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빨래터에서 읽은 책 2017.8.29.


여름이 저물려 하지만 낮에는 볕이 뜨겁다. 아이들은 한동안 빨래터 물놀이를 즐길 수 있으리라 본다. 무엇보다 두 아이가 날마다 어찌나 쑥쑥 크는지 이제는 물이끼를 걷고 배롱꽃을 치울 적에 두 아이 일손이 매우 고마우면서 대견하다. 빨래터에서뿐일까. 아이들은 집에서도 일손을 퍽 잘 거든다. 비질이건 걸레질이건 야무진 손길을 베푼다. 셋이서 즐거이 물이끼를 걷어낸 뒤, 나는 몸을 쉬려고 담벼락에 걸터앉아서 《한복, 여행하다》를 펼친다. 한복을 입고 여행을 다니는 이야기가 흐른다. 글쓴이가 밝히기도 하는데, 가만히 보면 우리는 우리 겨레가 오래도록 즐기던 옷을 입고서 여행을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일터에서도 잔치마당에서도 좀처럼 한복을 입지 않는다. 홀가분한 일옷차림으로도, 멋을 내는 잔치옷차림으로도 이래저래 한복은 안 어울린다고 여기지 싶다. 그런데 대통령이나 시장이나 군수 같은 사람도 늘 서양옷만 입지 않나? 학교에서 교사도 늘 서양옷만 갖춘옷(정장)이라고 여기지 않나?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이들도 으레 서양옷만 두르지 않나? 여느 때에 안 입고, 뜻깊은 때에도 안 입으며, 일할 적에도 안 입다 보니, 한복이라는 옷을 새롭게 고치거나 가다듬어서 더 즐겁고 멋스러이 입는 길을 우리 스스로 끊은 셈이라고 느낀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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