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밥하면서 읽는 책 2017.12.17.


밥을 지어서 다 차려 놓는다. 겨울이기에 아침저녁으로 따뜻한 국하고 반찬을 새로 마련한다. 손이 더 가지만 손이 더 가는 대로 아이들이 잘 먹고 따뜻하고 배부르다고 말하니 즐겁다. 내가 어릴 적에 우리 어머니도 이러한 보람을 누리셨을 테고, 먼먼 옛날에도 어버이는 아이 곁에서 이 기쁨을 누리면서 기운을 냈으리라. 아이들이 잘 먹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만화책 《이누야샤》를 본다. 이제 11권째로 접어든다. 예전에는 해적판으로 읽었기에 책숲집에 있는 《이누야샤》도 해적판인데,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스무 살이 되면 읽히려고, 또는 열여섯이나 열여덟쯤 되는 나이에 읽히려고 생각하니, 그때에는 이 만화책이 더 안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한꺼번에 모두 새로 장만하고 싶지는 않다. 한 권씩 찬찬히 새기면서 되읽고, 권마다 달리 흐르는 이야기를 살핀다. 11권을 마치고 12권으로, 또 13권하고 14권까지 읽어내며 생각한다. 그만 하루에 네 권씩이나 읽고 마는데, 첫 권부터 열네 권에 이르도록 가장 크게 흐르는 이야기는 바로 ‘본다’이다. 무엇을 보느냐를 늘 묻는다. 사람을 보느냐, 요괴를 보느냐, 반요를 보느냐. 사랑을 보느냐, 검은 꿍꿍이를 보느냐, 살림을 보느냐. 마을을 보느냐 검은 뱃속을 보느냐, 겉모습을 보느냐. 새로 지을 앞길을 보느냐, 쳇바퀴 같은 수렁을 보느냐, 어깨동무를 보느냐. 늘 ‘본다’를 풀어낸다. 볼 줄 안다면 눈을 감아도 보고, 마음으로 볼 수 있다면 두려움이란 없이 맑은 숨결로 따사로이 피어나는 꽃송이가 된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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