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 버린 책이 얼마나 많은데 ……



  저는 이른바 ‘문화재급’ 옛책을 헌책방에서 산 적은 없습니다. 값이 대단히 비싸니까요. 그러나 문화재급에 들지 않는 옛책은 헌책방에서 제법 장만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책들 가운데 ‘대학 도서관 도장’이나 ‘신문사 도장’이나 ‘문교부 도장’이 찍힌 책이 꽤 많아요.


  헌책방에서 이런 책을 살 적마다 여쭈어 보지요. 그러면 헌책방지기뿐 아니라 ‘대학 도서관·신문사 도서관·공공기관 도서관’에서 나온 책을 사는 단골 할아버지들이 곁에서 한 마디 하셔요. “도서관이 좁아서 버려. 요즘 사서들이 한문을 아나? 게다가 오래된 책은 큼큼한 냄새에 곰팡이도 있으니, 더 먼저 버리지.”


  도서관에서 값진 책을 짐차로 몇 덩이씩 내다 버리면, 이를 헌책방지기가 폐지처리장이나 고물상에서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캐내어 하나하나 손질하는데, 책을 좋아하는 분들은 이런 책을 주머니를 탈탈 털어서 장만하려고 합니다. 비록 도서관이 자리가 좁아서 버린다고 하지만, 이녁 집에 모시고 싶거든요. 이녁 집도 좁기는 매한가지일 텐데, 그래도 이 책이 버려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쌈지돈을 터시더군요.


  대학 도서관이든 신문사나 공공기관 도서관이든 책을 버릴 수밖에 없는 우리 모습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틀림없이 뜻있고 값있는 옛책은 어느새 모조리 사라질 수 있습니다. 도서관은 책을 버릴 적에 헌책방을 안 불러요. 그냥 수거업자를 불러서 폐지처리장이나 고물상으로 곧바로 내보냅니다.


  저는 지난달에 어느 헌책방에서 ‘2017년 3월에 문을 닫은 어느 시골 초등학교 도서관에 있던 책’을 한 권 장만했습니다. 폐교가 되고 만 시골 작은 초등학교 도서관 도장이 찍힌 그 책은 제가 그리 안 좋아하는 책이지만, 전라도 어느 시골 작은 초등학교를 기리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장만해 놓았습니다. 멀쩡한 ㅅ대학교 도서관이나 ㄷ신문사 도서관에서도 그곳 책들을 때 되면 몇 차씩 버리곤 하는데, 시골에서 학생이 줄어서 끝내 문을 닫아야 하는 작은 학교에서도 이곳 도서관에 있던 책은 모조리 폐휴지로 바뀝니다. 그나마 한국에는 헌책방이 있기에 헌책방지기가 이를 거두어 주면 겨우 살아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도서관에서 책을 다루거나 건사하는 행정·정책이 달라져야 하리라 생각해요. 제발 도서관 건물도 늘리고 사서도 늘려서, 아무 책이나 함부로 버리지 않기를, 그리고 버려야 한다면 곧장 폐지처리장으로 보내지 말고, 헌책방지기를 불러서 ‘다른 사람이 건사하면서 살릴 수 있는 책은 살리’도록 해야지 싶습니다. 2017.9.6.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3&oid=020&aid=00030926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