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47. 그림순이



  큰아이 우체국 통장을 없애고 광주은행으로 바꿀까 하다가 그만둔다. 새 통장을 열든 자석이 갑자기 망가져서 쓸 수 없는 통장을 바꾸든 갖은 서류를 떼야 하기는 똑같다. 요새는 통장으로 속임수나 거짓을 쓰는 이가 많다며 꼭 온갖 서류를 떼야 한다고 하는데, 인터넷에서는 아무 서류 없이 새 통장을 얼마든지 열 수 있다. 이제 큰아이는 아버지하고 함께 책을 내는 사이가 되어, 큰아이 통장에 그림삯(그림 인세)이 들어가니, 큰아이가 이를 보도록 통장을 갈무리해야 하는데, 갑자기 말썽이 나서 보름 가까이 품을 팔고 애먼 걸음을 해야 했다. 큰아이 통장을 바꾸고 나서 비로소 숨을 돌리며 곰곰이 돌아본다. 아이 통장을 아이를 이끌고 우체국을 들락거리면서 살피는 어버이는 어쩌면 거의 없는지 모른다. 아이와 어버이 사이, 이른바 ‘미성년자와 보호자 관계’를 밝히는(증명) 일이란 꽤 덧없다. 그깟 종잇조각이 뭘 밝히나? 주민등록번호하고 손그림만으로도 모든 개인정보가 떠도는 판인데. 그림순이는 아버지가 한참 덧없는 다리품을 파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나날이 그림순이 그림결에 발돋움한다. 그림돌이 그림빛도 나날이 눈부시게 거듭난다. 그래, 우리는 우리 배움자리에서 즐겁게 그림을 그리자. 그러면 되지. 2018.1.4.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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