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화원 1 - 빛으로 바람으로
안승일 지음 / 지식서관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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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4.1.13.

사진책시렁 133


《高山花園》

 안승일

 숨은길

 2007.5.1.



  온누리는 어디나 꽃밭입니다. 그러나 갈수록 꽃밭이 사라집니다. 온누리는 늘 꽃밭이기에 사람도 뭇숨결도 어우러집니다. 그런데 갈수록 꽃밭을 잊으면서 메마르고 매캐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으레 먹는 쌀밥은 ‘나락꽃’입니다. 이웃나라에서 늘 먹는 빵은 ‘밀꽃’입니다. 쌀알 하나는 꽃 한 송이입니다. 밀가루를 이루기 앞서 밀알 하나도 꽃 하나예요. 우리는 누구나 꽃을 먹습니다. 꽃이 지고 난 뒤에 맺는 열매나 씨앗을 먹든, 바로 꽃을 먹든, 그야말로 꽃이 없으면 다 죽습니다. 《高山花園》을 가만히 넘겼습니다. 높메(고산)가 꽃뜰(화원)이라는 줄거리를 들려주려고 더없이 오래 깊이 다리품을 들였구나 하고 생각했으나, 여러모로 아쉬워요. 꽃은 높메뿐 아니라 들에도 바닷가에도 있어요. 시골 논밭에도 숲에도 있고, 서울 한복판이어도 돌틈이나 길바닥에 살몃살몃 올라옵니다. 가끔 서울마실을 하다가 “끝없이 밀려드는 사람바다 틈바구니”에서도 “밟히면서 올라오는 조그마한 들꽃”을 만나면, 문득 귀퉁이에 붙어서 조용히 쪼그려앉아서 한참 들여다봅니다. 먼먼 멧자락 꽃도 곱고, 우리 삶자리 어디에나 피고 지는 들꽃도 길꽃도 풀꽃도 곱습니다. 굳이 눈을 크게 안 떠도, 마음이 꽃빛이면 언제나 꽃을 알아보고 담을 수 있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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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사울 레이터 지음, 조동섭 옮김 / 윌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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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4.1.13.

사진책시렁 134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사울 레이터

 조동섭 옮김

 윌북

 2018.5.30.



  빛으로 그려 ‘photo + graph’입니다. 붓으로든, 틀로든, 우리가 저마다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담습니다.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을 읽으니, 뒷자락에 “레이터는 1950년대에 이미 컬러 슬라이드필름을 사용하여 아름다운 색감으로 도시와 그 안의 사람들을 담아냈다(200쪽/권정민)”고 적는데,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빛깔 있는 그림”을 쓰고 싶은 사람은 진작 많았습니다. 값이 터무니없도록 비쌌기에 거의 못 썼을 뿐입니다. 아니, 터무니없이 비쌌다기보다 엄청나게 비쌌기에, 돈이 두둑한 분들만 겨우 썼습니다. 1970년 무렵에 비로소 “빛깔 있는 그림”을 제법 값싸게 누릴 수 있었고, 그즈음부터 “빛깔 있는 그림”이 확 퍼졌어요. ‘사울 레이터’를 우러르려고 너무 발린 말을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해묵은 《アサヒカメラ》를 펼쳐도 “빛깔 있는 그림”을 어렵잖이 찾아봅니다. 다들 주머니를 털어서 한 자락씩 남겼고, 삶이라는 이야기를 그렸고, 아이들한테 물려줄 발자취를 옮겼습니다. 책날개에 넣은 그림부터 ‘사울 레이터’가 바라보고 바란 그림이 무엇인지 또렷이 드러나지 않나요? “이미 잘 나올 수 있도록 매무새를 익힌 멋잡이(모델)”를 찍어도 예쁘지만, 수수한 사람들이 찰칵찰칵 빚은 그림을 놓치지 말기를 바라요.


#AllAboutSaulLeiter #SaulLeiter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이 다음은

책날개에 담은 사진.

이런 사진이 대표이니

책날개에 넣었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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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미치오의 알래스카 이야기 지식은 내 친구 5
호시노 미치오 글.사진,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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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3.9.26.

사진책시렁 130

《알래스카 이야기》
 호시노 미치오
 햇살과나무꾼
 논장
 2013.2.20.


  글을 읽을 적에는 ‘글쓴이 이름’이 아닌 ‘눈앞에 있는 글’로 읽습니다. 바람이 불 적에는 ‘날씨알림에 흐르는 소리’가 아닌 ‘코앞에서 마주하는 바람’을 봅니다. 빛꽃을 들여다볼 적에는 ‘찍은이 이름’이 아닌 ‘이곳에서 바라보는 빛꽃’을 맞이합니다. 숱한 ‘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는 이름값을 덜면 쭉정이 같아요. 책뿐이겠습니까. 번들거리는 쇳덩이(자동차)나 반짝이는 겉옷이나 매끈하다는 몸매를 치우면 무엇을 보고 느낄 수 있을까요? 눈으로 보려면, 먼저 눈을 감아야 합니다. 마음으로 보려면, 먼저 사랑을 길어올릴 노릇입니다. 《알래스카 이야기》는 알래스카라는 터전을 먼저 마음으로 바라보고 사랑으로 그린 아이가 어떻게 이곳을 찰칵찰칵 옮기면서 온누리 이웃하고 ‘푸른빛꽃’을 속삭일 수 있었나 하는 발자국을 들려줍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가 오롯이 사랑이라면, 아이를 다그치거나 닦달하지 않아요. 아이가 느긋이 놀고 신나게 뛰고 활짝 웃고 노래하는 하루를 함께 살아갑니다. 곰과 눈과 숲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푸른빛을 찰칵찰칵 담으려는 사람은 어떻게 살까요? 빛꽃은 예술이 아닌 빛꽃입니다. 빛꽃은 작품이 아닌 빛꽃입니다. 삶꽃을 살림꽃으로 가꾸는 사랑꽃을 품기에 고스란히 빛꽃이에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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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안 풍경 - 김기찬 대표사진선집
김기찬 지음 / 눈빛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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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3.9.26.

사진책시렁 129

《골목안 풍경》
 김기찬
 눈빛
 2023.3.3.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안 걷습니다. 버스가 늘고 전철을 놓고 부릉부릉 오가는 쇳덩이가 뒤덮으면서, 이제는 거님길이 아예 없는 데까지 있습니다. 어느덧 아이도 걸을 일이 드뭅니다. 아기수레에 타고 드러누우면서, 어버이가 모는 쇳덩이를 타면서, 어린이집이며 어린배움터도 노란쇳덩이를 몰면서, 아이도 어른도 두 다리로 이 땅을 디디면서 풀꽃나무를 두 손으로 쓰다듬던 하루가 가뭇없이 사라집니다. 《골목안 풍경》이 모처럼 새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예전에는 빛그림을 배우는 분들이 김기찬 님 책을 장만하려고 헌책집을 돌곤 했는데, 이제는 이녁 이름을 모르는 분이 늘어요. 아스라한 자취를 더듬다가 생각합니다. 지난 2003년에도, 스무 해가 흐른 2023년에도 골목마을은 어엿이 있습니다. 골목에서 뛰놀고 뒹구는 어린이가 부쩍 줄었어도, 나라 곳곳에 작은마을은 있고, 작은집에 작은마당에 작은나무에 작은빛이 흘러요. 골목빛은 뚜벅뚜벅 걷다가 바람을 쐬고 해바라기를 하고 비랑 노는 사람이 마주합니다. 부릉부릉 씽씽 달리며 무엇을 보거나 듣거나 느껴서 찍을까요? 쇳덩이에 몸을 실으면 가을노래도 봄노래도 못 듣습니다. 다리품을 잊으니 빛그림을 잃고, 손품을 등지니 빛꽃을 내치는 오늘날 빛밭(사진계)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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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Strategie Britannique Aux Echecs: Jouez comme le champion d'?hecs Harry Golombek (Paperback)
John C. Murray / Independently Published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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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3.9.8.

사진책시렁 108


《Golombek's Encyclopedia CHESS》

 Harry Golombek

 Crown

 1977.



  판을 펼쳐서 놉니다. 판을 펼쳐서 겨루거나 다투기도 합니다. 판에 놓은 말을 움직이면서 싸우고, 서로 말을 많이 남기려고 용을 씁니다. 우리나라에서 즐기는 ‘판놀이·말놀이’가 있습니다. 하늬나라에서 누리는 ‘판겨룸·말겨룸’이 있어요. 이제는 너나없이 ‘판싸움·말싸움’을 합니다. 《Golombek's Encyclopedia CHESS》는 해리 골롬벡(Harry Golombek 1911∼1995) 님이 풀어내는 판겨룸 이야기입니다. 판겨룸을 어느 만큼 할 줄 안다면 이 책을 길잡이로 삼는다든지, 하늬나라 판겨룸 발자취도 헤아릴 만합니다. 작은아이하고 이 책을 한참 읽다가 문득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판놀이를 놓고서 글책이나 그림책이나 빛책이 나온 적 있을까요? 드문드문 있기는 하되, 우리 손빛하고 눈빛을 차분히 살리거나 들려주는 책은 아직 없는 듯싶습니다. 다섯돌(오목)놀이도 매한가지입니다. 아이도 어른도 꽤 즐기는 놀이인데, 막상 우리는 여느 삶자리에서 누구나 흔히 누리는 놀이를 글·그림·빛꽃으로 잘 안 담거나 거의 안 옮깁니다. 먼먼 별나라에서 떨어질 글·그림·빛꽃이 아닙니다. 언제나 함께하고, 늘 즐기는 살림살이를 글·그림·빛꽃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바라보고 갈무리하면서 활짝 웃고 노래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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