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에게 친절하세요 - 화성의 인류학자 템플 그랜딘 이야기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46
베아트리체 마시니 지음, 빅토리아 파키니 그림, 김현주 옮김, 동물자유연대 추천 / 책속물고기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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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2.5.

맑은책시렁 284


《소에게 친절하세요》

 베아트리체 마시니 글

 빅토리아 파키니 그림

 김현주 옮김

 책속물고기

 2017.1.5.



  《소에게 친절하세요》(베아트리체 마시니·빅토리아 파키니/김현주 옮김, 책속물고기, 2017)를 읽고서 한참 되새깁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퍼진 ‘개○○’나 ‘○새끼’ 같은 말씨는 이제 막말·깎음말이라 합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개’나 ‘강아지(새끼)’라는 이름이 막말·깎음말일 수 있을까요?


  빗대어 깎는다고 여깁니다만, 사람들이 치고받거나 괴롭히거나 할퀴면서 내뱉는 말씨는 오히려 ‘개한테 버르장머리없는 말’이지 싶습니다. 이제는 ‘소○○’나 ‘닭○○’나 ‘돼지○○’처럼 쓰기도 하는데, 소나 닭이나 돼지나 개를 비롯한 모든 숨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가 이런 말을 지껄이더라도 막말·깎음말로 안 느낄 만합니다.


 누가 “함박꽃 같은 얼굴이에요!” 하면 반갑고, “호박꽃 같은 얼굴이네요!” 하면 안 반가운가요? 꽃을 꽃으로 여겨 마음으로 품는 사람이라면, 달걀꽃이건 탱자꽃이건 딸기꽃이건 하늘타리꽃이건 개미취꽃이건 모두 반가이 여기리라 생각합니다. 꽃을 꽃으로 여기지 않으니 몇몇 꽃을 ‘못생기거나 나쁘다’고 스스로 깎아내리는구나 싶어요.


  템플 그랜딘 님 삶자취를 가볍게 짚은 《소에게 친절하세요》입니다. 템플 그랜딘 님을 다룬 어린이책이 꽤 되는데, 이 가운데 《소에게 친절하세요》가 템플 그랜님 님 마음빛이나 삶길을 가장 잘 다루었다고 느낍니다. 바깥(사회)에서는 이분을 ‘자폐 장애인’으로 여기는데, 이런 이름이건 저런 이름이건 템플 그랜딘 님은 템플 그랜딘일 뿐입니다. 2022년에 선보였지 싶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템플 그랜딘 님 삶자락을 바탕으로 찍었다고 합니다. 저는 보임틀(텔레비전)을 쳐다볼 마음이 없기에 ‘우영우’는 앞으로도 안 보려고 합니다. 다만 진작부터 템플 그랜딘 님 삶은 책하고 그림(영화)로 만났어요. 앞으로도 이분 삶은 책으로 만나려고 해요.


  새롭게 담아내는 틀이 나쁘지 않습니다만, ‘보여주기’는 달갑지 않습니다. 템플 그랜딘 님은 마음으로 소랑 이야기를 하는 하루를 살았기에 오늘날 이 푸른별 한켠을 푸르게 추스르고 가꾸는 길을 걷습니다. 보임틀이 ‘보여주기’가 아니었다면 “이상한 변호사”가 아닌 “즐거운 흙지기(농사꾼)”라든지 “노래하는 어버이(부모)”를 이야깃감으로 잡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구태여 변호사를 해야 할까요? 굳이 교사·판사·의사처럼 ‘-사’가 붙는 일을 해야 할까요? ‘-사’가 붙는 일을 하는 이야기를 담고 싶다면 ‘버스기사’나 ‘이발사’나 ‘조산사’ 이야기를 담기를 바랍니다. 사랑받는 아이가 사랑을 펴듯, 사랑받고 자라나는 숨결이 사랑으로 피어납니다. 오직 이뿐입니다.


ㅅㄴㄹ


그 친구가 먼저 템플에게 ‘지진아’라고 소리쳤단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학교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템풀의 모든 것을 두고 놀렸고, 아이들의 말이 템플에게 총칼이 되어 날라왔다. 다른 아이들은 말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었지만, 템플은 분노와 좌절을 모두 자기 안에 가둬 둘 수밖에 없었다. (33쪽)


탬플은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소들이 주사 맞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덩치 큰 소들에게 작디작은 주사 바늘은 거의 아프지 않았을 것이었다. 소들이 흥분하는 이유는 목장의 혼란과 소음, 카우보이들의 부산한 움직임과 같은 예상치 못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42쪽)


“제가 만든 시설은 가축을 올바른 태도로 다루면 필요가 없는 것들이에요. 설비를 완벽하게 만들어도, 일하는 사람이 동물을 존중하는 마음 없이 다룬다면 아무 가치가 없고요.” (63쪽)


“학대받는 소는 고기로도 상품 가치가 떨어져요. 다르게 말하면 누구에게도 학대를 받지 않아 상처가 없는 소가 육류 산업에도 이익이 된다는 말이에요. 하지만 저는 쇠고기나 돼지고기가 아닌 그 동물들 자체를 먼저 생각해요.” (69쪽)


“사람들이 날 동물과 비교해도 나는 기분 나쁘지 않아요. 개나 소는 존경할 만한 성품을 갖고 있어요. 이 동물들은 자기들과 같은 종류의 수많은 동물들이 고통받거나 죽는 끔찍한 전쟁은 벌이지 않아요.” (8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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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세계사 - 역사를 아는 만큼 미래가 보인다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41
손석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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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숲노래 인문책 2022.11.30.

인문책시렁 254


《10대와 통하는 세계사》

 손석춘

 철수와영희

 2022.4.5.



  《10대와 통하는 세계사》(손석춘, 철수와영희, 2022)를 읽다가 “조선의 세종은 15세기에 독창적인 문자 ‘한글’을 창제하는 획기적 업적을 이뤘습니다(156쪽).” 같은 대목이 걸립니다. ‘세계사’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세종이 지은 글을 ‘훈민정음’으로 올바로 적을 노릇입니다.


  ‘한글’이란 이름은 조선이 무너지고 나서 주시경 님이 처음으로 붙인 이름입니다. 조선 내내 뒷전에 내몰렸던 ‘훈민정음’이란 글을 조선사람 누구나 마음을 담아내어 쓰도록 새롭게 여미고 갈무리하면서 붙인 이름입니다.


  우리가 쓰는 ‘말’은, 스스로 살림을 지으면서 스스로 삶을 가꾸는 사람들 누구나 스스로 지은 길입니다. 이른바 ‘사투리’라 하는데, ‘사투리인 말’은 손수짓기(자급자족)를 하던 수수한 사람들이 새롭게 지어낸 살림(발명품)입니다.


  우리가 쓰는 ‘글’은, 스스로 살림을 안 짓고 다른 사람을 부리던 힘꾼·이름꾼·돈꾼이 따로 지어낸 굴레입니다. 우두머리·임금(권력자·왕)은 위아래틀(신분제)을 세우려고 글을 지어서 그들끼리만 쓰려고 했습니다. 온누리 발자취를 돌아보면, 우두머리·임금하고 벼슬아치·글바치 아닌 이들이 글을 넘보거나 구경하거나 배우려 했다가는 목아지가 날아갔습니다. 종살이(노예생활)처럼 억눌린 수수한 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지어서 생각을 나눌 수 있었되, 수수한 사람을 억누르던 힘꾼(권력자)는 글을 부리는 높다란 자리를 쌓았어요.


  오늘날 우리나라 열린배움터 글자락(대학교 논문)은 매우 어렵습니다. 숱한 글바치는 우리말을 안 씁니다. 다들 영어나 일본 한자말이나 중국 한자말을 쓰지요. 그들은 왜 우리말을 안 쓸까요? ‘어렵게 쓰며 잘난척하는 영어나 일본 한자말이나 중국 한자말’이란 ‘글힘(문자권력)’이거든요. 수수한 사람들이 넘보지 못 하도록 울타리를 쌓아요.


  ‘문학평론·영화평론’을 보면 어렵잖이 알 만합니다. ‘평론가’는 모름지기 “아무나 평론을 못 하도록, 그러니까 아무나 글을 못 쓰도록” 높다랗게 울타리를 쌓아서 끼리질(카르텔)을 일삼습니다.


  그동안 나온 ‘세계사’ 책은 으레 싸움질(전쟁)만 다루었다면, 손석춘 님이 쓴 《10대와 통하는 세계사》는 ‘글’을 제법 다룹니다. 이 대목을 눈여겨보아야지 싶어요. 나라힘을 거머쥔 우두머리는 언제나 ‘글힘’을 앞세우거나 휘둘렀습니다. 총칼힘만으로는 나라를 움켜쥐지 못 해요. 글힘으로 사람들을 길들이고, 글힘으로 우두머리를 치켜세웁니다. ‘교육·문학·종교·역사·철학’ 모두 ‘글’로 합니다.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는 ‘글’로 다스립니다. 이들은 ‘말’을 돌보지 않습니다. 삶을 짓고 살림을 가꾸고 사랑을 펴는 들꽃 같은 사람들은 ‘글’을 부리지 않아요. ‘말’을 살찌웁니다. 말을 살찌우는 들꽃사람은 위아래를 안 가르고 동무랑 이웃으로 어우러집니다.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는 언제나 ‘말이 아닌 글로’ 그들 뜻을 펴려 하고, 늘 위아래를 갈라요. ‘문학상·등단·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 같은 이름도 ‘글잡이가 부리는 글힘’입니다.


  거의 모든 새뜸(신문·방송)이 서울과 큰고장 이야기만 다루는 대목을 알아챌 노릇입니다. 새뜸은 왜 시골을 안 다룰까요? 새뜸으로 ‘글’을 펴는 이들은 왜 들숲바다에서 안 살까요? 우리가 읽는 ‘발자취(한국사·세계사)’는 참말로 발자취가 맞을까요?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 이야기만 발자취로 남기는 그들이지 않나요?


  이제는 발자취를 처음부터 새롭게 쓸 일입니다. 우두머리 이야기를 덜어내야지요. 벼슬아치 꿍꿍이를 털어야지요. 글바치 굽신질을 씻어야지요. 우리 스스로 살아가는 하루를 발자취로 삼아, 서로 삶·살림·사랑을 나누는 오늘을 씨앗으로 적바림할 일입니다.


ㅅㄴㄹ


많은 언어학자들이 지금도 인간의 언어를 연구하면 할수록 신비롭다고 감탄합니다. 이를테면 지능이 발달하지 않았을 유아기에 그것도 짧은 시일에 언어를 습득하는 모습은 인간이 언어 습득의 선천적인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거죠. (37쪽)


신들이 힘든 노동을 맡기 싫어 인간을 만들었다는 내용에서 우리는 초기 인류의 노동 의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50쪽)


알렉산더로 상징되는 ‘정복 전쟁’이 그 이후로도 세계사에서 이어진 이유를 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분제 사회에서 문자를 독점한 지배 계급은 민중들의 생각과 의식이 깨어나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었지요. (62쪽)


일본은 중국과의 전쟁 수행을 위한 원유와 자원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동남아시아를 침략했지요. 태평양으로 세력권을 확장해 가며 이를 ‘대동아 공영권’으로 선전했습니다. (25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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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마녀 길벗어린이 문학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지음, 위니 겝하르트 가일러 그림, 백경학 옮김 / 길벗어린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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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2.10.25.

맑은책시렁 274


《꼬마 마녀》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글

 위니 겝하르트 가일러 그림

 백경학 옮김

 길벗어린이

 1996.6.25.



  《꼬마 마녀》(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백경학 옮김, 길벗어린이, 1996)는 매우 아름다이 풀어낸 숲아씨(그렇지만 숲할매) 이야기라고 느낍니다만, 우리말로 나온 책은 어느덧 판이 끊깁니다. 이 책은 이오덕 님이 글다듬기를 해주어 다른 어린이책에 대면 말결이 부드럽고 상냥할 뿐 아니라 퍽 쉬워요. 그래도 ‘-의’나 ‘위하다·-게 하다’ 같은 옮김말씨는 곳곳에 나옵니다. 아이들하고 이 아름책을 함께 읽으려고 군데군데 더 글손질을 해놓았습니다. 다른 어른들한테는 낯익한 한자말이라 하더라도 한결 수수하고 쉬운 우리말로 고쳐놓기도 했어요.


  아이하고 함께 읽는 책은 굳이 책에 글붓(연필)으로 죽죽 긋고서 ‘쉬운 우리말’을 적어 넣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입으로 펴는 말을 듣고서 배우기도 하지만, 줄거리가 아름답거나 알찬 책을 글로 읽으면서도 배우거든요. 어쩌면 오늘날은 ‘어른들이 입으로 하는 말’보다 ‘어른들이 손으로 남긴 글’로 말을 더 많이 배운다고 할 만합니다.


  저는 아이들을 돌보는 어버이로서뿐 아니라, 글을 쓰고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여미는 어른으로 책을 바라보는데, 어린이책이건 그림책이건 어른책이건 ‘글을 말답게 옮기거나 적는 일’이 뜻밖에 적어요. 겉보기로는 어린이책이되 어린이를 오히려 헤아리지 않는 책이 많달까요?


  어린이책 《꼬마 마녀》는 ‘가장 어린 숲할매(마녀)’가 ‘나이 많은 숲할매’ 사이에서 새롭게 살림을 배우고 사랑을 익히면서 숲빛을 상냥하게 펴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어른 틈바구니에서 용쓰는 아이’를 보여주는 얼거리인데, 큰고장(도시)이 아닌 숲(자연)에서 눈빛을 틔우고 마음빛을 살찌우는 하루를 그린다고 할 만합니다.


  이러한 줄거리나 이야기를 살피면, 오늘날 이 나라에서 숱한 어른들이 함부로 망가뜨리거나 어지럽히는 ‘쉬운 우리말’을 곰곰이 돌아볼 만해요. 아이들은 배움수렁(입시지옥)에 갇혀서 배움책(교과서)이 아니면 등돌려야 하나요? 아이들은 바깥살이(사회생활)를 하는 톱니바퀴(부속품)여야 하나요, 아니면 아이들은 차근차근 스스로 부딪히고 마주하면서 하나씩 새롭게 누리고 가꾸는 숨결이면 되나요?


  숱한 어른들은 요새 어린이·푸름이 말씨가 사납거나 거칠다고 나무라는데, 어린이·푸름이가 쓰는 모든 사납거나 거친 말씨는 바로 어른이 먼저 씁니다. 어른이란 이름인 사람들이 쓰기에 아이들이 듣고 보고 배워서 따라합니다. 아이들을 탓하기 앞서 어른들을 탓할 노릇이에요. 《꼬마 마녀》에 나오는 ‘어린 숲할매’는 바로 이 대목을 파고듭니다. 어른들이 아이(꼬마 숲할매)를 탓하고 괴롭히는 바보스러운 얼거리를 아이(꼬마 숲할매)는 ‘한 해 동안(봄여름가을겨울)’ 천천히 되새기고 새롭게 가다듬어서 ‘어른들을 오직 사랑으로 달래면서 부드러이 나무라는 길’을 즐겁고 재미나게 풀어냅니다.


ㅅㄴㄹ


“좋은 마녀가 되기로 여왕 마녀에게 약속했다면서? 앞으로는 좋은 일을 위해서만 요술을 부려야 하잖아. 좋은 마녀라면 나쁜 요술은 안 부려. 그러니 복수하겠다는 생각은 아예 싹 잊어버려!” (29쪽)


“고모가 무슨 상관이야?” “왜 상관이 없어? 내년까지 네가 좋은 마녀가 못 되면, 그 고마가 제일 좋아할걸. 그 못된 고모를 즐겁게 해주고 싶니?” 물론 꼬마마녀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어. (42쪽)


오랫동안 열심히 요술 연습을 하고 나면 머리를 좀 식혀야 하지. 다시 빗자루를 갖게 된 꼬마마녀는 가끔 숲속을 걸어다니는 여유도 생겼어. 왜냐하면 걸어다닐 수밖에 없다는 것과 걸어다니기도 한다는 건 다른 거니까. (44쪽)


“내가 수수께끼처럼 말했다고? 사실은 간단해! 군밤자우가 추위에 떨지 않도록 요술을 부렸잖아. 그런데 그 요술을 왜 너한테는 쓰지 않았니?” “아차!” (10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절판이 아니었나?

절판이 아닌

살 수 있는 책으로 뜨네.

알쏭달쏭하다.

절판이 아니라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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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동심이 당신을 구원할지도
임정희 지음 / 남해의봄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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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0.20.

인문책시렁 243


《어쩌면 동심이 당신을 구원할지도》

 임정희

 남해의봄날

 2021.3.30.



  《어쩌면 동심이 당신을 구원할지도》(임정희, 남해의봄날, 2021)를 읽었습니다. 읽은 지 한참 지나도록 자리맡에 놓고서 어떻게 느낌글을 쓸까 하고 돌아보았습니다. 먼저 책이름부터 살피자면, 멋을 부렸습니다. “동심이 당신을 구원할”은 멋부린 말이에요. 예부터 어버이 자리에 선 수수한 사람들은 이 세 한자말 ‘동심·당신·구원’을 몰라도 아이를 넉넉히 사랑하면서 스스로 돌볼 줄 알았어요.


  어쩌면이 아니라 참말로 “아이가 어버이를 돌봅니다” 하고 여쭙겠습니다. 아이는 어른하고 어버이를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어른하고 어버이는 아이를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똑바로 알아야 합니다. 어른·어버이는 아이를 못 가르쳐요. 어른·어버이는 아이한테서 배울 뿐입니다. 아이는 어른·어버이한테 ‘살림을 짓는 길을 스스로 배우도록 가르칩’니다. 어른·어버이는 아이한테서 ‘스스로 사랑으로 삶을 짓으며 노래하고 노는 길을 배웁’니다.


  이를테면 40쪽에 놀이터하고 비하고 슈룹(우산) 이야기가 나와요. 아이는 어버이가 여느 때에 늘 하던 버릇을 놀이터에 맞물려서 이야기합니다. 이때에 여느 어른은 아이를 대견하게 볼는지 모릅니다만, ‘비’가 무슨 구실을 하는지 아이한테 제대로 들려주지 않았구나 하고 느낄 만해요.


  비가 오기에 숲이 푸르지요. 비가 오기에 냇물이 맑고, 바다가 깨끗합니다. 비가 오지 않으면 냇물이 마를 뿐 아니라 숲이 죽고, 바다가 썩어요. 그런데 빗물은 바닷물입니다. 바닷물이 아지랑이로 피어올라 구름을 이루고, 이 구름이 뭍으로 찾아들어 비를 뿌리니 온숨결을 살리는 물빛입니다. 우리 옛말에 ‘슈룹’이 있습니다만, 예부터 수수한 사람들은 슈룹으로 비를 안 가렸어요. 비를 그저 맞았고, 아이들은 비놀이를 누렸습니다. 신나게 비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앓는 일이 없습니다.


  우리는 적어도 쌀밥을 먹기에 조금은 튼튼합니다. 나락(쌀)은 논에서 빗물을 머금거든요. 논지기는 비가 오면 논물을 빼고 빗물을 받아들여요. 빗물을 머금은 쌀밥을 안 먹는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 몸앓이를 끔찍하게 하면서 죽음길로 가리라 느낍니다. 꼭짓물(수돗물)은 사람을 못 살립니다. 오직 빗물이 사람을 살립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하고 어릴 적부터 비놀이를 누렸고, 서울(도시)로 나갈 적에도 가랑비는 그냥 맞고, 함박비라면 슈룹을 쓰기는 합니다만, 시골에서는 함박비여도 슈룹을 안 써요. 품에 종이책이 있으면 슈룹을 씁니다.


  어린빛(동심)이 아름다운 줄 천천히 배우는 어버이 이야기를 담았기에 《어쩌면 동심이 당신을 구원할지도》는 반갑습니다. 그러나 어깨에 힘을 빼고서 마음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글멋을 안 부렸다면 나았으리라 생각해요. ‘사회의식·시사상식’이 아니라, ‘숲빛으로 스스로 살림을 짓는 슬기로운 사랑’ 하나로만 아이랑 하루를 짓고 글줄을 여미면 넉넉합니다.


  거친말을 쓰면 거친말을 쓰는 사람부터 스스로 마음을 갉아먹어 죽음길로 갑니다. 그래서 싸움터(군대)를 하루빨리 없애야 합니다. 싸움터에 길든 사내들은 거친말에 길들고, 싸움터처럼 겨룸판에 싸움판인 서울(도시)하고 배움터(학교)는 순이돌이가 모두 스스로 마음을 갉아먹는 죽음길로 내몰아요.


ㅅㄴㄹ


놀이터를 가만히 쳐다보던 딸은 이런 말을 했다. “엄마, 놀이터에도 우산을 씌워 줘야겠어.” (40쪽)


“엄마, 엄마가 나를 낳았잖아. 우리는 연결돼 있잖아. 그러니까 내가 엄마의 마음을 듣는 게 아닐까?” (53쪽)


남편의 입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결심이 흘러나왔다. “이젠 나도 말조심해야겠어.”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159쪽)


늦게나마 사과할 기회를 준 딸에게 고마우면서도 내심 당돌한 녀석 같으니라고 싶었다. (17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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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키는 아이, 살바도르
파트리시아 헤이스 지음, 문주선 옮김 / 찰리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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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2.10.8.

맑은책시렁 283


《살바도르》

 파트리시아 헤이스 

 문주선 옮김

 찰리북

 2021.1.10.



  《살바도르》(파트리시아 헤이스/문주선 옮김, 찰리북, 2021)는 ‘살바도르’란 이름인 어느 아이가 펴는 ‘숲돌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아이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언제나 숲을 포근히 돌보고 사람들을 일깨우고 풀꽃나무하고 동무했다지요. 다만 아이 모습으로 살면서 숲돌봄을 했다니, 나이로 치자면 만 살이거나 10만 살이거나 100만 살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겉모습으로 나이를 재기 일쑤요, 겉차림으로 사람값을 따지기조차 합니다. ‘어른’이 아닌 ‘나이 많은 사람’이 하는 말이 옳을까요? ‘삶을 사랑하며 슬기롭게 살림을 짓는 마음’이 없을 적에 함부로 ‘어른’이란 이름을 붙여 주어도 될까요? 슬기롭지도 어질지도 참하지도 착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으면서 나이만 먹은 사람이라면 ‘늙은이(낡은이)’라고 해야 알맞다고 봅니다.


  몸이 크든 작든, 나이가 많든 적든, 숲을 사랑하는 사람일 적에 ‘숲사랑·숲돌봄’입니다. 몸이 크고, 나이가 많고, 돈이 많고, 이름이 높고, 힘이 세다지만, 조금도 숲을 안 사랑할 뿐 아니라 숲을 망가뜨리거나 죽이는 짓을 한다면 ‘늙은이(낡은이)’란 이름이 어울립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멀쩡한 멧자락에서 잘 자라던 나무를 베고서 어린나무를 새로 심는 짓’을 마치 ‘잿빛씻기(탄소중립)’라도 되는 듯 떠벌입니다. 풀죽임물(농약)에다가 죽음거름(화학비료)을 잔뜩 뿌리고서 비닐을 덮는데 ‘친환경농업’이란 이름을 붙입니다. 들숲바다이며 시골이며 서울까지 다 망가뜨리는 짓을 하지만, 정작 ‘그린·초록·녹색’ 같은 이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이 나라에 떠도는 갖은 말은 껍데기예요. 숲에서 안 살 뿐더러, 숲하고 등진 서울 한복판 잿빛집에서 사는 눈으로 이름만 ‘그린·초록·녹색’에다가 ‘친환경’이라 붙인들, 숲을 아끼거나 보살피는 길하고는 동떨어집니다.


  숲돌봄이는 살바도르 한 사람만 있지 않습니다. 온누리 숱한 아이들은 다 다른 이름으로 숲돌봄이라는 숨결을 품고서 태어납니다. 살바도르만 나비하고 말을 섞을 수 있지 않아요. 온누리 모든 아이는 벌나비랑 속삭이고 해바람비랑 수다를 떨 줄 아는 숨빛으로 태어납니다. 다만 온누리 거의 모든 아이들은 어른들이 억누르거나 틀에 가두거나 심부름만 시키거나 배움터(학교)에 몰아넣으면서 그만 빛을 잊거나 잃어요.


  열두 해 동안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사이에 배움수렁에 갇히는 아이들입니다. 네 해를 더 열린배움터(대학교)를 다니고 나면 바깥물(사회생활)에 찌들어 젊음이란 몸짓까지 잃는 아이들입니다. 살바도르를 멀리에서 안 찾아도 됩니다. 모든 어른도 아이였을 적에는 벌나비랑 속삭이고 잠자리랑 놀 줄 아는 숲사람이었습니다. 이제부터 우리 마음빛을 차근차근 되찾을 노릇입니다.


ㅅㄴㄹ


“나비는 나비 언어로 말하죠. 모든 동물은 자신만의 언어가 있거든요. 누구든지 배울 수 있어요.” (47쪽)


백인 남자들은 계속해서 무기를 들여오고, 원주민 주술사들이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을 옮겨 왔다. (67쪽)


“원숭이가 먹는 과일은 사람한테도 좋아요.” 응구이가 손짓으로 메리투스에게 먹어도 되는 과일들과 안 되는 과일들을 가리켰다. (98쪽)


“메리투스가 이곳에 온 건 우연이 아니에요. 메리투스의 몸이 메리투스를 스스로 움직이게 만든 거예요.” (123쪽)


지금까지 직원들은 원주민을 본 적이 없었기에 아예 없는 사람들로 취급했다. 원주민을 보려고 하는 마음조차도 없었다. (16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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