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왕님 만나는 날! 국민서관 그림동화 116
새러 퍼거슨 글, 로빈 프레이스 글래서 그림, 김영선 옮김 / 국민서관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79


어른으로서 아이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나요
― 오늘은 여왕님 만나는 날!
 새러 퍼거슨 글·로빈 프레이스 글래서 그림/김영선 옮김
 국민서관, 2010.11.15. 


당신을 초대합니다.
일요일에 여왕님과 함께 차를 마시러 오세요.
따끈한 빵이랑 달콤한 과자도 준비되어 있어요.
최대한 예의를 차려야 한다는 것 잊지 마세요! (4쪽)


  아이를 키우는 어버이라면 늘 돌아볼 대목이 있어요. 바로 우리 어버이 스스로 아이를 ‘무엇’으로 생각하느냐입니다. 또는 아이를 ‘어떤 사람’으로 여기느냐입니다. 아이를 ‘무엇’으로 생각한다면 어쩌면 아이를 함부로 마주하거나 거칠게 다룰는지 몰라요. ‘무엇’이니까요. 아이를 ‘어떤 사람’으로 여길 적에는 조금 더 부드러울 수 있으나, 아직 사랑으로 마주하기에는 먼 몸짓이리라 느낍니다.

  아이란 누구일까요? 아이란 어떤 목숨이거나 숨결일까요? 아니, 아이란 어떤 님일까요? 아이는 어떤 사람이면서 어떤 사랑이거나 꿈일까요?

  예부터 숱한 분들이 아이를 바라볼 적에 ‘하느님’으로 여기라고 이야기해요. 종교로 치는 하느님이 아닌, 그저 해맑고 아름다운 하늘님인 하느님으로 여기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아이는 하늘님(하느님)도 되고, 별님이나 해님이나 꽃님도 됩니다. 숲님이나 바다님이나 무지개님도 될 테지요.


“루비, 다른 사람이랑 차 마실 때는
 꽥꽥 소리 지르지 마라. 그런데 잠깐…… 여왕님이라고?” (5∼6쪽)

“루비, 다른 사람이랑 차 마실 때는
 차례를 잘 지키는 게 좋을 거야. 그런데 잠깐…… 여왕님이라고?” (9∼10쪽)


  그림책 《오늘은 여왕님 만나는 날!》(국민서관, 2010)을 읽으며 생각에 잠깁니다. 이 그림책은 아이가 어느 날 글월 하나를 받는 대목으로 엽니다. 아이는 한창 ‘공주님 소꿉놀이’를 하는데, 우체국 일꾼이 글월을 건네고, 아이가 문득 글월을 열다가 “여왕님과 함께 차를 마시러 오세요”라고 적힌 글을 읽고는 깜짝 놀라요. 기뻐서 마을이며 학교이며 집안이며 온통 들쑤시고 다니면서 여왕님이 나를 불렀다고 들떠서 웃고 춤추고 노래합니다.

  우리로 치면 어느 날 대통령이 한번 만나자고 글월을 띄운 셈이라고 할까요. 아이로서는 대단히 기쁘고 설레겠지요. 폴짝폴짝 개구지게 뛰고 구르면서 여기저기에 외치고 다닙니다. 둘레에서 사람들은 이 아이를 바라보면서 “얘야, 다른 사람이랑 차 마실 때는” 어떻게 해야 한단다 하고 하나씩 일러 주는데, 이렇게 일러 주다가 “그런데, 여왕님이라고?” 하면서 화들짝 놀라요.


“루비, 다른 사람이랑 차 마실 때는 공손하게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면 좋을 거야. 그런데 잠깐…… 여왕님이라고?” (15∼16쪽)

“루비, 다른 사람이랑 차 마실 때는 
 말해도 좋을 때와 아닐 때를 잘 구별하렴. 그런데 잠깐…… 여왕님이라고?” (17∼18쪽)


  그림책 《오늘은 여왕님 만나는 날!》을 가만히 되읽으면 개구쟁이인 아이한테 ‘때로는 다소곳할 줄 알아야 한다’는 몸짓을 알려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둘러싼 여러 사람들이 참말로 저마다 한 가지씩 아이한테 귀띔을 해요. 아이는 이런 귀띔이나 도움말을 잘 듣는지 안 듣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아이 마음에는 그저 하나, 여왕님 만나기만 있습니다.
  자, 그러면 여왕님을 어디에서 만날까요? 아이가 만나는 여왕님은 누구일까요?

  마무리를 다 밝히면 싱거울 수 있지만, 이 그림책을 놓고는 마무리까지 밝혀도 될 만하지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 그림책을 아이하고 함께 읽는 어버이라면 아이를 어떤 눈으로 바라볼 적에 아이가 기쁘게 배우면서 무럭무럭 자라는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어요. 어떤 여왕님을 어디에서 만나느냐는 그리 대수롭지 않아요. 우리가 어버이로서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대목을 배울 수 있으면 좋아요.

  이제 마무리를 밝혀 본다면, 아이를 부른 여왕님은 할머니입니다. 할머니가 여왕님이라니, 싱거운 마무리일까요? 얼핏 보면 싱겁지요. 그런데 할머니는 온 집안을 마치 궁궐처럼 꾸미셨어요. 그저 아이하고 차 한 잔 마실 생각인데 말이지요.

  할머니는 아이를 불러서 “차 마실 때 어떠한 몸짓을 하면 더욱 즐겁고 재미난가” 하는 대목을 오랫동안 익혔습니다. 게다가 궁궐 역사까지 익혔어요. 할머니 집을 궁궐처럼 꾸미고, 또 할머니 스스로 왕관을 하나 마련해서 썼답니다. 아이한테도 작은 왕관을 마련해 주어 씌워 줍니다. 두 사람은 서로 여왕님하고 공주님이 되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차를 마셔요.

  곧 돌봄이란 배움이란 사랑이란 삶이란 살림이란 이야기란 꿈이란 노래란, 이렇게 부드러우면서 따사롭고 즐거운 하루라고 하는 줄거리를 다룬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어버이 스스로 아이하고 똑같이 하느님이 되려는 몸짓일 적에 참다이 가르치고 슬기롭게 배우며 사이좋게 어깨동무하면서 하루를 짓는구나 싶어요.

  그림책을 덮고 가만히 생각해 봐요. 수수한 어버이인 우리 스스로 ‘나는 하느님이지’ 하고 생각하면서 아이를 ‘너도 하느님이야’ 하고 생각할 수 있다면, 서로 하느님이 되어 밥상맡에 앉을 수 있다면, 서로 하느님으로서 집안일을 하고, 함께 놀 수 있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즐거우면서 아름다울까요? 2017.12.21.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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