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성한 책읽기



  우리 스스로 엉성한 생각이라면 우리 눈길이 엉성하기 마련입니다. 이때에 우리 손에 집는 책도 엉성한 책이기 일쑤예요. 엉성한 눈길로는 고운 책을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고운 책을 알아보려면 고운 눈길이 되어야 하고, 고운 생각을 지필 줄 알아야 합니다. 엉성한 생각이나 눈길이었어도 때로는 고운 책을 손에 쥘 수 있어요. 이때에는 우리 스스로 좀 엉성하구나 하고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면서 ‘이런 엉성한 모습으로는 삶이 즐거울 수 없다’는 마음을 품었다고 할 만해요. 스스로 엉성한 줄 느끼면서, 이 엉성한 실타래를 풀려는 마음이어야 비로소 엉성한 수렁에서 한 걸음씩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엉성한 책읽기가 나쁘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어쩌면 언제까지나 엉성한 수렁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더 깊이 빠져들는지 몰라요. 끝까지 엉성한 수렁에 갇힌 채, 엉성한 수렁에 갇힌 줄 모른다면, 아마 죽어서 다시 태어나겠지요. 똑같이 되풀이하려고, 또는 다음 삶에서는 엉성한 수렁에서 벗어나려고. 우리 스스로 ‘나를 바라보기’를 하려고 마음을 품고 생각을 지핀다면, 엉성한 길을 걷지 않습니다. 가시밭길이나 쓸쓸한 길이어도 늘 즐겁게 노래할 수 있는 길을 걸어요. 수렁에 갇힌 몸으로 안 힘들다면 즐거운 삶일까요? 조금 힘들는지 모르나 홀가분하면서 활짝 웃고 노래하고 춤추는 길을 걷는다면, 이때에 즐거운 삶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2018.1.25.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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