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책



  엊저녁에 국을 끓이는데 두 아이가 밥짓기를 배우겠다면서 들여다보다가 문득 ‘거품’을 물어보았습니다. 거품을 굳이 걷어야 되느냐고 하더군요. 거품을 굳이 걷지 않아도 된다고 대꾸하다가 문득 ‘그래, 예전에 혼자 살 적에는 거품도 알뜰히 먹었는데, 요새는 안 먹네. 나는 왜 이제 거품을 안 먹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국맛을 보면 될 뿐, 거품맛을 보고 싶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는 거품이 넘치면 나중에 치우거나 설거지하기에 매우 힘들어요. 저도 어릴 적에 우리 어머니한테 거품을 왜 걷느냐고 여쭈었지 싶습니다. 이제서야 어릴 적 어머니 말씀이 떠오릅니다. 어머니는 어린 저한테 “거품? 안 걷어도 돼. 그런데 거품 안 걷으면 거품이 넘쳐서 설거지하고 치우는데 얼마나 힘든데. 그러니 이렇게 걷어내지.” 이제 책 하나쯤 매우 쉽게 내거나 쓸 수 있는 삶입니다. 참말로 누구나 이야기를 살뜰히 여미면 책을 내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에 매달린 거품책도 쉽게 태어나지 싶어요. 거품책이 나쁜 책은 아니라고 여깁니다만, 우리가 거품맛을 자꾸 보노라면 어느새 국맛을 잊거나 잃지는 않겠느냐 싶어요. 2017.12.28.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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