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좋은 일인가



  새벽에 고흥집을 나섭니다. 고흥읍에서 순천 가는 시외버스를 타니 텔레비전이 있고, 이 텔레비전에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54조 원에 이르는 무역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히며, 해마다 중국이 미국 지적재산권을 수천억 달러에 이를 만큼 훔쳤다고 덧붙입니다. 문득 생각합니다. 틀린 말이 아니에요. 아니, 맞는 말입니다. 중국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이나 일본 지적재산권도 어마어마하게 훔칩니다. 그러나 이를 놓고 한국이나 일본은 중국에 거의 못 따집니다. 더 파고들면 한국은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에 짓눌린 채 온갖 살림이며 사람이 죽어나갔습니다만, 해방 뒤에는 일본 지적재산권을 어마어마하게 훔쳤습니다. 게다가 일본 지적재산권뿐인가요. 온누리 여러 나라 지적재산권을 ‘한국은 가난한 나라’라는 토를 붙이면서 훔쳐서 썼어요. 이런 일을 일삼아서 떼돈을 거머쥔 출판사가 제법 있습니다. 이제 조용히 묻고 싶습니다. “어쨌든 좋은 일인가요?” 이웃나라 지적재산권을 훔쳐서라도 우리가 아름다운 책을 읽을 수 있었으니, 참말 어쨌든 좋은 일인가요? 아이들이 달리며 놀다가 넘어집니다. 무릎이나 팔꿈치가 까집니다. 피가 철철 흐를 적도 있습니다. 이때에 아이들을 바라보며 맨 먼저 “너희 몸은 늘 튼튼하다는 마음으로 파랗게 거미줄을 그리렴” 하고 이르고서 꼬옥 안습니다. 살살 달래고서 핏물을 닦고 구멍난 옷을 기웁니다. 밤에 하루를 돌아보며 아이들하고 말을 섞어요. “낮에 놀다가 넘어졌잖니. 많이 아팠을 텐데, 이렇게 아프면서 배울 수도 있어. 너무 서두르지 않았나 하고. 그리고 다쳤을 적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그리고 다쳐서 아플 적에 몸이 어떠한가를 느끼면서 우리 이웃을 더 깊이 살필 수 있단다.” 어쨌든 좋은 일이란 없다고 느낍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배울 수 있다”고 여겨요. 지적재산권 훔침질이란 무엇인가를 배우고, 오늘 우리가 새롭게 지으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배울 수 있어요. 2018.3.2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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