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글



  새벽 다섯 시에 잠에서 깨었어요. 즐거운 다섯 시로구나 하고 여겼으나 등허리를 살짝 더 펴고 싶어서 눈을 붙였지요. 한 시간이 흐른 여섯 시에 눈을 번쩍 뜹니다. 속으로 생각하던 “아이고 늦잠을 잤네”가 입으로 튀어나옵니다. 그렇지만 이불을 개고 자리에 반듯하게 앉고서 생각을 고쳐요. 나한테 즐겁게 한 시간을 누린 셈이요, 오늘 하루는 이 결대로 차근차근 나아가면 될 노릇입니다. 마감을 어기는 늦글을 쓸 수 있고, 우물거리다가 늦말을 할 수 있습니다. 남보다 늦길을 갈 수 있고, 여러모로 늦일을 할 수 있어요. 늦책을 쓰는 사람이 될 수 있고, 늦깎이살림을 보낼 수 있어요. 그러나 모든 글은 그때그때 우리가 누리는 삶이니, 이 삶을 이대로 사랑하고 싶습니다. 2018.3.24.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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