쥐하고 사람 사이에 어떤 고리가 있는가를 읽고 느끼고 헤아리면서, 먼저 박쥐랑 동무하고 이웃하는 마음부터 들려주어야 비로소 ‘숲꾸러미’라는 이름이 어울리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박쥐 책’을 제대로 여미는 일이 아예 없다시피 하기에 대단히 반가운 《박쥐 생태 도감》이지만, 어깨힘을 빼야지 싶고, ‘학문’이란 굴레를 벗어나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국내 서식이 명확하지 않거나 추가로 분류학적 연구가 필요한 종, 생태 자료가 없어 보호종 지정 논의조차 못한 종이 더 많은 실정입니다. (4쪽)


우리나라에서는 붉은박쥐가 가장 오래 겨울잠을 자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10월 말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일부 개체는 6월 중순까지 겨울잠을 잔다. 또한 대체로 암컷이 수컷보다 빨리 겨울잠에서 깨며, 겨울잠 장소를 떠난 암컷은 출산과 육아를 목적으로 무리를 이룰 때가 많다. (41쪽)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여러 박쥐가 서식지로 삼는 곳은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거나 우회로를 만둘어, 주변 환경이 바뀌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248쪽)


+


낮에 태양열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박쥐집을 검은색으로 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 낮에 햇볕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박쥐집을 검게 발라도 좋다

→ 낮에 해를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박쥐집을 검게 입혀도 된다

25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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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유해 물질이 뭐예요? - 유해 물질로부터 자유롭고 건강한 생활 만들기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23
김신범.배성호 지음, 홍윤표 그림 / 철수와영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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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2023.5.28.

숲책 읽기 199


《선생님, 유해 물질이 뭐예요?》

 김신범·배성호 글

 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2022.7.1.



  《선생님, 유해 물질이 뭐예요?》(김신범·배성호, 철수와영희, 2022)는 여러모로 뜻있습니다. 오늘날 이 나라 배움터에 무엇이 사납것(유해물질)인지 짚으면서, 이 사납것을 풀어내는 길을 살며시 밝힙니다. 지난날에는 책걸상이 모두 나무였고, 골마루는 ‘골마루’라는 이름처럼 나무였습니다. 이제는 나무 아닌 책걸상이 늘고, 나뭇바닥은 사라집니다. 더구나 한낮에도 미닫이를 안 열고서 불을 켜기 일쑤입니다.


  밝은 낮에 환한 해를 바라보지 않으면 눈을 버립니다. 덧눈집(안경집)은 왜 하나같이 ‘형광등’을 그토록 밝게 켤까요? 사람들이 얼른 확확 눈을 버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오늘날 널리 퍼진 손전화도 ‘파란불빛(블루라이트)’이 우리 눈을 좀먹습니다. 바람이 부는 파란하늘은 우리 눈도 몸도 살리고 살찌우지만, 전기로 일으키는 형광등이나 손전화 ‘파란불빛’은 눈이며 몸을 좀먹어요.


  우리가 쓰는 흰종이에는 ‘형광물질’에 ‘표백제’가 넘실거립니다. 숲에서 온 종이는 누렇습니다. 누런종이를 하얗게 바꾸려고 사납것(화학물질)을 엄청나게 들이붓습니다. 다시 말해서, 오늘날 모든 흰종이는 ‘아이도 어른도 죽이는 사납것’입니다. 흰종이를 오래 쳐다보면 눈도 지치고 다칩니다. 지난날 누런종이(갱지·크라프트지)는 숲빛과 나무빛이 싱그럽기에 우리 손에도 눈에도 이바지합니다.


  손이나 몸을 씻는 비누는 어떨까요? 비누에 무엇을 집어넣는지 얼마나 아는가요? ‘치약’이란 이름이지만 정작 이랑 잇몸을 갉는 줄 얼마나 아는가요? 우리를 둘러싼 숱한 ‘약·약물·약품’은 정작 ‘살림(藥)’이 아니라 ‘죽임’이기 일쑤입니다. 더구나 바늘로 찔러서 몸에 집어 넣는 미리맞기(예방주사·백신)는 끔찍한 더럼치(화학물질)입니다. ‘보존제·방부제’는 ‘물티슈’뿐 아니라 ‘미리맞기’에도 꼬박꼬박 들어갑니다.


  이제라도 생각해야 합니다. 왜 이 나라는 어른아이 눈을 속이면서 갖가지 사납것·몹쓸것·더럼치·죽음물을 자꾸 만들 뿐 아니라, 어린이 손에 함부로 들이밀까요? 왜 이 나라는 배움수렁(입시지옥)을 걷어낼 엄두조차 안 낼까요? 마침종이(졸업장)에 얽매인 모든 배움터는 허울만 ‘배움(공부)’입니다. 정작 배움길과 익힘길하고 등진 채 배움수렁일 뿐인 숱한 배움터요 나라입니다. 형광등도 엘이디도 싹 걷어내고서 백열전구로 바꿀 뿐 아니라, 햇빛으로 배움칸(교실)을 밝히도록 바꿀 수 있을까요? 미리맞기를 할 일이 아닌, 배움터를 넉넉히 숲으로 둘러싸고서, 아이어른 모두 맨발로 풀밭을 달리면서 느긋이 어우러지는 길을 열 수 있을까요?


ㅅㄴㄹ


심지어 매일 사용하는 가방, 실내화, 필통, 줄넘기 등 학용품뿐만 아니라 장난감도 피브이시로 만들어집니다. 그럼 어떻게 이런 유해 성분에 노출되는 일을 피할 수 있을까요? (35쪽)


페인트는 직접 만지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마모되어서 먼지가 되고 벗겨져서 흙과 섞이죠. 결국 환경 중에 납 농도를 높여서 우리 몸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46∼47쪽)


하지만 이름처럼 순수하게 물과 휴지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답니다. 화학적으로 처리해야 하고 미생물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보존제를 넣기 때문이에요. (62쪽)


될 수 있으면 모기약과 모기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답니다. 독성이 있는 성분을 원료로 하고 있어 어린이나 임신부, 몸이 약한 사람들에게 특히 해롭기 때문이에요. (69쪽)


사실 디디티만 위험한 건 아니에요. 현재 사용하고 있는 농약이나 살충제도 조심해야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농약 중독으로 병에 걸리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고 있기 때문이에요. (100쪽)


.

.


환경 호르몬은 그래서 무서운 존재랍니다

→ 그래서 흔들물은 무섭답니다

→ 그래서 망침물은 무섭습니다

24쪽


일본에서 만든 말이에요 … 이건 너무 어렵죠? 그래서 일본에서 쉬운 이름을 지었답니다

→ 일본에서 지은 말이에요 … 이러면 너무 어렵죠? 그래서 일본에서 쉽게 지었답니다

24쪽


물로 희석하지 않은

→ 묽히지 않은

→ 물을 타지 않은

→ 물을 섞지 않은

39쪽


책상 위의 공간이 좁아지는 문제도 있었지요

→ 책상이 좁아서 나빴지요

→ 책상이 좁으니 고약했지요

52쪽


화학제품을 사용할 때는 적절한 양을 써야 해요

→ 섞음물은 알맞게 써야 해요

→ 죽음물은 조금만 써야 해요

11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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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아이들 난 책읽기가 좋아
구드룬 파우제방 글, 잉게 쉬타이네케 그림, 김경연 옮김 / 비룡소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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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2023.5.28.

숲책 읽기 200



《나무 위의 아이들》

 구드룬 파우제방 글

 잉게 쉬타이네케 그림

 김경연 옮김

 비룡소

 1999.7.20.



  《나무 위의 아이들》(구드룬 파우제방·잉게 쉬타이네케/김경연 옮김, 비룡소, 1999)을 처음 읽을 무렵, 이제 이 나라에는 “나무 타는 아이들”은 감쪽같이 사라졌을 텐데 싶었습니다. 어버이 가운데 아이한테 “나무 심을 마당”을 베풀거나 물려주는 이는 찾아보기 너무 어렵습니다. 배움터 길잡이 가운데 아이들한테 배움책(교과서)이 아닌 나무를 길동무로 삼거나 배움벗으로 삼아 즐겁게 뛰놀도록 틈을 내주는 어른이 있으려나 궁금했습니다.


  가만히 보면, 아이들이 타고 오를 나무를 건사하는 길잡이(교사·교감·교장)는 예전부터 아예 없거나 아주 드뭅니다. 나무타기를 하려면 가지를 함부로 치지 않을 노릇입니다. 타고 오를 나무라면 여러 나무가 자라야겠지요. 나무 곁에는 풀밭이 흐드러지면서 갖은 들꽃이 피고 질 노릇이요, 갖은 풀벌레에 개구리에 뱀에 제비에 참새에 복닥복닥 어우러질 수 있어야 합니다.


  푸나무만 우거지는 숲이 아닙니다. 숱한 새가 나란히 깃들어야 숲입니다. 벌나비에 풀벌레가 마음껏 살아가는 곳이 숲입니다. 골짝물이나 냇물이 싱그럽고, 온갖 짐승이 사이좋게 살아가는 데가 숲입니다. 그러니, 이 나라에는 “나무를 돌보며 물려주는 어버이나 어른”도 거의 자취를 감추고, “숲다운 숲과 나무다운 나무”도 자꾸 사라지거나 밀려나거나 죽어버립니다.


  그나저나 “나무 위”는 하늘이라, 아이들은 “나무 위”에 있지 않아요. 아이들은 “나무를 타고 앉을” 뿐입니다. 새라면 나무 위로 날 테지만, 아이들은 “나무를 타면서” 놉니다. 이 아름책이 한글판으로 나온 지 벌써 스무 해가 훌쩍 지났습니다만, 이제라도 책이름을 바로잡기를 바랍니다. “나무 타는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은 나무타기를 하기에 나무를 익히고, 나무를 사랑하고, 나무를 돌아봅니다. 아이들은 맨발로 풀밭을 달리기에 풀꽃을 사귀고, 풀꽃을 품으며, 풀꽃을 아낍니다. 아이들은 글을 몰라도 되고, 종이책이 없어도 되고, 배움터(학교)조차 없어도 됩니다. 아이들한테는 첫째로 숲이 있을 노릇이고, 둘째로 냇물과 샘물과 바다가 있을 노릇입니다. 셋째로 새와 풀벌레와 숲짐승이 있을 노릇에, 넷째로 해바람비에 풀꽃나무가 싱그러이 어우러진 즐거운 보금자리가 있을 노릇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이가 사라지는 시골’이 대단히 많습니다. 아니, 우리나라 모든 시골에서는 아이가 사라집니다. 시골에서 아이가 왜 사라질까요? 시골에는 숲부터 짓밟혀 사라졌어요. 시골에는 아이들이 스스럼없고 느긋하게 뛰어놀면서 어울릴 숲이 확 밀려나고, 온통 죽음물(농약) 수렁입니다.


  시골을 살리고 싶나요? ‘인구소멸지역’에서 벗어날 길을 알고 싶은가요? 나무를 심으셔요. 죽음물(농약)을 몽땅 걷어내셔요. 아이들을 사슬(학교·입시지옥)에 가두려는 얼뜬 마음을 털어내셔요. 흙을 만지고 풀꽃을 쓰다듬고 나무를 안으면서 하루를 새하고 노래할 틈과 자리와 살림을 짓는다면, 다시 아이들이 태어날 수 있고, 태어난 아이들이 놀 수 있으면, 이 나라는 아름답게 거듭날 만합니다.


ㅅㄴㄹ


움베르토는 나무에 올라가 본 적이 없어. 움베르토 집 정원에선 나무에 올라가선 안 되었거든. 하긴 나무에 올라가도 된다고 해도 친구도 없이 혼자 덜렁 무슨 재미가 있겠니. (26쪽)


세뇨르 리폴은 횃불을 발로 밟아 껐어. 두 손이 덜덜 떨렸어. 움베르토가 소리쳤어. “아빠, 저도 산타나네 아이들처럼 숲을 지키고 싶어요. 저는 저 애들 친구고요, 또 숲의 친구예요. 숲이 이대로 있었으면 좋겠어요.” 세뇨르 리폴이 대답했어. “그렇게 되면 새 밭을 갖지 못한다, 움베르토.” 움베르토가 물었어. “왜 우리에게 밭이 더 필요하지요? 우린 잘살고 있잖아요. 하지만 숲은 모두에게 필요해요. 산타나네 식구들도, 우리 리폴네 식구들도, 심지어 여기서 멀리 살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숲이 필요해요. 숲은 물과 좋은 공기를 주니까요. 여기서 살고 있는 여러 동물들도 숲이 필요하고요.” (51쪽)


움베르토가 외쳤어. “아빠, 아빠가 숲을 태우신다면, 나중에 제가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 아버지가 주시는 농장은 갖지 않겠어요! 옳지 못한 것은 갖지 않겠어요!” 세뇨르 리폴은 여전히 말이 없었어. (52쪽)


#DieKinderindenBaumen #GudrunPausewang #IngeSteineke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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