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정하다 定


 식단을 서양식으로 정하다 → 식단을 서양식으로 하다

 도읍을 서울로 정하다 → 도읍을 서울로 하다

 며느릿감으로 정하다 → 며느릿감으로 고르다

 약속 장소를 그곳으로 정했다 → 약속 장소를 그곳으로 삼았다

 그곳에 넣기로 정했다 → 그곳에 넣기로 굳혔다 / 그곳에 넣기로 했다

 규칙을 정했다 → 규칙을 세웠다 / 규칙을 마련했다

 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 → 법 테두리에서 / 법으로

 마음을 정했다 → 마음을 굳혔다 / 마음을 먹었다


  ‘정(定)하다’는 “1. 여럿 가운데 선택하거나 판단하여 결정하다 2. 규칙이나 법 따위의 적용 범위를 결정하다 3. 뜻을 세워 굳히다”를 가리킨다고 해요. 쓰임새를 곰곰이 살펴보면 ‘하다’나 ‘굳히다’나 ‘세우다’나 ‘고르다’나 ‘마련하다’나 ‘삼다’나 ‘잡다’나 ‘붙이다’ 들로 손볼 만해요. 때로는 ‘정하다’를 통째로 덜어 볼 수 있어요. 2017.4.28.쇠.ㅅㄴㄹ



부역을 하도록 정해져 있었다

→ 부역을 하도록 못을 박았다

→ 부역을 해야 했다

《박형규 옮김-톨스토이 어린이문학전집 6》(지식산업사,1974) 65쪽


고모네 집에 자리를 정한 다음

→ 고모네 집에 자리를 잡은 다음

→ 고모네 집에 있기로 한 다음

→ 고모네 집에 머물기로 한 다음

→ 고모네 집에 살림을 풀기로 한 다음

《최하림-자유인의 초상》(문학세계사,1981) 42쪽


부모가 정해 준 여자와 마지못해 사는 처지에서 볼 때

→ 부모가 골라 준 여자와 마지못해 사는 자리에서 볼 때

→ 부모가 잡아 준 여자와 마지못해 사는 내 모습을 볼 때

→ 부모가 사귀어 준 여자와 마지못해 사는 나를 볼 때

→ 부모가 찍어 준 여자와 마지못해 사는 나를 볼 때

→ 부모가 알아봐 준 여자와 마지못해 사는 나를 볼 때

→ 부모가 다리 놓아 준 여자와 마지못해 사는 나를 볼 때

《엔도오 슈우사쿠/윤현 옮김-예수 지하철을 타다》(세광공사,1981) 6쪽


그 형태나 척도마저 거의 정해지자

→ 그 꼴이나 잣대마저 거의 틀이 잡히자

→ 그 모습이나 잣대마저 거의 굳어지자

《야나기 무네요시/김순희 옮김-다도와 일본의 미》(소화,1996) 86쪽


값을 정했습니다

→ 값을 매겼습니다

→ 값을 붙였습니다

→ 값을 불렀습니다

→ 값을 말했습니다

《권정생-밥데기 죽데기》(바오로딸,1999) 9쪽


이리저리 움직여 위치를 정하더니, 우리들이 설자리를 정해 주셨다

→ 이리저리 움직여 자리를 잡더니, 우리들이 설자리를 알려주셨다

→ 이리저리 움직여 자리를 잡더니, 우리들이 설자리를 알려주셨다

《임응식-내가 걸어온 한국 사단》(눈빛,1999) 17쪽


선뜻 마음을 정한 사람은 몇 분 되지 않았습니다

→ 선뜻 마음을 잡은 사람은 몇 분 되지 않았습니다

→ 선뜻 마음을 다잡은 사람은 몇 분 되지 않았습니다

→ 선뜻 마음을 움직인 사람은 몇 분 되지 않았습니다

→ 선뜻 마음을 준 사람은 몇 분 되지 않았습니다

→ 선뜻 마음을 굳힌 사람은 몇 분 되지 않았습니다

《추둘란-콩깍지 사랑》(소나무,2003) 39쪽


값을 정하지 않고 만든 돈이 있다

→ 값을 매기지 않고 만든 돈이 있다

→ 값을 붙이지 않고 만든 돈이 있다

《허경진-하버드대학 옌칭도서관의 한국고서들》(웅진북스,2003) 56쪽


정해진 순서에 맞춰 차근차근

→ 주어진 때에 맞춰 차근차근

→ 때와 곳에 맞춰 차근차근

→ 자리에 맞춰 차근차근

→ 차근차근

《구 원/김태성 옮김-반 처세론》(마티,2005) 178쪽


신랑감을 정하고 날짜를 잡고

→ 신랑감을 살피고 날짜를 잡고

→ 신랑감을 고르고 날짜를 잡고

→ 신랑감을 찾고 날짜를 잡고

→ 신랑감을 알아보고 날짜를 잡고

《구 원/김태성 옮김-반 처세론》(마티,2005) 178쪽


정해 놓은 주소도 없고

→ 잡아 놓은 주소도 없고

→ 어디라 할 주소도 없고

→ 딱히 주소도 없고

→ 주소도 없고

《리타 골든 겔만/강수정 옮김-나는 유목민, 바람처럼 떠나고 햇살처럼 머문다》(눌와,2005) 9쪽


가격 따위 아무렴 어때. 인간이 정한 건데

→ 값 따위 아무렴 어때. 사람이 붙였는데

→ 값 따위 아무렴 어때. 사람이 매겼는데

《아즈마 카즈히로/김완 옮김-알바고양이 유키뽕 11》(북박스,2006) 58쪽


하고 싶은 것들은 아이들 스스로 정합니다

→ 하고 싶은 것들은 아이들 스스로 생각합니다

→ 하고 싶은 것들은 아이들 스스로 다짐합니다

→ 하고 싶은 것들은 아이들 스스로 세웁니다

→ 하고 싶은 것들은 아이들 스스로 찾습니다

→ 하고 싶은 것들은 아이들 스스로 고릅니다

《이마이즈미 미네코·안네테 마이자/은미경 옮김-숲에서 크는 아이들》(파란자전거,2007) 53쪽


무엇을 살지도 정해 두었어요

→ 무엇을 살지도 골라 두었어요

→ 무엇을 살지도 생각해 두었어요

→ 무엇을 살지도 미리 생각했어요

→ 무엇을 살지도 벌써 헤아렸어요

《아이하라 히로유키/김정화 옮김-넌 동생이라 좋겠다》(밝은미래,2009) 9쪽


도읍으로 정한 곳이 어디인지 아니?

→ 서울로 삼은 곳이 어디인지 아니?

→ 서울로 고른 곳이 어디인지 아니?

《이주희·노정임-동물과 식물 이름에 이런 뜻이》(철수와영희,2015) 28쪽


적당한 높이를 우선 정해야 했다

→ 알맞은 높이를 먼저 골라야 했다

→ 맞춤한 높이를 먼저 살펴야 했다

→ 마땅한 높이를 먼저 잡아야 했다

《김탁환-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돌베개,2017) 75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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