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숲집 있는 마을



  책방은 커야 하지 않습니다. 책방에는 책이 많아야 하지 않습니다. 책방은 도시 한복판에 있어야 하지 않습니다. 책방지기는 똑똑하거나 잘나거나 이름나야 하지 않습니다. 책방은 작아도 됩니다. 책방에는 책이 적어도 됩니다. 책방은 시골이나 골목에 있어도 이쁩니다. 책방지기는 수수하거나 투박하거나 조용해도 멋스럽습니다. 우리는 더 많은 책이나 더 값진 책을 찾아서 돌아다니지 않습니다. 우리는 마음을 살찌우는 책 하나를 사이에 놓고 상냥한 이웃으로 이야기꽃을 펴는 기쁨을 누리려고 책집마실을 합니다. 아니 책숲마실을 한다고 할 만합니다. 숲에서 온 종이에 저마다 삶을 적바림하기에 책이 되고, 이러한 책을 둔 책방은 크든 작든 새책방이든 헌책방이든, 또는 도서관이나 서재이든 모두 책숲집이라고 느낍니다. 이러한 책숲집에, 책집에, 숲집에 깃들 수 있다면 참으로 아름답지 싶어요. 책숲집이 고장마다 고즈넉히 있어서 기꺼이 길을 나섭니다. 책숲집에서 살가운 숨결을 마주할 수 있어서 어제도 오늘도 모레도 책숲마실을 떠납니다. 2018.2.2.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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