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인격이다 - 품격을 높이는 우리말 예절
조항범 지음 / 예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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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4.8.

읽었습니다 123



저는 ‘인격’이란 한자말을 안 씁니다. 한자말이라 안 쓰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못 알아듣기에 아예 안 씁니다. “‘인격’이란 어쩌구저쩌구란다.”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길도 있습니다만, 이보다는 “우리는 마음을 살피고 마음결을 다스리고 마음새를 돌보기에 마음밭에 생각이란 씨앗을 심고 마음보를 넉넉히 갈무리하고는 마음빛을 환하게 편단다.” 하고 속삭입니다. 《말이 인격이다》를 읽어 보았습니다. 글님은 ‘품격을 높이는 우리말 예절’이라고 작은이름까지 붙여서 내세웁니다만, ‘요새 젊은이는 한자말을 알맞게 안 써서 인격이 얕다’고 나무라는 줄거리에 갇힙니다. 한자말을 써야 ‘인격·예절’이라고 여기는 마음은 꼰대입니다. ‘밥’을 높이는 말은 ‘일본스런 한자말 식사’가 아니라 ‘수수한 높임말 진지’입니다. 중국을 섬기며 끌어들인 한자말로 ‘인격’ 타령을 하는 꼰대 둘레에는 미국을 우러르며 받아들인 영어로 ‘문화·예술’ 타령을 하는 꼬마가 있습니다.


《말이 인격이다》(조항범 글, 예담, 2009.1.9.첫/2010.11.15.11벌)



ㅅㄴㄹ


꼰대질로는 말을 못 물려준다.

꼬마질로도 말을 못 물려받는다.

꼰대도 꼬마도 아닌

꽃으로 서로 마주하기에

비로소 “말은 마음이다” 하고

새롭게 말길을 펴고 찾고 나눌 테지.

꼰대 교수가 쓰는 글도

꼬마 아티스트가 쓰는 글도

모두 꼬부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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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도 아이들 병은 왜 오래갈까? - 신종플루.슈퍼박테리아도 이겨내는 기초 건강육아법
테라사와 마사히코 지음, 고희선 옮김, 김미나 감수 / 시금치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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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2022.1.1.

숲책 읽기 173


《아이들의 병이 낫지 않는다》

 테라사와 마사히코

 고희선 옮김

 시금치

 2007.7.3.



  《아이들의 병이 낫지 않는다》(테라사와 마사히코/고희선 옮김, 시금치, 2007)하고 《항생제 중독》은 짝을 이루는 책입니다. 저는 이 두 가지 책을 큰아이를 낳기 앞서 읽었고, 책에서 다룬 줄거리는 곁님을 만나기 앞서부터 스스로 알았습니다. 어릴 적부터 고삭부리라서 날마다 몇 가지 돌봄물(약)을 참으로 오래도록 먹어야 했는데, 돌봄물을 먹어서 몸이 나은 일은 아예 없습니다. 돌봄물을 못 먹을 적에 오히려 몸이 안 아팠습니다.


  어버이는 아이가 끙끙거리면서 온몸이 달아올라 꼼짝을 못하면 허둥거리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아픈 아이는 스스로 압니다. 스스로 얼마나 앓고 나면 일어설 만한지 알아요. 이때에 어버이가 할 일은 오직 하나예요. 아이가 자리에 누웠든 앞으로 일어나든 한결같이 포근히 사랑으로 마주하는 마음을 비추면 됩니다.


  아이는 포근눈빛에 포근손길을 받기에 갖은 치레를 겪고서 한결 튼튼하게 일어섭니다. 이러한 삶길을 몸소 겪은 분이라면 두말을 안 해도 바로 알아챌 테고, 이러한 삶길을 겪은 적이 없거나 겪었어도 안 깨달은 분이라면 《하이디》를 읽어 보시기를 바라요. 알프스 멧골에서 살아가는 하이디는 숲에서 손수 거둔 수수한 살림만 누리되 하루 내내 실컷 뛰놀면서 튼튼합니다. 큰고장 한복판에서 뛰어난 돌봄이(의사)가 곁에 붙은 클라라는 ‘몸에 좋은 밥’만 골라서 먹지만 골골거립니다.


  멧골아이랑 서울아이는 어떻게 두 갈래로 다른 길일까요? 멧골아이는 맨발로 풀밭을 달리고 온몸으로 해바람비를 먹습니다. 서울아이는 온몸을 단단히 여미고 해를 쬘 일도 바람을 쐴 일도 비를 마실 일도 없습니다. 아무리 깊은 멧골에서 길었다고 하더라도 플라스틱에 담은 지 여러 달 지난 물이 사람한테 이바지할까요? 차라리 꼭짓물(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길이 나아요.


  그만큼 사람들은 스스로 몸을 잊고 마음을 잃습니다. 들숲바다를 잊은 사람들은 튼튼몸도 튼튼마음도 잃습니다. 돌봄터(병원)는 외려 사람을 더 앓게 내모는 줄 못 보고 맙니다. “항생제 중독”은 진작 불거졌습니다. 정 손을 쓰기 어렵다 싶을 적에 한 판쯤 바늘로 돌봄물을 넣을 수 있으나, 미리맞기(백신·예방주사)란 이름으로 꼬박꼬박 ‘화학약품덩어리인 돌봄물’을 몸에 집어넣으면 몸은 차츰 망가지고 무너집니다. 그러나 2019∼2021년 사이에 웬만한 돌봄이(의사)는 돈벌이를 하려고 참이야기를 감추었습니다. 나라(정부)는 사람들한테 거짓말을 일삼고 되풀이하면서 미리맞기를 억지로 시킬 뿐 아니라, 미리맞기를 안 하면 집밖으로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꽁꽁 틀어막고 가두며 길들이려 합니다.


  우리나라만 보아도, 90% 넘게 미리맞기를 몸에 넣었다면 무엇을 걱정하나요? 미리맞기를 했으면 미리맞기를 안 한 사람을 걱정할 일이 있을까요? 돌림앓이는 바로 ‘미리맞기 때문에 퍼집’니다. 미리맞기를 100%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날마다 어마어마하게 죽어나가겠지요. 이제 우리는 코앞에서 ‘미리맞기 민낯(백신 진실)’을 쳐다보는 판인데, 코앞에서 쳐다보아도 안 받아들일 뿐 아니라, 느끼지도 배우지도 생각하지도 않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그동안 나라가 시키는 대로 따라왔거든요.


  잘 봐요. 아이들은 배움수렁(입시지옥) 탓에 그렇게 힘듭니다만, 이 나라 ‘길든 어른’은 배움수렁을 없애자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촛불조차 안 들고, 마침종이(졸업장) 없이 어깨동무하는 나라를 세우는 길에 뜻을 모으지도 않습니다. 배움터(학교)가 나쁠 일이 없어요. 배움터에서 달삭쟁이(월급쟁이) 노릇만 하면서 참길을 거스르고 벼슬아치(공무원)·나라지기(대통령)하고 나란히 눈가림으로 아웅거리는 어른이 잔뜩 있을 뿐입니다.


ㅅㄴㄹ


12년 전 소아과병원을 개원한 후로 지금까지, 나는 이처럼 항생제 효과가 없는 소아환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18쪽)


여러 소아병원에서는 사소한 감기에도 항생제를 처방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감기는 바이러스로 인한 질환이고, 세균을 퇴치하는 데에 쓰이는 항생제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19쪽)


해열제를 사용한 그룹은 해열제 효과로 체온이 37.5도 이하로 떨어지기까지 3.47일이 걸린 반면, 해열제를 사용하지 않은 그룹의 아이들은 평균 1.99일 만에 정상체온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54쪽)


미 군부대에서 비누로 손씻기를 하루에 5회 이상 실시했더니 콧물과 기침 감기를 45%나 줄일 수 있었고, 런던의 열대위생의학연구팀이 손을 자주 씼었더니 설사 증상이 종전의 43%로 줄었다는 내용입니다. 또한 〈이코노미스트〉는 평소 세균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백신보다는 손씻기가, 약보다는 입을 헹궈내는 가글링이 더 좋다’고 전했습니다. (58쪽)


가벼운 상처는 다음과 같이 치료합니다. ① 상처 부위는 물로 잘 씻는다 ② 상처 부위를 건조시키지 않는다 ③ 소독은 상처가 낫는 것을 지연시키므로 하지 않는다 ④ 기제 등으로 상처 부위를 감싸지 않는다 (99쪽)


그러면서 페니실린만이 아니라 넓은 범위에 듣는 항생제가 훨씬 더 많이 쏟아지게 됩니다. 여러가지 세균에 만능인 항생제가 주역이 딘 시대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넓게 망을 쳐서 그 안에 든 세균들을 일망타진한다면 병의 원인인 세균이 무엇인지 몰라도 우선은 퇴치가 가능합니다. (126쪽)


#아이들의병이낫지않는다

#병원에가도아이들병은왜오래갈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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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말아요 기억도감 1
방윤희 지음 / 자연과생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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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2021.12.29.

숲책 읽기 172


《사라지지 말아요》

 방윤희

 자연과생태

 2021.10.20.



  《사라지지 말아요》(방윤희, 자연과생태, 2021)를 읽으면 ‘고흥 좀수수치’가 나옵니다. 고흥에서 살며 좀수수치를 본 일은 아직 없으나, 이 헤엄이가 삶터를 건사하기는 참 만만하지 않구나 싶습니다. 처음 고흥이란 두멧시골에서 빈집을 장만해서 요모조모 손질해서 살던 무렵만 해도 막삽질이 적었는데, 어느새 들녘이건 숲이건 바닷가이건 빈터이건 끝없이 막삽질이 밀려들어요. 멀쩡한 도랑이며 냇물을 ‘보기좋게’ 한다면서 잿빛(시멘트)을 퍼붓는데 10억이니 100억이니 하는 나랏돈이 흘러듭니다. 멀쩡한 숲을 싹 밀어 민둥갓으로 바꾸더니 ‘조림사업’이란 이름을 붙여요. 갯벌을 메워 논으로 바꾼 자리에 햇볕판을 엄청나게 심고, 파랗게 일렁이는 바다 한복판에도 햇볕판을 끝없이 박습니다.


  이런 짓이 참말로 ‘탄소 줄이기 + 신재생에너지’일까요? 돈 놓고 돈을 먹는 이 모든 막삽질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명박 무렵에는 경상도에서 잦았다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무렵에는 전라도에서 수두룩합니다. 우리나라에 ‘돈이 모자라지는 않구나’ 싶습니다. 도둑님이 잔뜩 있을 뿐입니다.


  고흥 읍내에 즈믄살 가까운 느티나무가 있어도 돌보는 손길이 없이 커다란 줄기를 뭉텅뭉텅 치는 막짓에, 나무 곁에 박은 바깥채(정자)에서 술판을 벌이는 마을 할배가 있을 뿐입니다. 여름에는 제비를 만나고 겨울에는 청둥오리를 마주하는 읍내 냇물이지만 그냥저냥 버리는 쓰레기가 옆에서 같이 흐릅니다.


  사라지지 말기를 바랄수록 사라지는구나 싶습니다. 시골 어린이·푸름이가 배움터에 다니면서 펴는 배움책에는 ‘나고자란 시골에서 즐거이 숲을 노래하면서 살림을 사랑으로 짓는 길’이 한 줄로라도 안 나옵니다. 모두 서울에 맞춥니다. 예전부터 이러했습니다. 시골이 사라지지 않으려면 시골 어린이가 배움터에 가지 않아야겠구나 싶어요. 숲이 사라지지 않으려면 나라지기(대통령)에 벼슬꾼(정치꾼·공무원)을 싹 집어치워야겠구나 싶습니다. 글이며 책이며 새뜸(신문·방송)이며 온통 시끌벅적한 서울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어쩌다 놀러가는 숲(자연)이 아닌, 늘 곁에 품는 숲이지 않다면, 푸른숨은 곧 모조리 사라지는 잿빛별이 되겠지요.


ㅅㄴㄹ


현재 우리나라에서 복원을 진행하는 동물로는 여우와 반달가슴곰, 산양, 황새 등이 있습니다. 야생에서 민간이 맞닥뜨렸을 때 크게 위협이 되지 않는 동물들입니다. (43쪽)


혹시 멸종 위기 생물이 나와 전혀 관계없는 것처럼 여겨진다면 지금 사는, 비바람을 막아 주는 집을 생각하면 됩니다. 그 콘크리트에 들어가는 자잘과 모래가 바로 흰수마자, 여울마자 같은 민물고기의 집터였으니까요. (113쪽)


쉽게 구할 수 있는 원예종에 둘러싸여 살다 보면 실제 야생에서 자라는 멸종 위기 식물의 상황이 어떤지 놓치게 됩니다 … 어느 시대건 희귀한 것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라, 멸종 위기 식물을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지역에 복원한다든지 보호 철책이나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며 살펴야 하는 실정입니다. (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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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보는 법 - 지식의 집을 잘 짓고 돌보기 위하여 땅콩문고
정철 지음 / 유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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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1.4.

읽었습니다 35



  한자말 ‘사전’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말꾸러미”요, 다른 하나는 “살림꾸러꾸러미”입니다. 어느 한자를 쓰는지 궁금해 하기보다는, 어린이도 쉽게 헤아릴 만한 ‘말책’하고 ‘살림책’이란 대목을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말을 모은 책일 적에는, 말을 바탕으로 삶과 사람과 숲을 마음에 품는 징검다리 노릇입니다. 살림을 모은 책일 적에는, 살림에 붙인 이름을 바탕으로 이웃과 동무와 별(지구)을 마음에 담는 징검다리 구실이에요. 《사전 보는 법》은 여러모로 틀(이론)에 맞추어 두 갈래 ‘꾸러미(사전)’가 어떤 뼈대요, 우리나라 꾸러미는 어떤 길을 걸었나를 살짝 짚습니다. 다만, 책이름처럼 “사전 보는 길”로 나아가지는 않는구나 싶어요. 어느 쪽 꾸러미이건 다리(잇는 몫)이거든요. 옳거나 바르게 갈무리하기에 사전이 아닌,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을 지펴서 마음을 가꾸도록 이바지하는 나즈막하고 상냥한 숨결을 말로 풀어내기에 사전입니다. 퍽이나 아쉬운 이 책입니다.


《사전 보는 법》(정철 글, 유유, 2020.8.24.)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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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 - 지구에 무해한 존재가 되고 싶은 한 소년의 기록
다라 매커널티 지음, 김인경 옮김 / 뜨인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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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2021.8.17.

숲책 읽기 171


《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

 다라 매커널티

 김인경 옮김

 뜨인돌

 2021.3.25.



  《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다라 매커널티/김인경 옮김, 뜨인돌, 2021)를 만나서 반가웠으나, 책을 읽으며 내내 한숨을 쉬었습니다. 틀림없이 열다섯 살 푸른씨가 쓴 글을 옮겼을 테지만, 하나도 열다섯 살 말씨가 아니요, 숲을 사랑하는 푸른씨가 쓴 글을 옮겼다는데, 글에서 푸른빛이나 숲빛이 나지 않아요.


  이웃나라 푸른씨한테 ‘자연주의자’ 같은 이름은 얼마나 어울릴까요? 그런데 영어 낱말책은 ‘naturalist’를 “동식물 연구가, 박물학자”로 풀이하고, 독일 낱말책은 “자연주의자, 자연 연구자, 박물학자”로 풀이하는군요. 낱말책 풀이를 고스란히 붙였구나 싶은데, 열다섯 살에 이르도록 숲을 사랑하고 숲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하루를 갈무리한 책이라면 ‘숲아이’쯤으로 옮겨야 걸맞겠다고 봅니다. 열다섯 살 푸른씨는 내내 ‘숲’을 이야기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숱한 어른이 잊어버린 숲을 말합니다.


  영어 ‘forest’만 ‘숲’이 아닙니다. ‘nature’도 으레 ‘숲’입니다. 《diary of a youngn aturalist》에도 나옵니다만, 열다섯 살 푸른씨는 매캐한 바람에 둘러싸여 돈만 바라보는 어른을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사랑으로 녹이면서 보듬고픈 마음입니다. 책을 좀 덮어 보겠어요? 손전화도 끄고 글은 이제 그만 읽어 보겠어요?


  눈을 감고서 바람을 읽어 보겠어요? 스스로 읽고 느낀 바람을 스스로 말로 옮기고 노래로 담아 보겠어요? 이제 눈을 뜨고서 나무를 안아 보겠어요? 나무를 안다가 귀를 나무줄기에 대고서 가만히 나무 숨결을 느껴 보겠어요? 나무가 무어라 속삭이나요? 나무 이야기가 잘 들리나요?


  배우고픈 마음은 크지만, 갇힌 울타리인 배움터(학교)는 영 못마땅한 아이는 고단합니다. 우리는 언제쯤 형광등을 치우고 엘이디(LED)도 치울까요? 우리는 언제쯤 밤을 어둡게 누리면서 별빛을 맞이할까요? 우리는 언제쯤 자가용을 싹 치워 버리고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탈까요? 우리는 언제쯤 다섯겹(5층)이 넘는 잿빛집을 싹 밀어내어 아름드리 나무가 자라는 숲으로 바꿀까요?


  우리는 ‘-주의자’가 아닌 ‘-사랑’이 될 노릇입니다. 수수하게 ‘-순이·-돌이’가 될 노릇입니다. 숲돌이 곁에 숲순이가 있으면 됩니다. 서로 숲사랑으로 만나면서 하루를 푸르게 노래하면 됩니다. 책으로는 못 배웁니다. 숲에서 살림빛으로 사랑을 배웁니다.


ㅅㄴㄹ


봄은 우리 내면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 만물이 공중으로 붕 떠오르는 계절이니 인간도 이리저리 흔들릴 수밖에 없다. 빛도, 시간도, 할 일도 많아진다. (22쪽)


교실은 밝다. 너무 밝아서 노란빛과 빨간빛이 내 망막을 뚫을 지경이다. 형광등 불빛이 자연광을 잠식하고 있다. 밖이 보이지 않는다. 상자 속에 갇힌 기분이다. 우리 속의 야생동물처럼. (46쪽)


우리가 나무의 언어를 번역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나무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 텐데. (88쪽)


그저 고요함과 수달, 수달과 고요함뿐이었다. 나는 그 순간 큰 힘에 압도되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232쪽)


바람이 간질이는 느낌을 느껴 보려고 손을 뻗었다. 대륙검은지빠귀가 내 손바닥 위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 일은 없겠지만, 내가 자연과 사람을 향해 항상 손을 뻗은 채로 있으리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283쪽)


#diaryofayoungnaturalist #DaraMcAnul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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