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고 배우는 대통령 되기를
― 대선주자 다섯 분한테 열한 권을 추천하며


  “책 읽는 대통령”이란 책만 읽는 대통령이 아니지 싶습니다. 스스로 파고들지 못한 새로운 갈래를 다른 사람이 온 삶을 바쳐서 일군 책으로 만나고 배우려고 하는 대통령일 때에 “책 읽는 대통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은 많이 읽더라도 몸으로 옮기지 못한다면, 또 책은 꾸준히 읽으나 ‘늘 읽는 책만 읽는다’면, 이때에는 책을 읽는 대통령하고는 동떨어진 모습이라고 느낍니다.

  책을 읽으며 배울 줄 아는 대통령이라면, 대통령 자리에서 한 걸음 내려와서 수수한 사람들이 사는 여느 마을에 맨몸으로 찾아가서 수수한 사람들 목소리를 귀담아들을 줄 아는 일꾼이 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더 많은 유권자가 있는 도시에서만 수수한 사람을 만나는 틀을 넘어서, 도시이고 시골이고 모든 사람들 밥상을 도맡는 시골사람 목소리를 귀여겨들을 줄 아는 일꾼도 되어야 할 테지요.

  “책 읽는 대통령”이란 스스로 아직 겪지 못한 수많은 갈래를 책으로 차근차근 만나면서 나라살림을 튼튼히 가꾸려는 길을 가는 몸짓이리라 생각합니다. 온 삶을 바치며 흘린 땀방울을 책 한 권을 곁에 두면서 배웁니다. 낮에는 땀흘려 일하고, 밤에는 불을 밝혀 책을 읽습니다. 낮에는 나라 곳곳을 두루 헤아리는 살림을 가꾸고, 밤에는 낮은 목소리하고 작은 목소리를 곰곰이 듣고 되새기는 배움길을 걷지요.

  대통령이라는 이름으로 ‘나라 일꾼’이 되고자 하는 후보 가운데 다섯 분한테 두 권(또는 세 권)씩 모두 열한 권에 이르는 책을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다섯 후보한테 두어 권씩 책을 묶어서 이야기하는 뜻을 깊고 넓게 살펴보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어느 분이 대통령이 되든, 대통령이란 ‘나라 일꾼’이요 ‘나라 심부름꾼’이라는 대목을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대통령 자리에서 나라살림을 맡는 동안 밤낮으로 늘 새롭게 배우고 땀흘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에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살림을 책으로 엮으려고 하는 이들 손길도 보듬어 살필 수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대통령 후보로 나선 다섯 분 모두, 이 나라가 평화로운 자유와 민주와 평등을 바탕으로 도시와 시골 어디에서나 숲이 짙푸른 아름다운 터전이 되어 서로 기쁘게 어깨동무를 하는 사랑스러운 살림이 되도록 슬기를 모을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ㄱ. 기호 1번 문재인 후보한테
국가보안법 연구 1·2·3 (박원순 씀, 역사비평사 펴냄)

  기호 1번 문재인 후보한테는 《국가보안법 연구》 세 권을 이야기하겠습니다. 다른 어느 책보다 ‘법’과 ‘국가보안법’과 ‘사회’와 ‘민주’와 ‘평화’와 ‘인권’과 ‘복지’와 ‘경제’ 모두 어떻게 이어지는가를 낱낱이 제대로 살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울시장을 맡는 박원순 님이 변호사로 일할 무렵 쓴 《국가보안법 연구》입니다. 이 책을 띄엄띄엄 읽지 말고 낱낱이 읽어 보시면 국가보안법은 이 나라에서 어느 한 번도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는 데에서는 제구실을 한 적이 없는 줄 알 수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은 늘 정치권력만 지켜 주었습니다. 정치권력 가운데 군사독재 권력을 단단히 지키는 노릇을 하던 국가보안법입니다. 국가보안법 7조만 조금 손질한대서 이 나라에 평화나 민주나 자유나 인권이 바로서지 않습니다. 케케묵은 반민주 반평화 법은 말끔히 쓸어내야지요. 친독재 친일부역 법은 깨끗이 털어내야지요.

  이 책을 잘 읽어 보시면 민주당에서 굵은 발자국을 남긴 여러 사람도 국가보안법 때문에 얼마나 고된 나날을 보내야 했는가를 잘 엿볼 수 있습니다. 김대중 옛 대통령도, 김근태 님도 국가보안법 서슬 퍼런 칼날에 무릎이 꺾여야 했던 일을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국가보안법 한 가지조차 걷어내지 못한다면 어떤 ‘적폐 청산’을 할 수 있는지 여쭈지 않을 수 없습니다.


ㄴ. 기호 2번 안철수 후보한테
그들이 사는 마을 (스콧 새비지 씀, 느린걸음 펴냄)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평전 (민종덕 글, 돌베개 펴냄)

  교육과 복지와 인권과 노동이 무엇인가를 ‘있는 사람’ 눈높이가 아닌 ‘없는 사람’과 ‘빼앗긴 사람’ 눈높이에서 살피시기를 바랍니다. 《그들이 사는 마을》이라는 책은 교육이나 복지가 ‘입시 제도’를 조금 손본다거나 ‘학제 개편’을 조금 한대서 참답게 바꿀 수 없다는 대목을 잘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유치원이라는 시설이나 학교라는 기관에 맡겨야 잘 크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누구보다 아이를 낳은 어버이 곁에서 사랑을 받고 자랄 적에 잘 큽니다. 아이 어버이 누구나 더 오래 아이를 곁에 두면서 느긋하게 지켜보고 사랑으로 돌볼 수 있는 기틀이 설 수 있어야 합니다. 수많은 어버이가 아이를 시설이나 학교나 학원에 맡기는 까닭은 돈을 더 많이 벌어서 아이를 가르쳐야 하는 얼거리인 한국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시설이나 학교나 학원 문제만 건드린대서 밑바탕이 달라지지 않아요. 더 깊은 곳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최저임금 1만 원조차 더 빠르게 이루지 못하는 나라에는 비정규직이 그득그득 넘칠 테지요. 인권과 노동이란 무엇일까요? 일하는 사람이 제 대접과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곳에 어떤 인권이 설 테며, 무슨 복지가 있을까요?

  땀흘리는 사람들이 땀값을 제대로 누리면서 일할 맛이 날 수 있는 나라가 되려면 무엇을 알고 보고 느껴야 좋을는지 생각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전태일·이소선한테서 인권하고 노동권을 배워 보시기를 바랍니다.


ㄷ. 기호 3번 홍준표 후보한테
강이, 나무가, 꽃이 돼 보라 (데이비드 스즈키·쓰지 신이치 씀, 나무와숲 펴냄)
→ 《또 하나의 일본》(양철북 펴냄)으로 새로 나옴
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 (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 살림 씀, 삼인 펴냄)

  설거지 좀 해 본대서 집안일을 한다고 말할 만한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밥은 지을 줄 아시는지, 된장국이나 김치찌개는 끓일 줄 아시는지, 밑반찬 열 가지나 스무 가지쯤 할 줄 아시는지, 김치나 깍두기를 담글 줄 아시는지, 들이나 숲에서 나물을 할 줄 아시는지, 집안 청소나 살림살이를 할 줄 아시는지, 아기를 달래거나 돌보거나 똥기저귀를 갈고 씻길 줄 아시는지 더없이 궁금합니다.

  왜 이 대목을 여쭙느냐 하면, 이런 것을 하나하나 몸소 겪으면서 헤아리지 않을 적에는 참다운 성평등 정책이나 복지 정책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언제까지 사내가 가부장 노릇을 해야 하나요? 언제까지 사내는 가시내가 차려 주는 밥상만 팔짱 끼고 텔레비전 보면서 받아야 하나요?

  스스로 살림을 지을 줄 모르는 사람은 대통령이라는 일꾼을 어떻게 맡을 만할까요? 더욱이 사람으로서 곁님인 여성을 슬기로이 아끼거나 마주할 줄 모른다면, 어떤 정치와 행정을 펼 만할까요?

  《강이, 나무가, 꽃이 돼 보라》는 우리가 슬기로운 어른이 되려면 스스로 강이 되고 나무가 되고 꽃이 되어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부디 이처럼 스스로 되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는 성매매 피해여성이 생채기 가득한 목소리를 담은 책입니다. 여성 몸뚱이를 물건으로 바라보는 낡은 틀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질 수 있어야겠지요? 여성 몸뚱이를 돈으로 사고파는 낡아빠진 틀이 아직 버젓이 있는 한국 사회를 제대로 바꿀 수 있어야겠지요? ‘스트롱’으로는 이런 일을 못 합니다. 낡고 뒤떨어진 틀을 훌훌 털어내어 나비처럼 날개돋이를 하는 한국 사회가 되는 길에 힘을 모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ㄹ. 기호 4번 유승민 후보한테
케스, 매와 소년 (배리 하인즈 씀, 녹색평론사 펴냄)
10대와 통하는 환경과 생태 이야기 (최원형 씀, 철수와영희 펴냄)

  1960년대에 군사쿠테타로 정치권력을 휘어잡은 사람은 대통령 자리를 지키려고 헌법까지 바꾸면서 유신이라는 독재를 휘둘렀습니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두 대통령까지, 196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도록, 이 나라에 새마을운동과 관변단체 바람을 일으키면서 학교라는 곳은 학생이 교사 앞에서 고분고분 따르고, 오직 시험성적만 바라보는 입시기계로 뒹굴도록 내몰았습니다. 이런 낡은 고름은 이제 아프게 짜낼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학교가 아름다운 배움터가 아니기에 학교폭력이 안 그칩니다. 학교가 아이들을 입시기계로 내모는 얼거리인 터라 대학시험은 끔찍한 지옥처럼 됩니다. 아이들이 삶을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된다면 우리 사회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겠지요. 《케스, 매와 소년》이라는 책은 아이가 학교에서 따돌림받고 힘든 하루이지만, 어느 날 둥지에서 떨어진 새끼 매를 돌보고 키우면서 새로운 길을 스스로 찾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학교에서는 ‘매를 돌보고 가르치는 길’을 못 가르치겠지요. 아이는 아이 스스로 매를 살피고 배우고 동무가 됩니다.

  새마을운동에 이어 4대강사업이라는 막삽질은 온 나라를 시멘트밭으로 뒤엎었습니다. 이 끔찍한 막삽질을 언제쯤 그칠 만할까요? 막삽질을 그치지 않고서 이 나라에 평화나 복지나 경제가 제대로 설 수 있을까요? 《10대와 통하는 환경과 생태 이야기》는 환경과 생태를 제대로 알고 다스릴 수 있을 적에 모든 것을 올바로 살펴서 슬기롭게 세울 수 있다고 하는 아주 쉬우면서 마땅한, 이러면서 우리가 제대로 배운 적조차 없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ㅁ. 기호 5번 심상정 후보한테
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 (데이브 굴슨 씀, 자연과생태 펴냄)
우리 집 밥상 (서정홍 씀, 창비 펴냄)

  올바른 살림을 세우는 길을 이웃하고 어깨동무하자면 목소리도 눈높이도 낮출 수 있어야 할 텐데, 이와 맞물려 ‘투박한 말’을 쓸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딱딱하고 어려운 말이 아닌 ‘살림말’을 쓸 수 있어야지 싶어요. 똑똑한, 아니 지식이 많은 어른끼리만 주고받는 말이 아닌, 전문가끼리 나누는 말이 아닌, 또 일제강점기 찌꺼기가 그득 묻은 말이 아닌, 아이들하고 나눌 수 있는 말을 쓰고, 이 나라를 먹여살리는 바탕이 되는 시골말을 쓸 수 있어야지 싶어요.

  동시집 《우리 집 밥상》은 시골에서 흙을 만지는 어버이가 아이한테 “우리 집 밥상”이 어떻게 태어나는가 하는 이야기를 부드럽고 살갑게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슬기로우면서 올바른 정치와 살림을 이 나라에 세우는 길에 “작고 낮은 말”을 헤아려 볼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쉬운 말에서 평화가 태어나고, 수수한 말에서 민주가 자라며, 시골스러운 말에서 사랑이 샘솟는다고 느낍니다. 정치를 하거나 나라살림을 맡거나 행정을 꾸리는 분들 입에서 ‘노래를 하거나 문학을 하는 듯이 따사롭고 아름다운 말이 즐겁게 피어나’기를 빕니다.

  《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는 뒤영벌 한 마리가 우리 지구에서 얼마나 대수로운가를 넌지시 일깨워 줍니다. 우리는 흔히 ‘꿀벌’이 없으면 지구가 굶는다고 말하지만, 꿀벌보다 뒤영벌이 꽃가루받이를 훨씬 많이 해 준다고 합니다. 뒤영벌이 없다면 우리는 거의 모든 열매나 남새를 먹을 수 없다지요.

  뒤영벌 한 마리를 옳게 깨닫는 길이란, 지난날 지율 스님이 ‘천성산 도롱뇽’을 이야기하는 대목하고 맞물리기도 합니다. 도롱뇽 한 마리를 볼 줄 아느냐 볼 줄 모르느냐에 따라, 우리 삶터가 달라집니다. 천성산 도롱뇽을 볼 줄 모르던 정치권력은 4대강 막삽질을 끌어들이고 말았어요. 한국 어디에서나 그렇게 흔했던 제비나 개구리나 사마귀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듯이 줄어든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며, 탈핵에서도 한 걸음 나아가는, 아름답고 새로운 정책을 길어올릴 수 있기를 빕니다.


* 대선주자 다섯 분이 배우기를 바라는 책 열한 권 *

10대와 통하는 환경과 생태 이야기 (최원형 씀, 철수와영희 펴냄)
강이, 나무가, 꽃이 돼 보라 (데이비드 스즈키·쓰지 신이치 씀, 나무와숲 펴냄)
→ 《또 하나의 일본》(양철북 펴냄)으로 새로 나옴
국가보안법 연구 1·2·3 (박원순 씀, 역사비평사 펴냄)
그들이 사는 마을 (스콧 새비지 씀, 느린걸음 펴냄)
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 (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 살림 씀, 삼인 펴냄)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평전 (민종덕 글, 돌베개 펴냄)
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 (데이브 굴슨 씀, 자연과생태 펴냄)
우리 집 밥상 (서정홍 씀, 창비 펴냄)
케스, 매와 소년 (배리 하인즈 씀, 녹색평론사 펴냄)


  “책만 읽는 대통령”이 아닌, “책을 읽어 스스로 새롭게 배우는 대통령”이 되려는 마음을 품기를 바랍니다. 책으로도 삶을 배우고, 작고 수수한 숱한 사람들 살림살이를 바라보면서도 배우며, 강이나 나무나 숲하고 한마음이 되어 보면서도 배울 수 있기를 바라요. 2017.4.21.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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