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하늘 한 하늘 창비시선 75
문익환 지음 / 창비 / 198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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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0.13.

노래책시렁 368


《두 하늘 한 하늘》

 문익환

 창작과비평사

 1989.6.15.



  1989년을 떠올립니다. 전두환이나 노태우 같은 꼭두각시가 아닌, 옆집 할아버지 같은 사람이 높녘에 맨몸으로 걸어갈 수 있던 몸짓이 놀라웠습니다. 한겨레가 한나라로 어깨동무하면서 모든 싸움붙이(전쟁무기)를 녹여내는 길에 마음을 쏟는 할배라면, 언젠가 만날 날이 있겠거니 여겼고, 드디어 사슬 같은 배움터(의무교육 열두 해)를 1994년에 마치는데, 이해 1월에 늦봄 문익환 님이 숨을 거둡니다. 《두 하늘 한 하늘》을 틈틈이 되읽곤 했습니다. 2023년에도 새삼스레 되읽으며 생각합니다. ‘잠꼬대’로는 꿈을 이루지 않아요. 그저 ‘잠’으로 꿈을 이룹니다. 애벌레가 고치에 깃들 적에 ‘잠’이라 합니다. 나비로 깨어나려고 오래도록 ‘잠들’어요. 워낙 사납고 캄캄한 사슬나라(군사독재)인 이 땅이었으니, “잠꼬대 아닌 잠꼬대”라 노래할밖에 없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어깨동무는 나라(정부)가 해주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스스로 스스럼없이 숲살림에 들살림을 짓는 사이에 어느새 이루는 아름길입니다. 풀꽃나무는 서둘러 자라지 않아요. 모두 느긋이 찬찬히 자랍니다. 한겨레 한나라도 느긋이 빗물처럼 냇물처럼 바닷물처럼 나아갑니다. 너울만 치거나 눈보라만 일면 꽃이 못 피고 싹이 안 터요. 살림꾼으로 살아야 사랑입니다.



손바닥 온기로 회포를 푸는 거지 / 얼어붙었던 마음 풀어버리는 거지 / 난 그들을 괴뢰라고 부르지 않을 거야 (잠꼬대 아닌 잠꼬대/3쪽)


형님 형님 문석이형님 / 역사라는 게 서두른다고 되는 게 아니지만 / 천년을 하루같이 느긋이 기다리는 면도 있어 / 그런대로 나쁘기만 한 건 아니지만 / 구들장이 들썩들썩 눈보라 휘몰아치는 밤 / 화끈하게 아궁이 군불 지피고 (문석이형님/96쪽)


+


《두 하늘 한 하늘》(문익환, 창작과비평사, 1989)


난 올해 안으로 평양으로 갈 거야

→ 난 올해에 평양으로 갈래

→ 난 올해에는 평양으로 가

→ 난 올해까지 평양으로 가겠어

3쪽


난 그들을 괴뢰라고 부르지 않을 거야

→ 난 꼭두각시라고 부르지 않아

→ 난 앞잡이라고 부르지 않아

→ 난 끄나풀이라고 부르지 않아

3쪽


갓 푸르른 모란꽃 망울

→ 갓 푸른 모란꽃 망울

14쪽


따다 남은 연시 하나

→ 따다 남은 붉감 하나

→ 따다 남은 감 하나

17쪽


흰 눈 위에 제 속살 다 비우고

→ 흰눈에 제 속살 다 비우고

17쪽


그대들의 진군 앞에서 혼란의 절벽 무너지고

→ 그대들이 밀려들어 어지러운 벼랑 무너지고

→ 그대들이 나아가니 어수선한 고개 무너지고

40쪽


망막 째지는 새 날

→ 눈그물 째지는 새날

4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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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창비시선 2
조태일 지음 / 창비 / 197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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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0.8.

노래책시렁 311


《國土》

 조태일

 창작과비평사

 1975.5.25.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이 어떤 나라인가 하고 묻는다면 “우리가 스스로 그린 나라”라고 대꾸합니다. 뒷짓도 뒷길도, 사납짓도 끼리질도, 우두머리도 감투도 죄다 우리가 스스로 그려서 일구어 낸 모습일 수밖에 없습니다. 2023년 가을에 중국에서 겨룸판(아시안게임)이 열렸습니다. ‘한겨레 두 나라’가 붙은 자리를 알릴 적에, 두 나라는 ‘남한·북한’하고 ‘조선·괴뢰’라는 이름을 썼다지요. 우리나라도 1990년으로 접어들 무렵까지 으레 ‘북한 괴뢰’라 일컬었습니다. ‘두 나라인 한겨레’를 이끄는 우두머리만 서로 ‘꼭두각시(괴뢰)’로 여기지 않아요. 사람들도 우두머리하고 매한가지입니다. 어깨동무 아닌 손가락질로 치닫고, 손잡기 아닌 갈라치기로 뻗습니다. 《國土》를 되읽습니다. 1975년에 나온 글에 한자가 수두룩합니다. 꽤 오래도록 ‘글은 한자로 써야 멋이다’라 여기는 글바치가 많았습니다. 글은 으레 사내가 쓰느라 ‘숫글 = 한문’이요, ‘암글 = 한글’이었어요. 게다가 “그 부드러운 음기와 넉넉한 시대의 목소리 … 처녀야, 처녀야, 붉은 처녀야 … 나의 이 풍부한 음기엔”처럼 순이를 노리개처럼 바라보는 글도 넘쳤다. 2020년으로 접어들어도 ‘전라도 사내’는 으레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기’ 일쑤예요. 모지리는 위에만 있지 않아요. 우리가 모두 모지리에 머저리입니다.


ㅅㄴㄹ


아무리 아무리 아니라 해도 / 신문은 곧 휴지일진댄 / 알알이 태연히 잘못 박힌 活字야 / 썩은 피래미 눈깔아, 차라리 뒤집혀서 / 시커먼 覆字로 눈멀어 버려라 (버려라 타령―國土·30/64쪽)


저 세월의 시커먼 부분을 상냥하게 문지르며 / 불타오르는 붉은 스커트, / 몇 개의 나의 친밀한 반란은 그 속에 있다. / 그 부드러운 음기와 넉넉한 시대의 목소리. // 나는 무릎을 꿇는다. / 열 가지 형태의 열 가지 빛깔의 내 손끝은 / 서서히 그러나 무자비하게 / 이 땅의 내력과 너의 성분을 더듬는다. // 처녀야, 처녀야, 붉은 처녀야 / 나의 이 풍부한 음기엔 / 악의라든지 타협이 도무지 흐르지 않는다. (野戰國 딸기밭가의 이야기/14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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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십니까 수우당 시인선 10
표성배 지음 / 수우당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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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2023.9.30.

노래책시렁 339


《당신은 누구십니까》

 표성배

 수우당

 2023.4.25.



  우리는 참말로 뭘 모르는 채 살아갑니다. 뭘 몰라서 나쁘지 않아요. 모르면 지켜보고 들여다보고 바라보면서 처음부터 배우면 됩니다. 모르면서 모르는 줄 모르는 채 멀뚱멀뚱 구경만 하거나 팔짱만 끼거나 등을 돌리면 철없는 굴레에 스스로 갇혀요. “모르는 줄 알다”란, ‘첫앎’입니다. 무엇을 모르는 줄부터 알아야 무엇을 배우면서 새롭게 나아갈 줄 알아보면서 스스로 길을 열고 턱을 치우고 틈을 냅니다.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짝꿍을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요?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할까요?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요? 어떻게 놀고 어떻게 노래해야 할까요? 잘 모르겠다면, 먼저 마음에 생각씨앗 한 톨부터 심어요. “난 여태까지 모르는 채 살았어! 난 이제부터 하나씩 배우겠어!” 《당신은 누구십니까》는 그대가 누구이냐 묻는 듯하지만, 곰곰이 보면 ‘나는 누구인가’ 하고 묻는 줄거리입니다. 나를 나로서 내가 바라보려니, 나부터 눈을 떠야겠다고 여기면서, 바로 나다운 내 눈망울을 헤아리려고 첫발을 뗄 자리를 어림합니다. 모름지기 누구나 스스로 ‘나사랑’을 하기에 ‘너사랑’으로 이으면서 ‘우리사랑’을 함께 봅니다. ‘나너우리’처럼 말하는 밑뜻이 있어요. 날개를 펴야 너머로 갑니다.


ㅅㄴㄹ


월마트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대형 할인점 간판을 떠올리다 (나는 작아진다) 오렌지마트 빅세일마트 동남마트 한들마트 상설할인점 앞을 지나 나는 점점 작아진다 동네 슈퍼마켓에 들러 라면과 소주 한 병 딸아이가 좋아하는 쫄쫄이와 쫀디기를 사고는 나는 점점점 작아진다 그래도 오늘은 월급날 휘이― 휘이― 휘파람을 불어요 (휘이―휘파람을 불어요/19쪽)


사실, 정말, 무책임하게도 애들이 어떻게 컸는지 몰라요. 눈 뜨는 공장이고, 눈 감아도 공장이고 (그럼, 공장이 애들을 키우고― 키웠네― 키웠어) 사실입니다 사실이에요 일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니까요 (정말이에요) 그래서 아내에게 더 미안하죠 (애들이 어찌 자랐는지 몰라요/37쪽)



《당신은 누구십니까》(표성배, 수우당, 2023)


화사하게 피었다 처절하게 죽는다

→ 눈부시게 피었다 눈물나게 죽는다

→ 곱게 피었다 모질게 죽는다

13쪽


오늘 해고되지 않았다면 내일 해고될지 모른다

→ 오늘 밀리지 않았다면 이튿날 밀릴지 모른다

→ 오늘 잘리지 않았다면 이듬날 잘릴지 모른다

18쪽


굉음과 굉음 불꽃과

→ 듣그런 불꽃과

→ 시끄러운 불꽃과

→ 큰소리와 큰불꽃과

21쪽


지난봄 상판床板 난간에서 용접하다 떨어져 죽은

→ 지난봄 밑판 울타리에서 붙이다 떨어져 죽은

→ 지난봄 받침 울대에서 이어붙이다 떨어져 죽은

23쪽


안전사고 따위는 짧은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 작은일 따위는 짧은 얘깃거리도 되지 않는다

26쪽


관 속에서 망치 소리가 난다

→ 널에서 망치 소리가 난다

28쪽


일 년짜리 계약서에 서명한 날

→ 한 해짜리 다짐글에 이름쓴 날

31쪽


멈추는 순간 파산破産인 자본

→ 멈추면 깨지는 돈주머니

→ 멈추면 박살나는 돈

41쪽


백합 같은 누이들 혹은

→ 나이 같은 누이나

46쪽


어떤 이론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 어떤 말로도 풀이하지 못 하는

→ 어떻게도 풀어내지 못 하는

58쪽


별을 찾는 사람을 희귀종이라 부르게 되었다

→ 별을 찾는 사람을 드물다고 여긴다

→ 별을 찾는 사람을 값나간다고 본다

66쪽


벽이라는 벽은 모조리 점령하고 싶다

→ 담이라는 담은 모조리 차지하고 싶다

7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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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들 창비시선 79
고재종 지음 / 창비 / 198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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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2023.9.30.

노래책시렁 341

《새벽 들》
 고재종
 창작과비평사
 1989.9.15.


  나락이 물결치는 가을들을 보면 똑같은 낟알은 하나조차 없습니다. 나락들 곁 도랑에서 자라는 억새를 보면 똑같은 억새꽃도 억새씨도 없습니다. 봄여름에 벌레잡이를 하고서 가을에 낟알을 조금 훑는 참새는 으레 떼지어 날갯짓을 하는데, 쉰이나 아흔 마리가 한꺼번에 날아도 다 다른 참새입니다. 오늘날은 모심개(이앙기)로 똑같이 때려박고서, 벼베개(콤바인)로 똑같이 잘라내지만, 지난날에는 손으로 다 다르게 심고서, 낫으로 다 다르게 거두었습니다. 손으로 밥옷집을 짓던 지난날에는 나락도 남새도 열매도 다 다른 숨결인데, 틀(기계)로 욱여넣는 오늘날은 삶도 글도 넋도 똑같이 수렁에 잠기는구나 싶어요. 《새벽 들》을 가만히 읽습니다. 열 살 딸아이한테 고기덮밥을 먹이던 하루를 1989년하고 2023년은 어떻게 다르게 바라보려나요? 1989년 아닌 2023년에도 풀죽임물을 듬뿍 뿌리려나요? 이제는 안 뿌리려나요? 〈로빙화〉에 나오는 아이가 사람들 가슴을 적시는 눈부신 그림을 어떻게 낳았는지 돌아볼 수 있기를 바라요. ‘풀죽임물’이 아닌 ‘손가락·젓가락’으로 애벌레를 하나하나 떼었어요. 아이 옷가지를 빨래하고, 아이 밥차림을 돌보고, 아이 말씨를 북돋우듯, 그저 오늘을 사랑으로 살리면 언제나 푸른노래입니다.


굽고 지지고 볶은 고기덮밥으로 / 열살 난 딸아이 돼지처럼 비육시켜놓은 / 선진조국의 영양가족이 먹느냐 / 버터네 치즈네 / 비프스테이크네 피자파이네 / 기름진 양식요리 가르치기에 분주한 / 오늘의 요리시간의 / 그 머언 이방인들이 먹느냐 (쓴 밥 한 그릇―농사일지 8/21쪽)

논을 고르는 일은 / 농삿일 중 가장 힘이 든다 / 흙탕물은 온몸에 튀어오르고 / 흙굴헝에 발은 빠지고 / 유월 땡볕에 범벅땀은 흘러도 / 가장 평평한 땅에 / 키 나란한 모를 심기 위하여 / 반듯이 논을 고르다보면 (논 고르기―농사일지 12/32쪽)

최루탄처럼 쏘아대는 / 우리 무지한 농약살포를 보아라 / 저 새하얀 분말의 확산 속에 / 조용히 눕고 싶다 / 어질어질 어질머리 눕히고 싶다 / 울렁울렁 울렁가슴 눕히고 싶다 (농약을 뿌린다―농사일지 17/46쪽)


《새벽 들》(고재종, 창작과비평사, 1989)

우리 낫질은 노엽다
→ 우리 낫질은 끓는다
→ 우리 낫질은 불탄다
19쪽

돼지처럼 비육시켜놓은
→ 돼지처럼 살찌운
21쪽

농삿일 중 가장 힘이 든다
→ 가장 힘드는 시골일이다
→ 가장 힘이 드는 흙일이다
32쪽

흙탕물은 온몸에 튀어오르고
→ 흙물은 온몸에 튀어오르고
32쪽

우리 무지한 농약살포를 보아라
→ 우리 얼뜬 죽음물질을 보아라
46쪽

저 새하얀 분말의 확산 속에 조용히 눕고 싶다
→ 저 새하얗게 퍼지는 가루에 조용히 눕고 싶다
46쪽

조석으로 시원한 때를 골라
→ 아침저녁 시원한 때를 골라
50쪽

폭염일수록 미치게 더욱 푸르른 저 씩씩한 벼들
→ 더울수록 미치게 더욱 푸른 저 씩씩한 벼
→ 불볕일수록 미치게 더욱 푸른 저 씩씩한 벼
82쪽

주막집 깨워 해장술 한 병 홀라당 비우고
→ 술집 깨워 속풀이술 한 병 홀라당 비우고
99쪽

농사꾼은 죽을둥 살둥 일해도 퇴직금 한푼 못 받는 무지렁이여
→ 흙꾼은 죽을둥 살둥 일해도 마침돈 한푼 못 받는 무지렁이여
9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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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별에서의 하루 창비시선 154
강은교 지음 / 창비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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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2023.9.30.

노래책시렁 340


《어느 별에서의 하루》

 강은교

 창작과비평사

 1996.10.10.



  가장 뛰어나거나 훌륭하다고 여기는 스승을 모셔야 가장 뛰어나거나 훌륭하게 배우지 않습니다. 삶은 높거나 낮지 않아요. 삶은 다 다릅니다. 둘레(사회)에서는 이곳을 위아래로 가르고 셈(점수)을 매기곤 하는데, ‘1등 대학교’부터 ‘꼴뜽 대학교’까지 가른다고 하더라도 ‘1등 대학교’를 다니거나 마쳐야 뛰어나거나 훌륭하지 않습니다. 누가 뛰어나거나 훌륭할까요? 뛰어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뛰어나고, 훌륭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훌륭합니다. 아기한테 젖을 물리는 어머니는 ‘뛰어나거나 훌륭한 젖’이 아니라 ‘사랑으로 아기한테 물리는 젖’만 헤아립니다. 아이한테 밥을 차려주는 아버지는 ‘뛰어나거나 훌륭한 밥’이 아니라 ‘사랑으로 아이하고 나누는 밥’만 바라봅니다. 《어느 별에서의 하루》를 읽었습니다. ‘어느 별’은 푸른별(지구)일 수 있고, 이웃별(외계)일 수 있고, 우리 몸일 수 있고, 네 몸일 수 있고, 나무나 나비일 수 있고, 빗물이나 바닷물일 수 있습니다. 숨빛을 품은 모든 몸이 별입니다. 저 멀리에도 있는 별이고, 우리 스스로도 누구나 별입니다. 뛰어나게 노래하려고 애쓰지 마요. 우리 삶을 우리 목청으로 노래하면 됩니다. 훌륭하게 쓰려고 힘쓰지 마요. 우리 하루를 우리 손으로 사랑하면 돼요.


ㅅㄴㄹ


오늘 아침, 수류탄 위에 넘어져 죽은 한 이등병의 소식을 읽는다 / 실은 자살할 용기도 없었음, / 인질과 함께 하이트 맥주 다섯 병을 나눠 마신 뒤 세상 모르고 잘 만큼 / 순진하기 짝이 없었으며, / 한강 공원에서의 새벽 나절엔 드라이브하자고 했다는, 그 이등병의 / 소식을 읽는다. / 그러나 / 고향인 광주로는 가지 않겠다고 했으며 / 하늘은 보지 않겠다고 했다는. // 그런데 그것은 사실일까. / 우리들의 그 일단 기사, 그대를 요약함……. (아침 신문/80쪽)


조그만 울에 갇혀 그 녀석은 / 풀을 뜯으며 그 녀석은 / 노오란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그 녀석은 / 풀과 함께 바람을 씹으며 그 녀석은 / 검은 궁둥이로 그 녀석은 / 흙을 받치고 그 녀석은 / 나를 바라보네 / 마치 별을 바라보듯이 (염소―미사리에서/85쪽)


+


《어느 별에서의 하루》(강은교, 창작과비평사, 1996)


한 여자가 빨래를 널고 있다

→ 순이가 빨래를 넌다

8쪽


이제 아기 원피스를 넌다

→ 이제 아기옷을 넌다

→ 이제 아기 치마를 넌다

8쪽


정오에 구름을 보며 햄버거를 먹었다

→ 낮에 구름을 보며 고기빵을 먹었다

→ 한낮에 구름을 보며 함박빵을 먹었다

17쪽


드넓은 홀 안에는 비에 젖은 구두들이 예의바르게 앉아 있었다

→ 드넓은 뜰에는 비에 젖은 구두가 얌전히 앉았다

→ 드넓은 드락에는 비에 젖은 구두가 가만히 있다

2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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