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꽁 그림책이 참 좋아 35
윤정주 글.그림 / 책읽는곰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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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아이스크림이 가장 좋을까?
― 꽁꽁꽁
 윤정주 글·그림
 책읽는곰 펴냄, 2016.7.1. 12000원


  아이가 안 좋아할 만한 일을 하는 어버이는 없으리라 생각해요. 아이가 싫어하거나 아이한테 나쁠 만한 일을 하는 어버이도 없으리라 생각해요. 그러면 아이는 무엇을 좋아할까요? 아이는 어버이한테 무엇을 바랄까요?

  윤정주 님 그림책 《꽁꽁꽁》(책읽는곰,2016)을 읽으면서 아이하고 어버이 사이를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그림책 《꽁꽁꽁》에 나오는 아버지는 술에 잔뜩 절어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술에 잔뜩 전 아버지는 한 손에 비닐자루를 들었고, 이 자루에는 아이스크림이 들었습니다. 아이 아버지는 이튿날 아이가 깨어나서 틀림없이 좋아하리라 여기는 마음으로 아이스크림을 냉장고에 넣습니다.


“내일 아침에, 딸꾹.
호야가 보면, 딸꾹.
‘우리 아빠 최고!
그러겠지, 딸꾹.” (3∼4쪽)


  이 대목까지 보면 대단히 흔한 모습이라고 할 만해요. 늦도록 바깥일로 술을 마신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오며 한 손에 뭔가를 들려고 해요. 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를 달래려고 선물 한 가지가 있어야 한다고 여깁니다.

  이때 우리는 좀 달리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아이가 가장 바라는 선물이란 무엇일까요? 바깥일을 늦도록 하면서 술을 잔뜩 마시는 아버지 자리에 있는 분들은 아이한테 줄 선물로 무엇을 생각할까요?

  아이는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나 케익을 바랄까요? 아이는 집밥 아닌 떡이나 빵이나 피자를 바랄까요? 아이는 으리으리한 장난감을 바랄까요?


“아니, 호야 아빠는 어쩌려고 아이스크림을 여기 넣었대.”
우유 아줌마가 투덜거렸어요.
“호야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인데, 어쩌지?”
요구르트 오 형제가 소곤댔어요. (9쪽)


  그나저나 냉장고에서는 큰일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거나한 아버지는 아이스크림을 얼음칸에 넣지 않았거든요. 얼음칸 아닌 차가운 바람만 나오는 칸에 넣은 아이스크림은 녹아서 줄줄 흐릅니다. 아이스크림이 녹는대서 줄줄 흐를 까닭은 없으나, 그림책에 나오는 아버지는 아이스크림 통을 뒤집었어요. 아마 거나해서 어떻게 했는지조차 모르겠지요.

  이때에 냉장고에 깃든 여러 가지가 잠에서 깨어나 북새통을 피운다고 해요. 호야라는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서 다 녹은 아이스크림을 보며 얼마나 서운해 하겠느냐고 걱정합니다. 이튿날 아침에 아이 어머니가 ‘녹아서 흘러내린 아이스크림’으로 온통 더럽혀진 냉장고를 보고 얼마나 부아가 나겠느냐고 근심합니다.

  냉장고에 있는 여러 가지는, 이를테면 우유나 요구르트나 파나 딸기나 과자 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가만히 있을 수 없겠지요?


“아빠, 아빠! 그만 자고 놀자, 응?”
이른 아침부터 호야가 아빠를 흔들어 깨웠어요.
아빠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손을 휘휘 내저었어요.
“호야, 가서 냉장고 열어 봐.
어제 아빠가 우리 호야 좋아하는…….”
“우아, 진짜?” (31쪽)


  이제 마무리를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그림책 《꽁꽁꽁》에 나오는 아버지는 이튿날 아침에 못 일어납니다. 거나하도록 술을 마셨으니 아침에도 몸을 못 일으킬 테지요. 아버지는 아이더러 냉장고를 열어 보라고 하는데요, 아이스크림으로 아이는 한동안 다른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테지만, 아이스크림은 아주 살짝일 뿐이에요. 몇 분 뒤에는 다시 아버지를 찾을 테지요.

  아이는 무엇을 바랄까요? 바깥일을 하더라도 늦게 들어오지 않는 아버지나 어머니를 바랍니다. 집 바깥에서 힘을 다 쓰고 나서 집에서는 그냥 드러눕거나 뻗지 않을 아버지나 어머니를 바랍니다. 집에서도 쓸 힘을 남기고 들어올 아버지나 어머니를 바라요.

  몇 시간씩 놀아 주기를 바라지 않아요. 십 분이나 오 분을 함께 놀더라도 신나게 어우러지기를 바랍니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바라는 아이예요. 아버지나 어머니한테 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아이입니다.

  아이한테는 아이스크림이 으뜸일 수 없어요. 함께 놀고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살림을 짓고 함께 나들이를 다니는 어버이가 으뜸입니다. 그림책 한 권이 이러한 이야기를 모두 다루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만, 깊은 밤에 냉장고에서 벌어지는 익살맞은 북새통을 그리는 줄거리도 뜻있습니다만,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우리 삶에서 아이하고 어버이 사이에 이어지거나 흐르는 고운 사랑과 이야기를 건드려 보면 한결 재미날 만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마무리를 다르게 지어 볼 수 있어요. 저라면 이렇게 마무리를 지어 보겠어요. 아이가 아버지를 억지로 일으킵니다. 아버지하고 아이가 냉장고를 엽니다. 아이는 깜짝 놀라며 방방 뛰지요. 이러면서 밤새 달라진 아이스크림을 밥상에 올려요. 아직 게슴츠레한 아버지는 밤새 달라진 아이스크림을 한 숟갈 뜨다가 번쩍 눈을 뜹니다. 아이스크림 한 숟갈에 술이 다 깬 아버지는 얼른 옷을 갈아입고 아이하고 놀이터 나들이를 가기로 해요. 이러면서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냉장고에서 꺼낸 줄 잊어요. 아이스크림은 냉장고 밖으로 나와 밥상에 놓였는데 또 잊혀집니다. ‘이 집안 사람들 왜 이러나?’ 하고 혀를 끌끌 차지만 빙그레 웃음짓습니다. 이런 마무리는 제 생각입니다만, 《꽁꽁꽁》은 마무리를 너무 가벼이 했구나 싶어요. 2017.7.1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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