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28


 책노래


  처음 ‘북큐레이션’이라는 영어를 듣고는 어리둥절했습니다. 못 알아들었거든요. 한참 멍하니 있다가 생각을 가다듬었고, ‘북큐레이션’을 한다는 분이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가를 지켜보았어요. ‘북큐레이터’라 하는 분은 이녁이 즐겁게 읽은 책을 이웃이 어떻게 즐거이 만나면 좋을까를 헤아리면서 짝맞춤을 하는군요. 사랑하는 이가 만나는 일을 두고 짝짓기라 한다면, 우리한테 맞을 만한 책을 만나도록 다리를 놓는 일은 짝맞춤, 곧 ‘책맞춤’이라 할 만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북큐레이션을 ‘책맞춤’이라 하기에는 살짝 아쉽구나 싶던데, 우리한테 맞는 책을 알려준다면 이 책을 ‘맞춤책’이라고는 쓸 만하다고도 느껴요. 더 헤아려 보기로 합니다. 흔히 ‘책얘기’를 하는 일이 북큐레이션하고 맞아떨어집니다. 책을 알려주는 일, 곧 ‘책알림’일 수 있더군요. 수수하게 ‘맞춤책·책알림·책얘기’ 같은 이름을 써도 되지만 한결 즐거이 쓸 만한 말을 더욱 헤아리고 싶습니다.


  이웃님이 즐겁게 받아들일 만한 책이라면, 우리는 책을 사이에 놓고 서로 노래를 부른다고 여길 수 있어요. 노래하듯이 책을 즐긴다고 할까요. 노래하면서 책을 즐긴다고 해도 되고요. 그래서 ‘책노래’라는 이름을 그려 봅니다. 이를테면 이렇게 말할 수 있지요. “이웃님! 이웃님한테 이 책이 어울리리라 여겨요. 우리 이 책을 함께 읽으면서 노래해요. 이웃님 ‘책노래’는 바로 이 책이랍니다!”


  책노래를 들려주는 분은 ‘책노래님·책노래벗·책노래지기’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책노래나무·책노래꽃·책노래숲’ 같은 이름을 붙여도 돼요. “저는 ‘책노래바람’입니다. 제가 바람처럼 책노래를 들려줄 테니 기쁘게 맞이해 보셔요.”라든지 “나는 ‘책노래별’이야. 별님처럼 별빛으로 책노래를 들려줄게.”라 할 만하지요.


  때로는 ‘책차림’을 한다고 말할 만합니다. 책을 차려 놓거든요. ‘책살림’을 한다고 해도 어울립니다. 책을 살리니까요. ‘책빛’이라 해도 될 테지요, 책이 빛나도록 하는 길이니까요.


  책 하나에 이야기가 깃들어 책이야기가 되고, 책이야기는 책노래가 되며, 책꽃이 책숲이 되다가 책나무에 책바람이 됩니다. 2018.3.15.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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